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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 구영식 이승훈 최지용 이주영 기자
국정 역사교과서 찬성·반대하는 새누리당 의원은 누구? ⓒ 고정미
새누리당 내 중·고등학교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지지하는 여론은 예상대로 넓고 단단했다. 이미 당론으로 채택된 국정화 추진을 거스르는 목소리는 좀처럼 만나기 어려웠다.

<오마이뉴스>는 지난 10월 21일부터 28일까지 정부의 역사교과서 국정화 확정 고시를 앞두고 새누리당 소속 국회의원 159명 전원을 대상으로 국정화 찬반을 묻는 전수조사를 실시했다.

실명 공개를 전제로 진행된 이번 조사에서 새누리당 의원 중 국정화에 찬성한다고 밝힌 이들은 모두 118명으로 압도적 다수를 차지했다. 반대 의견을 밝힌 의원들은 4명에 불과했다. 30명의 의원들은 찬반을 밝히지 않는 '침묵'을 선택했고, 강기윤 의원은 중립이라고 밝혔다. 송광호·조현룡 의원은 구속 수감 중이라 의견을 들을 수 없었다.



국정화 압도적 찬성 "좌편향 수정하려면 국정화해야"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찬성하는 논리는 대동소이했다. 현재 중·고교 학생들이 배우고 있는 역사교과서의 내용이 지나치게 죄편향 돼 있고, 이를 수정할 방법은 국정화뿐이라는 것이다.

이한구 의원은 "지금의 검인정 교과서를 고치는 것이 당연한데 다른 교과서를 통해 고치려고 했지만 (진보 진영이) 집단적으로 방해해서 실패하지 않았느냐"라며 "국정화를 통해 (현행 교과서의) 문제점을 공개적으로 논의하는 게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하태경 의원은 "국사학계에서 현대사를 전공한 이들이 대부분 80년대 운동권 출신이라 현대사에 대한 관점이 획일화될 수밖에 없다"라며 "국정화를 통해 현재 역사교과서의 문제점을 드러내야 하고, 교과서 제작에 대한 국민 감시 수준이 높아질 때까지 국정화를 유지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김장실 의원은 "국어와 국사는 나라의 정체성을 만드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하기 때문에 최소한 국어와 국사에 한해서는 국가에서 관리해야 한다"라며 "집필자의 개인적 관점에 따라 우파적이거나 좌파적으로 서술하면 나라 정체성을 만들 수 없고, 통치와 통일이 불가능하다. 자학적인 역사관을 가진 사람들을 양성하면 나라 꼴이 제대로 될 수 없다"라고 주장했다.

국정화 불가피론부터 시한부 국정화론까지

역사교과서 국정화가 반드시 옳지는 않지만 다른 대안이 없다는 '국정화 불가피론'도 제기됐다. 강석훈 의원은 "국정화라는 형식이 아주 바람직하다고 할 수 없지만 현재의 교과서 시장에서는 어쩔 수 없는 차선의 선택"이라고 말했다.

김세연 의원도 "현행 교과서의 좌편향이 심각해서 바로잡아야 하지만 국정화가 유일한 방법인지에는 다른 의견이 있을 수 있다"라며 "다만 당·정이 국정화로 방향을 정했기 때문에 그 방향으로 갈 수밖에 없다, 고육지책이라고 본다"라고 설명했다.

김재경 의원은 "역사교과서 국정화가 바람직하다고 보지는 않지만 현재의 역사교과서 서술이 공정하지 못하고, 현저하게 균형을 잃었기 때문에 차선책으로라도 국정화해야 한다"라며 "어쩔 수 없이 국정화하는 것이 안타깝다"라고 말했다.

시한부 국정화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김태환 의원은 "영원히 국정화로 가는 게 좋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라며 "일정기간 국정화 해서 편향성과 혼선 등을 바로잡고 다시 (검인정 체제로) 돌아갈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권은희 의원은 "국정화를 너무 성급하게 추진한다고 비판한다면 수용하겠다"라면서 "일단 국정으로 갔다가 다양한 시각이 가능해지는 시점이 오면 다시 검인정체제를 검토할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정용기 의원은 "검인정을 통해서, 교과서 시장의 선택을 통해서 교과서 내용이 개선되는 것은 불가능하다"라며 "일정 기간만이라도 국정화하는 게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국정화는 시대착오적", 반대 의견은 4명 뿐

반대 의견은 극소수였다. 명시적으로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반대한다고 밝힌 이들은  이재오·정병국·정두언·김용태 의원 4명에 불과했다.

정두원 의원은 "현재 역사교과서를 읽어보면 진영을 떠나 화가 나는 대목이 많다, 그만큼 교과서 내용에 문제가 많다"라면서도 "하지만 국정화는 시대착오적"이라고 말했다.

정병국 의원도 "역사교과서의 편향문제를 바로잡아야 하지만 그 방법이 국정화는 아니다"라며 "절차적으로 보더라도 국정화가 충분한 국민적 공감대 형성 없이 추진되고 있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검인정제에 찬성하지 않지만 국정화에도 회의적이라는 '중립' 의견도 있었다. 강기윤 의원은 "역사에는 부끄러운 역사도 있고, 자랑스러운 역사도 있는데 부끄러운 역사만 기술하는 것은 문제다, 다만 잘못된 부분은 토론 등을 통해 고쳐나가야 하는데 그 방법이 꼭 국정화여야 하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4명의 의원들은 답변을 거부했다. 국회의장을 지낸 강창희 의원은 "답변하지 않겠다"라고 했고, 초선의 김상민 의원도 "국정화 찬성이냐, 반대냐는 대답할 수 있는 질문이 아니다"라고 답변을 거부했다.

현재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기소돼 재판이 진행 중인 이완구 의원(전 국무총리)도 "현안에 생각을 밝힐 처지가 못 된다"라며 답변을 피했다. 해양수산부 장관을 겸하고 있는 유기준 의원은 "국무위원이라 답변하기 어렵다"라고 말했다.

"문재인이 갈등 조장자", 야당에 화살 돌린 의원들

국정화 찬성 여부와는 별개로 이 문제로 인해 정치·사회적 갈등이 첨예해지고 있는 상황을 우려하는 목소리는 많았다. 다만 갈등 해결 방법을 두고는 의견이 엇갈렸다.

우선 새정치민주연합 등 야당에 화살을 돌리는 의원들이 여럿 있었다. 야당의 왜곡과 정치적 선동이 갈등의 원인이라며 이를 중단해야 갈등이 풀린다는 의견이었다. 한선교 의원은 "야당은 (국정 교과서가) 친일·독재를 미화한다고 하는데 아직 교과서가 나오지도 않은 상황"이라며 "교과서의 내용을 보고 따져야지 미리 정쟁으로 몰고 가서는 안 된다"라고 말했다.

이노근 의원은 "문재인 새정치연합 대표가 나오지도 않은 교과서를 친일·독재 미화로 규정하고 인식공격을 했다"라며 "문 대표야말로 갈등 조장자"라고 비난했다.

양창영 의원은 "야당이 갈등 조장에 앞장서고 있다, 야당의 주장이 거짓말로 드러나면 (갈등이) 없어질 것"이라며 "이게 민주화 과정이다, 민주화를 거꾸로 이용하는 세력들에게 국민들이 잠식당하지 않아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중립적인 교과서 검증위 만들자" 제안도 나와

반면 정부의 적극적인 역할을 주문하는 목소리도 없지 않았다. 김동완 의원은 "정부가 올바른 역사교과서를 생각한다면 필진 구성, 운영 방식 등과 관련해 진보 진영 쪽에서 의구심을 가지고 있는 부분을 해소해줘야 한다"라며 "국정화 반대 성명서를 낸 학자들을 배척할 것이 아니라 그분들을 삼고초려해서 모셔와야 한다"라고 말했다.

홍일표 의원은 "국정화를 주장하는 쪽에서는 우편향 교과서가 될 것이라는 우려를 불식할 수 있는 방안을 내놓아야 하고 마찬가지로 반대하는 쪽에서도 지금의 좌편향 문제를 해결할 대안을 내놓고 서로 타협점을 찾아야 한다"라며 "예를 들어 중립적인 인사들로 교과서 검증위원회를 구성해서 객관적인 검증을 받아보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길정우 의원도 "시한부 특별위원회라도 만들어서 공개 토론하는 등 통합의 분위기 속에서 교과서를 만들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번 조사에서 일부 의원들은 당론 때문에 소신을 밝히기 어렵다는 의견을 익명을 전제로 밝히기도 했다. 한 초선 의원은 "당론이 정해져 있는데 어떻게 하겠느냐"라며 자신의 의견을 숨겼다.

또 다른 초선 의원도 처음에는 "국정화가 바람직하지 않지만 당론 때문에 찬성한다"라고 말했다가 다시 전화를 걸어와 "민감한 시기이니 발언을 빼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 편집ㅣ장지혜 기자
태그:#국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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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에서 인포그래픽 뉴스를 만들고 있습니다.

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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