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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지난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지난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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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이 이태원 참사에 대한 책임을 묻기 위한 이상민 행정안전부장관 탄핵소추안 발의에 대해 쉽사리 결론을 못 내리고 있다. 앞서 지난 2일 의원총회에서 당론으로 결정될 가능성도 점쳐졌지만 '당내 의견을 더 수렴하겠다'는 설명과 함께 결론을 지도부에 일임했다.

당시 의총에 참석한 의원들의 전언과 이수진 원내대변인의 브리핑 등을 종합하면, 이 장관에 대한 문책이 필요하다는 데는 당내 이견이 없다. 다만, 탄핵의 방식이나 과정, 나아가 탄핵소추의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다수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박홍근 원내대표는 3일 확대간부회의가 끝나고 기자들과 만나 "주말 중에 의원들의 폭넓은 의견 수렴을 거쳐서 월요일(6일) 오전 의원총회를 통해 최종적으로 탄핵소추에 대한 방침을 결정한다"라고 밝혔다.

민주당이 이처럼 신중한 태도를 취하는 까닭은 탄핵소추 결과에 대한 불확실성 때문으로 풀이된다. 탄핵소추 자체는 국회 재적의원 1/3 이상의 발의와 재적의원 과반수의 찬성이 있으면 가능하므로 169석을 갖고 있는 민주당 단독으로도 할 수 있다.

그러나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절차에서 인용 결정이 날지는 미지수다. 이 장관의 재난안전기본법 위반 의혹 등을 헌법재판소가 탄핵 사유로 판단할 것인지 확신하기 어려운 가운데,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인 국민의힘 김도읍 의원이 소추위원장을 맡아 피청구인을 신문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는 점이 더욱 그렇다. 당장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3일) "경찰 특별수사본부 수사에서도 (이 장관의) 혐의가 밝혀지지 않은 상황에서 섣불리 국회가 탄핵소추 카드를 꺼냈다가 기각되면 그 혼란과 책임은 누가 져야 하나"라며 민주당을 비판하기도 했다.

당내에서도 헌정 사상 국무위원에 대한 첫 탄핵소추안이 기각될 경우를 염두에 둬야 한다는 우려가 존재한다.

한 민주당 재선 의원은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나는 탄핵은 찬성한다"라면서도 "(의원총회에서는) 문제 제기가 꽤 있었다. 시간이 많이 걸리고, 헌재에서 어떤 판단 내릴지 모르는 것이라서 반대하는 입장에도 일리가 있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초선 의원은 "국민 여론도 봐야 하고, 탄핵 소추위원이 법사위원장인데 괜찮을까 하는 이야기가 나온다. '오히려 특검이 낫지 않겠냐'라는 의견도 있다"라며 "탄핵이 갖는 부담이 있다. 국민들 시각에서 볼 때 '무리'라고 판단되면 '다수당의 독단'이라는 프레임에 걸려들 수도 있다"라고 역풍을 우려했다.

대통령 탄핵심판으로 본 탄핵의 조건... "중대한 법 위반"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지난 1월 27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새해 업무보고 브리핑을 하고 있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지난 1월 27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새해 업무보고 브리핑을 하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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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민주당이 탄핵소추안에 담을 수 있는 내용은 무엇일까. 먼저 헌법 65조에 따라 헌법이나 법률을 위배한 때에는 국회는 탄핵의 소추를 의결할 수 있다. 비록 경찰청 특수수사본부는 이 장관에 대해 무혐의로 수사를 종결했지만, 국정조사 특별위원회는 결과 보고서에서 아래와 같이 기재하면서 '이상민 책임론'을 명확하게 드러냈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재난 안전 관리 주무부처 장임에도 불구하고 재난관리주관기관임에도 법령에 따라 중앙사고수습본부 설치 운영, 상황판단회의를 통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설치 요청 및 건의 등을 이행하지 않았음." 

"또한 행정안전부가 유가족 명단을 이미 확보하고 있었고, 유가족 명단이 공개 가능하다는 유권해석을 받아 놓고도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유가족 명단이 없다고 위증했으며, 재난 상황을 총괄 및 조정해야 하는 컨트롤타워임에도 불구하고 모든 책임을 일선의 소방서장에게 돌리는 등의 책임을 회피하는 태도로 일관하였고, 참사 직후부터 부적절한 언행을 통해 희생자 및 유가족에게 2차 피해를 입히기도 했음."

다만 헌법재판소는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심판에서 헌법 65조에서의 헌법이나 법률 위반에 대해 '중대한 법 위반'이 있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따라서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심판 당시 헌재는 노 전 대통령의 일부 발언이 공직선거법 9조 공무원의 중립의무를 위반했고, 이외 일부 행위가 헌법 수호 의무를 위반했다고 판단했음에도 탄핵소추안을 기각했다. 
 
"직무행위로 인한 모든 사소한 법위반을 이유로 파면을 해야 한다면, 이는 피청구인의 책임에 상응하는 헌법적 징벌의 요청 즉, 법익형량의 원칙에 위반된다. 따라서 헌법재판소법 제53조 제1항의 '탄핵심판청구가 이유 있는 때'란, 모든 법위반의 경우가 아니라, 단지 공직자의 파면을 정당화할 정도로 '중대한' 법 위반의 경우를 말한다."(2004헌나1,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심판)

"정치적 무능력이나 정책결정상의 잘못 등 직책수행의 성실성여부는 그 자체로서 소추사유가 될 수 없어, 탄핵심판절차의 판단대상이 되지 아니한다.(2004헌나1,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심판)

전직 대통령 박근혜씨 탄핵심판 때도 참고할 만하다. 당시 헌재가 최서원씨의 국정개입 등에 대한 탄핵소추 사유는 인용했지만, 세월호 참사와 관련한 대통령으로서의 '성실한 직책수행의무' 위반에 대해선 탄핵소추 사유가 아니라고 다음과 같이 밝혔기 때문이다. 
 
"대통령의 '직책을 성실히 수행할 의무'는 헌법적 의무에 해당하지만, '헌법을 수호해야 할 의무'와는 달리 규범적으로 그 이행이 관철될 수 있는 성격의 의무가 아니므로 원칙적으로 사법적 판단의 대상이 되기는 어렵다. 세월호 참사 당일 피청구인이 직책을 성실히 수행하였는지 여부는 그 자체로 소추사유가 될 수 없어, 탄핵심판절차의 판단대상이 되지 아니한다." (2016헌나1, 박근혜씨 탄핵심판)

결국 탄핵 인용까지 가기 위해선, 이태원 참사에 대한 이상민 장관의 예방 및 대등이 정치적 무능력이나 정책결정상의 잘못, 또는 성실하지 못한 직무 수행을 넘어서 '중대한 법 위반'이라는 것을 헌재에 입증해야 한다. 거대한 관문이 놓여져 있는 셈이다.

"민주당 다수는 탄핵 찬성... 국회는 국회의 몫이 있어"
 
윤석열 대통령과 이상민 행정안전부장관 등 참모들이 지난해 11월 3일 오전 중구 서울광장에 마련된 ‘이태원 사고 사망자 합동분향소’를 찾아 조문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과 이상민 행정안전부장관 등 참모들이 지난해 11월 3일 오전 중구 서울광장에 마련된 ‘이태원 사고 사망자 합동분향소’를 찾아 조문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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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민주당 내에선 박홍근 원내대표를 비롯해 탄핵소추안을 발의하자는 분위기가 여전히 강하다.

한 초선 의원은 이날(3일)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헌재는 헌재의 몫이 있고, 국회는 국회의 일을 해야 한다"라며 "자신의 책임을 다하지 않아 막대한 인명 피해를 초래한 국무위원에 대한 탄핵은 국회의 권한이자 의무라고 본다"라고 밝혔다. 또 "어제 의원총회에서 다양한 의견이 나오긴 했지만, 여전히 다수의 의원들은 탄핵에 찬성하고 있다. 결코 의견이 팽팽하지 않다"라고도 덧붙였다.

재난·안전에 대한 이상민 장관의 책임과 권한을 비쳐봤을 때 탄핵 인용이 충분히 가능하다는 의견도 있다. 류하경 변호사(민변 세월호 참사 TF팀장)는 "대통령은 추상적인 지휘 권한만 명시가 되어있만, 행안부 장관은 정부조직법과 재난안전법에 구체적인 지휘권한이 다 명시가 돼 있다"며 "의무와 권한이 법률에 명시돼 있기 때문에 박근혜 대통령때와는 완전히 다르다"라고 밝혔다.

이어 "행안부장관 같은 경우에 뒤늦게 보고 받았고, 발언한 내용 보면 '경찰과 소방 인력을 미리 배치함으로써 해결될 수 있었던 문제는 아니다'라는 말만 보더라도 (상황을) 전혀 인지 못했다는 것을 추정 가능하다"라고 설명했다.

나아가 류 변호사는 "특수본에서는 이 장관을 기소하지 않았지만, 탄핵심판은 형사 처벌 절차와는 다르다"라며 "탄핵 제도는 헌법에 명시되어 있는 것처럼 위법성에 대해 형사 처벌보다 넓게 본다. 그래서 기소 안됐다고 하더라도 탄핵 사유는 충분하다"라고 강조했다.

태그:#탄핵소추안, #이상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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