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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종위기종 큰기러기 무리가 쉬고 있는 모래톱 위에서 역시 멸종위기종인 큰말똥가리가 휴식을 취하고 있다. 이곳은 낙동강의 돌아온 모래톱이다.
 멸종위기종 큰기러기 무리가 쉬고 있는 모래톱 위에서 역시 멸종위기종인 큰말똥가리가 휴식을 취하고 있다. 이곳은 낙동강의 돌아온 모래톱이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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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일 대구 달성군 구지면 우곡교에서 바라본 낙동강의 모습입니다. 강 한가운데 모래톱 위에서 멸종위기 2급 야생생물인 큰기러기 무리가 잠을 자고 있습니다. 아주 평온해 보이는 풍경이 아닐 수 없습니다. 특히 바로 그 위 모래톱에서는 역시 멸종위기 2급 야생생물인 큰말똥가리로 보이는 맹금류가 쉬고 있습니다.
   
맹금류와 맹금류의 사냥감이 함께 휴식을 취하고 있는 이 독특한 풍경을 연출해주고 있는 곳은 바로 낙동강의 모래톱입니다. 마치 잠을 자거나 쉴 때는 사냥을 하지 않는다는 불문율이라도 있는 것처럼 아주 평화롭게 보이기까지 한 풍경입니다.
   
이런 장면은 또 있습니다. 이곳은 우곡교에서 멀지 않는 곳에 있는 또 다른 모래톱입니다. 이 모래톱에서는 천연기념물 독수리 무리가 쉬고 있습니다. 워낙 덩치가 큰 녀석들이라 눈에 확 들어옵니다. 그리고 강 건너편 모래톱에서는 이제는 텃새가 된 백로와 민물가마우지들이 휴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시나브로 낙동강에 생명들이 돌아온 것입니다. 그동안 생명의 흔적조차 찾을 수 없었던 낙동강에서 이처럼 멸종위기종과 천연기념물과 같은 법정보호종 생명들이 돌아온 것이고 이는 사건입니다. 왜 이런 사건이 일어났을까요?

합천보 완전개방... 모래톱 돌아오고 생명이 돌아왔다
 
드러난 모래톱의 영향으로 바닥까지 훤히 보일 정도로 맑은 강물이 흐르는 낙동강 박석진교 아래 낙동강의 모습이다.
 드러난 모래톱의 영향으로 바닥까지 훤히 보일 정도로 맑은 강물이 흐르는 낙동강 박석진교 아래 낙동강의 모습이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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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합천창녕보(이하 합천보) 수문의 완전 개방 덕분입니다. 합천보 수문이 완전히 열리자 강물 수위가 5.7미터 낮아졌습니다. 즉 수위가 6~10미터에 이르렀던 낙동강 수위가 1미터 이내로 낮아진 것입니다.

수위가 이렇게 낮아지자 찾아온 것이 모래톱이고, 이 모래톱이 생명들을 불러 모으고 있는 것입니다. 이처럼 모래톱은 야생 생태계에서는 굉장한 귀중한 요소입니다. 겨울 철새와 텃새 그리고 고라니나 삵과 같은 야생동물들에도 쉼과 먹이터 역할을 해 모래톱은 강에서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이 모래톱의 또 다른 중요한 기능은 강물 속의 유기물이 모래톱에 흡착돼 모래톱의 각종 미생물의 분해 과정을 통해서 수질을 정화하는 탁월한 기능을 한다는 사실입니다. 실지로 정수장의 여과장치가 모래로 이루어진 것은 모래의 탁월한 수질정화 기능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모래톱은 수질을 정화하고 야생생물들에게 쉼과 서식처 기능까지 하는 하천 생태계에 있어서 없어서는 안 될 귀중한 요소입니다.

그런데 이런 중요한 모래톱이 사실 4대강사업으로 완전히 사라진 것이 낙동강의 현실이었습니다. 4대강사업을 하면서 5억만입방미터의 모래를 준설해 버렸고, 거대한 보가 완공돼 물을 가두자 그나마 남아있던 모래톱도 물이 잠겨버렸던 것이 2012년부터 지난 10년간의 낙동강의 흑역사였습니다.

이런 낙동강에서 큰 변화가 찾아온 것이 지난해 11월 말부터 수문을 개방하기 시작한 합천보로 인한 변화였습니다. 그 변화는 한 달이 채 지나지 않아 찾아왔고, 그 결과 낙동강 본류와 그 지천인 회천에 은백의 넓은 모래톱이 드러났고 그 모래톱 위에 무려 12종이나 되는 법정보호종 야생 조류들이 찾아온 것입니다.

새들뿐만 아닙니다. 고라니나 삵과 너구리 같은 포유류들도 돌아온 모래톱 위에서 편히 휴식을 취하고 있는 모습이 목격되기도 합니다. 야생생물들에게 모래톱이 이렇게 중요합니다.

유예된 낙동강 평화... 환경부의 현명한 결단 필요해
 
일부 농민들이 마늘과 양파밭에 2월초부터 물을 줘야 한다는 성급한 주장을 했고, 그 주장을 검증해보지도 않고 그대로 받아들인 환경부가 지난 18일 합천보 수문을 닫아버린 것이다.
 일부 농민들이 마늘과 양파밭에 2월초부터 물을 줘야 한다는 성급한 주장을 했고, 그 주장을 검증해보지도 않고 그대로 받아들인 환경부가 지난 18일 합천보 수문을 닫아버린 것이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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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 모래톱이 다시 수장될 위기에 처했습니다. 합천보 수문을 다시 닫기를 했기 때문입니다. 사실 지난 18일부터 환경부는 합천보의 수문을 닫았습니다. 농업용수의 이른 공급을 주장하는 일부 농민들의 요구조건 때문에 양수장 가동을 서둘러야 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20일 환경단체인 낙동강네트워크의 낙동강 양수장 가동 실태에 대한 현장 조사를 바탕으로 한 강력한 항의로 일단 설 연휴까지는 더 이상 강물을 채우지 않겠다는 환경부의 입장이 확인됐습니다.

따라서 적어도 오는 25일까지는 추가 수위 상승은 없는 채로 현재의 모래톱이 유지되게 됐습니다. 25일까지 유예된 평화가 다시 도래한 것입니다. 야생생물들에겐 참으로 다행한 일입니다.

그리고 환경부는 연휴가 끝나는 날인 25일 내부 회의를 통해 낙동강네트워크의 요구 조건인 3월 초까지의 수문개방 연장 요구를 검토하기로 했습니다.

낙동강네트워크의 요구 조건은 다음과 같습니다. 합천보 상류 10여 곳 양수장의 실질적인 가동 시기가 3월 중순 이후이고 그 전에 특수하게 농업용수의 이른 공급을 주장하는 구지면 도동리와 자모리는 대형 양수기를 통한 비상급수시스템 가동해서 응급 처리해주면 양수장들은 3월 중순 모두 가동하면 되니까 합천보 수문을 3월 초 닫아도 충분하다는 것입니다.

환경부의 신중한 판단이 요구되는 대목입니다. 이 나라 야생생태 질서의 마지막 보루인 환경부가 현명한 판단을 해줘야 하는 것입니다. 농민들이 피해를 입지 않는 선에서 최선의 선택을 환경부가 해야 합니다.  

그래서 3월 초까지 모래톱이 유지된다면 독수리와 같은 겨울 철새들이 낙동강 모래톱을 기반으로 편히 쉬고, 낙동강 모래톱에 만들어진 독수리식당에서 잘 차려진 먹이를 먹고 무사히 고향인 몽골로 돌아갈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환경부의 현명한 결단이 필요하다. 환경부가 자신들의 이름에 걸맞은 행위를 하리라 본다. 그것이 바로 환경부의 존재 이유이기 때문이다. 자모리와 도동리는 지난해 했던 것처럼 대형 양수기를 동원해 물을 퍼주면 된다. 그 정도 수고로움은 환경부가 충분히 감수할 수 있는 일이다. 그러니 환경부가 바른 판단을 해주리라 믿는다."

낙동강네트워크 임희자 집행위원장의 말입니다. 그의 말처럼 환경부가 부디 이름에 걸맞은 현명한 판단을 해서 겨울 철새와 야생생물들이 이 겨울 한 철만이라도 낙동강에서 편히 휴식을 취할 수 있게 되기를 간절히 희망해봅니다.
 
합천보 개방을 돌아온 모래톱 위에 백로 무리가 휴식을 취하고 있다.
 합천보 개방을 돌아온 모래톱 위에 백로 무리가 휴식을 취하고 있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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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온 모래톱 위에 고라니와 오리들이 함께 휴식을 취하고 있다.
 돌아온 모래톱 위에 고라니와 오리들이 함께 휴식을 취하고 있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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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연기념물 독수리가 쉬고 있는 낙동강 모래톱이다. 건너에는 텃새인 백로와 민물가마우지가 쉬고 있다.
 천연기념물 독수리가 쉬고 있는 낙동강 모래톱이다. 건너에는 텃새인 백로와 민물가마우지가 쉬고 있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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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백의 모래톱이 돌아온 낙동강의 지천 회천에서 멸종위기종 노랑부리저어새가 목격됐다. 왼쪽이 노랑부리저어새 오른쪽이 텃새인 중대백로
 은백의 모래톱이 돌아온 낙동강의 지천 회천에서 멸종위기종 노랑부리저어새가 목격됐다. 왼쪽이 노랑부리저어새 오른쪽이 텃새인 중대백로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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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동강 모래톱에서 쉬고 있는 천연기념물이자 멸종위기종인 독수리 무리들. 이들의 편히 쉬었다가 몽골로 돌아갈 수 있도록 3월초까지만 합천보 수문개방 연장하자는 것이 낙동강네트워크의 요구다.
 낙동강 모래톱에서 쉬고 있는 천연기념물이자 멸종위기종인 독수리 무리들. 이들의 편히 쉬었다가 몽골로 돌아갈 수 있도록 3월초까지만 합천보 수문개방 연장하자는 것이 낙동강네트워크의 요구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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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톱 위에서 평화롭게 잠을 자고 있는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인 큰기러기 무리들.
 모래톱 위에서 평화롭게 잠을 자고 있는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인 큰기러기 무리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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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기자는 대구환경운동연합 생태보존국장으로 지난 15년간 4개강사업의 해악에 대해 고발해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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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 깎이지 않아야 하고, 강은 흘러야 합니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의 공존의 모색합니다. 생태주의 인문교양 잡지 녹색평론을 거쳐 '앞산꼭지'와 '낙동강을 생각하는 대구 사람들'을 거쳐 현재는 대구환경운동연합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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