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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 환경과 생명의 소중함을 알려준 '천성산 지킴이' 지율스님이 내원사 산문을 떠나 지난 3월 초부터 낙동강 발원지인 강원도 태백 황지를 출발하여 한 달여 동안 걷기도 하고 자전거를 타기도 하며 낙동강 1300리 물길 순례에 나섰다.
 

그런데 4월 13일부터 15일까지의 탐방은 방학을 맞은 청도운문사 승가대학 비구니 학인스님 30여 명과 함께 낙동강 구간 중 가장 아름답고 의미 있는 예천 회룡포와 삼강주막, 상주 경천대 일원을 둘러보기 위해 특별일정이었다. 14일에는 지율스님 일행이 기자가 살고 있는 문경 인근에 위치한 경북 예천군 풍양면 삼강주막(조선시대 마지막 남은 주막)에 오신다는 소식을 듣고 반가운 마음과 직접 한번 뵙고 싶은 마음에 급히 차를 몰아 달려갔다.

 

지율스님일행이 상강다리 위에서 강을 바라고 있다. -

낙동강이 바라보이는 강가에 서서 무엇을 생각하고 계시는가? 기도라도 드리는 건가? -

봄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오전11시경 멀리 스님일행이 삼강다리 위에서 낙동강 물줄기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이곳 삼강은 문경 금천과 예천 내성천, 낙동강 등 3개의 강이 합쳐져 붙여진 이름으로, 사실상 낙동강 700리가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다리중간에서 만나 지율스님을 만나 합장배례하고 가까이에서 보니 단식할 때 사진에서 본 초췌한 모습보다는 많이 회복됐지만, 아직도 세상과 부딪치면서 마음고생이 심한 듯 야윈 모습이었다. 스님과 첫 대면이었지만 낯설지 않았고, 오히려 편안했다. 스님의 부드러운 눈빛과 미소는 오히려 따스하다는 느낌까지 받았다.

 

지율 스님에게 "눈망울이 커서 눈물이 많은 스님이라고 누가 말했는데 정말 눈이 크네요" 했더니 "하도 많이 울어 이제는 흘린 눈물이 없다"면서 웃으셨다.

 

강변길을 동행하며 지율 스님은 생명의 젖줄인 낙동강의 푸르고 맑은 물과 그 속에 노는 물고기, 길가에 자라는 이름 없는 들풀과 꽃, 나무와 곤충 등 생명 있는 모든 것들과 수없이 많은 무언의 대화를 나누었다. 강의 품안에서 한없는 평안을 느끼고 있다는 것을 스님의 눈빛으로 알 수 있었다.

 

삼강주막 앞에서 비옷을 입은 모습 -

길옆에 핀 야생화 앞에서 생명의 소리를 들려주고 있다.  -

지율스님은 강과 물, 생명의 소중함에 대해 동행자들에게 이렇게 말하고 있는 것 같았다.

 

"물이 곧 생명이다. 물이 죽으면 생명도 죽는다", "천성산에 도롱뇽이 살 수 없다면 남극에서 펭귄도 살 수 없게 될 것이다", "환경파괴로 도롱뇽이 죽는다면 사람도 죽게 된다", "모든 생명의 무게는 다 같다"

 

길가에 핀 한 송이 풀꽃 앞에서 발걸음을 멈추고 한없는 애정을 표현하는 스님의 모습을 보면서 인간이든 동식물이든 생명에 대한 무한한 외경심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읽을 수 있었다. 도롱뇽 몇 마리 때문에 국책사업이 추진되지 못해 국가발전을 막는다는 비난을 감수하면서까지 생명의 존엄성을 몸으로 주장할 때 보였던 고행자의 모습을 이곳에서도 엿볼 수 있었다.

 

지율스님은 강을 따라 걷는 도중 중간중간 사진을 찍었다. 낙동강의 옛 모습과 현재 그리고 개발 후의 실상을 알리기 위해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고 했다. "전에 천성산 자연과 도롱뇽에 대한 충분한 모니터링을 하지 못했음에 대해 못내 아쉬웠다"면서 "강의 변화 상황을 파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사진촬영을 하는 스님의 모습  -
낙동강 인근 야산에 핀 복숭아꽃이 아름답다. -

헤어질 때쯤 지율 스님에게 "왜 다시 숲에서 나와 강을 찾으셨습니까?" "이번 순례의 목적은 무엇이고 어떤 의미의 탐방이었습니까?"에 물었지만 끝내 답을 들을 수 없었다. 지혜롭지 못하고 아둔한 기자에게 지율스님은 "느낄 수 없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 몸으로 느껴보자"고 선문답하듯 이야기하면서 "바늘구멍은 작지만 다 볼 수 있다. 지금 그 작은 구멍을 만들고 있다"라는 말만 들려주셨다.

 

다시 기자가 꼭 답변을 듣고 싶어  경부운하에 대한 지율스님의 생각을 재차 물어보았더니 "천성산 고속철도도 그렇고 무턱된 반대가 아니다" 라고 전제한 후 조심스럽게 운하건설의 목적이 불분명한 점, 미래에 미칠 영향, 국민반대와 검증되지 못한 점 등에 대해 언급했다.

 

"국토는 우리의 몸이고 강은 핏줄이다.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무심히 쓰는 비누, 세제 등이 환경을 오염시킨다는 자각 후 사용을 자제했다"는 지율스님은 "작은 것부터 자연을 지켜야 하며, 자연이 훼손된다면 국민이면 누구나 반대 할 수밖에 없다. 자연은 후세에게 물려줄 자산이기 때문에 더더욱 그렇다. 운하에 대해서도 위의 요인이 해소되고 모두에게 이익이 된다면 호응하겠지만 지금은 모두 무관심하다. 나를 포함해 누구나 국가 정책에 참여하고 결정에 관여해야한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이번 탐방에 함께 한 청도운문사 승가대학 진광 강사스님에게 강을 바라본 3일간의 소감과 지율스님과 함께한 시간에 대해 느낌을 물었더니 이런 답이 돌아왔다.

 

"말로만 환경, 생명, 사랑을 이야기했지만 이번기회에 직접 보고 듣고 느끼고 나니 우리에게 소중한 것이 무엇이며 지켜야 할 것이 무엇인가를 알게 된 유익한 시간이었고 지율스님이 조곤조곤 들려주는 미처 알지 못했던 물이야기 풀꽃이야기를 들으며 걷는 시간이 꿈인 듯 아름다웠고 감동 그 자체였다. 천성산 도롱뇽을 살리려는 지율스님의 생명사랑사상이 모든 이들의 가슴에 전파되기를 바라며 스님의 뜻대로 이 아름다운 강산이 그대로 보존되고 생명이 살 수 있는 환경이 훼손되지 않기를 바란다." 

 

평범한 여인으로 돌아간다면 밥장사를 하면서 배고픈 사람들에게 밥을 주고 싶다고 하셨는데 여기 주막에 사시면 어떨까요? 불교에서 육도윤회란 업과 과보에 의해 지옥, 아귀, 축생, 아수라, 인간, 천상에 다시 태어남을 믿는다는데 내가 후생에 도롱뇽이 될 수 있습니까? 지난번 산사를 나오신 이유가 뭇 생명들의 신음소리와 살려달라는 소리를 들었기 때문이라고 하셨는데 낙동강에서도 신음소리를 들으셨습니까? 달을 보라하니 손가락을 본다는 말이 있듯이 산하를 보려 하지 않고 오직 스님만을 쳐다보는데 세상에다가 한 말씀하신다면 어떤 말씀을 주시겠습니까? 환경오염으로 지구온난화에 의해 한반도에 소나무가 50년 뒤에는 멸종할 수도 있다는데요. 단식했을 때 무서웠나요? 등등을 물어보고 싶었지만 난 잘 가시라고 인사드리고 돌아왔다.

 

물이 180도로 도는 것 같지만 360도로 돈다는 말씀, 각자가 화두를 가져라. 알 듯도 모를 듯 한 말씀들을 곱씹으며 집으로 돌아오는 내내 스님 곁에 잠시 있었는데도 스님 것이 내게 배이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그 어느 때보다도 마음이 평안했다. 아마도 내가 지율스님과 함께 극락을 갔다 왔나 보다.

 

조선시대의 마지막 남아있는 주막인 삼강주막의 풍경  -

덧붙이는 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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