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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시에 비해 서귀포는 더 따뜻하고 날씨도 좋다. 그러나 제주도민들은 대부분 제주시에 산다.
 제주시에 비해 서귀포는 더 따뜻하고 날씨도 좋다. 그러나 제주도민들은 대부분 제주시에 산다.
ⓒ 임병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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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지인들이 제주에 놀러 와서 만나자는 경우가 종종 있다. "숙소가 어디냐"고 물었더니 "서귀포"란다. 너무 멀어서 못 간다고 하면 "얼마나 걸리는데" 하고 되묻는다. 그래서 "1시간은 걸린다"고 말하면 "고작 그 정도 거리를  못 오느냐"며 삐친다. 제주시에 사는 도민에게 "서귀포에서 만나자"고 얘기하는 것은 만나지 말자는 뜻이거나 제주를 모르거나 둘 중의 하나이다.  

제주도민에게 서귀포란 물리적인 거리는 1시간이지만 마음은 서울에서 강원도만큼 먼 곳이다. 서귀포는 일정을 잡고 여행을 가는 곳처럼 간다. 실제로 필자도 서귀포는 일 년에 많아야 서너 번밖에 가지 않았다. 그마저도 가족 여행이나 불가피한 강연이었다. 

"제주 서쪽 사람이나 동쪽 사람이나 죽을 때까지 관덕정 넘어갈 일은 없다"는 말이 있다. 관덕정은 제주시에 있다. 서귀포 사람은 관덕정이 있는 제주시를 갈 일이 없다는 뜻이다. 마찬가지로 동쪽 사람들도 제주시를 넘어 서귀포를 가지 않는다. 

제주시와 서귀포가 멀다고 느끼는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먼저 한라산이라는 지형적인 조건 때문이다. 지금은 5.16 도로가 있으니 제주시에서 서귀포로 넘어갈 수 있지만, 옛날에는 해안가를 따라가야 했다. 현재도 제주시에서 해안도로만 타고 서귀포 중문으로 가면 2시간이 넘게 걸린다. 

30분만 멀어도  멀리 느껴지는 제주사람들에게 1시간이 넘는 서귀포는 갈 수도, 가서는 안 되는 먼 거리이다. 오죽하면 비행기 타고 서울은 가도 서귀포는 가기 귀찮다는 도민들도 많다. 
 
제주도 인구현황, 비슷한 면적이지만 인구의 70%가 제주시에 몰려있다.
 제주도 인구현황, 비슷한 면적이지만 인구의 70%가 제주시에 몰려있다.
ⓒ 제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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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는 인구이다. 제주도에 사는 사람들은 대부분 제주시에 산다. 비슷한 면적이지만 인구 70만 명 중 50만 명이 제주시에 살고, 서귀포는 고작 20만명만 산다. 인구가 제주시에 몰려있다 보니 생활 인프라 또한 제주시에 밀집해 있다. 대형 종합병원이나 명문학교, 문화 ·체육 시설, 심지어 프랜차이즈 매장도 제주시에만 있는 경우도 많다. 

실제로 서브웨이라는 매장은 제주시에만 4군데가 있지만, 서귀포에는 한 곳도 없다. 가전제품 등 서비스센터도 서귀포에는 없는 경우가 허다하다. 유명 가수의 콘서트나 전시회, 강연도 제주시에서만 열리거나 제주시, 서귀포 나눠서 한다. 하지만 제주시에서 열리는 경우 대부분이다. 왜냐하면 서귀포에서만 하기는 인구가 너무 적기 때문이다. 

제주의 모든 생활과 문화가 제주시를 중심으로 움직이니 서귀포에 사는 사람들은 모임이나 행사에 참석할지를 결정해야 한다. 1시간을 소요해 참여하는 경우는 거의 없고 대부분 불참한다. 

서귀포 사람들은 대다수 자발적인 고립(?)을 선택해 살아간다. 제주시까지 오고 가는 고생을 택하기보다는 서귀포 내에서만 생활한다. 그래서 서귀포에 살면 사람들과 멀어진다는 얘기도 있다. 

같은 섬이지만 심각한 지역 불균형 때문에 제2공항은 서쪽에 건설해 발전시켜야 한다는 주장도 있었다. 그러나 제2공항 예정지가 성산으로 결정되면서 그런 의도는 무색해졌다(서귀포 중문에서 성산까지나 중문에서 제주공항이나 소요시간은 비슷하다).

인구불균형과 지역 균형 발전은 제주가 풀어나가야 할 숙제이다. 그 오랜 숙제가 풀리지 않는다면 여전히 "니가 와라 서귀포"라는 말이 "만나기 싫다"라는 말처럼 들릴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아이엠피터뉴스에도 게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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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 미디어 '아이엠피터뉴스'를 운영한다. 제주에 거주하며 서울과 부산을 오가며 취재활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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