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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9일 오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보건복지부·고용노동부·여성가족부·식품의약품안전처·질병관리청 2023년도 업무보고에서 발언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9일 오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보건복지부·고용노동부·여성가족부·식품의약품안전처·질병관리청 2023년도 업무보고에서 발언하고 있다.
ⓒ 대통령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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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지 9개월이 지났지만 이 정부의 비전은 여전히 보이지 않는 듯하다. 도대체 윤석열 정부는 무엇을 하려는 걸까? 지금까지 드러난 것으로만 보면 윤석열 정부는 '시대착오', '책임 전가'로 상징된다고 할 수 있겠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해 5월 10일 취임사에서 '자유'를 35번, 광복절 경축사에선 '자유'를 33번 언급했고, 작년 9월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는 '자유'를 21번 언급했다(관련 기사: 21번의 "자유", 윤 대통령 유엔총회 연설이 아쉬운 까닭 http://omn.kr/20svr).

윤 대통령이 꾸준히 '자유'를 주장하지 않더라도 오늘날 한국은 거의 무제한의 자유를 누리고 있는 국가로 보인다. 영국 이코노미스트가 매년 발표하는 민주주의 지수에 따르면 한국은 작년 세계 167개국 가운데 16위로, 2년 연속 '완전한 민주주의' 국가로 평가됐다. 또 국경없는기자회가 발표하는 세계언론자유지수에서는 43위에 올랐다. 그런데도 윤 대통령이 부르짖는 '자유'는 무엇일까?

윤 대통령의 자유는, 아마도 자신과 자기 세력만을 위한 자유로 보인다. 그는 헌법이 보장한 노동3권을 근거로 파업한 노동자를 '불법 세력'으로 규정하고 법에 따라 엄중 처벌하겠다고 하면서도, 자기 가족을 둘러싼 각종 혐의와 의혹에 대해서는 불쾌감을 드러내곤 한다. 또 지난 외교 참사와 이태원 참사의 책임자로 지목된 박진·이상민 두 장관의 국회 해임건의안은 묵살했고, 여소야대로 안정적인 국정 운영을 위해서는 야당과의 협치가 절실함에도 만찬 자리에 야당은 부르지 않았다.

윤 대통령이 '자기편'만을 위한 자유를 외치는 사이, 국민의 자유에 대한 인식은 악화되고 있다. 경향신문의 신년맞이 여론조사에 따르면 국민 10명 중 7명은 '윤 정부 출범 이후 국민의 자유가 축소 내지는 이전과 변함이 없다'라고 응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자유가 축소됐다고 응답한 국민 70%는 특히 '언론자유가 축소됐다'고 답했는데, 실제 올해 우리나라 세계언론자유지수가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작년 MBC가 윤 대통령이 바이든 대통령을 향해 욕설한 내용을 보도한 것을 놓고 대통령 전용기 탑승 불허, 기자 징계 요구 등으로 국경없는기자회가 한국의 언론자유가 위축되고 있다고 평가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의 자유 지수를 모른 채 자유를 부르짖는 대통령만 보면, 마치 한국은 아직도 군사정부 아래 살고 있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다.

대통령은 어느 시대를 살고 있나 
 
윤석열 대통령의 동남아시아 순방에서 대통령 전용기 탑승이 불허된 MBC 기자들이 지난해 11월 10일 오후 인천 중구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에서 대통령 순방을 취재하기 위해 출국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동남아시아 순방에서 대통령 전용기 탑승이 불허된 MBC 기자들이 지난해 11월 10일 오후 인천 중구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에서 대통령 순방을 취재하기 위해 출국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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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의 시대착오적인 발언은 자유에서 그치지 않았다. 후보 시절에는 대학생들과 만난 자리에서 '구직 앱'이 생길 것이라고 말해 논란이 일었고, 최근 북한의 무인기 침공에 대해서는 드론 부대 창설을 지시해 또 논란이 생겼다. 드론부대는 지난 2018년에 창설돼 버젓이 훈련하고 있는데도 마치 없었던 것처럼 이야기한 것이다.

또 지난 5일 교육부·문체부 2023년 업무보고 자리에서는 학생들이 느낌을 적을 수 있는 교과서를 만들고, 선생님들이 다양한 시청각 자료를 활용해 교육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런데 이런 교과서와 시청각 자료는 20년 전 필자가 초등학교 다닐 때도 이미 나와 있었다(관련 기사: 이미 교과서에 있는데... "대통령이 별나라에서 온 분 같다" http://omn.kr/229ke).

윤석열 정부를 보여주는 또 다른 키워드는 '책임 전가'라 할 수 있다. 시민 159명이 서울 한복판에서 압사하는 초유의 참사에도 책임지는 정부 인사는 없었기 때문이다. 오히려 "할로윈은 축제가 아닌 행사"(박희영 용산구청장), "경찰이나 소방 인력을 미리 배치함으로 해결될 수 있었던 문제가 아니었다."(이상민 행안부 장관), "뉴욕 양키스와 보스턴 레드삭스의 월드시리즈가 있었다면 굉장히 많은 경찰 인력을 투입했을 것"(한덕수 총리) 등 책임져야 할 인사들은 책임회피성 발언을 줄지어 내놓았다. 정부 인사들이 책임을 피하면서 책임은 일선의 경찰과 소방관에게 전가됐다.

윤 대통령 또한 북한 무인기 침공에 "지난 2017년부터 드론에 대한 대응 노력과 전력 구축이 제대로 되지 않고 훈련이 아주 전무했다"며 전 정권을 탓했다. 대한민국의 국군통수권자로 이번 사건에 대한 무한책임을 다해야 하는 대통령이 책임을 전가하고 나선 것이다. 그리고서는 "확전의 각오로 임했다"라며 전쟁을 시사하는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대통령의 무책임한 언행에 국민은 불안감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지난달 28일 새벽에 서울·인천·경기 고양시 일대에서 전투기 소리가 들려 SNS에는 "전쟁 날까 두렵다"라는 글이 수두룩하게 올라왔다. 북한 무인기에 신경이 곤두선 공군이 풍선을 무인기로 착각하고 전투기를 출동시킨 것으로 추후 알려졌다. 또 지난 9일 새벽, 인천 강화 서쪽 인근 바다에 3.7 규모의 지진이 발생해 재난 문자가 울렸고, 한밤중 울린 재난 문자에 국민들은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한편 앞서 '확전'을 언급했던 대통령은 정작 당일 저녁에 한가로이 송년회를 한 것으로 알려져 공분을 샀다. 책임이 막중한 발언을 내뱉으면서도 정작 한가로운 듯 송년회를 여는 대통령을 보고 있으면 걱정이 앞선다. 

끝으로 시대착오적인 발언을 서슴지 않는 대통령을 보면 최근 인기리에 종영한 JTBC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이 떠오른다. '재벌집 막내아들'은 주인공이 과거로 돌아가 미래를 예측하면서 통쾌한 복수극을 그렸지만, 마지막 회에 그 모든 것이 꿈이었던 것처럼 연출돼 아쉬움을 자아냈다. 

윤 대통령은 마치 드라마 주인공이 된 것처럼, 자신이 말한 구직앱·드론부대·느낌을 적는 교과서가 현재엔 없고 미래에나 출시될 것마냥 말한다. 아마도 다가올 미래를 예견해 국민에게 칭찬받는 뿌듯한 자신을 상상하면서 그런 발언을 했을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대통령께서는 2023년에 살고 계신다. 이제 꿈에서 깨어나야 할 때다.
 
미래당 서울시당 이성윤 대표
 미래당 서울시당 이성윤 대표
ⓒ 이성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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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글쓴이 이성윤씨는 미래당 서울시당 대표입니다. 위 글은 모자이크민주주의평화그룹에도 게재됐습니다.


태그:#윤석열, #윤석열대통령, #이성윤, #미래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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