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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중학교에 입학할 제자에게 꿈을 물었다. 평소 똘똘하고 열심히 공부를 잘해나가는 친구였기에 과연 어떤 꿈을 갖고 있는지 궁금했다. 근데 대답이 의외였다.

"저는 토지주가 되고 싶어요."

요즘 초등학생들의 장래희망으로 건물주가 되고 싶다는 이야기는 들었어도 토지주라니 정말 의외였다.

"요즘 땅값이 정말 많이 올랐잖아요."

이 친구의 말이 끝남과 함께 10여년 전쯤 남편이 내게 해주었던 말이 오버랩돼 들려온다.

"내 땅을 갖고 싶어. 이 넓은 지구에 내 소유의 땅 하나 없다는 게 참으로 슬프지 않아? 우리만의 땅을 갖자."

그렇게 10년 전 우리 부부는 아낄 거 아끼고 모을 거 모아가며 토지 마련의 꿈을 꿨고, 다행히도 당시는 우리가 사는 제주 땅값이 그리 비싸지 않아 우리만의 토지를 마련할 수 있었다.

"내 땅 안에 우리 가족을 위한 집을 짓자."

스스로 혼자 집을 지으면 내집 마련까지 충분히 가능할 수 있다며, 공사판에서 한번 일한 적 없음에도 가능한 방법들을 찾고 물어 물어가며 집을 지어 나갔다. 그렇게 완성한 우리만의 셀프드림하우스. 그 안에서 우리는 행복할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우리의 예측과 달리 남편은 사업에 실패했다. 결국 남편과 함께 꿈꿨던 내 땅 마련, 내 집 마련의 꿈은 물거품처럼 사라지고 말았다.

내 땅 마련의 꿈. 다시는 꿈 꿀 수 없는 것인가. 여전히 계속되는 땅값 상승에 더 이상 꿈꿀 수 없을 거라 생각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편은 늘 기도했다. "다시 꼭 한번 더 기회를 주세요."

남편의 간절함이 통했던 것일까. 저렴한 토지를 찾아 다른 지역으로 눈을 돌렸고 그 결과 우리만의 땅을 매입할 수 있었다. 하지만 땅이 생겼다고 예전처럼 그 안에 집을 짓고 살아가겠다는 꿈을 꾸고 있지는 않다.

새로운 꿈
 
최근 마련한 천만 원 짜리 땅이 바로 남편의 일터이며 취미공간, 꿈의 무대인 것이다. 그러고보면 천만 원 짜리 땅은 꽤 괜찮은 남편의 작업실이자 소통 공간이다.
▲ 남편은 매주 육지땅으로 출근한다.  최근 마련한 천만 원 짜리 땅이 바로 남편의 일터이며 취미공간, 꿈의 무대인 것이다. 그러고보면 천만 원 짜리 땅은 꽤 괜찮은 남편의 작업실이자 소통 공간이다.
ⓒ 이효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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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은 새로운 꿈을 꾼다. 그 꿈을 위해 남편은 매주 육지땅으로 출근하고 있다. 보통의 사람들이 회사로, 가게로 출근한다면 남편은 허허벌판 땅으로 출근한다. 마치 공방을 드나들 듯 땅 안에서 뚝딱뚝딱 무언가를 만들고 하나하나 만들어가며 영상으로 기록하고 있다. 유튜브 활동을 통해 그 안에서 자신의 자아도 실현하고 자신만의 가치를 담아 콘텐츠를 생산한다.

남편의 이상하고도 별난 취미활동이 곧 콘텐츠다. 이런 과정 안에서 자신을 좋아해주는 팬을 만들고 그들의 응원에 힘입어 자신만의 확고한 브랜드를 만들어 나가겠다는 것이 남편의 꿈. 최근 마련한 천만 원 짜리 땅이 바로 남편의 일터이며 취미공간, 꿈의 무대인 것이다. 그러고보면 천만 원 짜리 땅은 꽤 괜찮은 남편의 작업실이자 소통 공간이다.

더이상 직장이 회사인 시대는 사라졌다. 현재 글쓰기 지도를 하면서 만나는 학생들의 대답을 통해서도 체감할 수 있었다. 그들에게 꿈을 물었을 때 의사가 되겠다고, 교사가 되겠다고 어떤 특정 직업을 꿈꾼다 말하는 친구도 있었지만, 몇몇 일부 친구들의 답변을 통해 조금씩 변화되는 미래의 모습을 엿볼 수가 있었다.

어떤 친구는 토지주가 되겠다고 이야기를 하는가 하면, 어떤 친구는 수의사, 크리에이터, 반려동물 화가, 반려동물 카페 운영자 등 동물 관련 N잡러를 꿈꾼다고 말한다. 또 어떤 친구는 항공우주 분야에서 관련 일을 찾아 그 분야 최고의 전문가를 꿈꾼다고 한다. 자신의 진로에 대해 특정 한 조직에 기대기보다 자신만의 전문분야를 만들어 가겠다고 말한다.

또한 자신의 전문분야와 관련된 곳이라면 좀 더 영역을 확장해 다양한 경로의 수입 창구를 만들어 나가겠다고도 이야기한다. 고정돼 있는 틀 안에서의 삶이 아니라 늘 배우고 더 다양한 시도를 해나가며, 매일 매일 성장하고 발전해 나가겠다고 한다. 

직업에 대한 개념 자체가 새롭게 변화하고 있다. 빠른 속도로 변화되는 불확실성의 시대. 앞으로의 세상은 조직뿐 아니라 개인에게도 중장기적인 관점에서의 변화와 방향이 중요해졌음을 상기해본다.

이번주도 육지땅으로 출근할 채비를 하는 남편. 과연 이번에는 남편표 어떤 작품을 만들어낼지, 어떤 새로운 시도를 통해 구독자들과 소통해 나갈지 앞으로의 남편의 행보가 더욱 궁금해진다.

덧붙이는 글 | 유튜브 <프레디아빠의 버킷리스트> 영상으로 만날 수 있어요. 블로그에도 실릴 예정입니다.


태그:#프레디아빠, #내땅마련, #꿈의무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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