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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대한민국 검찰·경찰이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마약 청정국으로 불리던 대한민국에서 해를 거듭할수록 마약 범죄가 끊이지 않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대검찰청 '마약류범죄백서'에 따르면 10대 마약 사범은 2017년 119명 대비 지난해 4배 가까이 증가했다고 한다. 지난 6월 23일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전국 대규모 하수처리장 27곳에서 시료를 채취해 분석한 결과(조사기간 : 2021년 4월~2022년 4월), 모든 곳에서 필로폰 등 불법 마약류 성분이 검출됐다고 밝혔다. 분석 결과 한국의 필로폰 등 마약류의 전반적 일평균 사용 추정량은 유사 조사가 행해지는 호주·유럽에 비해 낮았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모든 마약'이 나쁜 것은 아니며, 인간에게 유익한 마약도 있다는 반론도 있다. 대마가 바로 그것이다.  통합농협 초대 경제대표를 맡았던 한국협동조합발전연구원 이사장 노의현씨는 의료·산업적 쓰임새가 무궁무진한 대마의 합법화를 주장하고 있다. 노 이사장은 지난해 '지구와 환경, 인류를 위한 대마 사용설명서' 내용을 담은 <대마와 대마초> 책을 출간하기도 했다.

황교익 맛칼럼니스트는 책 추천사를 통해 "노의현은 <대마와 대마초>에서 대마에게 씌워진 마녀라는 누명을 벗기는 일과 함께 대마가 우리에게 얼마나 착한 존재인지 구체적 자료를 제시하며 설명하고 있다"라며 "천사를 마녀로 오해했음에 나의 무지를 탓하며 읽었다. 대마에게 채운 족쇄를 벗겨주어야 한다"라고 밝힌 바 있다. 

그가 마약, 그중에서도 대마에 관심을 가진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지난 11월 7일과 12월 9일 노 이사장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대마는 정부에 의해 '혐오 식물'로 분류" 
 
<대마와 대마초> 신의 선물인가 악마의 풀인가
 <대마와 대마초> 신의 선물인가 악마의 풀인가
ⓒ 출판사 소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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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랜 시간 농업협동조합중앙회에서 근무했다. 어떻게 농업 분야 전문가가 대마에 관심을 가지게 됐습니까. 


"농협은 농업을 다룹니다. 농대를 졸업하고 농협에 근무한 만큼 농산물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었죠. 현직에 있으며 지구 온난화와 무차별적인 개발로 많은 식물이 멸종되어 가는 요즘, 어떻게 해야 농업이 부흥할지 많이 고민했습니다.

그러던 중 우연히 2019년 발간된 닐 도날드 월쉬의 <신과 나눈 이야기>라는 책을 읽게 됐습니다. 그 속에서 신이 인간에게 내린 식물 중 가장 유익한 게 바로 대마라고 말했다는 구절을 보고 놀랐습니다. 식물 중에서도 최고라는 대마가 왜 불법화된 건지 물음표가 생겼죠. 그렇게 대마를 연구하는 여정이 시작됐습니다."

- 한국은 마약에 대한 적대감이 큰 국가다. 그 속에서 마약과 대마를 연구하며 느낀 부담이나 어려움은 없으셨나요. 

"물론 주위로부터 우려의 시선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한국에서 대마는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에 의해서도, 사람들 인식에 의해서도 마약이니까요. 하지만 법을 읽어 보니 단순히 대마에 대해 공부하거나 이야기한다고 처벌받지는 않더군요. 이제는 국가의 가스라이팅으로 오명을 쓴 대마의 합법화를 제 소명으로 여기고 있습니다."

- '국가가 국민을 상대로 대마에 대해 가스라이팅 했다'라는 말이 인상적입니다. 어떤 의미인지 궁금합니다. 

"한국에서 대마초가 수면 위로 드러난 첫 시점은 1970년대 박정희 정권 집권 당시였습니다. 1975년, 당대 젊은이들에게 사랑받던 연예인들이 줄지어 대마초를 이유로 구속됐습니다. 하지만 어디에도 '대마초가 왜 나쁜지'에 대한 언급은 없었죠.

정부가 국민을 규제하고 통제하는 과정에서 대마초는 나쁜 것이 됐고, 대마초를 피운 것은 범죄로 낙인찍혔습니다. 정부에 의해 대마초가 혐오 식물로 집단 최면, 가스라이팅 된 과정입니다. 다른 나라들의 상황도 다르지 않았습니다. 대마가 인간에게 미치는 영향은 과학이 말해야 하는데, 그동안 정치가 말해온 것이죠."

- 그렇다면 과학으로 밝혀진 대마는 마약이 아니라고 봐야 하나요. 

"대마에 있는 480가지의 성분 중 도취를 일으키는 것은 테트라하이드로칸나비놀(THC)이 유일합니다. 이 때문에 대마가 불법화되고 마약으로 낙인찍힌 것이죠. 하지만 대마는 '소프트 드러그(Soft drug)'이고, 그 도취 효과는 몸이 나른해진다고 느끼게 만드는 정도에 불과합니다. 한국 사회가 생각하는 '진짜 마약'과는 거리가 멉니다.

실제 연구를 통해 잘못된 오해들이 밝혀졌고, 유엔도 세계보건기구(WHO)의 권고에 따라 2020년 고위험 마약류인 4등급 리스트에서 대마초를 빼기에 이르렀죠. 1975년 WHO가 내린 정의에 따르면 마약은 '의존성' '내성' '금단증상'을 갖춰야 하고 '나뿐 아니라 사회에 해악을 끼치는 것'이어야 합니다.

그러나 1994년 미국 국립약물중독연구소연구의 잭 헤닝필드 박사(Dr. Jack E. Henningfield)가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대마는 술과 담배보다 유해성이 훨씬 낮고 의존성, 금단현상, 내성 같은 부작용도 거의 없는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따라서 대마를 마약류로 분류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은 것이죠.

게다가 과학 기술이 발달한 요즘에는 THC 성분을 완전히 제거하거나 도취를 일으키지 않는 정도만 남기는 것이 가능합니다. 고로 산업이나 의료 영역에서 쓰임새와 잠재력이 무궁무진한 대마를, 사실상 유해성이 낮은 THC 성분 하나 때문에 불법화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은 것이죠.

산업적으로 대마는 옷, 자동차, 건축 자재, 화장품을 포함해 5만여 가지 상품으로 만들어질 수 있습니다. 심지어 친환경적이죠. 생분해성인 대마 속대로 일회용 플라스틱을 완전히 대체할 수 있습니다. 의료적으로도 에이즈, 불면, 통증 등에 도움이 되고 뇌전증, 경련 환자의 발작 증세 완화를 위해서는 꼭 필요합니다. 미국 내 대마초가 완전 합법화된 주에서는 전년 대비 일반 제약 매출이 11% 감소할 만큼 (각종 질병에) 효과적이고 부작용도 없는 게 대마입니다."

- 대마가 의료, 산업 용도를 넘어 성인 오락용으로까지 허용되는 완전한 의미의 합법화를 이루는 것에 대해 어떤 입장을 가지고 계십니까. 

"오락용 대마도 언젠가는 합법화될 겁니다. 한국 정서상 시기가 늦춰질 수는 있겠지만요. 종교를 가진 개인 입장에서는 오직 오락만을 목적으로 허용하자는 것에 적극적인 찬성 표는 던지지 못하겠습니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인간은 자유로운 상황에서 선택할 수 있어야 하고, 그 선택에 책임을 지는 것도 개인의 몫이라고 봅니다. 물론 개인, 사회, 국가에 악영향을 끼치는 아편, 헤로인 등 강력한 마약에 한해서는 국가가 오남용되지 않게 통제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산업용과 의료용 대마 합법화는 빠를수록 좋습니다."

"강력한 마약과 대마는 다르다"
 
<대마와 대마초> 저자 노의현 작가.
 <대마와 대마초> 저자 노의현 작가.
ⓒ 노의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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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락 용도까지 합법화됐을 때 나타날 부작용은 없을까요. 또 최근 '몰래 탄 마약'이 성범죄에 악용돼 큰 충격을 주기도 했는데, 대마초 합법화가 이런 문제들을 심화하지는 않을까요? 

"대마 합법화를 반대하는 대표적인 근거가 관문이론(Gateway theory)입니다. 대마초 같은 부드러운 마약을 사용하게 되면 점차 강력한 마약을 찾게 된다는 것이죠. 2004년 배우 김부선씨가 대마초 흡연 혐의로 적발됐을 때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속 대마초 관련 규정에 대해 위헌법률심판을 신청한 바 있습니다. 이에 대해 우리 대법원은 관문 이론을 근거 삼아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기각했죠.

하지만 네덜란드 틸뷔르흐대학(Tilburg University)에서 10년에 걸쳐 연구한 결과 관문 이론은 근거가 없었습니다. 오히려 2003년 미국의학협회 저널에서는 대마초 합법화가 더 강한 마약의 사용을 줄인다는 마이클 린스키(Michael Lynskey) 박사의 역관문 이론까지 등장했죠. 

대마초는 물론 유해성이 있지만 그 정도가 매우 미약합니다. 대마초는 중독을 일으키지 않고 그 폐해도 뚜렷하게 발견된 바 없습니다. 강력한 마약과 대마는 다릅니다. 고로 대마가 마약으로 인한 사회 문제를 악화시킬 여지는 없다고 봅니다." 

- 그럼 한국에서 어떤 변화부터 일어나야 한다고 보시나요? 

"현재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에 의해서는 어떤 경우에도 대마를 사용할 수 없습니다. (한국은 대마 종자와 뿌리·줄기 사용은 허용하지만, 대마엽(잎) 사용은 금지하고 있다. 마약류관리법에 따르 모든 대마류를 일률적으로 규제해 저환각성 대마인 '헴프(Hemp)'도 활용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 기자 주) 

하지만 의료용, 산업용 대마 완전 합법화(현재는 2018년 먀악류관리법 개정을 통해 자가치료 목적에 한해서만 제한적 사용 중)는 빠를수록 좋습니다. 따라서 가능한 한 빨리, 예로 'THC 함량이 0.5% 이내인 경우에 한해서는 본 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와 같은 문장을 추가하자는 것이죠. 실제 THC 함량 2%까지는 소위 도취 현상이 오지도 않습니다.

그리고 '의료용 또는 산업용 대마 촉진법'을 만들 것을 촉구합니다. 그렇게 되면 대마는 미래 한국 산업에 큰 기여를 할 수 있을 겁니다. 특히 바이오나 화장품 분야처럼 한국이 이미 경쟁력을 갖춘 산업 분야들은 대마 활성화로 더 앞서갈 수 있을 겁니다."  

태그:#대마와 대마초, #대마 합법화, #대마, #노의현, #마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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