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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증장애인 6인의 ‘원(circle)이, 원(one)이 되는 날’ 단체사진 .
ⓒ 문수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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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행사 때도 도움받을 수 있을까요? 재능기부 말만 들었지 직접 본 건 처음이에요. 선생님들의 마음이 너무 가슴에 와 닿았어요. 어려운 일인데... 대부분 생각만 가지고 있을 뿐 행동으로 옮기기가 힘들잖아요."

서산시중증장애인생활지원센터 장애인 직원 황윤서씨는 눈물이 그렁그렁한 채 "다른 지역에서 근무할 때도 이런 팀은 본 적이 없었어요. 너무 감동받았습니다. 내봄눈 드림팀을 응원합니다"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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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정이 넘도록 포토존을 꾸미고 .
ⓒ 문수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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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정이 가깝도록 포토존 꾸미기

새해 들어 가장 따뜻했던 지난 12일(목) 서산시중증장애인생활지원센터 2층에서는 아주 특별한 선물이 기다리고 있었다. 바로 내생애봄날 눈이부시게(아래 내봄눈) 드림팀이 사전 신청을 받은 중증장애인 6인에게 '눈부시도록 아름다운 사진'을 선물해주는 날이었다.

내봄눈 김은혜 대표는 "풍선을 예쁘게 장식하고, 벽지를 바꾸고, 현수막을 붙이는 작업을 수월하게 해주려고 센터 직원분들이 스스로 휴가를 내준 덕분에 행사 전날 내봄눈 봉사자들이 자정이 되어가도록 포토존을 무사히 만들어 놓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파티룸을 빌려볼까도 생각했지만, 중증장애인분들이 이용할 수 있는 엘리베이터와 화장실이 갖춰지지 않아 포기했다. 밤새 우렁이 각시들의 손길이 닿으니 이렇게 아름다워졌다. 아침부터 마음이 설레는 건 장애인분들이나 내봄눈 식구들이나 다 똑같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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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증장애인들에게 생애 봄날을 선물한 하루 .
ⓒ 문수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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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샷을 찍기 위해 긴 기다림에도 행복해하던 그날

신청자는 57세 이옥자, 32세 조한길·권호철, 24세 박재민, 46세 김동현, 53세 장미화님. 이들 중 1등으로 센터에 도착한 이옥자님은 "수화로 미용실에 다녀왔다"며 한복과 의상을 보더니 최고라며 양손으로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또 자신의 힘으로는 옷을 갈아입을 수 없는 장미화(53)님은 한복 사진을 원하셨고, 이에 봉사자 중 한 분이 귓속말로 "노란 가디건과 원피스도 입고 찍을래요?"라고 하자 환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활동보조사들이 이들의 탈의를 도와주었지만, 시간이 오래 걸렸다. 이에 "다른 분 한복 갈아입으시면 두 분 함께 찍어드릴게요"라고 하자, 그 오랜 시간을 기다리면서도 한복과 함께 코디해 준 예쁜 꽃 화관과 꽃 팔찌를 꼭 쥐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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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생애봄날 눈이부시게’ 드림팀의 ‘뻔한 인생사진은 물럿거라’ 단체사진 .
ⓒ 문수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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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산시중증장애인생활지원센터 권인자 센터장은 "장애인이라고 하면 겉으로 보이는 모습들 때문에 사진 찍는 게 솔직히 두려운 부분이 있다"며 "저 또한 다치고 나서부터는 휠체어를 타고 있는 이 모습을 사진으로 남긴다는 게 좀 그렇더라. 그러다 보니 사진을 안 찍었다. 하지만 오늘 다 같이 모여 서로서로 응원해 주면서 찍으니까 정말 너무 좋다"고 말하며 "파티한 기분"이었다고 고백했다.

이어서 "처음에는 안 찍는다고 막 빼시던 분이 나중에는 서로를 응원해 가면서 밝게 웃으며 본인이 소품을 직접 챙겨 와 스스로 사진 찍는 모습을 봤다. 오늘 하루로 인해 우리도 다시 한번 현재의 모습을 사랑하게 됐다. 오늘은 바로 그런 자리였던 것 같아서 감동"이라며 "이런 기회를 만들어주신 내봄눈 드림팀원들께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인사를 아끼지 않았다.

32세 한길씨는 소감을 묻는 질문에 "좋았어요. 즐거웠고요. 정말 좋았어요"를 연발했고, 옥자씨는 엄지손가락으로 "최고 최고 최고"를 무한 반복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20년가량 시설에서 생활하다 이날 행사에 참여하게 된 김동현씨는 "갈아입은 세 벌의 옷이 중고등학교 때 입었던 것과 비슷한 삼색운동복이어서 너무 좋았다"라면서 "(사진을 찍는 게) 처음에는 어색했다. 이런 세상을 접할 기회가 없었기 때문이다. 좋은 기회를 얻었다"고 말하며 다음에도 동참할 뜻을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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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처음부터 끝까지 웃음을 잃지 않았던 미화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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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현씨와 함께 시설에서 잠시 나온 웃음 많은 장미화씨는 "한복을 입고 화관 썼을 때가 가장 좋았다"며 "다음에는 웨딩드레스를 입고 싶다"고 말하며 부끄러운 듯 미소지었다.

일련의 과정을 지켜본 중증장애인 이지숙씨는 "밋밋한 일상 속에서 살아왔다. 몸이 불편하다 보니 사진은 엄두도 못 냈다. 오늘 이분들도 나처럼 내봄눈 드림팀 덕분에 사진 찍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게 됐다. 너무너무 훈훈하다"며 "이런 기회가 장애인들에게 또 있었으면 좋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적당한 시간을 틈타 정광수 플루티스트가 신청곡 타이타닉 연주를 해주었다. 그 순간 모인 사람들의 입에서 탄성이 터져 나왔다. "마치 꿈을 꾸는 듯했다. 아니 하늘을 나는 듯한 감동을 받았다"고 고백하는 이가 있는가 하면, 박수로 고마움을 표현하기도 했다.

한편, 내생애봄날 눈이부시게 재능기부촬영 프로젝트는 현재 '원(circle)이, 원(one)이 되는 날' 타이틀로 개능기부 8회차가 진행됐다.

의상·소품 협찬·코디네이터 더라라 김혜륜 대표, 더큼 김년옥 사장, 꽃소품 문현희, 작가 최미향, 촬영스탭 김주원 점장, 카피라이터 이근모, 광고현수막 조재진, 풍선 및 포토존 장식 더프라미스 김양숙 대표, 갤러리헤어 지영숙 대표 등이 함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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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생애봄날 눈이부시게 드림팀과 참가자들 그리고 직원들과 함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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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봄눈 드림팀원들이 남기고 싶은 이야기

김은혜 대표 : "새해 첫 촬영을 이 분들과 함께해서 행복합니다. 언제나 찾아갈 때마다 진심으로 반겨주시는 분들, 언제 다시 올 거냐며 기다려주시는 분들, 그래서 더 행복하게 봉사할 수 있었습니다.

가장 행복하게 웃을 수 있는 눈부신 하루를 선물하는 일은 그 자체가 감동입니다. 정광수 선생님의 타이타닉 OST 명곡처럼 오늘 하루, 봉사와 감동의 연주가 어우러져 잊을 수 없는 날이 될 것 같습니다. 내봄눈 재능기부 봉사자 여러분, 진심으로 사랑합니다."

문수협 사진작가 : "내 앞에 있는 선물상자에서 무엇이 나올지 궁금해하는 아이들처럼 오늘 주인공들이 동심으로 돌아가 기뻐하는 모습을 보니 너무 좋아요. 그 마음을 알기에 매번 긴장하고 기대하며 카메라를 챙겨 집을 나서는가 봅니다.

때론 마음이, 또 카메라 가방이 무거워질 때마다 저 자신에게 이야기합니다. '함께하는 분들이 있어. 오늘도 잘할 수 있을 거야'. 오늘도 재능 기부해 주신 많은 분이 있어 무사히 마칠 수 있어 행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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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복이 유난히 잘 어울린 모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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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은옥 수한복 대표 : "'내생애봄날 눈이부시게'를 만나면서 저도 내 생애 봄날처럼 하루하루가 행복합니다. 가족 같은 '내봄눈' 식구들을 보며 촬영할 때마다 많이 배웁니다. 소중한 한 컷을 더 만들기 위해 누구랄 것도 없이, 아낌없이 주는 나무 같은 내봄눈 식구들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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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광수 플루티스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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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광수 플룻리스트 : "봉사란 표현보다 사랑의 나눔이 더 어울리는 시간이었습니다."

강보화 메이크업 아티스트 : "모든 날이 눈부시길 바라지만 제 마음은 사계절처럼 한없이 춥기도 하고 한없이 따스하기도 합니다. 오늘 봉사를 하면서 차가워진 제 마음속 풍경에 따스함이 스며들었습니다. 좋은 분들과 함께 하는 선한 일을 통해 꾸밈없는 웃음이 찾아왔습니다. 오늘 나의 모든 순간이 덕분에 눈부십니다. 함께여서 감사합니다. 모두 사랑합니다. 늘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류인영 리안헤어 실장 : "초등학교 시절, 처음 서림복지원에 봉사하러 갔을 때 저를 안고 엄청나게 좋아하며 뛰어다니던 분이 계셨습니다. 오늘 센터로 오면서 처음 봉사를 시작했을 그때가 생각이 나며 진심으로 행복해하는 저의 모습을 느꼈던 것 같습니다.

추운 날씨도 지나가고 조금 푸근해진 날씨와 어울리게 너무 마음 따뜻하게 봉사할 수 있었습니다. 항상 좋은 일들을 함께 할 수 있게 해주셔서 진심으로 고맙습니다. 모두 빛나는 하루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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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른 아침부터 봉사자들이 참여해 메이크업을 하고 있는 모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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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선미 리안헤어 대표 : "봉사의 온도는 그저 따뜻하고, 감동이란 온기에 더해 아름답기까지 합니다. 매번 하는 봉사지만 시간이 갈수록 더 뜻깊었던 하루였습니다. 새로 시작하는 2023년, 봉사의 온도가 식지 않길 기원하며 감사하고 사랑합니다."

비보이 박훈 영상감독 : "봄날 2행시입니다. ▲봄: 봄날 촬영가는 날은 어릴 때 소풍 가기 전날 기대감에 부풀어서 잠을 못 자던 어릴 때 내 모습처럼 ▲날: 날 너무 설레게 해. 욕심 없이 사는 느낌이 어떤 것인지 피부로 느낄 수 있어서 너무 뜻깊고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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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정이 넘도록 포토존을 꾸미고 벽지를 붙이며 촬영날을 준비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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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증장애인들에게 생애 봄날을 선물한 하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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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증장애인들에게 생애 봄날을 선물한 하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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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증장애인들에게 생애 봄날을 선물한 하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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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안헤어 한선미 원장이 메이크업을 하고 있는 모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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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서산시대에도 실립니다.


태그:#내봄눈, #내생애봄날분이부시게, #중증장애인, #원이원이되는날, #뻔한인생사진은물럿거라#서산시중증장애인생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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