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돌아가서 한국 회사 취직하려고...불법? 다 해요"

[아파트 철근공 잠입취재④]
스물한살 반OO이 한국 온 이유...베트남 노동자들은 누구일까

김성욱
지난 4월 인천 검단 신도시에 지어지던 GS건설 아파트의 어린이 놀이터 부지가 무너졌다. 입주를 불과 7개월 앞둔 이 아파트가 붕괴한 이유는 다름 아닌 ‘철근 누락’. <오마이뉴스> 기자가 지난 9월 한달간 대전의 한 아파트 신축 공사현장에서 철근공으로 일하며 보고 겪은 현장을 전한다. [편집자말]
대전의 한 아파트 신축 공사 현장. 새참 시간에 맞춰 간식과 얼음을 챙기다 만난 한 베트남 철근공이 핸드폰 번역기를 통해 "한국에 온 지 6개월 됐다"고 했다. ⓒ 김성욱

베트남 철근공들과는 작업하는 동이 달라 대화를 나눌 기회가 적었다. 하지만 베트남팀이든 한국팀이든 팀의 막내들이 공통적으로 해야 할 일이 있었는데, 때에 맞춰 팀원들에게 얼음물과 참을 배달하는 거였다. 막내들은 작업을 시작하는 아침 7시가 되기 전 제빙기에서 퍼낸 얼음을 비닐봉지 두 개에 가득 담아 20리터 들이 생수통과 함께 작업장까지 날라야 했다. 새참은 오전 9시에 한 번, 오후 3시에 한 번 하루에 두 번 나왔다. 175ml 짜리 작은 캔 음료 하나와 초코파이 같은 빵 과자 1봉지씩이 전부였지만, 그렇게라도 위장을 채우지 않으면 힘이 달렸다.

참을 챙기려면 작업 현장에서 5~10분 떨어진 철근콘크리트 하도급사 B사의 컨테이너 창고까지 가야 했다. 창고에서 매번 비슷한 시각 마주치다 보니 베트남 철근팀 막내 몇명과 안면을 트게 됐다. 반OO(21)는 그 중 유일하게 한국말이 어느 정도 통하는 베트남 청년이었다. 가족들과 영상 통화를 자주 하던 그는 대전 지역의 한 국립대학교에 다니는 유학생이라고 했다. 그가 가진 학생 비자로 건설 현장에 취업하는 건 불법이었고, 반OO 역시 이를 알고 있었다. 유난히 흐렸던 어느 날, 창고 주변에 있던 관리자가 기상 상태를 보러 나간 틈을 타 그와 잠시 얘기를 할 수 있었다.

공사장서 일하느라 학교 못가는 유학생… "선생님이 다 '출석'으로 해줘요"
나이 어린 베트남 철근공들이 절단 기계로 철근을 잘라내고 있다. ⓒ 김성욱

- 몇 동에서 일해요?

"동 몰라요. 그냥 일해요. 저기서."

- 일한 지 얼마나 됐어요.

"6개월."

- 철근 일 힘들지 않아요?

"힘들어(웃음). 여기 어깨 아파. 다리도..."

- 한국 언제 왔어요?

"2년 전에. 공부하러. OO대학교 알아요? 국립대. 여기 가까워요. 컴퓨터 학과, 소프트웨어 학과예요."

- 근데 지금 여기서 일하고 있으면 학교를 못 가잖아요.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종일 일하는데…

"선생님이 그냥 다 출석으로 해줘요. 다른 애들도 그렇게 해. 한국 오면, 생활하는 게 비싸서 일 해야 돼요. 저 대전에서 일 많이 했어요. 택배도 하고, 식당도 가고… 택배 상하차 많이 힘들어요."

- 힘든데 한국 대학교로 온 이유가 있어요?

"한국 대학 나오면 베트남에서 좋아요. 지금 베트남에 큰 한국 회사들 많아요. 삼성, 대우, 현대… 핸드폰이나 TV 만드는 회사들… 한국 대학교 나오고, 한국말 잘하면, 베트남 돌아가서 한국 회사 들어갈 수 있어요."

- 한국 회사엔 왜 다니고 싶어요.

"돈 더 많이 줘요. 그리고 한국 사람이랑 베트남 사람, 좀 비슷해요. 문화가."

"베트남보다 월급 6배… 한달에 200만원 집에 보내요"
참으로 1인당 각각 한개씩 나오는 175ml 짜리 음료수와 빵과자. (사진 왼쪽) 아침 일찍 한 베트남팀 막내 철근공이 제빙기에서 얼음을 푸고 있다. ⓒ 김성욱

- 집에선 공사장에서 일하는 거 알아요?

"네. 좋아해요. 한 달에 200만원 보내요."

- 지금 한 달에 얼마 버는데요?

"300만원. 일당 16만원. 베트남에서 일하면, 월급이... 한국 돈으로 50만원. 여기가 여섯 배 더 많아. 한국에서 돈 훨씬 많이 벌어요."

- 사는 데는 어디에요.

"원룸 살아요. 대전 시내. 보증금 200만원, 월세 30만원. 친구들 다 비슷한 데 살아요. 끝나면 팀장이 차로 애들 다 태워가요. 단속 걸린다고."

- 처음에 팀장은 어떻게 알았어요?

"소개로. 우리 팀이 10명이에요."

- 그럼 그 10명 중에도 반OO처럼 나중에 베트남 돌아가면 한국 회사 들어가겠다고 유학 온 사람들이 많은 거예요?

"아니요. 저만. 다른 애들은 다 돈 벌러. 관광 비자가 많아요. 저같이 학생 비자도 조금. 이 비자로 여기서 일 못하는 거 알아요. 불법인 거. 근데 그냥 다 그렇게 해요."

- 한국에서 얼마나 더 일할 거 같아요?

"2년. 그때 학생 비자 끝나요. 팀장처럼 계속 있고 싶지 않아요."

- 팀장은 한국에 오래 있었대요?

"7년. 저도 잘 모르는데, 팀장 불법 체류에요. 이제 저 가야 돼요. 형, 근데 계단 (철근 작업) 할 줄 알아요? 어려워. 팀장이 시키는데. 비 왔으면 좋겠어요. 오늘 너무 힘들어서. 일 안 하고 쉬게..."

베트남 철근공들이 아파트 지하주차장 철근 작업을 하고 있다. ⓒ 김성욱
퇴근한 외국인 노동자들이 공사장 바깥에서 기다리고 있던 봉고차에 단체로 탑승하고 있다. ⓒ 김성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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