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퍼저축은행이 17번의 아픔 끝에 시즌 처음으로 승리의 기쁨을 만끽했다.

이경수 감독대행이 이끄는 페퍼저축은행 AI페퍼스는 31일 김천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2-2023 V리그 여자부 3라운드 한국도로공사 하이패스와의 원정경기에서 세트스코어 3-1(25-21,22-25,25-23,25-16)로 승리했다. 시즌 개막 후 17경기 연속 패배, 지난 시즌까지 더하면 20연패의 늪에 빠져 있던 페퍼저축은행은 2022년의 마지막 날 V리그 역대 최다연패의 위기에서 시즌 첫 승과 함께 귀중한 승점 3점을 따냈다(1승17패).

페퍼저축은행은 45.45%의 공격 점유율을 책임진 외국인 선수 니아 리드가 54.29%의 성공률로 38득점을 퍼부으며 공격을 주도했고 캡틴 이한비가 17득점, 미들블로커 최가은이 블로킹5개를 포함해 8득점으로 힘을 보탰다. 페퍼저축은행은 전반기 일정을 끝낸 현재 승점 4점으로 여전히 최하위에 머물러 있다. 하지만 역대 최다연패 위기에서 따낸 시즌 첫 승은 페퍼저축은행 선수들과 팬들에게는 남다른 의미로 다가올 수 밖에 없다.

희망과 아쉬움 공존했던 첫 시즌
 
 외국인 선수 드래프트 전체 1순위 지명을 받았던 리드는 2022년의 마지막 날 38득점을 폭발하며 페퍼저축은행의 시즌 첫 승을 이끌었다.

외국인 선수 드래프트 전체 1순위 지명을 받았던 리드는 2022년의 마지막 날 38득점을 폭발하며 페퍼저축은행의 시즌 첫 승을 이끌었다. ⓒ 한국배구연맹

 
2021년 3월 한국배구연맹에 창단 의향서를 제출한 페퍼저축은행은 같은 해 9월30일 창단식을 열 때까지 외국인 선수 드래프트와 신생구단 특별지명,자유계약,신인 드래프트 등을 통해 16명의 선수단을 구성했다. 실제로 페퍼저축은행의 창단 멤버 중에는 헝가리 국가대표 출신으로 외국인 선수 드래프트 전체 1순위 엘리자벳 이네 바르가(KGC인삼공사) 정도를 제외하면 프로에서 붙박이 주전으로 활약한 경험을 가진 선수가 한 명도 없었다.

페퍼저축은행의 창단 사령탑인 김형실 감독도 2021-2022 시즌 개막을 앞두고 시즌 5승이라는 소박한(?) 목표를 밝혔다. 하지만 페퍼저축은행은 시즌 개막 후 5경기 만에 현대건설 힐스테이트를 상대로 첫 승점을 따냈고 IBK기업은행 알토스와의 1라운드 마지막 경기에서는 창단 첫 승을 따냈다. 물론 당시 기업은행이 김희진의 부상 등으로 분위기가 다소 어수선했지만 배구팬들의 예상보다 페퍼저축은행의 첫 승이 빨리 나온 것은 분명했다. 

하지만 페퍼저축은행의 시즌 두 번째 승리는 쉽게 찾아오지 않았다. 1라운드를 치르면서 각 구단들이 상대적으로 높이가 낮고 서브리시브가 약한 페퍼저축은행의 약점을 집중적으로 공략하기 시작한 것이다. 페퍼저축은행은 2라운드부터 4라운드 후반까지 17연패의 늪에 빠지며 신생 구단의 한계를 뼈저리게 깨달았다. 실제로 지난 시즌 17연패 기간 동안 페퍼저축은행이 따낸 승점은 단 1점에 불과했을 정도로 기존 구단들과 수준차이를 보였다.

그렇게 긴 연패의 늪에 빠져 있던 페퍼저축은행은 작년 1월18일 기업은행전에서 17연패의 사슬을 끊는 시즌 두 번째 승리이자 창단 첫 3-0 승리, 그리고 창단 첫 홈경기 승리를 따냈다. 그리고 페퍼저축은행은 2월11일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와의 5라운드 홈경기에서도 세트스코어 3-1 승리를 거뒀다. 시즌 첫 승과 두 번째 승리까지 18경기가 필요했던 페퍼저축은행은 4경기 만에 시즌 3번째 승리를 따냈다.

하지만 페퍼저축은행은 시즌 개막 전 김형실 감독이 목표로 했던 시즌 5승 목표까지는 끝내 도달하지 못했다. 흥국생명전 승리 이후 3연패를 당한 후 3월3일 인삼공사와의 6라운드 첫 경기를 끝으로 코로나19 확진자 급증으로 리그 전체가 조기종료된 것이다. 페퍼저축은행은 경험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포지션인 세터와 리베로 자리에서 약점을 보였지만 그래도 첫 시즌을 통해 소중한 경험을 쌓을 수 있었다.

21연패의 위기에서 감격적인 시즌 첫 승
 
 트레이드를 통해 페퍼저축은행 유니폼을 입은 오지영 리베로는 이적 후 2경기 만에 페퍼저축은행의 첫 승을 견인했다.

트레이드를 통해 페퍼저축은행 유니폼을 입은 오지영 리베로는 이적 후 2경기 만에 페퍼저축은행의 첫 승을 견인했다. ⓒ 한국배구연맹

 
페퍼저축은행은 시즌이 끝난 후 FA시장에서 3년 총액 9억9000만원의 적지 않은 금액을 투자해 팀의 최대약점으로 꼽히던 세터 자리에 프로에서 9시즌을 보내며 나이에 비해 많은 경험을 쌓은 이고은 세터를 영입했다. 외국인 선수 역시 엘리자벳 대신 2021-2022 시즌 브라질리그 득점왕 출신의 니아 리드를 전체 1순위로 지명했고 신인 드래프트에서는 V리그 역대 최장신(195cm) 염어르헝을 데려왔다.

하지만 페퍼저축은행은 시즌을 앞두고 크고 작은 악재들이 발생했다. 미들블로커가 아닌 아포짓 스파이커로 대표팀에 선발됐던 하혜진이 어깨통증으로 대표팀에서 이탈한 후 수술대에 오른 것이다. 재활에만 최소 1년 가까이 걸리는 부상이라 하혜진은 일찌감치 시즌아웃이 확정됐다. 여기에 신인 드래프트 1순위 지명을 받은 염어르헝 역시 시즌 초반 무릎 부상으로 수술을 받으면서 사실상 시즌 내 복귀가 힘들어졌다.

이처럼 가뜩이나 부족한 전력에 부상선수까지 속출한 페퍼저축은행은 개막 후 17연패의 수렁에 빠졌고 이 과정에서 김형실 감독이 사퇴하기도 했다. 지난 시즌 막판 3연패를 더하면 지난 2012-2013 시즌 인삼공사가 기록한 V리그 역대 최다연패 기록(20연패)과 타이를 이뤘다. 다시 말해 한 경기만 더 패하면 창단 두 시즌 만에 V리그 역사상 최약체라는 불명예를 쓰게 된다는 뜻이다. 페퍼저축은행에게 31일 도로공사전이 더욱 중요했던 이유다.

하지만 페퍼저축은행은 그 어느 때보다 승리가 간절했던 31일 도로공사와의 원정경기에서 드디어 감격적인 시즌 첫 승을 따냈다. 외국인 선수 니아 리드가 공격으로만 38득점을 퍼부으며 오랜만에 전체 1순위 외국인 선수의 위용을 뽐냈다. 지난 12월27일 트레이드를 통해 페퍼저축은행에 합류한 오지영 리베로는 61.90%의 리시브효율과 21개의 디그를 기록하는 완벽한 수비로 후위를 든든하게 지켰다.

페퍼저축은행의 시즌 첫 승이 확정된 후 주장 이한비는 그 동안의 마음고생이 떠오른 듯 동료들과 얼싸 안으며 굵은 눈물을 흘렸다. 물론 페퍼저축은행은 여전히 승점 4점으로 6위 기업은행(22점)에게 크게 뒤져 있고 다른 팀들은 앞으로도 페퍼저축은행을 '1승의 제물'로 여길 것이다. 하지만 페퍼저축은행은 2022년의 마지막 날 승리를 통해 두려움 없이 덤벼 든다면 기존 구단들을 상대로 충분히 좋은 경기를 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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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배구 도드람 2022-2023 V리그 페퍼저축은행 AI페퍼스 니아 리드 시즌 첫 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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