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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꿈키움센터
 청소년꿈키움센터
ⓒ 최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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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1학년인 A양은 최근 교내 폭행으로 법무부 청소년꿈키움센터에서 5일 대안교육 과정을 수료했다. 대안교육의 목적은 학교 부적응 학생, 법원·검찰·보호관찰소 등에서 의뢰한 비행초기 단계 위기청소년을 대상으로 비행예방교육과 체험활동 위주의 인성교육을 실시하여 건강하게 성장하도록 돕는 것이다.

A양은 무단결석을 자주 하고 학교폭력의 가해자였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만큼 교육 태도가 능동적이고 생각이 깊었다. 수업시간에 항상 밝고 진지한 자세로 경청하고 가장 적극적으로 참가했다. 또 연극치료 프로그램 시간에 중학교 때 왕따를 당했던 아픔과 이혼해서 떨어져 사는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을 담담하게 이야기했다.

금요일 오후, 교육 수료증을 받아 든 A양은 앞으로 자신의 꿈과 가족을 위해 학교생활을 열심히 하겠다고 다짐하며 밝게 웃었다. 하지만 A양은 학교폭력으로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에서 강제전학 처분과 대안교육 처분을 받았기 때문에 강제전학을 가야 했다.

현재 재학 중인 학교에서 반경 5km 이내의 학교로는 갈 수 없는 규정 때문에 인근 다른 도시의 학교로 강제전학을 갔다. A양은 전학한 학교에서는 마음을 잡고 성실하게 학교생활을 하겠다고 다짐했다.

등교 첫날, 화장도 하지 않고 단정한 교복 차림으로 교실에 앉아있었다. 쉬는 시간이 되자 다른 반 학생들이 강제전학 온 A양을 보기 위해 복도 창가로 몰려들었다. 그중 1년 선배인 여학생 2명이 교실로 들어왔다. 학교에서 소위 '노는 학생'인 선배들이 일부러 A양에게 시비를 걸기 위해 온 것이었다.

선배는 다짜고짜 A양의 머리를 주먹으로 때리며 물었다.

"니가 좀 친다며?"

A양은 아침에 나올 때 어머니에게 약속했던 대로 꾹 참았다. 선배 언니들은 A양의 머리를 툭툭 건들며 계속 깐죽거렸다.

"언니들이 말하는데, 쌩까는 거니?"

선배가 A양의 뺨을 때리려고 손을 든 순간, 참다못한 A양이 벌떡 일어나서 주먹을 날렸다.

교칙을 위반한 학생들은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나 선도위원회를 통해 교내봉사 등의 비교적 가벼운 징계부터 강제전학, 퇴학처분 같은 중징계를 받는다. 필자의 상담 경험에 따르면, 강제전학을 간 학생은 깊은 상실감과 낯선 환경, 주위의 편견 어린 시선 탓에 전학한 학교에 적응하지 못하고 자퇴하는 경우가 많다.

결국 A양은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에서 자퇴를 권고받고 학교를 떠났다. 중학교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많다. 성적 지상주의가 지배하는 학교에서 소위 문제아들은 학교 간 폭탄 돌리기를 통해 의무교육과정을 힘겹게 통과한다. 

부족한 출석 일수와 낮은 성적은 고교진학 과정에서 문제 학생들을 지역사회의 특정 학교로 집중시키고, 이들 학교는 비행적 하위문화를 공유하는 교우관계의 장으로 기능함으로써 비행을 확대·재생산한다.

위기청소년을 위한 징검다리
   
청소년꿈키움센터의 법교육 체험장
▲ 모의법정 청소년꿈키움센터의 법교육 체험장
ⓒ 최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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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서 청소년꿈키움센터에 대안교육을 의뢰한 학생들은 경미한 학교폭력, 교내 흡연, 출결, 교권침해 등의 학교 부적응으로 교육을 받으러 온다. 벌 받으러 간다는 마음가짐으로 오기 때문에 입교 첫날에는 표정이 어둡고 무기력한 아이들도 있다.

하지만 체험활동 위주의 인성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자신을 돌아보고 발견하는 기회를 얻으면서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태도로 교육에 참여한다. 이처럼 청소년꿈키움센터는 위기청소년들이 학교에 잘 적응하고, 학교 밖 청소년들이 학교로 돌아갈 수 있도록 돕는 징검다리 역할을 하고 있다.

대안교육 과정 마지막 날, 학생들이 작성했던 소감문의 일부 내용들을 소개한다.

"제가 어른이 된 후 소중한 비교과적인 경험, 학습으로 남을 것 같아요. 처벌이 아닌 동정으로 사람을 바꾼다는 게 이런 것이구나 라는 생각이 들어요. 청소년꿈키움센터는 학생들이 올바르게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인 것 같습니다. 저희 00반 학생들을 다른 시각으로 바라봐주시고 힘써주셔서 감사해요."

"학교폭력에 대한 반성과 색다른 경험, 꿈과 직업에 대한 나의 목표를 찾을 수 있게 해 주셔서 대안교육 담임 선생님과 모든 선생님들께 감사드립니다."

"나의 다짐으로는 앞으로 경찰서, 법원을 절대 가는 일 없도록 주의하고 정신을 차릴 것이다. 또 내 꿈을 찾아서 노력하고 그 꿈을 자세히 찾아볼 것이다. 그리고 꿈을 이루기 위한 밑바탕이 되는 공부, 이것을 열심히 하여 꼭 이뤄낼 것이다. "

"선생님! 이 프로그램은 학생들이 진지하게 임한다면 절대적으로 필요한 수업이라고 생각합니다. 저희 말고도 앞으로 저처럼 진지한 학생을 만나시면 저 보다 더 잘 챙겨주세요! 그럼 어떤 사회인으로 발전할지 모릅니다. ㅎㅎ"

"5일간 수업을 마치면서 많은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이를 통해 조금 더 진지하게 발전할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이 수업이 있다는 것은 벌을 위한 것이 아닌, 깨달음, 교훈을 얻어 자신을 개발하는 것이 목적인 것 같습니다. 학교로 돌아가면, 선생님들께 감사함을 표시하고, 조금 더 달라진 생활을 할 것입니다."


옷장에 넣어두었던 교복

몇 년 전, 법원으로부터 보호관찰에 대한 부가 처분으로 5일 대안교육 명령을 받은 아이들의 담임을 맡았다. 학교나 검찰에서 의뢰한 비행 초기 청소년들과 달리, 법원 의뢰는 소년분류심사원이나 소년원에 갔다 온 소년들이 대부분이었다. 또한 대부분 가출과 비행을 반복하여 비행성이 심화된 학교 밖 청소년들이었다. 하지만 모든 소년들이 밝고 적극적인 태도로 성실하게 교육에 참가했다.

마지막 날, 수료식을 마친 아이들이 기념사진을 찍겠다며 가방에서 무언가를 꺼내 들었는데, 그것은 오랫동안 옷장에 넣어두었던 자신들의 교복이었다. 그동안 교복을 입고 싶었지만 입을 수 있는 기회가 없었던 것이다. 오랜만에 교복을 입은 아이들은 청소년꿈키움센터의 교육장을 돌아다니며 밝은 표정으로 사진을 찍었다. 
 
학교 밖 청소년인 A양이 보내온 사진
 학교 밖 청소년인 A양이 보내온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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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과 진학으로 새로운 출발을 준비하는 청소년들이 들뜬 마음으로 시내를 거니는 계절이다. 교복을 옷장에 넣어 둔 아이들은 자포자기의 심정으로 비행친구들과 어울리며 거리를 방황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매년 5만여 명의 청소년이 학교를 그만두고 있고, 청소년 인구 대비 학교 밖 청소년의 비율은 약 4%다. 전체 학교 밖 청소년의 수는 24만 4191명(2019년 기준)이다.

학교를 그만둔 아이들은 아르바이트를 하거나 검정고시를 준비하기도 하지만, 주변인으로서의 소외와 상실감으로 규칙적인 생활을 이어가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이들 중 일부 소년들은 무절제하고 불규칙한 생활을 반복하다 일탈 행위를 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얼마 전, A양의 대안교육 담임을 맡았던 동료 직원이 A양이 보내온 문자와 사진을 공유해 왔다.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검정고시 학원에 다니고 있다는 소식이었다. A양이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마치고 학원에 가다가, 길에서 울고 있는 어린 길냥이들을 만났다. 불쌍해서 머리를 쓰다듬어 주고 버스 정류장으로 가던 A양은 다시 뒤돌아섰다. A양은 편의점에 가서 자신의 식대만큼의 참치캔을 가지고 나와서 어린 길냥이들에게 먹였다.

학교 밖 청소년의 자립과 취업을 위한 지원도 중요하지만, 그 이전에 학교에서 퇴출당할 위기에 있는 아이들을 인내와 관용, 사랑으로 감싸 안는 것 또한 중요하다. 청소년들이 학교 밖에서 살아가는 것은 어른들이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힘들고 외롭다. 무엇보다 아이들이 진심으로 바라는 것은, 학교로 돌아가는 것이다.

덧붙이는 글 | 법무부는 전국 18개의 청소년꿈키움센터를 운영하고 있으며, 위기청소년들이 올바른 법의식과 가치관을 함양하여 꿈과 미래를 설계하도록 돕고 있습니다.


태그:#촉법소년, #소년법, #소년원, #위기청소년, #비행청소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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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 보호직 공무원입니다. 20년 동안 소년원, 소년분류심사원, 보호관찰소, 청소년꿈키움센터에서 위기청소년을 선도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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