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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지원관은 씽크탱크다. 정책전문가로 합당한 대우가 절실하다.
 정책지원관은 씽크탱크다. 정책전문가로 합당한 대우가 절실하다.
ⓒ 행정안전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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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지원관은 싱크탱크(Think tank)다. 순환보직과 직업 공무원제로 대표되는 일반직 공무원과 달리 정책지원관은 외부에서 유입되는 전문직 공무원들로서 지역의 정책을 선도할 수 있는 싱크탱크적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 - 장규석 경남도의회 전 부의장

지방자치법 개정으로 지방의회에 정책지원관 제도가 시행된 지 6개월이 지났다. 여야간 정치적 쟁점으로 인해 서울시의회와 경기도의회를 제외하곤 대부분의 광역의회와 기초의회에 정책지원관이 채용돼 근무하고 있다. 물론 아직 제한된 인원만 채용됐기에 다양한 시행착오와 작은 갈등도 표출되고 있다.

아무 가지 않았던 지방의회 정책지원관의 길

기자는 2019년 의회입문시험을 거쳐 인천광역시의회 정책지원전문인력 1기로 선발돼 정책지원관 임무와 역할을 수행했다. 국회에서 정책보좌진으로 상임위원회 활동을 하면서 국회의원 의정활동을 도왔던 경험이 많이 도움이 됐다. 더불어 시의회도 한 달 동안 재정을 투입해 체계적인 교육을 진행했다.

비록 정규직도 아닌 비정규직 시간제 공무원이었지만 전문인력들은 저마다의 상임위원회에서 최선을 다했다. 아무도 가지 않은 지방의회 정책지원관의 길을 스스로 개척했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아도, 아무도 알려주지 않아도 지역 현안과 의원 정책보좌에 최선을 다했다.

당시 정책지원관들은 1인당 2~3명의 시의원을 담당했다. 지방의회실무, 자치법규, 예산결산, 추가경정예산, 시정 질문, 5분 발언, 조례검토, 주요업무보고, 행정사무감사, 민원처리, 학교 등 기관방문, 보도자료, 의원연구단체, 정책보고서, 사진 촬영, 회의록 작성 등 다양한 일을 도맡았다

주말도 반납하고 임시회와 정례회기가 돌아오면 인천시청과 인천시교육청에서 보낸 수천 쪽 분량의 업무보고 책자와 예산자료를 보면서 정책질의서를 작성했다. 불요불급의 예산편성은 없었는지, 전시성·선심성 공약은 아닌지, 시민과 학생들에게 꼭 필요한 사업들인지 꼼꼼하게 점검했다. 상임위 소속 위원님과 함께 야근을 하며 5분 발언, 시정 질의를 작성했다.

누구보다 열심히 최선을 다했기에 당연히 5년 계약 기간을 승인해주리라 믿었다. 그러나 여야간 정권이 바뀌자마자 제8대 인천시의회 정책지원전문인력들은 모두 계약 연장이 취소됐다. 물론 당시엔 자격 자체가 불법이었기에 어쩌면 당연한 귀결이었는지 모른다.

아쉬움

그럼에도 한 가지 아쉬운 점은 2019년 8월부터 2022년 5월까지 햇수로 4년 동안 그 능력을 인정받은 정책지원관의 헌신과 노력이 공염불이 됐다는 것. 의회운영위원회, 기획행정위원회, 문화복지위원회, 산업경제위원회, 건설교통위원회, 교육위원회 등에서 시민의 발이 되고 손이 되어 시민 중심의 인천시와 시의회를 만들고자 함께했던 그들의 열정이 계속 이어졌으면 어땠을까.

이후 14명의 인천시의회 1기 정책지원전문인력들은 다른 기초의회로 선발돼 그 능력을 인정받아 지역전문가로 활약하고 있다. 기자도 인천시의회와 부평구의회에서 5년간 정책지원관으로 그 책임을 다하다가 최근 퇴사했다. 기초의회는 6개월만에 공무원의 기회를 포기했다. 이유는 광역의회와 기초의회 간 업무 분장과 기존 공무원들의 입장 차이가 너무 컸기 때문이다. 

또한 광역의회는 6급, 기초의회는 7급으로 일반임기제 공무원 대우를 받는다. 광역의회는 이미 지난 4년 동안 정책지원전문인력을 운용했기에 보다 체계적이고 전문적이다. 그러나 기초의회는 시행 초기라 아직도 갈 길이 멀다. 기존 공무원들과 보이지 않는 벽도 넘어야 하고 왜곡된 시선의 칼날도 첨예할 수밖에 없다. 제대로 된 사무공간도 부족하고 오롯이 의원을 보좌하는 정책전문가로서 인정받기조차 어렵다.

물론 기초의회마다 사안은 다르다. 어떤 의회는 정책지원관 조례를 발 빠르게 제정해 정책지원관을 전문적으로 양성하는 상임위원회에 배치하고 정책지원관실도 제공한다. 그러나 어떤 의회는 조례는커녕 의회사무국에 배치하고 정책지원관을 일반 공무원처럼 급수대로 하대한다. 자신들이 해오던 기존 의회업무를 아예 정책지원관에게 모두 이관하기도 한다. 이런저런 사유로 기초의회 정책지원관들은 상대적으로 대우가 좋은 의회로 이직하는 일도 잦아질 수밖에 없다.

정책지원관은 정책전문가로, 의회 공무원은 행정전문가로

첫 술에 배부를 수는 없으랴. 서로가 조금씩 배려하고 양보하면서 정책지원관은 정책전문가로 인정받고, 의회 공무원은 행정전문가로 인정받는 날이 오기를 바랄 뿐이다. 정책지원관은 오롯이 의원의 정책보좌를 책임지며 주민의 입장에서 주민을 위한 정책 입안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의회의 문턱을 없애고 행정의 눈높이를 맞추며 오직 주민 중심의 정책 발굴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그것이 지방의회에 혈세를 투입하면서 정책지원관을 둔 가장 근본적인 이유다.

경남도의회가 발행한 논문에 따르면 지방의회의 전문화가 높을수록 지방의원은 정책개발에 있어서 활동적이며 지역경제 활성화와 주민복지 향상에 더 적극적이다. 의회의 전문화는 주민들의 복지증진, 지역 경제의 발전정책 도입과 밀접한 관련이 있으며 특히 환경정책 도입과 큰 연관성이 있다. 이는 환경, 복지, 경제정책과 같이 복잡성을 띠고 있는 정책의 도입은 의회가 전문화되어 있지 않으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또한 지방의회 전문화를 통한 가장 중요한 효과는 예산 절감을 통한 재정의 효율적 사용이다. 전문화된 의회를 통해 주민들의 세금이 낭비되지 않고 적재적소에 효율적으로 사용되어 지역경제와 주민복지를 향상시킬 수 있다. 그러므로 지방의회의 견제와 감시를 통해 지방재정이 효율적으로 집행되기 위해선 전문적인 정책지원관이 반드시 필요하다.

광역의회와 기초의회 정책지원관 제도로 가장 크게 반긴 사람은 당연히 시의원과 구의원이다. 그러나 단순하게 시·구의원에게 정책보좌역이 생겼다고 모든 업무를 손 놓을 수 없다. 오히려 정책지원관 덕분에 더 많이 배우고 더 많이 자성하고 더 치밀하게 공부하는 의회로 발전했다. 박사급 정책지원관, 교수급 정책지원관도 상당하다. 때론 의원을 다그치고 각성하게 한다. 작금 지방의회는 지방의원은 이전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열정적이고 학구적이고 지성적이다.

기자가 처음 언급했던 '정책지원관은 싱크탱크'라는 말에 주목해야 한다. 정책전문가로 항상 지방의원과 함께 현장에서 답을 찾는 민생일꾼으로 그 책임을 다할 수 있도록 모두가 도와줘야 한다. 그것이 주민을 위한 정책지원관으로 올바로 설 수 있는 단 하나의 길이기 때문이다.

태그:#정책지원관, #지방의회, #인천광역시의회, #부평구의회, #일반임기제공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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