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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철도의 매력이 무엇인지 질문하는 사람들에게 저는 "어린 시절 은하철도 999의 추억 찾기 놀이"라고 답합니다. 그 정도로 일본에는 수많은 종류의 열차들과 에끼벤(열차도시락)들이 있습니다. 단순한 이동 수단이라기 보다는 관광의 한 부분으로 자리매김한 철도 강국 일본의 철도여행. 일본철도여행 전문가로서 앞으로 다양한 철도여행 이야기를 전해드리겠습니다. - 기자 말
마츠에신지코온천역 구내. 노란색 열차가 메인입니다. ⓒ 서규호
일본을 이루고 있는 네 개의 주요 섬 가운데 가장 큰 섬인 혼슈(本州) 남서부 시마네현(島根県)의 이치바타 전차(一畑電車)를 소개합니다. 이치바타전차는 시마네현의 사철(私鉄)로 이 지방의 유명한 운수업 및 여행업 운영 기업 소유의 철도입니다. 일본 내에서도 가장 오래된 전차를 실제로 운행하여 유명한 곳입니다. 그 이야기를 오늘 소개합니다.

시마네현청이 위치한 마츠에시(松江市)는 물의 도시로 유명한 곳이기도 합니다. 이곳에서 출발해 신들의 고향이 있는 이즈모타이샤까지 연결하는 노선으로 이곳 지방사람들은 이치바타 천차를 줄여서 '바타덴'이라고도 부릅니다.

마츠에시 신지코(宍道湖) 근처에 위치한 마츠에신지코온천역(松江しんじ湖温泉駅)은 새로 만든 느낌의 전차역입니다. 역 근처에는 무료족탕도 준비되어 있어 여행객들에게 작은 휴식을 제공하기도 합니다. 구내에 들어서면 노란색의 이치바타 전차들을 보게 됩니다. 이미 개업 100년이 넘은 오래된 철도회사입니다. 그래서 차량도 도쿄의 게이오 전철(京王電鉄)이나 오사카의 난카이 전철(南海電鉄)에서 양도받은 구형전차이긴 합니다만 아직 열차는 유지보수를 잘해 운행에는 문제가 없죠.

시골의 전차지만 왠지 더 정감이 갑니다. 무인역이 많은 이 노선에는 완만카(ワンマンカー )라고 해서 기관사가 운전도 하고 차표 검표도 하고 돈도 받습니다. 처음 보시는 분들은 조금은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되시죠. 물론 문이 앞문만 열리니 내리실 분은 미리 앞으로 이동해 주시면 좋을 거 같아요.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전차를 타러 가다
석양의 신지코. ⓒ 서규호
나무로 된 데하니 50형 구내. ⓒ 서규호
물의 도시 마츠에를 출발한 열차는 진행방향 왼쪽으로 신지코를 바라보게 됩니다. 석양이 질 무렵이면 아름다운 신지코가 붉게 물듭니다. 신지코는 일본에서 7번째로 큰 호수로 해수와 담수가 뒤섞이는 기수호로 제첩이 유명하답니다. 근처 료칸에 머무실 기회가 있다면 접하게 되는 된장국엔 이 제첩이 꼭 들어간답니다.

열차는 마치 우리 전철 1호선 국철구간처럼 지상을 달리며, 정감 어린 내부에는 긴 의자(롱 시트)가 준비되어 있습니다. 신지코 북쪽으로는 이 이치바타 전차가 달리고 신지코 남쪽으로는 JR산인본선(JR山陰本線)이 운행을 하죠. 신지코를 둘러싸고 양 노선이 달리는 모습입니다.

물의 도시 마츠에와 신지코를 뒤로하고 운슈히라타역(雲州平田駅)에 도착합니다. 운슈히라타역은 열차마니아라면 한 번쯤 해보고 싶은 열차운행의 기회를 잡을 수 있는 곳이기도 하죠. 일반인이 직접 열차를 운행해볼 기회를 잡기란 쉽지 않습니다. 운슈히라타역 한 구석에 위치한 주황색 데하니 50형 전차(デハニ50形 電車). 실제로 1928년에 만들어져 2009년까지 운행하고 지금은 관광자원 활성화의 일환으로 운전체험이 가능합니다.

물론 운전교육 이수 후 직접 운행해볼 수 있습니다. 은퇴 후에 폐차나 전시가 아닌 직접 운전을 할 수 있게 만들어 관광자원으로 활용하는 모습이 인상적입니다.

연인을 만나게 해준다는 전설이 있는 마을의 전차
일본서 가장 오래된 전차 데하니 50형. ⓒ 서규호
데하니 50형 승무교육. ⓒ 서규호
또한 이곳 운슈히라타역 및 시마네는 영화 <철로 RAILWAYS>의 배경이 됩니다. 주인공 열차인 이치바타전차의 데하니 50형 전차. 진한 과거의 향수를 느낄 수 있는 오랜지색 외관과 내부의 나무바닥. 걸을 때마다 들리는 삐걱거리는 소리가 왠지 더 정감이 갑니다. 전차는 오랜 역사를 자랑하며 철도마니아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영화를 보고 방문 한다면 더욱더 감흥이 진해질 것입니다.

열차를 다시 타고 이동하다 보면 고엔전차시마넷코호(ご縁電車しまねっこ号)를 만납니다. 8개의 모티브(금줄, 동검, 동탁, 장식 끈, 구름, 곡옥, 토끼, 하트)를 가지고 외관을 장식했습니다.

고엔을 번역하면 인연이란 뜻으로 시마네는 인연의 마을로 연인을 만나게 해준다는 전설이 있는 고장입니다. 시마네현의 마스코트인 시마넷코(しまねっこ) 인형도 한 자리를 차지하고 앉아 있고, 전차의 바닥은 사다리타기를 카펫에 새겨 남녀가 마주 보고 앉아 그 선을 따라가면 만나는 재미있는(?) 놀이도 가능합니다. 아마 누군가와 좋은 인연이 생기길 바라는 기원에서 이런 것도 준비한 것 같습니다.

드디어 종착역인 이즈모타이샤마에역(出雲大社前駅)에 도착합니다. 이즈모타이샤(出雲大社)는 신들의 고향으로 이곳에서 음력 10월에 전국의 신들이 모여 회의를 하면 다른 곳에 신이 없다고 할 정도로 유명한 곳입니다.

전설과 인연 그리고 영화의 배경이 되는 이치바타열차 여행. 시마네현으로 올 봄에 떠나 보는 것은 어떠실런지요? 
고엔열차 내부. 카펫엔 사다리가 그려져 있고 의자엔 시마네현의 마스코트인 시마넷코 인형이 앉아있다. ⓒ 서규호
신들의 고향 이즈모타이샤. ⓒ 서규호

덧붙이는 글 | 글쓴이 서규호 기자는 일본철도여행 전문가로 엔트래블스 이사로 일하고 있습니다.

태그:#이치바타전차, #데하니50형, #일본에서가장오래된전차, #고엔전차시마넷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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