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사진 사용, 수도권 당선자 6명...어디?

[총선 팩트체크 4편] 당선인 공보 전수조사...윤 사진, 수도권 21명 낙선...전체, 한 35% vs. 이 80% 당선

선거 공보는 국회의원 후보자의 약력과 재산 상황, 공약 등 필수 정보가 담겼을 뿐 아니라 선거 전략도 가늠할 수 있습니다. 후보들은 저마다 득표에 도움이 될 만한 유력 정치인이나 유명인을 내세우기도 하는데요. 지금까지 22대 총선 후보자 선거 공보에 현직 대통령과 당 대표 사진을 얼마나 사용했는지 살펴봤습니다. 마지막으로 이들 사진이 선거 결과에는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따져봤습니다.[편집자말]

지난 21대 총선 당시 문재인 대통령 사진을 쓴 김두관 더불어민주당 후보 선거 공보(왼쪽)와 22대 총선에서 윤석열 대통령 부부 사진을 넣은 권영세 국민의힘 후보 선거 공보. ⓒ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제22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지역구 254석 중 161석을 차지했고, 여당인 국민의힘은 90석에 그쳤습니다. 이른바 '문풍'이 강했던 지난 총선과 달리 여당 후보들 선거 공보에서 윤석열 대통령 사진이 절반으로 줄어든 것도 하나의 전조였던 셈입니다.

[총선 팩트체크 1편] '문풍' 강했는데 '윤풍'은? 총선 '대통령 후광' 따져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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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팩트체크 2편] 윤석열 사진 쓴 후보 '77명'뿐... 대통령 사라진 국힘 선거공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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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팩트체크 3편] 이재명 사진 쓴 민주당 후보는 98명.. '입틀막' 사진은 36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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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6년 20대 총선 당시 박근혜 대통령과 친분을 강조한 선거 공보가 득표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는 연구 결과가 있었습니다(조희정 이화여대 교수 연구팀, 서울대 한국정치연구소). 지난 2020년 21대 총선에서도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후보 가운데 60%가 넘는 157명이 문재인 대통령 사진을 선거 공보에 사용했고, 이 가운데 70%에 이르는 109명이 당선했습니다. 이번 총선에서도 여당 후보들이 '대통령 후광 효과'를 누렸을까요?

윤석열 사진, 수도권 78% 낙선... 84% 당선한 지난 총선과 대조


22대 총선에서 선거 공보에 윤석열 대통령 사진을 사용한 국민의힘 후보 77명 가운데 47명(61.0%)이 당선했지만, 서울, 경기, 인천 등 수도권에선 27명 가운데 6명(22.2%)만 당선했다(위). 반면 지난 21대 총선에서는 문재인 대통령 사진을 사용한 더불어민주당 후보 157명 가운데 109명(69.4%)이 당선했고, 수도권에서만 88명 가운데 84%인 74명이 당선했다(아래). ⓒ 김시연

이번 총선에서는 영남권 등 일부 지역을 제외하면 '윤석열 효과'는 없었습니다.

<오마이뉴스>가 이번 총선 당선인 선거 공보를 전수 조사했더니 윤석열 대통령 사진을 사용한 국민의힘 후보 77명 가운데 47명(61.0%)이 당선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대구와 부산, 울산, 경북, 경남 등 영남권에서 윤 대통령 사진을 쓴 후보 35명 가운데 1명을 제외하고 모두 당선했습니다.

하지만 영남권을 빼면 42명 가운데 13명이 당선해, 당선인 비율이 31%에 그쳤습니다. 특히 서울, 경기, 인천 등 수도권에서는 27명 가운데 6명(22.2%)만 당선하고 21명(77.8%)이 낙선하는 '역효과'가 나타났습니다.

서울에서 윤 대통령 사진을 쓴 당선인은 권영세(용산구) 후보 1명뿐이었습니다. 민주당 우세 지역에서 어렵게 승리한 김재섭(도봉구갑), 조정훈(마포구갑) 후보는 물론 강남구와 서초구, 송파구 등 이른바 '강남3구' 여당 당선인들도 윤 대통령 사진을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이밖에 수도권에서 윤 대통령 사진을 쓴 후보 가운데 인천에서는 배준영(중구강화군옹진군) 후보 1명, 경기도에서는 김은혜(성남시분당구을), 김성원(동두천양주시연천군을), 김용태(포천시가평군), 김선교(여주시양평군) 후보 등 4명이 당선했습니다.

대전, 세종, 충남, 충북 등 충청권에서도 10명 가운데 3명 당선에 그쳤고, 여당 당선자가 1명도 없었던 광주와 전북, 전남 등 호남권에서는 윤 대통령 사진을 쓴 후보가 단 1명뿐이었습니다.

반면, 지난 21대 총선 때는 문재인 대통령 사진을 쓴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수도권에서만 88명이었고, 이 가운데 84%인 74명이 당선했습니다. 호남권 후보 20명과 대전 5명, 제주 3명은 100% 당선했지만, 영남권과 강원에선 28명 가운데 김두관(경남 양산시을) 후보 1명 당선에 그쳤습니다.
한동훈 사진 쓴 국민의힘 후보 35% 당선, '이재명 효과'는 80%



선거 공보에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 사진을 쓴 국민의힘 후보 173명 가운데 당선인은 35% 정도인 61명이었다. 반면, 이재명 대표 사진을 쓴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98명으로, 한 위원장보다는 적었지만, 80% 정도인 78명이 당선에 성공했다. ⓒ 김시연

'한동훈 사진'도 수도권에서는 통하지 않았습니다.

국민의힘 후보들 가운데 선거 공보에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사진을 쓴 후보는 윤 대통령보다 2배가 넘는 173명이었지만, 이 가운데 당선인은 61명(35.3%)에 그쳤습니다.

이조차 영남권 당선인을 제외하면 19명(15.1%)에 불과합니다. 영남권에선 한 위원장 사진을 쓴 후보 47명 가운데 90%에 이르는 42명이 당선했지만, 수도권에선 84명 가운데 11명(13.1%), 충청권에서 23명 가운데 3명(17.4%)으로 윤 대통령보다 당선인 비율이 낮았습니다.

이른바 '한동훈 효과'가 낮았던 건 영남권뿐 아니라 수도권, 충청권, 호남권 후보들도 지역적 유불리에 상관 없이 한 위원장과 찍은 사진을 선거 공보에 적극 활용했기 때문입니다. 대통령 사진 사용 비율은 '서고동저'(문재인)나 '동고서저'(윤석열) 현상이 비교적 뚜렷했지만, 당 대표의 경우 후보자와의 개인적 인연, 지역 연고 등에 따라 지역색이 약합니다.




2024년 국회의원 총선 254개 선거구중 선거 공보에 윤석열 대통령 사진을 쓴 후보는 77명입니다.
그중 당선된 후보는 47명(61%)입니다. 그중 34명은 부산, 대구 등 영남권 출마자입니다. 국민의힘 후보들은 공보물에서 '여당 프리미엄' 없이 선거를 치른 셈입니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의 사진을 쓴 후보는 173명입니다.
하지만 당선자는 61명(35%)에 그쳤습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사진을 공보물에 사용한 후보는 98명입니다.
그중 78명이 국회의원 당선에 성공했습니다.



더불어민주당 영남권 당선인 가운데 유일하게 이재명 대표 사진을 사용한 김태선 후보(울산시 동구) 선거공보(왼쪽)와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사진이 들어간 국민의힘 비례위성정당 국민의미래 선거 공보 ⓒ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반면, 이재명 대표 사진을 선거 공보에 쓴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98명으로, 한동훈 위원장보다는 적었지만, 이 가운데 80%인 78명이 당선에 성공했습니다.

특히 수도권에서 53명 가운데 46명(86.8%)으로, 당선인 비율이 더 높았습니다. 경기도 후보 31명 가운데 90%가 넘는 28명이 당선했고, 인천에서도 8명 가운데 조택상(인천 중구강화군옹진군) 후보 1명을 뺀 7명(87.5%)이 당선했습니다. 서울에서 이 대표 사진을 쓴 후보는 14명으로 다른 시도에 비해 적었지만, 류삼영(동작을), 이지은(마포갑), 김태형(강남갑) 후보 등 3명을 제외한 11명(78.6%)이 당선했습니다.

호남권과 충청권에서도 31명 가운데 이경용(충북 제천단양) 후보 1명을 제외하고 모두 당선했습니다. 한 위원장과 반대로 영남권에서는 9명 가운데 김태선(울산 동구) 후보 1명만 유일하게 당선했고, 강원도에서도 5명 가운데 송기헌(원주을) 후보 1명만 당선했습니다.

이번 총선에서 '이재명 효과'가 윤 대통령이나 한동훈 위원장보다 컸던 건, 영남권을 제외한 대부분 지역에서 민주당 후보들이 선전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지난 총선에서 제1야당이었던 미래통합당의 경우 지역구 253석 가운데 84석을 얻는 데 그쳤는데, 선거 공보에 황교안 대표 사진을 쓴 후보는 32명 뿐이었고 이 가운데 당선인도 15명(46.9%)으로 절반에도 못 미쳤습니다.

지금까지 4편에 걸친 선거 공보 분석 결과를 종합하면, 여당 후보들은 자신이 출마한 지역에서 유권자 선호도가 높은 경우 대통령 사진을 적극 활용하고, 그렇지 않으면 배제하는 방식으로 저마다 '전략적 선택'을 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상대적으로 여야 당 대표 사진 효과가 약한 이유는, 총선이 특정 정당이나 개별 후보에 대한 평가 이전에 현 정권과 대통령 중간 평가라는 성격이 강하기 때문입니다. 앞으로도 여당 후보 선거 공보에 들어간 현직 대통령 사진 비율은 선거 결과를 예측하는 바로미터가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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