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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스엠 타운'의 파리 공연 안내 이미지.
 '에스엠 타운'의 파리 공연 안내 이미지.
ⓒ S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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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국 헤드라인을 연이어 장식하는 사건이 있다. 하나는 등록금 시위고, 하나는 '유럽을 점령한' 아이돌 그룹이다. 신문 첫 면에 나란히 실린 이 두 사건을 보니 심란하다.

50억대 재산가인 오세훈 서울시장마저 '두 딸 등록금 대느라 허리가 휠 뻔했다'고 말했으니, 대다수 시민들의 허리상황을 언급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한국언론이 걸그룹에 잘 쓰는 'S라인'은 서민의 꺾인 허리를 표현하기 좋은 말인 것 같다. 돈 대느라 이렇게 됐으니 '$라인'이라 불러야 할까).

돈 없으면 대학 갈 생각도 못하고, 입학해도 아르바이트 자리를 전전해야 한다. 대학생만의 문제가 아니다. 자원이 부족한 나라이기에 '인재 양성'만이 대안이라는 게 한국 정부의 입 아픈 주장 아니었던가. 학생들이 공부할 시간을 털어 푼돈을 보태는 나라에 경쟁력이 생길 리 만무하다.

하지만 '유럽을 점령한' 한국 아이돌의 '쾌거'만은 기뻐해야 할까? 천만의 말씀이다. 등록금은 큰 문제지만, 사람들이 상황의 심각성을 깨닫고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으니 오히려 다행이다. 걱정스러운 것은 한국의 아이돌이다.

한국이 잘되면 속이 뒤틀리는 '비애국자'여서? 그럴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아이돌 현상은 한국사회의 착취구조를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 더 염려스럽게도, 등록금 문제와 달리 아이돌은 우려가 아닌 환호의 대상이 되고 있다. '등록금 실패'와 '아이돌 성공'은 한 몸통에 붙은 두 머리인데 말이다.

 태극기 티셔츠를 입은 20~21세의 한류 팬.
 10~11일 프랑스 파리에서 'SM타운 라이브 월드투어 인 파리'가 열렸다. 공연을 앞두고 태극기 티셔츠를 입은 20~21세의 한류 팬.
ⓒ 한경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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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의 성공, 비판 여론을 무장해제하다

한국 아이돌 그룹들이 파리에서 성황리에 콘서트를 마쳤다. 상대적으로 차분한 유럽의 상황을 보면서, 한국언론의 과장보도를 지적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관련 기사 : 파리에서 물었다 "K-POP 아시나요?"). 하지만 콘서트 하나로 나라 전체가 뒤집히는 경우는 없으니, 매진사례와 팬들의 열광만으로도 '성공'이란 표현에 인색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독자들 가운데, 공항과 콘서트장에서 한글 푯말과 태극기를 들고 열광하는 유럽인들을 흐뭇하게 지켜본 분들이 많을 것이다. 이번 프랑스 행사의 의미는 아이돌에 대한 소수의 비판과 우려마저 '무장해제'했다는 점이다. 아이돌 그룹을 일정한 긴장을 갖고 보도해 온 일부 언론 까지도 '전향'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한겨레>는 "유럽을 덮친 '케이팝' 열풍 왜?"라는 제목으로 한국의 아이돌 그룹이 유럽에서 인기를 얻게 된 배경을 긍정적 관점에서 분석했다. "파리의 밤 달군 케이팝 열풍"이라는 사설도 실었다. 케이팝이 "문화산업적으로 엄청난 비즈니스가" 됐을 뿐 아니라, "한류를 이어가고 한국 이미지를 알리는 얼굴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는 것이다.

<한겨레>는 <르몽드>를 인용해, 아이돌 가수들이 어린 시절부터 혹독한 훈련을 받고, 성형수술 같은 극단적 수단이 동원되기도 하며, 상품화와 자본논리가 지배하는 현실을 우려하긴 했지만, 사설 내용은 대체로 호의적이었다.

예상할 수 있듯, 보수언론의 보도는 긍정일변도였다. <조선일보>는 한국 아이돌을 향해 울부짖는 프랑스 소녀의 사진을 싣고는, 그 옆에 '50년 전 값싼 생필품 팔던 한국이 이제 문화로 서구 선진국을 사로잡았다'고 썼다. 생모 가발과 값싼 의류를 만들어 팔던 나라가 문화수출국으로 우뚝 섰으니, 이 격세지감에 행복해 하면 되는 것일까?

화려한 무대와 재봉틀의 '걸그룹'

 한국언론에서는 '아이돌 현상'에 대한 진지하고 비판적인 성찰을 찾기 어렵다. 보수언론이 '한류'를 다루는 방식은 1970~1980년대 "외국인들, 코리아 원더풀 연발" 보도의 연장선상에 있다.
 한국언론에서는 '아이돌 현상'에 대한 진지하고 비판적인 성찰을 찾기 어렵다. 보수언론이 '한류'를 다루는 방식은 1970~1980년대 "외국인들, 코리아 원더풀 연발" 보도의 연장선상에 있다.
ⓒ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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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확히 말하면, 한국은 50년이 아니라 30년 전까지도 노동집약적 상품을 만들어 팔았다. 한국 물건은 싼 가격에 높은 품질로 '서구를 휩쓸었'으며, 오늘 우리가 (<경향신문>의 표현대로) '케이팝 전사'를 자랑스러워하듯, 정부 관리들은 '산업전사'와 '수출역군'의 쾌거를 뿌듯해 했다.

이 '성공' 뒤에는 아이돌 그룹 또래의 소녀들이 있었다. 과거의 '걸그룹'들은 무대 위에서 스텝을 밟는 대신 섬유먼지 날리는 평화시장에서 재봉틀을 밟았다. 걸그룹은 날씬한 몸을 보여주기 위해 저열량 식단을 강요받지만, 여공은 생산효율을 위해 '저수분 식단'을 강요받았다. 국이나 물 등 수분을 많이 섭취하면 화장실에 자주 가는 '낭비'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어린 여공들은 '타이밍'이라는 각성제로 졸음을 쫓으며 밤낮없이 재봉질을 했다. 이들의 건강이 무너질수록 기업 회장실의 '수출기념탑'은 늘어갔고, 언론에 "외국인들, 한국물건 '원더풀' 연발" 헤드라인이 자주 증장했다. 당시 직공들의 노동환경은 브루스 커밍스 말대로 "단테마저 졸도할 지경"이었는데 말이다.

나는 문화상품이 잘 팔리는 데 반대하지 않는다. 한국 옷이 잘 팔리는 데 반대하지 않듯 말이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은 단 하나, 언론의 환호와 정부의 호들갑에 눈이 멀어 아이돌을 '성공'하게 만드는 비극적 현실을 외면하지 말자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화려한 무대 뒤 한숨은 늘어날 것이며, 우리는 아이돌뿐 아니라, 모든 젊은이의 삶과 꿈을 파괴하는 공모자가 될 것이다.

불행히도, 한국언론은 해법이 아닌 문제의 일부다. 단기간 다이어트로 몸무게 절반을 줄인 걸그룹 멤버가 있다고 하자. '그래도 괜찮냐'고 걱정하는 게 우리의 일반 상식일 것이다. 신예 3인조 걸그룹 '벨라' 단원이 데뷔를 위해 30kg를 뺐을 때, 언론보도는 "루시, 데뷔 위해 30kg 폭풍감량 '근성돌'"이었다.

한 가지 질문을 해 보자. 아이돌에 눈물을 흘리며 열광하는 한국의 십대들을 보면 뿌듯한가? (당신이 기획사 소속이 아닌 경우 말이다.) 이제 장소를 바꾸어 프랑스 파리로 가자. 한국 아이돌에게 눈물을 흘리며 열광하는 프랑스 십대들을 보면 흐뭇한가? 이 두 가지 질문에 다른 대답을 해야 한다면, 혹은 '흐뭇함'의 크기가 다르다면 그 이유가 무엇일까?

한류에 매혹된 것은 한국인 자신

 G20 기간에 걸린 이 포스터는 외국에 대한 한국정부의 '과잉 자의식'이 자기 혐오 수준임을 보여준다. 한국의 독재정권은 끊임없이 외부에 '발전'과 '성장'의 이미지를 보여주고 싶어 했다. 발전은 정통성이 결여된 정권을 합리화하는 유일한 수단이었기 때문이다. 과거 정부의 세계관을 계승한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후 1970~1980년대식 전시행정이 다시 등장한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G20 기간에 걸린 이 포스터는 외국에 대한 한국정부의 '과잉 자의식'이 자기 혐오 수준임을 보여준다. 한국의 독재정권은 끊임없이 외부에 '발전'과 '성장'의 이미지를 보여주고 싶어 했다. 발전은 정통성이 결여된 정권을 합리화하는 유일한 수단이었기 때문이다. 과거 정부의 세계관을 계승한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후 1970~1980년대식 전시행정이 다시 등장한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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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 마음에서 보편적으로 발견되는 욕망이 있다. 한국을 떠나고 싶어 하면서도, 자신의 나라를 끊임없이 알리고 자랑하고 싶어 하는 모순적 욕망이다. 자기 나라에 애정과 자부심을 갖는 것은 좋은 일일 것이다. 문제는 이 성향이 지나쳐 비이성적이거나 심지어 비윤리적 선택까지 하게 된다는 것이다.

우리 가운데 다수가 '수치스럽다'는 이유로 명백히 그릇된 행위인 줄기세포 조작을 은폐하고 싶어 했다. 그 사건의 주역을 영웅으로 만든 배경 역시 '한국을 빛냈다'는 이유였다. 외국인들, 특히 백인(금발에 파란 눈이면 더욱 효과적이다)이 한국을 칭찬해 주면 우리는 말 그대로 환장한다. 한글이나 태극기를 들고 나오는 날엔 넋을 잃는다. '한류'에 가장 열광하는 사람은 외국인이 아니라 한국인들 자신이다.

세계를 바라보는 우리 눈은 1970년대 언론이 유포한 '외국인 원더풀 연발'에 머물러 있다. 도덕관념이 '쓰레기 버리지 않기'에 머물러 있듯 말이다. 이마저도 '선진시민' 혹은 '세계가 지켜본다'는 타자화 담론과 함께 등장한다. 우리는 왜 이렇게 되었을까? 

그 이유는 나중에 살피기로 하고, '아이돌에 열광하는 십대' 질문으로 되돌아가자. 한국의 십대들이(물론 십대만이 아닐 것이다) 걸그룹에 열광할 때, 우리는 마음 한구석에서 불안하고 불편한 느낌을 버리기 어렵다.

'저렇게 어린 나이에 의무교육까지 포기하고 활동해도 괜찮을까?'
'노예계약' 이야기도 나오는데, 기획사가 수익은 제대로 분배해 줄까?'
'아무리 연예인이라지만, 미성년자가 흔드는 몸을 보며 즐거워해도 괜찮은 걸까?'
'청소년들 거식증 문제가 심각하다는데, 아이돌이 미성년자들에게 왜곡된 자아 이미지를 심어주지 않을까?

이런 염려는 아이돌 팬이라도 한 번씩은 던져보는 질문일 것이다. 하지만 이들이 '서구 선진국'에서 '대한민국'을 빛내는 순간, 모든 불편한 느낌은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아이돌이 어떤 조건에서 일하든, 외국인들 머리에 '대한민국'만 심으면 되는 것일까? 우리가 '진출'해서 퍼뜨린 문화가 외국 청소년과 사회에 어떤 영향을 끼치든, 우린 벌어온 돈만 세만 되는 것일까? 

한류 성형, 한류 거식증

모두 알듯, 아이돌의 이미지는 가공된 것이다. 스파르타식으로 억누르고, 엄격히 열량을 통제하고, 성형으로 뜯어 고치고, 포토샵으로 다듬어서 내놓은 인공의 이미지다. 이렇게 상품화된 신체는 현실의 신체를 억압한다.

특히 우려스러운 부분은, 충분한 영양을 섭취해야 할 청소년들에게 영양부족의 저체중 신체를 규범화하고 이상화한다는 점이다. 예컨대 높은 인기를 누리는 '소녀시대'의 서현의 경우, 정상체중에서 9kg이나 미달하는 심각한 저체중 상태다. 아이돌 이미지에 일상적으로 노출되는 청소년들이 자신의 몸에 대해 왜곡된 인식을 갖게 되는 것은 당연하다.

지난해 발표된 식품의약품안전청 조사는 상황의 심각성을 보여준다. 한국 십대 소녀(13~17세)들의 절반 가까이가 자신의 몸을 '뚱뚱하다'고 판단했으나, 이들의 77%가 정상이거나 심지어 저체중이었다. 7~12세 어린이들조차 30% 이상(남자 23%)이 스스로 비만이라고 생각했으나, 사실은 63%가 정상 혹은 체중 미달이었다.

거식증 문제도 심각하다. 식약청이 중고생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12.7%가 거식증 전 단계인 식사장애를 겪고 있었다. 특히 여학생은 14.8%가 고위험군으로 분류됐다.

자신의 몸에 불만을 품을수록 불행하다고 느끼게 되므로, 아이돌의 경쾌한 몸짓과 화사한 웃음은 청소년들을 행복보다 불행 속으로 몰아넣고 있는 셈이다. 물론 '행복을 향한 문'은 열려 있다. 성형산업과 미용산업을 향해서 말이다. 이미 2008년에 서울에 사는 15~24세 여성의 49.3%가 '성형수술을 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최근에는 '한류 성형'이 유행이라고 한다. 한국의 미디어 이미지가 세계적으로 확산되면서 외국 수용자들 사이에도 자아 이미지 왜곡 현상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그들이 '한국식 화장'을 하고, 아이돌 몸매를 만들기 위해 굶고, 한국의 병원을 찾아 '한류스타'와 비슷한 모습으로 성형한다는 보도를 보며 즐거워한다. 이 문제를 다룬 한국언론 보도를 보자.

"성형관광, 차세대 한류산업으로 '우뚝'"

 왜곡된 자아 이미지는 무리한 다이어트, 거식증, 정서 불안 등으로 나타난다. 인터넷 '지식' 사이트나 토론방에 가면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미용, 다이어트, 성형수술에 대해 묻고 답하는 것을 흔히 볼 수 있다. 사진은 성형 관련 문의를 하는 초등학생의 글.
 왜곡된 자아 이미지는 무리한 다이어트, 거식증, 정서 불안 등으로 나타난다. 인터넷 '지식' 사이트나 토론방에 가면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미용, 다이어트, 성형수술에 대해 묻고 답하는 것을 흔히 볼 수 있다. 사진은 성형 관련 문의를 하는 초등학생의 글.
ⓒ Da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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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아이돌과 19세기 아동노동

한국식 '아이돌 시스템'이 '성공 사업모델'로 인식되면서, 새로운 '시장 진입자'들이 대거 늘었다. 경쟁이 가열되면서 나타나는 현상은 아이돌 연령대가 계속 낮아진다는 점이다. 고등학생과 중학생은 다반사고, 이제 초등학생 걸그룹까지 등장하고 있다.

7인조 걸그룹인 '에이핑크(A Pink)'는 한 명을 빼고는 모두 미성년자들이다. 작년에 등장한 '지피베이직(GP Basic)'의 평균연령은 15세로, 12세 초등학생도 포함되어 있으나 '언니' 걸그룹들과 다름없이 하이힐에 짧은 스커트를 입고 현란한 동작을 마다하지 않는다. 이들도 '일본 진출'을 포함해 꽉 짜인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하지만 '지스토리(G Story)'에 비하면 '지피베이직'조차 '올드 그룹'에 속한다. '지스토리'는 작년 평균 연령 9.75세의 걸그룹으로 출발했다. 1999년생이 팀내 '최고령'이다. 이쯤 되면 1970년대의 평화시장 여직공 아니라, 산업혁명 시절 아동노동이 떠오를 정도다. 그나마 평균 9세를 넘겨 1819년 공장법이 정한 '9세 이하 금지' 기준을 충족시켰으니 다행일까?

연령대가 계속 낮아지는 이유는 간단하다. 오래 써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귀여움'과 '발랄함'이 무기인 아이돌 그룹은 수명이 짧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일찍 발굴하고 일찍 시작하면 '가동 기간'을 최대한 늘릴 수 있는 것이다.

물론 어린 팬을 끌어들여 소비자층을 넓히는 데도 도움이 된다. '문화'와 '상품'을 구분할 수 없게 된 나라에서, 어린 연예인은 '효율적 상품구성'의 핵심축이 되었다.

 아이돌 그룹이 '성공모델'로 인식되면서 기획사들이 어린 단원들을 고용하는 비율이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사진은 '에이 핑크'로, 단원 7명 가운데 한 명을 빼고 모두 미성년자다.
 아이돌 그룹이 '성공모델'로 인식되면서 기획사들이 어린 단원들을 고용하는 비율이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사진은 '에이 핑크'로, 단원 7명 가운데 한 명을 빼고 모두 미성년자다.
ⓒ A-Pink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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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등학생은 물론, 중학교와 초등학교 걸그룹도 등장하고 있다. 사진의 '지피베이직' 6명 가운데 5명이 모두 1996년생이다. 현재 초등생 단원(1998년생) 한 명이 활동을 중단한 상태다.
 고등학생은 물론, 중학교와 초등학교 걸그룹도 등장하고 있다. 사진의 '지피베이직' 6명 가운데 5명이 모두 1996년생이다. 현재 초등생 단원(1998년생) 한 명이 활동을 중단한 상태다.
ⓒ GP Bas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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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돌: 착취사회의 경쾌한 합리화

여기서 한 가지 궁금증이 생긴다. 이윤을 노리는 기획사가 아이돌이라는 '인기상품'에 집착하는 건 당연하지만, 그렇게 많은 청소년들이 아이돌이 되길 원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화려한 무대와 인기에 매혹되어서? 물론 그럴 것이다. 하지만 더 큰 이유가 있다. 한국 사회에서 살아남는 방법이 학벌 말고는 이 길밖에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이돌을 향한 길도 만만치 않다. 경쟁률 800 대 1의 오디션을 통과해야 하고, 혹독한 스파르타식 훈련을 거쳐 춤과 동작을 익혀야 한다. 몸만 고생하는 게 아니다. 초국적 시대에 '수출 상품'으로 뛰기 위해서는 다양한 외국어도 익혀야 한다. 기획사가 기획한 행사에 참여해야 하는 건 당연하고, '데이트 금지' 같은 신변상 제약도 감수해야 한다.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지 않은가? 한국 입시제도, 더 나아가서는 한국식 경쟁체제의 '연예계 축소판'이다. 이 체제에서 학생, 연예 지망생, 국민은 자원 혹은 소모품으로 전락하고, 이들이 흘린 땀의 결실은 온전히 대학, 기획사, 국가에게 돌아간다.

탈락자를 배려할 필요는 없다. 줄 선 사람들은 널렸으니 말이다. 누가 견디지 못해 그만둔다 해도, 빈자리는 즉시 다른 멤버로 채워진다(이것이 '아이돌'을 여러 명으로 구성하는 이유 중 하나다. 개인이 두드러지는 것을 막아야 탈락자가 생겨도 그룹의 이미지를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삶의 가치가 오직 '학벌'과 '무대'에 한정되어 있으므로, 대학이 등록금을 높이고 기획사가 가혹한 계약조건을 내걸어도 장사하는 데 문제가 없다.

지원자들에게는 현란한 꿈을 배포하고, 관중에게는 '자랑스런 조국'의 뿌듯함을 심어준다. 이렇게 해서 우리는 모두 젊은이들의 희생과 착취에 공모하게 되고, 가해자와 피해자는 부둥켜안고 함께 열광한다. 이렇게 착취사회는 지속된다. 교정에서, 그리고 무대 위에서.

 '지스토리'는 최연소 걸그룹으로, 작년에 평균 나이 9.75세로 활동을 개시했다.
 '지스토리'는 최연소 걸그룹으로, 작년에 평균 나이 9.75세로 활동을 개시했다.
ⓒ G St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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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통신원입니다. 펜실베니아주립대(베런드칼리지)에서 언론학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 몰락사>, <망가뜨린 것 모른 척한 것 바꿔야 할 것>, <나는 스타벅스에서 불온한 상상을 한다>를 썼고, <미디어 기...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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