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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것과 모르는 것은 차이가 크다. 상대를 제대로 알면 대상이 누가 됐든 함부로 할 수 없다. 내 경우엔 문어가 그렇다. 전에는 안 그랬는데 <나의 문어선생님>이란 다큐멘터리를 본 후 나는 더 이상 문어를 먹지 못한다.

아니 못 먹는 정도가 아니다. 어쩌다 몸통이 잘게 썰린 문어가 초장과 함께 포장된 걸 보는 것조차 괴롭다. 문어를 알게 되니 더는 문어가 먹을 걸로 보이지 않는다. '녀석, 어쩌다 잡혔을까. 조가비로 위장술을 쓰고 미역인 척 해조류 사이에 자연스레 숨어있을 수 있을 정도로 머리가 좋은 놈들인데 어쩌다 잡혀 이 끔찍한 부관참시를 당했을까?' 하는 생각만 든다. 

개도 마찬가지다. 개야말로 제대로 알면 먹을 수 없다. 그래서 나는 여전히 개를 먹는 사람들은 개를 모르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한다. 요즘 장안의 화제인 예능 프로그램 <캐나다 체크인>이 증명했듯 개들의 인지능력은 놀랍다. 해당 프로그램에 나온 개들은 하나 같이 2년 전 자신을 돌봐주던 보호자의 손길을 기억해 냈다.

개는 인간의 언어를 구분해서 알아듣는다 

보통 개들의 평균 지능은 인간 아이 2세 수준 정도라고 한다. 놀랍지 않은가? 보편적인 두 돌 아기를 기준으로 보면 이 시기 아이들은 간단한 문장을 구사할 줄 알고 더러 옳고 그름조차 스스로 판단한다. 물론 개인차가 있지만 말이다.  
 
타이다이(Tie-dye) 옷을 입은 복주
▲ ENFP 재질 복주 타이다이(Tie-dye) 옷을 입은 복주
ⓒ 이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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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긴 우리 복주만 봐도 그렇다. 영리하고 사람들이 주고받는 말을 알아차린다. 또 자신이 어떻게 하면 보호자와 소통할 줄 아는지 안다. 이전에는 복주가 내 손짓과 표정을 읽고 행동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아니다. 같은 말을 영어로 하면 모른다. 복주에게 익숙한 한국말인 '앉아', '손', '엎드려', '기다려' 같은 말들을 영어로 바꿔 말하면 못 알아듣는다.

이 얘기를 주변 반려인들에게 했더니 많은 분들이 동의했다. 이 때문에 해외 입양을 앞둔 보호소 친구들에게는 자원봉사자분들이 따로 영어 훈련을 시킨다고도 한다. 신기하지 않은가. 개가 인간의 언어를 구분해서 알아듣는다는 사실이.

이렇듯 복주의 영민함을 알게 될 때마다 대견하면서도 한 편으로 가슴 아프다. 우리 복주와 비슷한 품종의 친구들이 여전히 이 땅에서 식용견으로 불린다는 사실이. 그뿐인가. 도심을 조금만 벗어나면 복주와 비슷한 얼굴을 한 친구들이 일 미터 목줄에 묶여 홀로 밭을 지키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흔히 말하는 방치견과 학대견들 말이다. 그때마다 나는 어찌할 바를 몰라 그저 눈을 감는다. 어째서 이 나라는 개한테 이럴까.

이렇듯 개를 홀대하는 문화는 이전 세대 어르신들에게는 익숙한 풍경이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시대가 변했다. 개와 고양이는 일부 국가를 제외한 전세계 대부분의 나라에서 식용이 금지되어 있다. 물론 이전 시대의 개 식용 문화에 대해서는 이해의 여지가 있다. 그땐 배가 고팠으니까. 먹을 게 없었다고 하니까. 

하지만 이제는 아니지 않은가. 게다가 요즘은 과학기술의 진보로 인해 소고기의 식감과 맛을 구현하는 대체육까지 개발되고 있다. 그런데 이런 환경 속에도 굳이 개를 먹겠다는 이들의 주장은 납득하기가 어렵다.  

개 식용 문제에 이토록 예민하게 반응하는 이유는 나 자신이 반려인이라는 1차원적 문제도 있지만, 개고기를 먹는 문화 때문에 발생하는 사회적 문제에도 관심이 많기 때문이다. 개를 먹는 문화 때문에 많은 불법 개농장이 생겨나고 불법 개농장에서 관리되지 못한 개들이 더러 목숨을 걸고 탈출하고 그 과정에서 사람이나 개를 무는 일이 종종 생기곤 한다. 
 
해탈 6개월 시절
▲ 기분 좋은 해탈 해탈 6개월 시절
ⓒ 이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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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개물림 사고가 생기면 '큰 개'에 대한 세간의 공포와 혐오는 증폭된다. 뉴스에서 사람이 개한테 물려 죽는 영상을 본 사람은 밖에 나와 길에서 비슷한 크기와 종류의 개를 보면 공포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이런 일들이 반복되면 반려인과 비반려인 사이의 갈등의 골은 점점 더 깊어진다. 

물론 관련 법 개정 등의 제도 개선이 선행돼야겠지만, 나는 개물림 사고의 본질적인 문제 중 하나인 개 식용이 빨리 종식되길 바란다. 더는 아무도 이 땅에서 개를 먹지 않았으면 좋겠다. 

아이들과 교감하는 해탈이 

이런 사회적 현상 때문에 개들과 산책하다 보면 속상한 일을 더러 겪는데 그건 '큰 개는 문다. 위험하다'는 사회적 편견에 직접적으로 노출될 때다. 산책 중 만나는 어린이 친구들은 개들을 보고 "멍멍이다" 하며 두 팔 벌려 반가워하는데 곁에선 어른들이 먼저 아이들을 제지하고 나설 때가 있다. 하지만 나는 아이들이 안전한 범위에서 우리 개들과 인사하며 지내게 하고 싶다. 아이들이 이런 경험을 많이 하면 앞으로 사는 동안 동물들과 조금 더 쉽게 친해질 테니까.

게다가 우리 해탈이 같은 경우는 사람을 워낙 좋아한다. 썰매 끌던 개의 유전자 때문인지는 모르겠는데 해탈이는 인간과 교감하는 걸 무척이나 즐긴다. 해탈이는 산책 중에 자신을 반기는 사람을 보면 그쪽으로 나를 막 끌고 간다. 하지만 대부분의 양육자들은 겁에 질린 얼굴로 아이를 잽싸게 안아 든다.

이해한다. 혹시 모를 사고에 대비하는 거다. 개인적인 생각이나 내가 리드줄을 확실하게 잡고 안전한 거리에 있으니 개를 한 번쯤 경험하게 해주었으면, 하는 마음도 생긴다. 그렇게 하면 아이도 자연스레 생태학적 감성을 기를 테고 해탈이 역시 사랑받는 경험을 하고 서로에게 좋을 테니까. 물론 모든 대형견 견주가 그런 것은 아니니 쌍방의 동의를 구하는 과정은 필수다. 

가끔 개들에게 호의적인 태도를 보이는 양육자와 어린이 친구를 만날 때가 있는데 그러면 나는 기꺼이 무릎을 땅에 대고 앉아 아이들에게 친절하게 설명한다. "이 친구는 지구 북쪽에 살고 사람들과 친하게 지내며 썰매를 끌던 친구야. 그리고 이 친구는 우리나라 천연기념물 제53호 진돗개 품종의 개인데 원래는 집을 지키던 친구들이지. 그래서 허스키인 해탈이는 사람을 무척 따르고 진돗개인 복주는 낯선 사람을 경계하는 성향이 있어. 그러니까 혹시라도 멍멍이 친구를 만져보고 싶다면 사람을 좋아하는 허스키 친구의 등을 만져 주는 게 어떨까?" 그럼 아이들은 좋아서 팔짝팔짝 뛴다.

이렇게 아이들과 이야기를 주고받다 보면 종종 재밌는 대답도 들을 수 있다. 한 번은 운동장에서 만난 한 어린이 친구에게 "추운 나라 출신인 허스키 친구들이 한국까지 어떻게 왔는지 모르겠어. 우리 친구 생각은 어때요" 하고 물으니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가 생각하는 듯 잠깐 눈동자를 굴리더니 "러시아랑 우크라이나랑 전쟁을 하고 있으니까 그때를 틈타서 도망 나온 거 같아요" 했다.
 
해탈과 아이
▲ 아이와 노는 해탈 해탈과 아이
ⓒ 이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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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밖에서 우리 개와 이웃의 아이들이 교감하는 걸 보면 요즘 친구들 얘기처럼 '인류애'가 마구 솟구치는 감정을 느낀다. 그러면서 뭔지 알 수 없게 희망 같은 마음이 몽글몽글 생긴다. 적어도 이 친구들이 어른이 되는 때가 오면 털친구들에게 혐오의 감정이 지금보다 덜하겠지, 하는 일종의 희망 말이다.

요즘같이 추울 때 개들과 밖에 다니다 보면 길고양이 급식소를 더 눈여겨보게 되는데, 정성껏 지은 고양이 은신처들이 무참하게 망가지는 걸 목격할 때 가슴이 아프다. 이렇게 추운 계절에 밖에 사는 동물들이 살아갈 수 있는 유일한 밥줄을 기어이 찾아내 뒤집고 부수는 그 심정을 나는 모른다. 

이런 생각을 하다 보면 아이들과 동물들이 행복하지 않은 곳에서 어른들은 행복할까, 하는 질문에 자연스레 봉착한다. 나와 내 가족만이 안전한 세상. 그런 곳이 과연 있을까 하는 생각. 그런 곳을 정말 천국이라고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 나는 우리가 지금보다 더 나와 내 가족 너머 이웃과 공동체 또 지구상에 공존하는 다른 생명체를 존중할 때 좀 더 살만하고 행복한 세상으로 다가갈 수 있으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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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세월호가 지겹다는 당신에게 삼풍 생존자가... "라는 게시글 하나로 글쓰기 인생을 살고 있는 [산만언니] 입니다.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에게 마음이 기웁니다. 재난재해 생존자에게 애정이 깊습니다. 특히 세월호에 깊은 연대의식을 느낍니다. 반려견 두 마리와 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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