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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는 홍준표 시장의 '금호강 르네상스'란 금호강 개발사업에 대해서 지난해부터 수차례 문제제기를 이어오고 있다(관련 기사 : '하수구 금호강' 겨우 살렸는데... '홍준표'가 두렵다) 대구시에 먼저 제안의 손길을 내밀기 위해, 금호강 르네상스에 대한 대안을 담은 공개 제안서를 순차적으로 올려 본다.

이번 기사는 그 첫 순서다. 금호강 르네상스 선도사업 중 하나인 국가생태탐방로사업에 대한 대안으로 협치의 길을 제안해본다. 이후로도 제안은 계속될 것이다. 홍준표 시장의 품위 있고 품이 너른 시정을 기대해보면서. - 기자 말

 
금호강 르네상스 선도사업 중 하나인 국가생태탐방로 조감도. 그러나 이 길은 생태적으로 크게 메리트가 없는 길이어서 이곳에 국가생태탐방로 조성한다는 건 우스운 일이다.
 금호강 르네상스 선도사업 중 하나인 국가생태탐방로 조감도. 그러나 이 길은 생태적으로 크게 메리트가 없는 길이어서 이곳에 국가생태탐방로 조성한다는 건 우스운 일이다.
ⓒ 대구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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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시가 금호강 르네상스 선도사업 일환으로 60억 원을 들여서 동구 안심 일원에 국가생태탐방로를 조성하겠다고 합니다. 그러나 대구시의 계획구간은 제방 구간으로 이미 제방길이 탐방로 역할을 합니다. 때문에 특별히 이 구간을 국가생태탐방로로 새롭게 조성할 이유가 없어 보입니다. 그리고 그 일대는 생태적으로 크게 매력이 없어서 생태탐방로라고 하기에도 무색한 길로 보입니다.

정말 국가생태탐방로를 만들어야 할 곳은 따로 있습니다. 그동안 숱하게 금호강을 다녀본 경험으로 홍준표 시장님께 그 새로운 길을 대안으로 제시해볼까 합니다.

반야월습지와 팔현습지를 이어주는 멋진 생태탐방로

가천잠수교와 고모제, 고모1제, 고모2제로 이어지는 5㎞ 정도의 생태 핵심 구간을 국가생태탐방로로 제안해 봅니다. 남천 합수부부터 수성구 팔현마을 앞 제방인 고모제까지 4.7㎞ 구간과 가천잠수교 구간 0.3㎞까지를 포함한 5㎞ 구간을 보행 중심의 탐방로를 만들면 그야말로 명품 생태탐방로가 만들어질 수 있습니다.
 
대구시가 계획한 곳의 맞은편에 위치한 고모제 일원을 차량이 통행하지 않는 보행 중심 지구로 만들면 충분히 멋진 생태탐방로가 될 수 있다.
 대구시가 계획한 곳의 맞은편에 위치한 고모제 일원을 차량이 통행하지 않는 보행 중심 지구로 만들면 충분히 멋진 생태탐방로가 될 수 있다.
ⓒ 다음지도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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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냐하면 이 일대는 생물 다양성이 가장 높은 구간이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이른바 반야월습지와 팔현습지가 연결된 구간으로 잘 발달한 하천숲과 곳곳의 아름다운 여울이 어우러져 원앙과 흰목물떼새, 고니와 같은 법정보호종 조류에서부터 청둥오리와 흰뺨검둥오리, 딱새와 해오라기, 오목눈이 같은 다양한 텃새들이 기거하고 있습니다.

또한 이른 새벽이면 천연기념물 수달과 멸종위기종 삵, 그리고 고라니 같은 야생동물들을 만날 수 있는 곳이기도 해 생태탐방로로서는 제격인 입지입니다. 
  
가천잠수교 부근에서 만난 멸종위기 1급이자 천연기념물인 수달의 유영하는 모습. 이 일대에서 새벽에 나가면 수달을 만날 수 있다.
 가천잠수교 부근에서 만난 멸종위기 1급이자 천연기념물인 수달의 유영하는 모습. 이 일대에서 새벽에 나가면 수달을 만날 수 있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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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곳엔 문제가 하나 있습니다. 이렇게 멋진 구간에 국토부와 지자체가 차량 통행을 허용하고 있다는 겁니다. 강 좌안을 소규모 농경지를 경작하는 일부 농가가 이용하기 때문이란 이유인데요.

이 일대를 다녀본 사람들은 다 아는 사실이지만, 농가의 이용은 극히 제한적이고 대부분 이동 통행 차량들이 이 구간을 이용하고 있습니다. 그것도 이 길을 아는 사람들만 이용하는 '그들만의 도로'인 것입니다. 그런 까닭에 통행량이 아주 많은 것도 아닙니다. 길이 좁아서 차량 통행이 불편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얼마든지 제한을 둬도 무리가 아닌 도로라고 생각합니다. 
 
차량과 자전거와 보행자가 뒤엉킨 제방길인 고모1제의 모습. 이곳을 보행자 중심의 탐방로로 만들면 더 많은 시민들이 안전하게 이 길을 이용할 수 있다.
 차량과 자전거와 보행자가 뒤엉킨 제방길인 고모1제의 모습. 이곳을 보행자 중심의 탐방로로 만들면 더 많은 시민들이 안전하게 이 길을 이용할 수 있다.
ⓒ 환경영향평가서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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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은 현재 차량과 자전거, 보행자가 함께 뒤엉켜 위태로운 곡예 길이 되었습니다. 이 멋진 구간을 방치하고 있는 셈입니다. 

문제의 차량 통행 또한 꼭 이 길이 있어야만 하는 것도 아닙니다. 대부분의 일반시민들이 쓰는 국도를 이용하면 됩니다. 즉 대안 도로가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바로 지척으로 범안대교와 안심교가 잘 닦여 있기 때문에 얼마든지 동구 안심에서 수성구 시지 혹은 경산으로 넘어갈 수 있습니다. 

일부 농가들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이 길 없어도 이용할 수 있는 농로 길이 이미 있고, 이곳 농민들의 생활권이 수성구 시지 일원이기 때문에 건너편 안심으로 넘어갈 일도 없습니다. 때문에 이 제방길과 가천잠수교에 차량 통행을 허용할 큰 이유가 없습니다.
 
이 일대에는 일부 농경지만 남아 있을 뿐이고, 제방길을 이용하지 않아도 되는 농로길이 이미 존재하고 있다.
 이 일대에는 일부 농경지만 남아 있을 뿐이고, 제방길을 이용하지 않아도 되는 농로길이 이미 존재하고 있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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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 이 일대에 농사를 많이 지을 당시 그저 관행적으로 이용해왔기 때문에 그대로 쓰고 있는 겁니다. 이제는 농사도 대폭 줄었고, 필요에 의해 얼마든지 이용 형태를 바꿀 수 있다고 봅니다.

물론 국토부, 각 구청 등과 조율해야 하는 행정적 수고로움은 따를 것입니다. 그 수고로움을 통해서 이 길에 보행 중심의 생태탐방로가 만들어지면 자연과 인간이 공존할 수 있을 겁니다. 또, 이는 동구 반야월 주민과 수성구 시지 주민들을 이어줄 것이기에, 주민 만족도 또한 크게 높일 수 있을 겁니다. 
 
환경단체 등과 수성구청이 협의해서 완성한 명품 산책길인 이른바 '맨발 로드'의 모습. 이 길은 입소문을 타고 맨발로 걷는 이들이 몰려들고 있다.
 환경단체 등과 수성구청이 협의해서 완성한 명품 산책길인 이른바 '맨발 로드'의 모습. 이 길은 입소문을 타고 맨발로 걷는 이들이 몰려들고 있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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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 길은 최근 수성구청이 환경단체 등과 협치해서 만들어놓은 명품 산책길인 '맨발 로드'와도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 거라고 봅니다. 

뿐만 아니라, 환경부 산하 낙동강유역환경청이 계획한 슈퍼제방 사업을 무(無)화시켜, 283억 원이라는 국민혈세가 낭비되는 걸 막아줄 수 있을 겁니다. 

공존의 길이자 협치의 길이 될 것
 
환경부 산하 낙동강유역환경청이 벌이려 하는 슈퍼제방 사업. 이 불필요하고 반 생태적인 사업에 국고 238억원이 쓰인다. 대안을 찾아야 하는 이유다. 이곳에 보행 중심 생태탐방로 조성한다면 슈퍼제방에 드는 예산을 절감할 수 있다.
 환경부 산하 낙동강유역환경청이 벌이려 하는 슈퍼제방 사업. 이 불필요하고 반 생태적인 사업에 국고 238억원이 쓰인다. 대안을 찾아야 하는 이유다. 이곳에 보행 중심 생태탐방로 조성한다면 슈퍼제방에 드는 예산을 절감할 수 있다.
ⓒ 다음지도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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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이렇게 넓고도 튼튼한 제방길을 폭 7미터로 확대한 슈퍼제방을 만들 하등의 이유가 없다. 이곳에서 차량만 걷어내면 된다. 그리고 국가생태탐방로를 만들자는 것이다.
 이미 이렇게 넓고도 튼튼한 제방길을 폭 7미터로 확대한 슈퍼제방을 만들 하등의 이유가 없다. 이곳에서 차량만 걷어내면 된다. 그리고 국가생태탐방로를 만들자는 것이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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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을 보행자 중심 지구로 만들어놓으면, 차량이 이곳을 다니지 못하기 때문에 굳이 제방 폭을 현행 5미터에서 7미터로 넓힐 이유가 없습니다. 환경부가 283억 원이나 들여 7미터짜리 초대형 슈퍼제방을 만드는 계획을 세우게 된 배경엔, 차량과 보행자가 길을 함께 이용하는 것과 관련한 민원이 있었습니다. 차량 통행을 제한하는 행정적 처리보다, 도로를 넓혀 차량과 보행자를 분리시키는 토건적 해법을 내놓은 겁니다.

만약 환경부 계획대로 슈퍼제방이 건설되면 결과적으로 차량 통행이 용이해져 늘어나는 차량 통행으로 이 일대 생태계는 더욱 교란되고, 반 생태적 제방길이 되고 말 것입니다. 따라서 이곳을 보행자 중심의 국가생태탐방로를 만든다면 주민들도 만족하고, 환경단체를 비롯한 시민사회도 만족하고, 주민조직도 만족하는 일석삼조의 효과를 발휘할 것입니다.
 
눈 내리는 날 가천잠수교에서 내려다본 금호강 여울의 아름다운 모습. 여울이 발달한 이곳은 다양한 새들 또한 찾고 있듯이 생물 다양성이 풍부하다. 국가생태탐방로가 되어야 하는 이유다.
 눈 내리는 날 가천잠수교에서 내려다본 금호강 여울의 아름다운 모습. 여울이 발달한 이곳은 다양한 새들 또한 찾고 있듯이 생물 다양성이 풍부하다. 국가생태탐방로가 되어야 하는 이유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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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천잠수교에서 내다다본 여울에는 멸종위기종 고니와 흰목물떼새를 비롯한 다양한 새들이 찾아온다. 생물 다양성이 풍부하기 때문이다. 이곳이 국가생태탐방로가 되어야 하는 이유다.
 가천잠수교에서 내다다본 여울에는 멸종위기종 고니와 흰목물떼새를 비롯한 다양한 새들이 찾아온다. 생물 다양성이 풍부하기 때문이다. 이곳이 국가생태탐방로가 되어야 하는 이유다.
ⓒ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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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므로 대구시는 엉뚱한 곳에 국민혈세를 투입해 국가생태탐방로를 조급하게 만들 것이 아니라 반야월습지와 팔현습지를 이어주는 이곳에 국가생태탐방로를 만들어야 합니다. 물론 환경부 산하 낙동강유역환경청과 잘 조율해야겠지요. 그것은 어디까지나 대구시의 미래지향적인 행정 태도에 달려있다고 봅니다.  

그러니 홍준표 시장님, 제발 품위 있고, 품이 너른 시정을 발휘하셔서 금호강 국가생태탐방로에 대한 현명한 결단을 해주시길 바랍니다. 부탁드립니다. 

덧붙이는 글 | 기자는 대구환경운동연합 활동가입니다.


태그:#금호강 르네상스, #홍준표, #대구시, #생태탐방로, #협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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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 깎이지 않아야 하고, 강은 흘러야 합니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의 공존의 모색합니다. 생태주의 인문교양 잡지 녹색평론을 거쳐 '앞산꼭지'와 '낙동강을 생각하는 대구 사람들'을 거쳐 현재는 대구환경운동연합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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