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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부산·울산·경남지역본부, 중대재해없는 세상만들기 울산·경남운동본부가 30일 부산고용노동청 앞에 한데 모여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1년 관련 공개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부산·울산·경남지역본부, 중대재해없는 세상만들기 울산·경남운동본부가 30일 부산고용노동청 앞에 한데 모여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1년 관련 공개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 진군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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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8일 부산 사하구의 A 조선소에서 주말 작업에 나섰던 50대 하청 노동자가 7m 바닥으로 추락해 숨졌다. 강풍주의보 발효에도 이 노동자는 선체 도장작업을 위해 고소작업차에 올라야 했다. 고용노동부는 작업중지 명령과 함께 조사에 들어갔다. 이 조선소는 상시 노동자 50인 이상 사업장으로 중대재해처벌등에관한법률(아래 중대재해법) 적용 대상이다.

중대재해법 시행 1년이 지났지만, A 조선소와 같은 사고가 여전히 끊이지 않는다. 2022년 한해 644명의 노동자가 산업현장에서 목숨을 잃었다. 전년과 비교하면 전체 규모에서 5.7%(683명)가 줄어들었으나, 50인 이상 사업장만 놓고 보면 법 적용 이전(234명)보다 사망자 숫자가 8명(256명)이나 많아졌다. 중대재해법이 효력을 발휘하는 곳에서 오히려 숨진 이가 더 증가한 셈이다.

법적용 사업장 사망자 늘어... 하지만 처벌은 0건

그런데도 중대재해법으로 기소 사례는 10여 건에 불과했다. 수사가 진행된 중대재해 사고는 229건 중 34건이 검찰에 송치됐다. 18건은 내사가 종결됐고, 177건은 아직 진행형이다. 사건 처리율은 22.7%에 그쳤다. 검찰이 재판으로 넘긴 중대재해 사건은 11건뿐이다. 처벌은 단 한 건도 이루어지지 않았다.

노동계는 이런 문제가 윤석열 정부의 노동정책에서 기인한다고 봤다. 중대재해법 1년을 맞아 30일 부산고용노동청 앞으로 모인 부산과 울산, 경남의 노동단체들은 갈수록 법 제정 취지가 퇴색하고 있단 목소리를 냈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1년 동안 중대재해는 늘어났고, 적용대상은 전체 중대재해의 40% 수준으로 협소했다. 수사와 처벌은 지지부진, 장기화했다."

중대재해를 줄이고 경영주의 책임을 묻기 위해 만들어졌지만, 제 역할을 못했다는 주장이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아래 민주노총) 부산·울산·경남지역본부, 중대재해없는 세상만들기 울산·경남운동본부는 그 책임을 정부에 물었다. 김재남 민주노총 부산본부장은 "법 안착을 뿌리째 흔들었고, 시행 효과를 0으로 만들었다"라고 비판했다.
 
이정식 노동부 장관이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중대재해 감축 로드맵' 관련 당정협의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왼쪽은 국민의힘 성일종 정책위의장과 임이자 환노위 간사.
▲ "중대재해 감축 로드맵" 당정협의에 나온 이정식 장관 이정식 노동부 장관이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중대재해 감축 로드맵' 관련 당정협의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왼쪽은 국민의힘 성일종 정책위의장과 임이자 환노위 간사.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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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노동부가 내세운 중대재해 감축 로드맵 또한 맹점이 있다고 봤다. 정부는 지난해 11월 관련 정책에서 처벌 위주가 아닌 자기규율 예방 방식으로의 전환을 선언했다. 그러나 김 본부장은 "경영계 요구를 대폭 수용하고 있다. 반면 위험작업 중지권 보장, 외주화 금지 등 노동자들의 요구는 전혀 반영하지 않았다"고 문제점을 짚었다.

다른 노동자들도 중대재해법의 무력화 시도를 경계했다. 전명환 민주노총 울산본부 노동안전보건위원장은 "윤석열 정부 들어와 재벌과 사용자 단체가 중대재해법으로 회사가 망한다고 호들갑을 떨기 시작하더니 월권까지 해가면서 개악을 시도하고 있다"고 규탄했다.

밀양의 한국카본 공장에서 폭발사고로 2명이 숨진 사건을 놓고 이성훈 화섬식품노동조합 한국카본지회장은 "위험한 장소에서 우리 노동자들은 각자도생, 어처구니없는 상황에 처해있다. 정부는 무엇을 하고 있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심각한 내부 상황을 설명하며 법적·행정적인 개입을 강하게 촉구했다.

중대재해법에 대한 여론은 다른 곳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민주노총 전국건설노동조합이 1월 6~8일 조합원 7543명을 대상으로 조사를 한 결과, 52%는 '중대재해법 시행 1년간 건설 현장의 안전 대응이 달라졌느냐'는 질문에 '그렇지 않다'라고 답변했다. '달라졌다'라는 응답은 21.6%였다. 하지만 '기업 처벌 강화가 사고 예방에 도움이 되느냐'는 질문에는 68.6%가 '그렇다(매우, 다소 포함)'를 선택했다.

이런 지적에도 정부·여당에서는 중대재해법 완화론·무용론이 지속해서 흘러나온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지난 27일 회의에서 사후 처벌보다는 예방에 무게를 두는 법체계 정비의 필요성을 거론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해외 투자자들이 중대재해법을 일종의 투자리스크로 본다며 여러 번 완화 검토를 시사했다.

태그:#중대재해처벌법, #윤석열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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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김보성 기자입니다. kimbsv1@gmail.com/ kimbsv1@ohmynews.com 제보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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