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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재정부가 반도체 투자에 대한 세액공제율을 상향하겠다는 '반도체 등 세제지원 강화 방안'을 내놨습니다. 반도체 시설투자 세액공제율을 대기업 8%→15%, 중소기업은 16%→25%로 확대한다는 것인데요. 올해 투자증가분에 대한 10% 추가 세액공제까지 포함한다면 대기업 25%, 중소기업 35%까지 세액공제를 받게 됩니다.

국회가 세액공제율을 6%→8% 올리는 정부안을 의결한 지 11일 만에 내놓은 조치로, 12월 30일 윤석열 대통령이 반도체 세제지원을 추가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한 지 나흘만입니다. 불과 열흘 전, 기획재정부는 '건전 재정'을 외치며 세수가 낮다는 주장에 반박 자료까지 내며 우리나라가 세계 최고 수준의 세액공제를 하고 있다고 밝혔는데요. 윤 대통령의 한마디에 손바닥 뒤집듯 입장을 바꿨습니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은 4조 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정부의 '반도체 세액공제' 언론 보도를 살펴봤습니다.

갑작스러운 기재부 입장 선회, 찬반 갈렸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월 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반도체 등 국가전략 기술 투자에 대한 세액공제율을 대폭 상향해 최대 25%+알파(α)의 세제지원을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윤 대통령이 "기재부가 관계 부처와 협의해 반도체 등 국가전략 산업에 대한 세제지원을 추가 확대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해 달라"고 지시한 데 따른 것인데요. 큰 금액의 세액공제와 갑작스러운 기획재정부의 태도 변화인 만큼 언론도 주요하게 보도했습니다.

신문에서는 조선일보, 중앙일보를 제외한 경향신문, 동아일보, 한겨레, 한국일보, 매일경제, 한국경제가 1면에 해당 소식을 보도했습니다. 매일경제는 1면 머리기사 <반도체 전쟁에...기업 세액공제 대폭 확대>(1월 4일 이종혁·이새하 기자)에서 "지난해 말 국회는 반도체 시설 투자에 대한 세액공제율을 찔끔 올린 조특법(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을 처리했으나, 윤석열 대통령이 재검토 지시를 내리자 정부가 부랴부랴 조치를 마련했다"고 보도했습니다.

반면, 한겨레 <반도체 대기업, 최대 25% 세액공제>(1월 4일 박종오·임재우 기자)는 "올해 한시 적용되는 추가 공제까지 더하면 공제율이 최고 25%에 이르는 전무후무한 수준"으로 "법인세율을 이미 전방위로 낮춰놓은 정부가 뒤늦게 세금 공제까지 대폭 확대하며 나라 살림과 분배 개선 문제엔 '뒷전'이라는 지적"이 나온다고 비판했습니다.
 
 ‘반도체 세액 공제 확대’ 신문 지면(1/4)과 방송사 저녁 종합뉴스(1/3) 입장차이
  ‘반도체 세액 공제 확대’ 신문 지면(1/4)과 방송사 저녁 종합뉴스(1/3) 입장차이
ⓒ 민주언론시민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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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종합뉴스에서는 JTBC를 제외한 모든 방송이 보도했는데요. 세액공제 금액에 집중하며, 찬반 입장을 모두 다뤘습니다. MBC <반도체 기업, 세금 '싹둑'>(1월 3일 고재민 기자)은 정부가 "반도체, 2차 전지, 디스플레이 등 국가전략기술의 시설투자액에 대해 세액공제율을 두 배가량 늘"리며 "세제지원 확대를 통한 투자 촉진에 나섰"고, "삼성전자의 작년 반도체 시설 투자액은 약 47.7조 원으로 추정되는데, 이번 안을 적용하면 세금 7조 1550억 원을 감면받을 수 있"을 뿐 아니라 "올해에만 지난 3년 평균보다 더 투자한 금액에 대해선 추가로 10% 더 빼줘, 대기업의 경우 최고 25%의 세액공제"를 받는다고 보도했습니다.

MBN <"반도체 1조 투자하면, 1,500억 혜택">(1월 3일 안병욱 기자)도 삼성전자를 예로 들어 "올해 1조 원을 반도체 시설에 투자한다면 세금 감면액은 800억 원이지만, 정부안 기준으로는 1,500억 원까지 늘어"난다며 반도체와 디스플레이업계는 "20년 만의 파격적인 정부의 투자 지원책이라며 환영의 뜻을 밝혔"고 "야당은 여야 합의 처리가 된 지 11일 만에 정부 입장이 바뀐 건 이해할 수 없다며 재벌 특혜라고 비판했"다고 보도했습니다.

대통령 지시에 '4조 세제가 춤을 췄다' 

여야는 지난 12월 세액 공제율을 10% 이상 높이자고 주장했고, 오히려 기획재정부는 세수가 급격히 줄어든다며 반대했습니다. 그러나 윤 대통령의 세제지원 확대 발언 이후 기재부는 급격히 입장을 바꿨는데요. 이를 평가하는 언론의 입장은 둘로 갈렸습니다.

 
반도체 세액공제가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언급한 추경호 부총리 SBS(1/3)
 반도체 세액공제가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언급한 추경호 부총리 SBS(1/3)
ⓒ 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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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궁색한 '급선회'..세 손실 3.6조>(1월 3일 조기호 기자)는 "반도체 투자에 대한 세액공제를 두고 정부 입장은 지난해 말 관련법이 통과될 때와 크게 달라졌"다며 세액공제가 최고 수준이라던 기획재정부가 윤 대통령 지시 이후, "180도 기류가 바뀌었고 불과 닷새 만에 파격적인 지원 방안이 나왔"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기재부가 "법인세율 인하 폭이 줄어서 반도체 관련 세액공제율을 올린 것이라는 다소 궁색한 해명을 내놨"다며 "급격한 세액공제 확대가 세수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 전했습니다.

한국일보 <사설/불과 열흘 만에 4조 확대된 반도체 세금지원>(1월 4일)은 윤 대통령 지시 이후 "며칠 만에 요술방망이 두드리듯 뚝딱 추가 감세안을 만들어" 냈다며 "조세정책은 한정된 재원을 나눠 써야 하는 고차원 방정식"인데 "세액공제율이 너무 낮다는 일부 언론과 재계의 지적에 반박자료를 내면서까지 '연구개발(R&D)비용 세액공제 등을 포함하면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입장을 고수해" 온 기재부가 입장을 바꿨다고 비판했습니다. 한국일보는 "세수 공백을 어떻게 메울지에 대해 명쾌한 답을 내놓지 못"하고 "열흘 남짓 만에 이렇게 판단이 180도 뒤집어진 것에 대한 설명이나 최소한의 사과도 없었다"며 "4조 원짜리 세제가 대통령 말 한마디에 춤을" 췄다고 일갈했습니다.

대통령 호통에 '고집부리던' 기재부, '백기 들었다'

반면, TV조선 <'반도체 세액공제' 대기업 최대 25%>(1월 3일 장혁수 기자)는 "정부가 반도체 투자에 대한 세액 공제를 지난 연말 통과되었던 8%보다 크게 늘려주기로 했"다며 '8%'는 "야당이 내놓은 수치보다 더 낮아서 반도체산업 육성 취지에 크게 반한다는 비판"이 있자 "대통령까지 나섰고 기재부가 백기를 들었다"고 평가했습니다.

중앙일보도 <반도체 투자 세액공제 대기업 25%, 중기 35%로 대폭 올린다>(1월 4일 정진호·고석현 기자)에서 "전 세계 반도체 경쟁 속에 각국 정부가 대대적인 지원에 나서는 판에 오히려 한국만 안이하게 대응한다는 비판이 컸"는데 윤 대통령이 지적하자 기재부가 4일 만에 수정안을 내놨다고 보도했는데요. <사설/여야, 반도체 지원 대승적으로 나서라>(1월 4일)에서는 세수 감소 우려로 8%를 주장한 기획재정부를 두고 "국회 논의 과정에선 고집을 피우다가 대통령 지시가 떨어지자 급변하는 정부의 태도가 실망"스럽다며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가 세제 혜택을 보는 것을 들어 반대하지만, 지금은 '사촌이 땅 사면 배 아프다'는 식의 소아적 시각에 머물 상황이 아니"라고 반도체 지원을 강조했습니다.

매일경제 <사설/대통령 한마디에 화끈한 반도체 세액공제, 기재부 왜 진작 못했나>(1월 4일)는 "기획재정부가 뒤늦게 정신을 차렸다"며 "찔끔 지원이라는 건 애초에 말이 안 되는 일"이라고 주장하고 "세수 감소가 무서워 반도체 지원을 꺼렸다고 하니 참으로 단견"이라 비판했습니다.

구체적 목표도 없이 세액공제라니...

그러나 구체적 목표도 없이 대통령 한마디에 세액공제부터 나선 기재부를 비판한 언론도 있습니다. KBS <세액공제 최선일까?>(1월 3일 서영민 기자)는 "미국과 중국 일본 타이완 모두 막대한 지원을 하니 위기감"이 들 수 있지만, "국가 예산 쓰려면 구체적인 목표가 있어야" 한다며 "미국은 첨단 공장 유치, 일본은 '반도체 후진국'이란 절박함, 타이완은 TSMC가 떠나면 안 된다는 목표가 있"지만 "우린 메모리 경쟁력은 세계 최고이고, 최첨단 공정 설비가 해외로 나갈 가능성도 적"기 때문에 구체적 목표 없이 "'산업 사이클이 좋지 않으니 도와주자"는 식의 요구는 곤란하다는 지적이 나온다고 짚었습니다.
 
반도체 세액공제 문제를 상세히 보도한 KBS(1/3)
 반도체 세액공제 문제를 상세히 보도한 KBS(1/3)
ⓒ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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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경제 활성화" 반도체 등 잇단 감세...내년 세수 5조 줄어>(1월 4일 변태섭 기자)도 대통령의 검토 지시에 기획재정부가 사실상 '백기 투항'했지만 "세수 공백을 어떻게 메울지에 대해선 기재부도 뚜렷한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투자 확대로 수출·일자리·기업 매출이익이 늘면 세수 확대에 기여할 수 있다"는 추 부총리의 두루뭉술한 설명이 전부라며 "세액공제 혜택 확대로 기업 투자가 늘고 일자리가 확대되면 법인세·소득세액이 늘어 세액공제 확대에 따른 세수 감소분을 만회할 수 있을 거란 '낙수효과'에 기대"기엔 세계적인 경기 침체로 "'장밋빛 기대'에 그칠 공산이 크다"고 보도했습니다.
 
반도체 쌓이고 있는데, 더 만들자는 게 해결책?


수출을 주도하던 반도체는 지난해 하반기 이후 수출 부진으로 재고가 쌓이고 있습니다. 경향신문 <현금흐름 막는 재고자산, 경기침체기 기업 리스크 관리 '1순위'>(1월 4일 박동흠 회계사)는 SK하이닉스 2002년 3분기 보고서를 언급하며 "판매가 너무 잘되어서 수요에 즉시 대응하기 위해 많은 재고를 보유했다면 다행인데 그렇지 않아 보인다"며 재고자산이 쌓이면 "보유 기간이 길어질수록 제품의 유행이 지나거나 옛날 사양으로 취급" 받아 제값 받고 팔기 힘들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기업이 "원재료부터 완제품까지 모든 재고를 리스크의 관점에서 철저하게 관리"함에도 "이렇게 재고가 많이 쌓인다는 것은 경기침체의 방증"이라고 해석했는데요.

중앙일보 <안 팔리는 TV·반도체…삼성·LG전자 재고만 68조원대>(1월 4일 이수기 기자)도 "코로나19 재확산과 금융시장 불안 등으로 인한 글로벌 경기 침체로 국내 주요 대기업들의 재고가 큰 폭으로 늘어"났다고 보도했습니다. 중앙일보는 "수요가 늘어나지 않은 상태에서 쌓이는 재고"로 '나쁜 재고'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어진 기사 <'버티기' 들어간 기업들…감산 검토, 수출 늘리기 안간힘>에서도 '재고 문제가 가장 심각한 곳은 반도체'로 "반도체·가전뿐 아니라 국내 주요 대기업의 실적과 재고는 사실상 수출에 달렸"는데 어두운 수출 전망과 "코로나19 재확산 등의 영향으로 중국 시장이 기대만큼 살아나지 못하고 있"고, 글로벌 경기 전반 악화 우려로 기업의 버티는 시간이 이어질 것이라 보도했습니다. 작금의 반도체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더 많이 만드는 것이 아니라 글로벌 경제위기 개선이나 새로운 수출 활로를 찾아야 한다는 지적입니다. 그러나 정부는 더 많은 반도체를 만들자며 반도체 '시설투자'에 세액공제를 한다고 나선 것이죠.

반도체가 우리나라의 핵심 산업이라는 것에는 이견이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글로벌 경기 침체로 반도체 재고가 쌓이는 상황에서 구체적 목표도 없이 세액부터 공제해주겠다는 정부 대책을 언론은 제대로 분석해야 합니다. 특히나 불과 며칠 전 세수를 걱정하던 기재부가 180도 태도를 바꿔 최대 세제지원을 하겠다는 것은 비판받아 마땅한데요. 비현실적인 '낙수효과'를 기대하며 시대에 역행하는 부자 감세를 감쌀 것이 아니라 산업의 이중구조 문제를 완화하고 경제 양극화를 개선할 수 있는 정책을 내놓을 수 있도록 정부를 채찍질하는 것이 언론의 역할 아닐까요.

* 모니터 대상 : 2023년 1월 3일 KBS <뉴스9>, MBC <뉴스데스크>, SBS <8뉴스>, JTBC <뉴스룸>, TV조선 <뉴스9>(평일)/<뉴스7>(주말), 채널A <뉴스A>, MBN <뉴스7>(평일)/<뉴스센터>(주말). 2023년 1월 4일 경향신문,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한국일보, 매일경제, 한국경제 지면.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민주언론시민연합 홈페이지(www.ccdm.or.kr), 미디어오늘, 슬로우뉴스,미디어스 에도 실립니다.


태그:#반도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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