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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가 11일 오후 설 명절을 앞두고 대구 중구 서문시장을 찾아 옷을 들어보이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가 11일 오후 설 명절을 앞두고 대구 중구 서문시장을 찾아 옷을 들어보이고 있다.
ⓒ 대통령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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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서문시장은 보수진영의 성지와 같은 곳이다. 보수 대통령들은 재임 중 난관에 빠질 때면 이곳에 와서 기를 얻고 간다는 말도 있다. 윤석열 대통령도 지난해 8월 지지율이 20%대까지 떨어졌을 때 서문시장을 찾아 "대구시민을 생각하면 힘이 난다"라고 말했다.

지난 11일, 이번엔 윤 대통령이 아닌 부인 김건희 여사 홀로 서문시장에 왔다. 올해 첫 공개 일정이자 독자 행보다. 대통령실은 별다른 정치적 의미는 없다며 선을 그었지만 언론은 설 연휴를 앞두고 보수층 결집을 노린 방문이라는 해석을 내놨다.

실제로 이날 김 여사를 보기 위해 많은 인파가 몰렸다. 현장에선 "윤 대통령보다 더 인기가 많다"는 말까지 나왔다. 

김 여사가 다녀간 다음 날인 12일 기자가 찾았을 때도 여전히 서문시장 상인과 손님들의 대화 주제는 '윤석열'이 아닌 '김건희'였다.

'김건희 한복' '김건희 어묵' 찾는 사람들... "시장에 도움 될 것"

"이렇게 인기가 많은 줄 몰랐다."

서문시장의 한 카스텔라 점포에 줄을 서 있던 시민이 놀란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평일인데도 빵을 사려는 대기 행렬이 가게 옆 좁은 골목까지 길게 이어져 있었다. 그는 "이곳이 원래 유명한 곳인데 김건희 여사가 다녀갔다기에 한 번 와 봤다"고 했다. 김 여사는 시장에 도착해 가장 먼저 이곳에 들러 카스텔라 10여 팩을 현금으로 샀다.

가게 직원 김재연(70)씨는 "김 여사가 '직원들이 많아 나눠먹는다'며 구매했다"며 "요즘 장사가 어떻냐고 묻기에 내가 '우리는 잘 된다. 서문시장에 와서 카스텔라를 안 사가면 섭섭하다' 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가 지난 11일 대구 서문시장을 찾아 카스텔라를 샀던 점포. 12일 오후 카스텔라를 사려는 시민들이 길게 줄을 서 있다.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가 지난 11일 대구 서문시장을 찾아 카스텔라를 샀던 점포. 12일 오후 카스텔라를 사려는 시민들이 길게 줄을 서 있다.
ⓒ 조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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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여사는 이어 어묵상점에 들러 곤약과 어묵 국물을 먹고 한복점에서 동절기용 개량한복을 살펴보거나 양말가게에서 겨울 양말 300켤레를 구매하기도 했다. 양말은 시장 방문에 앞서 급식 봉사를 한 대구 성서종합사회복지관 어르신께 선물했다고 대통령실은 전했다.

대부분의 상인은 대목인 명절을 앞두고 시장 분위기를 띄워주는 역할은 했다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어묵상점 박재석(41) 사장은 "(김 여사가 방문한다는 것을) 어떻게 알고 왔는지 모르지만 다들 반겨주고 좋아하는 분위기였다"고 전했다.

"그 뒤로 '김 여사가 어떤 어묵을 사갔느냐'고 묻고 사가는 사람들이 늘었다. 정치색을 떠나 누가 시장에 찾아오든 우리에겐 좋은 영향이 있다. 응원이 된다."

김 여사가 개량한복을 사 간 한복점 김경숙 대표(68)는 "김 여사가 대통령 입을 옷을 보다가 '체격이 커서 안 되겠다. 내가 입을 옷을 좀 보여 달라'고 해서 흰 저고리와 녹색 치마를 보여줬다"며 "오늘도 여사님 팬이 찾아와 여사님이 산 옷과 같은 개량한복을 사가지고 갔다"고 전했다.

이어 "찾아오는 손님들이 '뉴스를 통해 봤다'며 얘기를 많이 한다. 설 명절을 앞두고 아무래도 조금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양말가게 오정숙 대표는 "김 여사의 방문이 행운이다. 기운을 북돋워준다"며 감사하다고 했다.

오 대표는 "김 여사가 갑자기 오셔서 양말을 사주신다는 것만으로도 대박"이라며 "18년 동안 실패도 하면서 힘들게 이 일을 해왔는데 나에게도 이런 행운이 온다는 생각도 들더라. 저희 물건 팔아주니 감사하고 행복하다"고 소감을 전했다.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가 지난 11일 서문시장을 찾아 개량한복을 샀던 한복점. 다음날에도 김 여사의 팬들이 찾아와 동일한 한복을 사갔다고 한다.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가 지난 11일 서문시장을 찾아 개량한복을 샀던 한복점. 다음날에도 김 여사의 팬들이 찾아와 동일한 한복을 사갔다고 한다.
ⓒ 조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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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가 11일 오후 설 명절을 앞두고 대구 중구 서문시장을 찾아 어묵가게에서 어묵 국물을 맛보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가 11일 오후 설 명절을 앞두고 대구 중구 서문시장을 찾아 어묵가게에서 어묵 국물을 맛보고 있다.
ⓒ 대통령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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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가 11일 오후 설 명절을 앞두고 대구 중구 서문시장을 찾아 양말가게 상인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그리고 김 여사는 서문시장 오기 전엔 방문했던 성서종합사회복지회관에 보낼 양말 300켤레를 구매했다.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가 11일 오후 설 명절을 앞두고 대구 중구 서문시장을 찾아 양말가게 상인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그리고 김 여사는 서문시장 오기 전엔 방문했던 성서종합사회복지회관에 보낼 양말 300켤레를 구매했다.
ⓒ 대통령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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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운 데도 많은데 굳이 왜 여길..." 싸늘한 시선도


반면 차가운 시선으로 바라보는 상인도 있었다. 어묵가게 앞에서 노점을 하고 있는 조아무개(86)씨는 "(김 여사가) 우린 쳐다보지도 않고 지나가 좀 섭섭했다"며 "사람 속에 묻혀서 지나가서 얼굴도 보지 못했다. 정치인들 오면 우리 같은 (노점)사람들은 거들떠보지도 않는다"고 섭섭해했다.

20년째 칼국수 장사를 하고 있다는 황아무개(70)씨는 "서민들이 얼마나 힘든지 정치권에서는 잘 모른다"며 "이렇게 이벤트처럼 한 번 왔다가는 것은 기분은 좋을지 모르나 별 도움이 안 된다"고 했다.
 
"서문시장 안에도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이 말도 못할 정도로 많다. 우린 지금 하루 50그릇도 못 판다. 인건비도 안 되고 재료비도 많이 올랐다. 어쩔 수없이 나와 있지만 이런 애로사항은 듣지도 않는다."


지역 야권 정치권에서도 비판의 목소리도 나왔다. 더불어민주당 대구시당은 지난 12일 논평을 통해 "김 여사께서 서문시장에 오셔서 양말도 푸짐하게 사시고 납작만두도 맛나게 드시는 모습은 좋은 서민 행보"라면서도 "적극적으로 서민의 애로사항과 문제점, 정책의 일방소통을 매섭게 대통령에게 건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김 여사가 말한 '딱 제 스타일'인 납작만두 경쟁력을 유지하려면 전국에서 최초로 진행하고 있는 대형마트 의무휴일 폐지부터 원점으로 돌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민정 정의당 대구시당위원장은 "김 여사가 여러 가지 행보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하필 이 시기에 서문시장을 찾은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국민의힘 당 대표 선거를 앞두고 대통령 대신 정치적인 영향력을 미치려고 하는 것이 아닌지 우려가 된다"고 했다.

이어 "대구 말고 다른 지역에 어려운 곳도 많은데 굳이 전통시장을 방문하려면 그런 곳으로 가야 하지 않았겠느냐"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가 11일 오후 설 명절을 앞두고 찾은 대구 중구 서문시장에서 상인들과 시민들을 향해 손하트를 만들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가 11일 오후 설 명절을 앞두고 찾은 대구 중구 서문시장에서 상인들과 시민들을 향해 손하트를 만들고 있다.
ⓒ 대통령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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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서문시장, #김건희, #시장 방문, #개량한복, #전통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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