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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명동 세종호텔 앞 천막 농성장, 중구청에 항의하는 시민들 24일 오전 서울 중구청(구청장 김길성)이 명동 세종호텔 앞 해고 노동자들의 천막 농성장을 강제 철거하겠다고 예고하자, 시민들과 세종호텔 해고자들이 반발하고 있다. ⓒ김성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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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오전. 서울시 중구청 공무원들이 명동 세종호텔 해고노동자들의 천막 농성장을 강제 철거하겠다고 들이닥치자, 수십 명의 시민들이 인간 띠를 만들어 천막을 둘러쌌다. 세종호텔 해고노동자들은 쇠사슬을 몸에 걸고 "해고는 정말 살인과 같다"며 울부짖었다. 사측 관계자들은 팔짱을 낀 채 호텔 2층 창문으로 이 광경을 지켜봤다. 명동을 찾은 수많은 외국인 관광객들은 캐리어를 끌며 쉴새 없이 그 앞을 지나쳤다. 중구청 측은 10여분간 실랑이를 벌이다, 철거가 시민들 반발에 가로막히자 결국 돌아갔다.
 
세종호텔 주방에서 일하다 해고된 20년차 요리사 고진수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관광레저산업노조 세종호텔지부 지부장은 "세종호텔은 코로나19를 핑계로 민주노조 구성원만 골라서 해고했다"라며 "중구청이 세종호텔의 부당한 해고를 시정하진 않을망정, 호텔 정상화를 외치는 노동자들을 폭압적으로 강제 철거하려 한다"고 반발했다.
 
세종호텔은 지난 2021년 12월 코로나19로 인한 경영악화를 이유로 20년 경력의 호텔리어 12명을 해고했다. 해고자들은 노조탄압을 위한 부당해고라며 거리에서 싸움을 이어가고 있지만, 1년 여 넘게 복직되지 않고 있다. 서울시 중구청(구청장 김길성)은 지난 15일 노조에 공문을 보내 이날 천막 농성장을 강제 철거하겠다는 행정대집행을 예고했다.
  
▲ 서울 명동 세종호텔 앞 천막 농성장에 모인 시민들 24일 오전 서울 중구청(구청장 김길성)이 명동 세종호텔 앞 해고 노동자들의 천막 농성장을 강제 철거하겠다고 예고하자, 시민들과 세종호텔 해고자들이 반발하고 있다. ⓒ김성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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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지부장은 "10년 전 200명 넘는 정규직이 일하던 일터가 민주노조 탄압과 노동탄압으로 인해 현재 정규직은 20여명, 하청까지 합해도 40여 명 밖에 없는 일터가 됐다"라며 "책임감 하나로 10년을 버틴 민주노조 조합원들을 해고시킨 결과, 지금 세종호텔은 4성 호텔임에도 불구하고 투숙객들에게 조식조차 제공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그는 "외국인 관광객들이 10만원 넘는 투숙비를 내면서 아침에 식사할 곳이 없어 아이들 손잡고 편의점에서 우유와 빵을 사들고 가는 모습을 본다"라며 "내가 평생을 바친 일터가 이렇게 망가지는 게 너무 속이 상한다"고 했다.
 
세종호텔 식당·연회팀에서 20년 넘게 일하다 해고된 정혜진씨는 "쇠사슬을 건 지금 조금 무섭습니다. 도와주십시오"라고 호소하며 울었다. 정씨는 "3월이 왔고, 거리에서 두번째 봄을 맞이하지만 아직도 저는 너무 춥다"라며 "해고로 인해 가정도 힘들어졌다. 화가 나다 못해 서러워서 죽고 싶은 생각도 든다. 정말 몸에 불을 살라야 하는 건지, 세종호텔이 그럴 만한 가치가 있는 회사인지 요즘은 저도 헷갈린다"고 했다.
  
24일 오전 서울 중구청(구청장 김길성)이 명동 세종호텔 앞 해고 노동자들의 천막 농성장을 강제 철거하겠다고 예고하자, 시민들과 세종호텔 해고자들이 항의하고 있다.
 24일 오전 서울 중구청(구청장 김길성)이 명동 세종호텔 앞 해고 노동자들의 천막 농성장을 강제 철거하겠다고 예고하자, 시민들과 세종호텔 해고자들이 항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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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호텔에서 30년 넘게 일하다 해고된 김란희씨는 "쇠사슬을 몸에 걸치니 '해고는 살인'이라는 말이 정말 실감이 난다"며 눈물을 흘렸다. 그는 "정말 내 목숨을 바쳐야 하는구나 하는 생각에 눈물이 계속 난다"라며 "그저 긴 시간이 지나 나이 80이 됐을 때, '그래, 그때 나는 정의로웠다, 정당하게 잘 싸웠다'는 말을 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 하나로 버티고 있다"고 했다.

시민들과 해고자들은 "코로나가 끝났고 외국인 관광객이 코로나 이전 상태로 회복된 만큼, 해고 핑계도 사라졌다"라며 "세종호텔은 민주노조 탄압을 멈추라"고 외쳤다.
 
[관련 기사] 해고된 호텔리어, 어떻게 일하다가 잘렸을까 https://omn.kr/1zl88
 

태그:#세종호텔, #해고, #노조탄압, #중구청, #강제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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