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가 안방에서 삼성생명을 대파하고 파죽의 4연승을 내달렸다.

김완수 감독이 이끄는 KB스타즈는 28일 청주체육관에서 열린 신한은행 2022-2023 여자프로농구 5라운드 삼성생명 블루밍스와의 홈경기에서 88-67로 대승을 거뒀다. KB는 올스타휴식기 이후 열린 4경기를 모두 승리로 가져가면서 4위 신한은행 에스버드와의 승차를 2.5경기로 좁혔다(8승13패). 반면에 삼성생명은 5연패의 늪에 빠지며 5할 승률 붕괴를 걱정해야 하는 신세가 됐다(11승10패).

KB는 박지수가 24득점12리바운드8어시스트1스틸2블록슛으로 골밑을 지배하며 KB의 승리를 이끌었고 포인트가드 허예은ㅈㅎ 10득점12어시스트로 더블더블을 기록하며 맹활약했다. KB는 센터 박지수와 슈터 강이슬, 포인트가드 허예은이 이끄는 팀이지만 보이지 않는 곳에서 팀에 기여하는 이 선수의 활약을 빼놓을 수 없다. 이날도 100%의 필드골성공률(6/6)을 기록하며 19득점8리바운드의 알토란 같은 활약을 펼친 김민정이 그 주인공이다.

2라운드 출신 선수들의 알짜배기 활약
 
 김민정은 드래프트 2라운드 출신임에도 KB에서 붙박이 주전으로 활약하고 있다.

김민정은 드래프트 2라운드 출신임에도 KB에서 붙박이 주전으로 활약하고 있다. ⓒ 한국여자농구연맹

 
'백투백MVP'를 수상한 WKBL 최고의 선수 박지수를 비롯해 5번의 MVP를 수상한 박혜진과 그녀의 뒤를 이을 차세대 에이스 박지현(이상 우리은행 우리원),리그 넘버원 슈터 강이슬, 하나원큐의 기둥 신지현은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바로 고교 시절부터 또래 중 최고의 유망주로 불리며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체 1순위 지명을 받았다는 점이다. 하지만 WKBL에는 2라운드 지명을 받고도 각 팀의 주전으로 활약하는 선수들도 있다.

2라운드 출신 최고의 성공사례는 우리은행과 신한은행을 거치며 무려 9개의 우승반지를 수확한 WKBL 역대 최고의 '블루워커 센터' 강영숙이다. 2000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2라운드5순위로 한빛은행(현 우리은행)에 지명된 강영숙은 신한은행 이적 후 기량이 급성장하며 주전으로 도약했다. 그리고 2010-2011 시즌에는 11.3득점7.6리바운드를 기록하며 생애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정규리그 MVP에 선정됐다.

2005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2라운드5순위 지명을 받았던 염윤아(KB) 역시 30대 중반의 나이에도 현역으로 꾸준히 활약하고 있다. 프로 입단 1년 만에 실업팀으로 이적하는 등 금방 잊히는 듯 했던 염윤아는 2008년 신세계 쿨캣(현 하나원큐)에 재입단해 화려하진 않지만 실수가 적고 안정된 플레이로 조금씩 자신의 가치를 드러냈다. 염윤아는 2018년 KB로 이적한 후 팀의 궂은 일을 도맡으며 두 번의 통합우승에 기여했다.

하나원큐의 '지염둥이' 김지영 역시 2015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2라운드 3순위로 지명을 받으며 크게 주목을 받지 못하고 프로생활을 시작했다. 하지만 2년 차 시즌이었던 2016-2017 시즌 빠른 스피드와 과감한 돌파를 앞세운 김지영은 리그에 활기를 불어넣으며 5.89득점1.83어시스트로 신인왕 후보에 올랐다. 물론 김지영의 신인왕 경쟁상대가 '무려' 박지수였기 때문에 김지영의 신인왕 등극은 무위로 끝났다.

이번 시즌 배혜윤에 이어 삼성생명에서 두 번째로 많은 득점(13.19점)을 올리고 있는 강유림 역시 신인 드래프트 2라운드 출신이다. 광주대 시절 대학리그를 평정하고도 2020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2라운드3순위로 하나원큐에 지명된 강유림은 입단하자마자 7.3득점3.97리바운드를 기록하며 신인왕에 선정됐다. 강유림은 삼성생명 이적 후에도 꾸준히 주전으로 활약하며 가파른 성장속도를 보이고 있다.

28일 삼성생명전 슛 성공률 100% 활약
 
 이번 시즌 리그에서 김민정보다 더 정확한 확률로 2점슛을 성공시키는 선수는 아무도 없다.

이번 시즌 리그에서 김민정보다 더 정확한 확률로 2점슛을 성공시키는 선수는 아무도 없다. ⓒ 한국여자농구연맹

 
김민정은 춘천여고 시절 팀의 에이스로 활약했지만 삼천포여고의 강이슬과 청주여고의 최이샘(우리은행), 수원여고의 구슬(신한은행) 등에 밀려 크게 주목 받진 못했다. 결국 김민정은 2012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2라운드1순위로 KB에 지명을 받으며 프로에 진출했다. 포워드로서 180cm의 좋은 신장을 가지고 있었지만 2라운드 출신 선수는 처음부터 팀에서 많은 기회를 얻기가 쉽지 않다. 

김민정 역시 프로 입단 후 4시즌 동안 1군보다는 퓨처스리그, 코트보다는 벤치가 더 익숙한 선수로 머물러 있었다. 그러던 2017-2018 시즌 정규리그 30경기를 소화하며 존재감을 보이기 시작한 김민정은 2018-2019 시즌부터 본격적으로 KB의 주요 로테이션에 합류했다. 그리고 팀의 붙박이 주전포워드 강아정이 흔들리기 시작한 2020-2021 시즌 주전포워드로 활약하며 프로 입단 8시즌 만에 처음으로 두 자리 득점(12.48점)을 기록했다.

사실 김민정은 강이슬처럼 정확한 외곽슛을 자랑하는 전문슈터도 아니고 김단비(우리은행)처럼 공수에서 다방면으로 활약하는 '팔방미인형 포워드'도 아니다. 하지만 김민정은 수비가 없는 빈자리를 찾아 다니는 '오프 더 볼 무브' 만큼은 단연 리그 정상급이다. 박지수에게 도움수비가 들어올 때 김민정은 어김없이 수비가 없는 공간으로 움직이고 박지수와 허예은의 패스를 받아 어렵지 않게 득점을 올리곤 한다.

28일 삼성생명전에서도 김민정의 볼 없는 움직임은 단연 돋보였다. 이날 35분24초 동안 부지런히 코트를 누빈 김민정은 허예은과 박지수의 패스를 받아 5개의 2점슛과 1개의 3점슛, 그리고 6개의 자유투를 단 하나의 실패 없이 모두 성공시키며 19득점을 올렸다. 또한 부지런한 움직임을 통해 3개의 공격리바운드를 포함해 8개의 리바운드를 건져냈고 수비에서도 2개의 스틸을 기록하는 등 만점 짜리 활약을 펼쳤다.

김민정은 이번 시즌 3점슛 성공률이 29.8%에 불과하지만 2점 성공률은 56.7%로 박지현(55.7%)을 제치고 리그 전체 1위에 올라있고 자유투 성공률 역시 87.5%(3위)로 매우 높은 편이다. 화려함은 다소 부족하지만 리그 전체에서 가장 효율적인 플레이를 하는 선수 중 한 명이 바로 김민정이라는 뜻이다. 그리고 'KB의 언성 히어로' 김민정의 활약이 계속될수록 후반기 KB의 상승세 역시 계속 이어질 것이다.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여자농구 신한은행 2022-2023 여자프로농구 KB 스타즈 김민정 언성 히어로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