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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로 간다면 2030년 농업부문 온실가스 배출량은 정부가 세운 2030 로드맵보다  552만 톤이 더 넘을 것으로 예측됐다. 농업부문 내 축산과 에너지 분야 배출량이 계속 증가하는 데 반해 적극적이고 구체적인 대책 시행이 부족한 때문이다. 더 적극적인 이행경로를 채택하고,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관련법의 제개정과 예산 확대가 필수적이라는 전망도 이어졌다. 

이런 전망은 15일,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농업부문 2030 온실가스 감축목표 어떻게 이행할 것인가?' 토론회에서 나왔다. 이날 토론회는 녹색전환연구소와 위성곤, 김성환, 이소영, 장혜영 의원이 공동 개최했다. 오는 3월 22일에 제1차 탄소중립기본계획 공청회를 앞두고 있지만 정부가 관련 자료를 전혀 공개하지 않은 상황이라 민간 연구소가 제시한 구체적인 대안에 대해 농민, 에너지 및 농업 전문가들은 큰 관심을 보였다. 

2018년 기준으로 전체 국가 배출량 중 농업 부문은 3.4%를 차지하는데, 2050년 탄소중립을 위해서는 670만 톤(2018년 2470만 톤, 2030년 1800만 톤 배출)을 줄여야 한다. 그런데 2020년 배출량은 2018년에 비해 약 100만 톤이 오히려 늘어났다. 주로 배출원으로 논의 물관리, 축산 시설 및 분뇨, 비료 사용, 농업용 에너지 사용 등이 거론되며 각각 쟁점거리가 산적해 있다. 우크라니아 전쟁 초기에는 식량 안보가 이슈가되는 듯 보이기도 했지만, 실제 농업먹거리 정책에는 큰 변화가 없었고, 농업 부분의 온실가스 감축 정책에 대한 논의도 본격 궤도에 오르지 못한 상황이다. 
 
15일 열린 '농업 부문 2030 온실가스 감축목표 어떻게 이행할 것인가' 토론회에서 토론자들의 열띤 토론이 이어졌다. 정부는 관련 계획 수립에 적극적이지 않지만 농민과 민간 전문가들의 많은 관심을 받았다.
▲ 15일 열린 "농업 부문 2030 온실가스 감축목표 어떻게 이행할 것인가" 토론회 토론자 15일 열린 '농업 부문 2030 온실가스 감축목표 어떻게 이행할 것인가' 토론회에서 토론자들의 열띤 토론이 이어졌다. 정부는 관련 계획 수립에 적극적이지 않지만 농민과 민간 전문가들의 많은 관심을 받았다.
ⓒ 녹색전환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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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노건우 녹색전환연구소 연구원은 "정부가 작성한 온실가스감축인지예산서에에 따르면 2023년 정부 사업 중 농업부문의 온실가스 감축에 유효한 사업은 34개이고 예산으로는 2193억 원(농림수산 분야 예산의 0.9%)에 해당하는데, 이중에서 구체적으로 정량 목표가 제시된 사업은 9개에 불과하며 2023년 내 고작 23.3만 톤만 저감이 가능하다"고 소개했다. 앞으로 이런 경향으로 계속 갈 경우 2030년이 되면 정부가 스스로 세운 배출목표과 약 552만 톤의 격차가 발생한다. 더 적극적인 정책과 예산이 필요한 이유다. 

실제 2023년 국가 예산 638조 원 중 농식품부의 예산은 17.4조 원(농림수산분야 24.4조 원)으로 전체 예산 중 차지하는 비율이 계속 감소하고 있다. 전체 농축산 부문의 예산과 중요성이 줄어들다보니 이 분야의 온실가스 감축 사업 추진도 지지부진하다.

노 연구원은 축산 분야에서는 자원순환바이오에너지사업단 운영, 축사시설현대화사업 지원확대, 방목생태축산 지원확대, 경종 분야에서는 배수개선사업 가속화, 농업기후대별 저메탄 벼재배 표준 개발, 에너지 분야는 농업 에너지이용 효율화, 농업농촌 RE100 확대, 농기계 에너지 전환 등에 746억 원이 2023년 추경을 통해 배정되어야 할 것으로 보았다.

2027년까지 필요 예산을 모두 합하면 총 5조 90억 원 정도로 추산된다. 또 탄소흡수원을 유지하는 것도 중요한 탄소중립 전략 중 하나인데, 현재 관련 법에는 산림만 규정되어 있고 농경지, 초지, 습지, 정주지, 바다숲에 대한 규정은 전무한 상태이기 때문에, '탄소흡수원 유지 및 증진에 관한 법률' 개정의 필요성도 주장했다. 

농민의 현실에 기반한 이행계획 수립이 중요

이유진 녹색전환연구소 부소장은 '한국의 농업은 급속한 구조조정을 겪었기 때문에 농촌의 현실을 들여다봐야만 현실에 기반한 이행계획을 세울 수 있다'고 했다. 전체 GDP와 취업자 수에서 농업이 차지하는 비율을 다른 나라와 비교해 보면 40%에서 7%로 줄어드는 데 네덜란드는 165년과 102년이 걸렸는데 한국은 불과 26년과 14년이 소요됐다. 농업 생산액, 농가소득, 경지면적 등 주요 지표가 모두 감소한 것은 물론이다. 따라서 유럽의 그린딜에서처럼 '농업의 전환 과정에서도 농민의 소득보전을 강조하는 기후위기 대응 체계가 갖춰져야 한다'는 것이다. 
 
다른 나라와 한국의 농업 현실을 비교한 자료. 전체 GDP와 취업자 수에서 농업 비중을 따졌을 때 한국은 다른 국가와 비교해 급속한 구조 조정을 겪은 것으로 드러난다. 이런 농업이 현실이 곧 전환 역량과 연결될 것이다. (출처: 김한호 농정혁신을 위한 농특위 운영방향)
▲ 한국 농업의 급속한 구조조정 다른 나라와 한국의 농업 현실을 비교한 자료. 전체 GDP와 취업자 수에서 농업 비중을 따졌을 때 한국은 다른 국가와 비교해 급속한 구조 조정을 겪은 것으로 드러난다. 이런 농업이 현실이 곧 전환 역량과 연결될 것이다. (출처: 김한호 농정혁신을 위한 농특위 운영방향)
ⓒ 김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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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민의 현실을 외면해서는 절대 목표를 이행할 수 없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패널로 나선 한국농어민신문 김선아 농업부 국장은 '농업 분야에서 탄소중립을 관심있게 봐 온 사람은 답답하다는 생각을 할 것'이라면서 그 이유는 '온실가스 감축 이행의 주체는 현장의 농민이어야 하는데, 농업인이 농사를 하면서 온실가스가 얼마나 배출되고 어떤 대안이 있는지, 소득의 변화는 어떻게 달라지는지 이런 로드맵이 제시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했다.

논농사나 축산을 메탄 발생의 주범을 몰아가니 구체적인 대책을 스스로 세우기 어려운 농민 입장에서는 억울한 마음이 들고, 기후위기 정책을 규제로만 느낀다는 것이다. 농민을 주체로 만들지 못하고 농촌 태양광 갈등 문제가 부각되면서 농민들이 전환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가 남게 되면 기후위기 정책 추진에 큰 걸림돌이 된다는 지적이다.

장슬기 청년여성농업인협동조합 고문은 '전남 진도에서 농사를 짓는 청년'이라고 소개하면서 '실제 기후위기, 탄소중립에 대한 이야기는 많고 관심도 있지만 실제 적용하려면 힘든 게 사실이다. 처음 귀농하면 친환경 농업 짓고 싶어도 소득 보전이 안 되고 단위면적당 생산성이 높은 작물 위주로 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인데 정부의 친환경농업 예산은 더 줄어든다'고 녹록치 않은 현실을 꼬집었다.

농민을 설득하고 유인할 수 있는 정책이 부족한 것을 지적한 것이다. 친환경농업 지원 정책이 20여 년이 되었지만 오히려 친환경농업인은 5만여 명으로 줄어들었다. 공익형직불금도 친환경농업을 하는 농가에 월 3만 원 수준 지원에 그치고 있어서, 실제 소득보전의 효과가 너무나 미비하다. 

가축분뇨 활용으로 지역의 자원순환과 에너지 문제 동시 해결

최근 '난방비 상승'이 도시민들의 관심사였다면, 농촌 지역에서는 등유 사용과 태양광 갈등 문제가 쟁점거리다. 농업과 농촌에서 사용하는 화석연료 보조금을 폐지하는 것은 맞지만 재생에너지 확대라는 확실한 대안을 지역 상황에 맞게 제시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었다. 특히 가축분뇨의 1.3%만 에너지로 활용되고 있기 때문에 지역에 따라서는 가축분뇨를 적극 활용할 수 있도록 장려하고 자원순환 측면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다.

독일에서는 이런 가축분뇨를 활용한 바이오가스 플랜트가 9600개가 있을 정도인데, 한국은 올해 초 바이오가스촉진법이 국회를 통과해 일정 규모 축산 농가에 의무화를 시작하는 걸음마 단계에 있다. 충남 홍성 원천마을에서 마을 단위로 가축분뇨를 이용한 바이오가스 플랜트를 운영하고 있는 이도헌 농업회사법인 성우 대표는 '그동안 큰 틀에서 감축 계획만 있고 중소농 위주의 농업 부분에서 세부적인 감축안이 없는 게 안타까웠다'면서 '1kg 먹거리를 생산할 때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일 수 있도록 생산성이 향상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했다.

에너지도 적게 쓰고 가축 폐사율도 줄이는 방향으로 전환되어야 하는데, 가축분뇨 활용 대책은 생산성 향상 부분과 관련된 것이라 앞으로 더 많은 논의가 되기를 기대했다. 특히 바이오가스 플랜트는 사업자 한 명이 해서 되는 것이 아니라 마을주민들과 여러 이해 당사자들이 참여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했다. 

이날 참석자들은 기후위기 대응, 에너지전환, 정의로운 전환과 같은 키워드가 각 분야별로 논의되고 발전되어야 할 시기라는 데 뜻을 모았다. 폐쇄되는 석탄발전소 지역에서만 정의로운 전환 개념이 필요한 게 아니다. 농어촌 지역도 기후위기 대응 취약 지역으로 보고 이에 대한 담론과 내용이 만들어져야 하며, 앞으로 논의는 농촌의 고령화, 인구감소 등 전환역량과 식량주권 논의와 결부시켜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한편, 정부 정책이 많이 아쉽다는 의견에도 불구하고 현장에 참석한 윤광일 농식품부 농촌탄소중립정책과 과장은 '농식품부에서는 농업기후변화센터를 준비하고 있다. 축산 부분에 대한 우려가 많지만 생각보다는 더 많이 진척되었다고 보셔도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곧 수립될 탄소중립 기본계획과 관련한 구체적 내용은 밝히지 못했다.

태그:#온실가스, #탄소중립, #기후위기, #녹색전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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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의 시대, 지역과 페미니즘을 고민하며 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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