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명의 시민기자가 개의 기사를 작성하였습니다. 시민기자 전환하기
설 명절 당일인 1월 22일은 의열단 출신 독립운동가 김상옥 의사(1889~1923)의 순국 100주기가 되는 날이었다. 몇몇 언론에서 김상옥 의사의 삶을 소개하는 기사들을 내보냈다. 그런데 기사를 읽다 두 눈을 의심케 하는 대목을 발견했다.

"김상옥이 누군지 잘 모른다."

한 시민의 인터뷰였다.

김상옥 의사는 1923년 1월 12일 식민지 조선인들에 대한 탄압으로 악명 높던 종로경찰서에 폭탄을 던진 뒤 1월 22일 종로 효제동 일대에서 일본 경찰 수백 명과 총격전 끝에 자결 순국한 전설적인 항일투사였다. 교과서에서도 반드시 언급되는 인물이고 영화 <밀정>을 통해서도 잘 알려진 인물이다.
 
의열단 출신 독립운동가 김상옥(1889~1923)
 의열단 출신 독립운동가 김상옥(1889~1923)
ⓒ 독립기념관

관련사진보기

   
그런 김상옥 의사에 대해 잘 모른다는 인터뷰를 접하고 씁쓸한 마음이 들었다. 최근 논란이 된 '이육사상' 이슈를 접한 뒤라 더 속이 상했는지도 모르겠다. 간도특설대 출신 친일반민족행위자 백선엽을 '영웅'이라 칭송한 보수언론지의 기자가 한평생 총과 펜으로 친일에 맞서 싸웠던 이육사의 이름을 건 상을 받아 논란이 된 것이다. 이육사 역시 의열단원이었다.

백선엽과 이육사. 상식적으로 결코 공존할 수 없는 이름들이다. '과연 이러한 현실이 온당한가' 연휴 내내 마음이 무거웠다.

항일과 친일이 공존하는 현충원

앞에서 길게 개탄의 목소리를 낸 것은 이번 주말에 열리는 '현충원 투어'에 보다 많은 이들의 동참을 호소하고 싶어서다.

현충원 투어는 국립서울현충원을 한 바퀴 돌면서 그곳에 잠든 독립운동가와 친일파들의 흔적을 좇는 프로그램이다.

투어를 이끄는 <오마이뉴스> 김종훈 기자는 2019년 대한민국 임시정부 투어가이드북 <임정로드 4000km>를 집필한 이래 <약산로드 7000km>, <항일과 친일의 역사 따라 현충원 한 바퀴> 등 주로 친일 문제에 대한 고민과 성찰이 담긴 책들을 꾸준히 출간해왔다. 그리고 시민들과 문제의식을 공유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시간을 내서 현충원 투어를 비정기적으로 진행해오고 있다.

투어 중 시민들이 한 마음으로 분노하는 지점이 있다. '국가공인 친일파' 이응준과 신태영이 잠든 '장군2묘역'에 섰을 때다. 그 위에 서면 발 아래로 대한민국 임시정부 요인들을 비롯한 독립운동가들이 잠든 묘역이 내려다 보인다.
 
친일파가 잠든 묘역에서 내려다 본 독립유공자 묘역
 친일파가 잠든 묘역에서 내려다 본 독립유공자 묘역
ⓒ 김경준

관련사진보기

   
마치 친일파들의 군홧발 아래 독립운동가들이 짓밟혀 있는 듯한 형상을 보면서 누구나 분노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친일 청산을 완수하지 못한 부끄럽고 참담한 대한민국의 현실. 그 축소판이 바로 현충원이다.

일찍부터 이러한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있던 나 역시 김종훈 기자와 함께 여러 차례 현충원 투어에 함께 했다. 특히 작년 10월에는 문일민 지사의 '중앙청 할복 의거' 75주년을 맞아 현충원 문일민 지사의 묘역 앞에서 특별강연을 하기도 했다.

1947년 10월 25일 해방된 조국에서 친일파들이 횡행하는 현실을 비판하며 중앙청(미군정)에서 스스로 배를 가른 문일민 지사의 이야기를 소개하면서 여전히 친일을 청산하지 못한 작금의 현실이 과연 온당한가 시민들에게 물었던 것이다.
 
2022년 10월 23일 현충원 투어 당시 문일민 지사 묘역 앞에서
 2022년 10월 23일 현충원 투어 당시 문일민 지사 묘역 앞에서
ⓒ 김경준

관련사진보기

   
조선혁명선언 100주년 기념 현충원 투어

이번 투어도 그러한 물음을 던지기 위해 준비됐다. 김종훈 기자는 "의열단 후배 이육사의 이름을 건 상을 백선엽을 옹호하는 사람이 받는 시대니 부끄럽다"며 "그저 김상옥 같은 의열단원들이 무슨 일을 했는지 알리는 수밖에 없다"며 행사 취지를 전했다.

특히 이번 현충원 투어는 조선혁명선언 발표 100주년 기념으로 열리기에 더욱 뜻 깊은 행사가 될 예정이다. 조선혁명선언은 1923년 1월 신채호가 의열단의 이념과 방략을 담아 발표한 선언서로 일명 '의열단 선언'이라고도 불린다. 소위 외교론·준비론 등 타협적·소극적 태도를 배척하고 이족통치·약탈제도·사회적 불평등·노예적 문화사상 등을 타파하는 적극적·폭력적 민중혁명의 길을 천명하고 있다.
 
현충원 투어를 이끌고 있는 김종훈 <오마이뉴스> 기자
 현충원 투어를 이끌고 있는 김종훈 <오마이뉴스> 기자
ⓒ 김경준

관련사진보기

   
이번 투어에서는 현충원 의열단원들의 묘역 앞에서 다함께 조선혁명선언을 읽는 시간을 갖는다. 그리고 현충원에 잠든 김상옥·박재혁·이종암 등 의열단원들의 묘역과 바로 곁에 잠든 친일파들의 묘역을 차례로 답사하면서 오늘날 조선혁명선언과 의열단이 갖는 의미, 친일 청산을 하지 못한 현실 등을 돌아볼 계획이다.

부디 많은 이들이 투어에 동참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리고 그곳에 서서 다함께 고민해봤으면 한다. 과연 이육사와 백선엽이 나란히 하는 현실이 온당한지를 말이다.

[행사 안내] <조선혁명선언 100주년 기념 현충원 투어>

일시 : 2023년 1월 29일 일요일 오전 10시~오후 1시(현장 상황에 따라 유동적)
장소: 국립서울현충원 '만남의 집' 앞 (9시 50분까지 집합)
비용: 무료 (물과 간식 개인 지참 / 편한 신발 필수)
가이드: 김종훈 (오마이뉴스 기자 / <임정로드 4000km> 등 다수 집필)
문의 : 010-6324-8062 (문자나 카톡으로 문의 요망)

신청: https://naver.me/F0wZM4HB

임정로드 4000km - 대한민국 100년, 상하이에서 충칭까지 임시정부 투어가이드

김종훈 외 지음, 필로소픽(2019)


항일과 친일의 역사 따라 현충원 한 바퀴 - 친일파 김백일부터 광복군까지

김종훈 (지은이), 이케이북(2020)


약산로드 7000km - 의열단 100년, 약산 김원봉 추적기

김종훈 (지은이), 필로소픽(2019)


댓글2
이 기사의 좋은기사 원고료 10,000
응원글보기 원고료로 응원하기

애국선열을 기억하기 위해 기록하는 역사학도 / 전통활쏘기를 즐기는 활량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