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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최초의 주식회사로는 1897년 설립된 한성은행(조흥은행의 전신)이 꼽힌다. 학계 일각에서는 대한제국 정부의 식산흥업정책에 따라 같은 해 설립된 대조선저마제사회사(大朝鮮苧麻製絲會社)를 들기도 한다.

최근에는 우리은행이 한국금융학회에 '한국금융 100년사' 연구 및 저술 용역을 맡기면서 우리은행의 합병 전 한 축이었던 상업은행의 전신인 천일은행이 최초의 은행이라는 사실을 밝혀줄 것을 의뢰해 놓은 상태여서 최초의 주식회사 논쟁이 재현될 조짐이다.

우리은행 관계자에 따르면 1896년에 천일은행이 존재했다는 내용이 적힌 알렌 공사의 일기를 뉴욕시립도서관에서 발견했다는 것. 또 한성은행이 1903년 문을 닫은 뒤 다른 사람이 다시 사업자로 등록, 1897년 세워진 은행과 같은 은행으로 볼 수 없다는 학설도 이번에 다시 밝혀볼 필요가 있다는 견해다.

이같은 논란에도 불구하고 1897년에 탁지부(현재 정경제원)의 법인 설립인가를 받은 한성은행을 한국 최초의 법인으로 인정한 1995년 한국기네스협회의 기록은 여전히 깨지지 않고 있다.

▲ 서울시 종로 서린동에 있었던 한성은행 건물. 1897년(광무 1) 2월 김종한과 이보응이 설립했다. (출처 : 엠파스 백과사전 http://100.empas.com/)
ⓒ 김택균
19세기말 한성은행이 막상 문을 열었지만 초기에는 대출이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그러던 차 하루는 서울에 물건을 사러왔다가 자금이 달린 한 대구상인이 대출을 신청해왔다. 수중에 귀중품이라고는 하나도 없던 그는 타고 온 당나귀를 담보라며 내밀었다. 이같은 유례없는 제안에 은행측은 갑론을박 끝에 당나귀를 맡고 돈을 대출해 주었다. 당나귀가 한국 은행사 최초의 대출담보 1호로 자리매김 하는 순간이었다.

개점 초기 한성은행 관계자들은 대출확대를 위해 독립신문 1897년 3월25일자에 다음과 같은 광고를 게재하기도 한다.

"본은행은 중서 광통방의 전교환소로 정하고 자본금은 4000주로 한하되 매주에 은화 50원으로 하였으니 제군자는 입참하시기를 바라오. 식리(殖利)하는 방법은 타인의 금액을 유변(有邊)으로 임치도 하고, 가권(家權)이나 답권(沓權) 외에 금, 은과 기타 확실한 물전을 전당하고 대금도 하며 보증인이 확실하면 전당 없이 대금도 함. 가령 상업인이 1만 원에 이르는 물건을 매매할 터인데 자본금이 2000원뿐이라면 그 물건의 정치표를 은행에 전당하면 8000원을 대여할 터이오니 원근(遠近) 인민은 일차 양실하시압."

▲ 1897년 독립신문에 게재한 한성은행 광고문. (출처 :사진으로 보는 서울1, 서울특별시 편찬위원회)
ⓒ 김택균
지금의 서린동인 광통방에 한 주에 50원씩 4000주로 문을 열었다는 이 은행의 영업종목으로 ①타인의 돈을 이자를 주고 맡기도 하고 ②집문서 논­밭문서 금­은 등을 잡혀 돈을 빌리기도 하며 ③보증이 확실하면 저당없이도 돈을 빌려준다는 내용이다. 이를테면 1만원 짜리의 물건을 사는데 2000원밖에 없더라도 그 물건의 재고증명만 은행에 맡기면 8000원을 빌려준다는 것이다.

한편 초기 한성은행에서는 2중 장부를 기입했다. 탈세목적이라기 보다는 자본금을 빌린 외국은행에서는 신식장부를 요구하고 부장과 은행장은 구식장부 아니고는 볼 줄을 몰랐기 때문이었다.

당시 한성은행 대출이자는 일리로 계산했는데 일본은행에서 일리 2.7리로 빌려와 6리를 받고 빌려줘 폭리를 취했다. 그러나 당시 시중 금리에 비해 한결 쌌기에 고위층을 위주로 불티나듯 대출이 이뤄졌다.

물론 모든 일이 순조롭지만은 않았다. 특히 뚝섬이나 서강 삼개에 산재해있는 객주들의 훼방이 심했다. 왜냐하면 은행이 생기기 이전의 예금 대출업무는 객주의 독점사업이었기 때문이다. 갑자기 돌팔매가 장지창을 뚫고 날아드는 바람에 손님과 이불을 둘러 쓰고 기다리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덧붙이는 글 | <참조문헌>
조선일보 1997년 2월19일자, '은행 백년', 이규태
사진으로 보는 서울1, 서울특별시사편찬위원회


굿모닝인천 98년5월호, 인천의 재발견-'인천미두취인소', 유동현
개화의 선구지 인천-이성구, 참글사, 19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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