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강 몬스터즈가 김성근 감독 부임 이후 첫 패배를 당했다. 1월 23일 방송된 JTBC 스포츠 예능 프로그램 <최강야구> 31회에서는 최강 몬스터즈와 한일장신대의 1차전 경기가 펼쳐졌다.
 
몬스터즈는 김성근 감독 부임 이후 원광대에게 쾌조의 2연속 콜드승을 거두며 사기가 높았다. 4경기를 남겨둔 가운데 20승 6패를 기록중인 몬스터즈는 1승만 더하면 승률 7할을 확정짓고 프로그램 폐지를 막을수 있는 상황. 몬스터즈 선수단은 내친김에 남은 경기에서 전승을 거둬 제작진과의 공약인 오키나와 전지훈련을 기대하는 분위기에 들떴다.
 
하지만 경기 전부터 악재가 발생했다. 1차전 선발로 내정된 에이스 유희관이 경기 당일날 어깨 통증으로 등판이 불가능해진 것. 몬스터즈 투수진은 저마다 선발등판을 부담스러워하며 하나같이 김성근 감독과 눈을 마주치는 것을 기피하고 도망가기 바빴다.
 
김성근 감독은 투수들의 컨디션을 점검하다가 "이 팀에는 안아픈 투수가 없구먼"이라며 헛웃음을 지었다. 해설위원인 김선우까지 소환되어 김 감독에게 "해설 자르고 유니폼 입혀라"는 농담을 듣기도 했다. 결국 투수진 막내 이대은이 불려나와 유일하게 아픈 데가 없다는 것을 확인하자마자 김 감독은 그대로 선발로 낙점시켰고, 당황하며 멘붕에 빠진 이대은의 표정이 폭소를 자아냈다.
 
김 감독은 경기를 앞두고 사전 미팅에서 라인업을 발표하며 처음으로 쓴 소리를 했다. "여러분들은 프로 출신이고 지금도 프로다. 돈받고 한다는 것은 프로라는 거다. 안된다, 못한다라는 인식을 여기 있을 가치가 없지않나 싶다" 김 감독의 일침에 다소 느슨해졌던 선수단의 분위기에는 다시 긴장감이 감돌았다.
 
이날의 상대인 한일장신대는 2018년 폐교로 인한 해체 위기를 딛고 재창단한 팀이었다. 34세의 젊은 사령탑인 이선우 장신대 감독은 "선수들이 많은 걸 느끼면서 야구가 얼마나 간절한지 배웠다"며 시련을 겪어본 사람들만의 진심을 드러냈다. 장신대는 몬스터즈가 고전했던 대학 강호 동의대를 콜드게임으로 제압한 전적이 있을만큼 만만치않은 전력을 과시했다.
 
몬스터즈는 1회부터 선발 이대은이 제구력 난조를 드러내며 초구에 톱타자 강은호에게 몸에 맞는 볼을 드러냈다. 장신대는 뛰는 야구를 시도하여 강은호가 연속 도루로 3루까지 도달했다. 1사 3루에서 김보성의 적시타로 장신대가 먼저 선취점을 따내는데 성공했다.
 
몬스터즈도 곧바로 반격에 나섰다. 1회말 1사후 서동욱의 볼넷-이택근의 안타에 이어 4번타자 이대호가 적시타를 터뜨리며 동점에 성공했다. 이어진 1사 만루 찬스에서는 박용택이 볼넷을 골라내며 밀어내기로 역전에 성공했다.
 
하지만 이후로 경기는 몬스터즈에게 쉽게 풀리지 않았다. 몬스터즈는 6회 무사 2루에서 김성근 감독이 보내기 번트 작전을 지시했으나 지석훈이 어이없는 포수앞 뜬공으로 물러났고 후속타자들도 잇달아 범타에 그치는 등 추가득점 찬스를 번번이 놓치며 한 점차의 불안한 리드를 이어갔다. 결국 7회에는 두 번째 투수 송승준이 제구력 난조를 드러내며 1사 2.3루에서 2타점 적시타를 허용하며 역전을 내줬다. 몬스터즈는 좌완 장원삼을 투입했지만 이번에는 내야 실책이 겹치며 추가로 적시타를 내주고 점수는 2-4로 벌어졌다.
 
설상가상 몬스터즈는 정의윤과 이택근이 경기중 부상으로 교체되며 수비진이 연이어 이동해야 했다. 투수진도 고갈되어 다음날 선발등판 예정인 오주원까지 불펜에서 대기해야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답답한 공격이 이어지던 몬스터즈는 8회가 되어서야 박찬희의 적시타로 한 점을 추격했다. 하지만 이어진 절호의 2사 만루 찬스에서 서동욱이 루킹 삼진으로 물러나며 동점의 기회를 놓쳤다.

몬스터즈는 장원삼이 컨디션이 좋지않은 상황에서도 9회초를 무실점으로 막아냈지만, 마지막 공격에서 정성훈-이대호-김문호가 무력하게 삼자범퇴로 물러나며 결국 뼈아픈 한 점차 패배를 받아들여야했다. 몬스터즈 선수단은 전혀 예상치못한 패배에 충격을 받으며 굳은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김성근 감독은 "점수를 내야할 때 못냈으니까. 그게 제일 아팠다. 부상자도 많았다. 이게 야구다"라고 아쉬운 경기를 복기하면서도 "내일 이기면 된다"고 쿨한 웃음으로 마무리했다. 라커룸으로 돌아온 선수들은 2차전의 설욕을 강조하며 전의를 다졌다.
 
<최강야구>는 초대 이승엽 감독이 두산 베어스 사령탑으로 자리를 옮긴 이후, 2대 감독으로 김성근 감독이 부임하고 '조선의 4번타자' 이대호까지 영입하며 새로운 진용을 꾸렸다. 29회 원광대와의 경기부터 본격적으로 모습을 드러낸 김성근 감독은 등장과 동시에 사실상 프로그램의 주인공으로 부상하며 남다른 존재감을 과시했다.
 
김성근 감독은 한국야구의 산 역사로 꼽히는 인물이다. 김성근의 등장 이후, <최강야구>는 백전노장의 카리스마에 바짝 긴장한 선수들의 고통받는 모습들이 서사의 중심이라고 할수 있다. 이승엽 감독-박용택 대행 시절까지는 함께 나이들어가는 은퇴 선수들간 수평적이고 편안한 공감대가 있었다면, 김성근 체제에서는 바짝 군기가 들고 특타와 펑고를 피하기 위하여 사력을 다하여 경기에 집중하는 모습이 진지하면서도 웃음을 자아낸다.
 
팀내 최고참이자 얼마전까지 대행을 지냈던 박용택은 김성근 감독의 특타 지옥에 낙점되어 가쁜 숨을 몰아쉬고, 투수조장 송승준은 김 감독의 말 한마디에 트레이드 마크인 수염을 깔끔하게 면도하게 등장한다.
 
정성훈은 졸지에 김감독을 보좌하는 작전-주루코치와 선수를 넘나들며 멘붕에 빠진 모습을 보인다. 주변의 눈치를 보지않는 마이페이스의 대표주자였던 정성훈이 우왕좌왕하다가 화장실에 가는 것까지 김 감독의 눈치를 살피는 짠한 모습은 웃음을 자아낸다.
 
특히 김 감독과는 가히 '절과 중'의 관계로 꼽히며 뗄레야 뗄수 없는 인연의 정근우는, 김 감독 부임 이후 더욱 몸을 사리지않고 죽기살기로 학습효과된 허슬플레이를 펼치며 김성근 효과를 가장 잘 보여주는 선수다.

몬스터즈 선수들이 아쉬운 플레이를 펼칠때마다 김성근 감독의 반응을 보여주며 '괜찮다. 특타이용권 +1 획득', '지옥행 펑고 예약' 등의 자막과 함께 일비일희하는 선수들의 모습이 웃음을 주고 있다. 이를 두고 김성근 감독 부임 후 몬스터즈가 좀 더 진짜 프로팀에 가까운 분위기가 되었다는 평가도 있다.
 
물론 항상 진지한 부분만 있는 것은 아니다. 선수들이 대체로 원로인 김 감독을 어려워하는 분위기지만 정근우나 이대호처럼 선을 넘지않는 범위내에서 적당히 까불거리고 할말을 다하는 선수들도 있다. 또한 팔순의 나이에도 선수들의 특타를 일일이 지도할만큼 변함없는 야구에 대한 깊은 열정, 어깨가 아프다는 심수창에게 "차라리 왼손으로 공을 던져라"고 일침을 놔서 선수들을 포복절도하게 만드는 등 진지한 표정으로 선수들에게 툭툭 던지는 의외의 유머감각까지, 인간미를 드러내는 부분들도 호평을 받고 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비판적인 시선도 존재한다. 그동안 본래 은퇴 선수들과 아마야구의 매력을 재조명한다는 취지로 시작했던 <최강야구>가 너무 김성근 감독 위주의 서사로만 돌아가는 것은 방향이 어긋났다는 지적이다.
 
또한 김성근 감독은 현역 시절 선수혹사와 비매너야구, 프런트와의 갈등 등 구시대적인 야구관과 리더십으로 많은 논란이 있었던 인물이기도 하다. 엄연한 다큰 성인 선수들, 심지어 은퇴한 선수의 외모까지 간섭한다거나, 트레이드마크인 특타와 펑고로 고통받는 선수들의 모습은, 예능적인 연출과 야신의 야구열정이라는 긍정적인 이미지로 묘사되었지만, 방송의 영향력을 앞세워 특정인의 어두운 부분까지 지나치게 미화시키려고 하는 것은 경계해야할 부분이다.
 
몬스터즈는 장신대와의 1차전 패배로 20승 7패, 승률 7할 4푼1리를 기록하게 됐다. 김 감독은 경기후 라커룸 미팅을 통하여 "선수들이 오늘 시합을 보면서 느낀게 있을 것이다. 이기든 지든 뭔가 부족한 부분이 있다. 그 '뭔가'를 없애야 이기는 거다"라며 선수들을 독려하며 2차전에서의 만회를 다짐했다.
 
최강야구 김성근감독 몬스터즈 한일장신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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