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명의 시민기자가 개의 기사를 작성하였습니다. 시민기자 전환하기
메타버스 활용 지역발전방안 시연회
 메타버스 활용 지역발전방안 시연회
ⓒ 백경자

관련사진보기

 
"선생님, 내년에도 담임 맡으세요?"
 
종업식날 담임반이었던 학생이 이렇게 묻는다. 같이 가자는 것인지, 안 가길 바라는 것인지 헷갈리는 질문이자 교사 스스로도 궁금한 대목이다.
 
학교에서의 담임과 업무 배정은 2월 말에 이뤄진다. 업무분장 후 개학을 맞으면 새 학기, 새 업무, 새 얼굴들과 합을 이뤄간다. 수업계획과 평가계획을 세우고 새로운 업무 파악과 함께 주어진 업무를 업그레이드하여 계획을 수립한다.
 
업무의 계획과 실행 과정에서 저마다의 성향이 드러난다. 계획성과 철저함을 기반으로 업무를 수행하는 연역형과, 발 먼저 내딛고 계획을 수정하며 일을 완성하는 귀납형이 있다. 내 경우엔 후자이다. 연역형 관리자를 만나면 속 터질 일이 많겠지만 그럼에도 이것 하나만은 꼭 지키고자 한다. 바로 한 꼭지를 붙잡는 일이다. 학생들에게 도움 될만한 한 가지 변화 내지는 중심과제를 꼭 붙든다. 그러다 보면 예상치 못한 결과물이 학기말 학생들과의 합으로 드러난다.
 
한발 내디딤 속에 창의성이 발현되다
 
업무 성향이 반영된 결과물이 감사하게 또 하나 완성되었다. '지역의 지속 가능한 발전 방안'을 주제로 한 수업을 통해서이다. 농촌에 끼친 산업화와 도시화의 결과를 소재로 지역연계 통합사회 수업을 실시하였다. 문제 상황에 발 담고 있는 학생들이 주체가 되어 해결 방안을 찾는 일이 유의미할 것 같아 해당 주제를 선정하였다.

실제 이곳은 고령화율이 높은데다 외국인 노동자 없이는 농업발전을 기대할 수 없는 지역이다. 이런 현실을 구체적으로 직시하고 여기에 적절한 동기부여만 된다면 의미 있는 결과물이 나오리라 기대했다. 물론 학생들의 마음은 이미 도회지에 가 있다. 너나 할 것 없이 기회만 닿으면 도시로 떠나고자 한다. 더 나은 인프라가 구축된 지역을 찾아 떠나는 것은 당연지사. 하지만 그들 중 소수라도 지역의 가능성을 보고 '지키고 싶은 지역', '돌아오고 싶은 지역'으로 기억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주고 싶었다.
 
학생들은 그런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관광자원을 바탕으로 한 사업기획안 작성, 지역문제를 소재로 한 보고서 작성, 그리고 지역 홍보 리플릿 및 지역신문을 제작하고 그 안에 다양한 발전적 아이디어를 담아냈다. 그 중 경제성이 높은 기획안을 군청에 제안하였고 군청의 뜨거운 관심으로 메타버스를 활용한 지역 문화재 홍보 플랫폼까지 만들어냈다.
 
결과물이야 학생 수준을 벗어날 수는 없지만 그 과정에서 학생들은 소중한 것을 얻었다. 융합적 사고력의 향상은 물론이고 협업을 통한 성취감과 연대감을 맛보았다. 거기다 지역에 대한 관심과 발전 가능성에 대한 기대 또한 갖게 되었다. 학생들의 지역에 대한 관심과 참여는 지역 사회 어른들에게 자극이 되었고, 그들이 오히려 학생들을 통해 미래의 발전 가능성을 보며 위로와 용기를 얻기도 했다.
 
학생들과 함께 성장해 가길 꿈꾼다
 
학생들과 함께 한 우당탕탕 수업! 정형화된 결과물을 요구하지 않는 수업, 평가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그려내는 수업, 가다 보면 미처 생각지 못한 것을 발견하는 수업, 가는 길에 두런두런 얘기 나누며 한층 더 성장하는, 그런 수업이 좋다.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길을 설레는 마음으로 함께 가며 또 하나의 길을 내보는, 그런 수업이 차~암 좋다.
 
올해도 그런 수업을 그려내 보련다. 주어진 기회를 소중하게 생각하고 수업시간 내내 빛나는 아이들과 함께 또 한번 우당탕탕 거리며 그렇게 한해를 가보련다.

댓글
이 기사의 좋은기사 원고료 20,000
응원글보기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일 키일대학(Christian-Albrechts-Universitat zu Kiel)에서 경제학 디플롬 학위(Diplom,석사) 취득 후 시골 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2021년, 독일 교육과 생활의 경험을 담은, 독일 부모는 조급함이 없다(이비락,2021)를 출간했다.

이 기자의 최신기사반지하 주택이 없는 나라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