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팍팍한 세상에서 잠시 기분전환 할 수 있는 재미난 곤충기를 공유하고자 합니다. 보통 사람의 눈높이에 맞춘 흥미로운 이야기이므로 얘깃거리로 좋습니다. [기자말]
암수의 모양이 전혀 다른 현상을 성적이형(Sexual dimorphism)이라고 하는데 조류에서는 꿩이 그러하다. 진한 갈색의 줄무늬에 얼굴은 파랗고 눈 주위는 빨간 수컷 꿩을 장끼라 하고, 연갈색 바탕에 수수한 암컷은 까투리라고 부른다. 공작새와 청둥오리도 성적이형을 보이는 종이다. 곤충 세상에서는 겨울자나방 무리가 대표적이다.  

새순이 파릇파릇 돋아나는 4월의 갈참나무 잎을 보면 엉성하게 접혀진 모습을 볼 수 있다. 나뭇잎을 열어보면 약 20mm 정도의 노랑 바탕에 갈색줄이 나 있는 큰겨울물결자나방 애벌레가 들어 있다. 녀석은 이 나뭇잎 요람 속에 숨어서 천적을 피해 자라난다. 종령이 되면 나무를 내려와 땅 속에서 번데기가 되고 무더운 여름을 넘겨 겨울에 성충으로 탈바꿈한다.

겨울자나방 무리가 겨울에 깨어나는 이유는 천적을 피해 세대를 이어가려는 목적과 함께 다른 종과의 경쟁을 피하기 위해서다. 쌀쌀한 날씨, 온돌방이 그리워지는 한 밤중에 짝짓기를 하는데 이르면 11월 늦으면 12월까지 활동한다. 종에 따라서는 2월에 출현하는 녀석도 있다. 겨울에 교미하여 세대를 이어가는 습성 때문에 겨울자나방이라고 하며 지금까지 우리나라에는 약 30종이 기록되어 있다.

암수의 생김새가 전혀 다른 겨울자나방

겨울자나방 무리는 암수의 모습이 전혀 달라서 다른 종으로 착각하게 만든다. 암컷은 날개가 퇴화되어 흔적만 남아있다. 체색은 보호색을 띄므로 나무껍질과 비슷하여 낮에도 잘 구분이 되지 않는다. 암놈은 날지 못하므로 밤이 되면 페로몬을 풍겨서 수컷을 유인한다. 
 
성적이형을 보이는 대표적인 나방.
▲ 참나무겨울가지나방 암컷 성적이형을 보이는 대표적인 나방.
ⓒ 이상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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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십 여 마리의 수놈이 날아와 암컷 주위에서 너울대는 모습을 보면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다. 수컷은 잘 발달된 빗살 모양의 더듬이로 1km 떨어진 곳에서도 암컷의 페로몬을 감지하여 찾아든다. 영하로 내려간 기온에서 번식을 하고 나무껍질 틈에 알을 낳은 뒤 며칠 안에 암수 모두 생을 마감한다. 
 
다른 종과의 경쟁을 피해 겨울에 활동한다.
▲ 참나무겨울가지나방 수컷 다른 종과의 경쟁을 피해 겨울에 활동한다.
ⓒ 이상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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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길이는 10mm 내외이며 암컷이 얼룩덜룩한 몸매를 가진 참나무겨울가지나방은 계곡 주변이나 저수지 근처에서 볼 수 있다. 수놈은 연한 갈색 바탕에 삼각형 몸매를 가졌으며 날개 편 길이는 40mm 정도다. 성적이형을 보이는 대표적인 종으로서 우리나라 전역에 서식하므로 겨울 밤이면 산지 물가 주변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스펀지 만들어 식물상을 파괴하는 매미나방

4월이면 노랑색 털로 뒤덮힌 납작한 스펀지 같은 알집에서 까만 매매나방 애벌레가 나온다. 몸이 커가면서 노랑색 바탕에 검은점, 청록색 무늬가 어우러진 화려한 애벌레가 된다. 온 몸에 수북한 털이 나 있어 송충이처럼 보이기도 하며 가시털에는 독이 있기에 건드리지 않는 것이 좋다. 글쓴이는 별다른 증상이 없었으나 예민한 사람에게는 가려움과 발진이 나올 수 있다. 
 
스펀지 속에서 겨울을 나고 이듬해 봄에 활동한다.
▲ 매미나방 애벌레 스펀지 속에서 겨울을 나고 이듬해 봄에 활동한다.
ⓒ 이상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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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충 세상의 먹깨비라서 대량 발생하면 산림 해충이 된다. 가리는 나무가 없어 지금까지 알려진 것만 500여 종의 나무를 가해한다. 암컷은 베이지색 바탕에 검은점이 산재하지만 수컷은 흙갈색 바탕에 줄무늬가 있어 성적이형을 보인다. 7월이면 명주실을 내어 번데기가 되는데 풀줄기에 매달린 개똥처럼 보인다. 건드리면 신경질적으로 몸부림을 친다.

라틴어 학명(Lymantria dispar)에서 속명은 '파괴자'를 뜻하고 종명은 '같지 않다'는 뜻이다. 즉, 암수의 모양이 다르고 수 많은 나무에 피해를 주기에 붙여진 이름이다. 원산지는 유라시아인데 미국으로 건너간 매미나방은 엄청난 산림피해를 야기하고 있다. 현재는 동부에 피해가 집중되고 있으나 곧 북미 전역으로 퍼져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나라에서는 별다른 피해가 없으나 가끔가다 대량발생하면 방제를 할 필요가 있다. 과거에는 집시나방이라고도 불렀으나 현재는 인종차별적인 용어라서 매미나방으로 개명했다. 성충은 입이 퇴화하여 먹을 수 없다. 수명이래봤자 일주일 남짓이고 이 기간에 짝짓기를 한다.
 
배의 털을 뽑아 스펀지를 만들고 그 속에 알을 낳는다.
▲ 매미나방 암컷 배의 털을 뽑아 스펀지를 만들고 그 속에 알을 낳는다.
ⓒ 이상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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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컷은 꽁무니에 있는 분비샘(calling)을 펌프처럼 움직여 페로몬을 흩뿌려 수컷을 불러 교미를 한다. 수놈의 빗살 같은 더듬이는 고도로 발달된 센서로서 수km 떨어진 곳에서도 암놈의 체취를 맡을 수 있다. 짝짓기 후 암컷은 여러마리가 떼를 지어 알을 낳는 습성이 있는데 포식자로부터 자신들을 방어하려는 수단이다. 

암놈은 배에 있는 털(강모)을 뽑아 알을 덮는다. 겨울의 추위와 습기를 차단할 뿐만 아니라 포식자와 기생으로부터 알을 지키는 방법이다. 스펀지 속에서 알로 월동후 이듬해 봄에 활동하며 7월에 번데기가 되어 약 2주 후에 성충이 된다. 암컷의 날개 편 길이는 90mm 정도이고 수컷은 이보다 약간 작아 60mm 전후다. 

스펀지 속에는 50~1000개에 이르는 알이 들어있으며 영하 9도에서도 얼지 않는다. 부화한 애벌레는 입에서 명주실을 내어 줄날기(유사비행)로 바람을 타고 먼거리를 날아간다. 자랄수록 대가리가 점점 커지는데 양쪽에는 돌기가 나 있기에 마치 양파두(청나라 여성의 머리 장식) 올림머리를 보는 듯하다.

덧붙이는 글 | 해당 글은 한국우취연합의 월간 우표에도 같이 등록됩니다.


태그:#성적이형, #겨울자나방, #매미나방, #참나무겨울가지나방, #LYMANTRIA DISP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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