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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의 '대연정' 제안을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가 거부함으로써 이 문제는 일단락됐지만, 지역주의를 둘러싼 선거제도 개편 논란으로 확산될 조짐이다. 이와 관련 최근 진보적 정치학자인 최장집 교수는 <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 개정판 후기를 통해 노 대통령이 '지역주의 환원론'에 매몰되어 있다고 비판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최인호 청와대 부대변인이 <오마이뉴스>에 장문의 반론문을 보내왔다. 다음은 요약본이다. <편집자주>
▲ 노무현 대통령과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가 7일 오후 청와대 회담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 연합뉴스 김동진
최장집 교수의 <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 개정판 후기는 참여정부가 지역주의 극복을 한국정치의 중심축으로 파악하는 일종의 지역주의 환원론에 매몰되어, 한국사회의 주요한 갈등에 대해 회피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그러나, 이러한 최 교수의 비판은 참여정부의 정책과 실천에 대한 오해도 있고, 사실을 바라보는 판단의 명백한 차이도 있어 보인다.

개정판 후기에서는 '한국정치가 갖고 있는 문제의 궁극적 원인을 지역주의라고 말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집권정부이기를 포기할 수도 있다는 태도는 현실로 존재하는 사회갈등과 균열요인에 제대로 대면하지 않으려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위의 대목에서 지역주의에 대해 학구적 관찰자의 입장과 정치현장에서 바라보는 이해가 체감적으로 다름을 느낀다. 최 교수는 지역주의를 사회경제적 갈등, 균열요인과 구별하고 중요도에서 뒤쳐진 종속변수로 상정한 후, 참여정부를 향해 여타의 사회갈등과 균열요인을 우선적으로 해결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런 주장은 지역주의라는 한국사회의 핵심과제를 사회갈등과 동떨어진 개별사안 또는 선거철에만 반짝 나타나는 한시적 갈등으로만 제한함으로써 논의 전체를 오류에 빠지게끔 만든다고 판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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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론 전문> '지역주의', 선거철만 등장하는 한시적 갈등 아니다

지역주의 : 종속변수인가? 주요한 변수인가?

한국의 선거와 정치에서는 '지역적 기준'의 선택이 '정책적 기준'의 선택을 완전히 압도해왔다. 지역주의는 한국 정치를 좌우하는 가장 큰 영향력 그 자체이다. 정치지형을 규정짓는 지역주의는 정당의 성격과 목적뿐만 아니라 제반의 사회갈등에도 필연적으로 영향을 미쳐왔다. 이러한 지역주의는 최 교수의 주장처럼 종속변수가 아니라, 한국사회의 갈등구조에서 특수하지만 주요한 모순으로 강고하게 뿌리잡고 있는 것이 현실인 것이다.

정책정당과 지역주의와의 관계 역시 마찬가지이다. 한국정치가 지향해야 할 정책정당 중심의 정치구조로 발전되지 않는 최대요인은 정당들이 지역주의에 전적으로 기대어 왔기 때문이다. '지역주의 당'간의 전근대적 경쟁이 아니라, 사회갈등에 대한 관점의 차이로 성격이 구별되는 정당들이 서로 민의를 획득하기 위해 경쟁하는 정책정당구조가 한국정치에서 구조화되려면 선거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가진 '지역주의'를 극복할 수 있는 대안이 없으면 불가능한 것이다.

이처럼 지역주의는 한국의 정치영역과 사회갈등의 장에서 결코 종속변수가 아니라 선결해야 하는 실체가 뚜렷한 주요한 변수인 것이다. 이러한 지역주의를 사회전면에 올려놓고 해결하는 과정 없이 진정한 정당정치의 활성화와 제반 사회갈등 및 균열요인의 해결은 요원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역주의를 현실로 존재하는 사회갈등과 분리하여 부차적인 갈등으로 바라보는 인식이 과연 한국의 정치현실을 제대로 직시한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 또, 지역주의 문제를 종속변수로 과소평가하는 관점은 지역주의에 기대어 기득권을 유지하려는 세력에 이용되는 논리를 제공할 뿐이며, 아무리 노력해도 지역주의는 해결되지 않는다는 일종의 '지역주의에 대한 패배주의'가 내재된 잘못된 주장이다.

연정, 과연 양극화 해소와 무관한가?

▲ 최장집 고려대 교수.
ⓒ 오마이뉴스 권우성
취임한 이후 노무현 대통령은 과연 지역주의 문제만 매몰되어 사회갈등과 균열요인의 문제를 외면해 왔는가? 지금까지 참여정부의 국정운영의 핵심과제중 하나는 바로 양극화 문제 해결이었다. 노동의 양극화, 대중소기업간 양극화, 자영업자 문제 등을 국가적 의제로 채택하여 대통령이 직접 주재한 회의가 올해만 열 차례가 훨씬 넘는다.

실례로 최근 발표한 부동산정책은 참여정부의 양극화 해결의지의 구체적 산물이다. 부동산 투기는 자산의 양극화로 이어지고 이는 다시 교육투자와 일자리의 양극화, 소득의 양극화로 이어지는 양극화 악순환의 핵심고리중의 하나로 파악한 것이다. 갖가지 저항을 이겨내며 어느 정부도 해내지 못한 근본대책을 세운 이번 부동산정책이야말로 최 교수가 외면했다고 주장하는 사회갈등을 유발하는 균열요인을 정면으로 돌파했던 사례인 것이다.

사실 양극화의 심화는 우리나라만의 문제는 아니다. 90년대부터 시작된 세계적인 현상이며, 스웨덴, 핀란드 같은 복지모범국가들마저도 소득분배의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 더구나 참여정부 출범당시 우리경제는 지난 정부의 신용카드 남발로 인한 가계부채 급증의 후유증으로 심각한 내수부진이 시작되는 힘든 상황이었다.

이에 참여정부는 양극화 심화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대증요법이 아니라, 우리 경제체질의 근본적인 개선을 통한 건전한 경기 활성화가 핵심이라는 전제하에 경제정책을 펼쳐오고 있다. 물론, 사회안전망 구축, 사회적 일자리 창출, 영세자영업자 대책, 대중소기업 상생전략 등의 대책도 함께 강구해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과는 솔직히 느리다. 그러나, 최 교수의 주장과 달리 최소한 사회균열요인에 참여정부가 적극적으로 대응해 왔던 것만큼은 사실이다.

양극화 극복은 다른 나라 사례를 보더라도 오랜 시간이 걸린다. 또, 정부 혼자 할 수 있는 문제도 아니다. 기업과 노조 모두의 협력이 필요하다. 또, 사회각층의 이해와 동의가 반드시 필요한 문제이다. 말 그대로 사회 전 구성원들의 타협을 통한 동의와 참여가 반드시 이루어 져야 한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여기에 지역구도 극복을 위한 선거구제 개편이라는 배경 외에도 연정제안의 또 다른 배경이 있는 것이다.

사회 전 구성원의 대화와 타협을 통한 사회경제적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정치영역에서의 대화와 타협의 정치가 선행되어야 한다. 갈등을 조정할 정치영역에서의 대화와 타협의 문화를 기초로 해야만 갈등해결을 위한 사회각층의 동참유도가 가능한 것이다.

정치부터 대화와 타협의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연정을 제안한 것이다. 즉, 양극화문제 등 민생경제관련 정책에 대해 정부와 정당이 합의할 것은 합의해서 신속히 정책을 실현하고, 차이가 있는 문제는 국정운영을 함께 한다는 책임감을 바탕으로 생산적인 결론을 내어 국민들의 아픈 곳을 제대로 해결하자는 의미이다. 이렇듯 연정제안은 양극화 해소 등 사회경제적 문제 해결을 더 이상 늦출 수 없다는 대통령의 절박감에서 기인한다. 이것이 대통령이 제안한 연정제안의 또 다른 진정성이다.

선거제도 변경 : 지역주의 강화냐? 약화냐?

개정판 후기에서는 '지역갈등 극복을 최우선 과제로 선거제도를 바꾸게 된다면, 기존 거대 정당들은 규모의 이점을 나눠 갖게 되고 보수독점적 양당체제는 강화되며, 약화되고 있는 지역갈등구조를 다시 불러들일 것'이라고 주장한다.

지금 선거구제와 관련된 다양한 논의가 전개되고 있다. 중대선거구제, 독일식 비례대표제, 일본식 비례대표제 등이다. 현행 선거구제 외에 어떤 선거구제를 도입하더라도 상대적으로 가장 많은 의석을 늘릴 수 있는 정치세력은 민노당이 될 것이라는 다양한 시뮬레이션 결과들이 나오고 있다. 민노당의 의석증가에 대한 호불호의 의미부여를 떠나서, 민노당의 의석증가가 보수독점적 양당체제의 강화라고 주장할 수 있는지 이해할 수 없다.

선거구제의 변경에 따른 이러한 변화들이 지역주의를 완전히 극복하지는 못하겠지만, 지역주의를 조장하며 선거를 치른 결과 특정지역에서 특정의 정치세력이 그 결과를 독점하는 '지역주의에 기반 한 정치적 분열구도'는 상당부분 해소되어 갈 것이다. 이것은 대화와 상생의 정치가 정치문화로 구조화되는 것으로 발전하여 국민통합을 이룰 수 있는 정치적 조건을 마련하는 것이다. 비로소 지역주의가 한국정치에서 왜소화 될 것이라는 의미이다. 이런 의미에서도 선거구제 변경이 지역갈등구조를 다시 불러일으킨다는 최 교수의 주장은 어떤 근거에서 주장하는 것인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또, 지금 상황에서 지역갈등구조가 약화되어가는 것으로 전제했는데, 현실이 과연 그러한 지에 대해서도 큰 의문이다. 향후 각종 선거과정에서 지역대결정치를 조장하고, 지역감정을 선동하여 정치적 기득권을 다시 찾으려는 구 정치세력이 힘을 못 쓸 만큼 지역주의가 완화되어 있는 지 의문인 것이다. 벌써 시민사회에서는 지역주의에 기대는 구 정치세력의 부활이 얼마나 한국정치를 퇴행시킬지에 대한 우려와 경고가 나오기 시작했다.

지역주의 타파 : 정치적 알리바이인가? 진정성인가?

개정판 후기는 '오늘의 시점에서 지역문제가 정권의 운명을 걸고 추구해야 할 최우선 과제가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면, 그것은 뭔가 다른 의도를 가진 정치적 알리바이일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한다.

최 교수처럼 사회적 영향력을 가지신 분의 이러한 주장은 대통령의 진정성에 대해 구체적인 근거를 갖고 비판하기보다는 각종 음모론으로 공격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악용될 개연성을 가지고 있다.

▲ 최인호 청와대 부대변인.
누차 강조하고 또 강조했지만, 대통령이 제안하는 진심은 바로 최 교수가 주장하는 정당정치의 진정한 발전을 통한 사회갈등과제의 해결에 전력하기 위해 최소한의 정치적 인프라와 문화를 창조하자는 것이다. 즉, 연정과 선거구제 개편을 통해 지역주의를 해결하면서 민생경제도 함께 풀어가겠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알리바이'라는 비사회과학적 용어까지 들어가면서 공격당할 만큼 노 대통령의 정치역정이 그렇게 의심받을 만하며, 지역주의 극복문제가 조소당할 정도로 한국사회에서 해결해야 할 우선순위에서 저 뒤로 뒤처질 만한 문제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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