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스트 댄스'로 월드컵 트로피 손에 쥔 아르헨 메시 아르헨티나 축구대표팀 주장 리오넬 메시가 18일(현지시간) 카타르 루사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결승전에서 프랑스를 상대로 승리를 거둔 뒤 트로피를 손에 쥔 채 기뻐하고 있다. 메시는 이번 카타르 대회가 마지막 월드컵이라고 예고한 바 있다. 이날 아르헨티나는 연장전까지 3-3으로 프랑스에 맞선 뒤 승부차기에서 4-2로 이겨 우승을 차지했다.

▲ '라스트 댄스'로 월드컵 트로피 손에 쥔 아르헨 메시 아르헨티나 축구대표팀 주장 리오넬 메시가 18일(현지시간) 카타르 루사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결승전에서 프랑스를 상대로 승리를 거둔 뒤 트로피를 손에 쥔 채 기뻐하고 있다. 메시는 이번 카타르 대회가 마지막 월드컵이라고 예고한 바 있다. 이날 아르헨티나는 연장전까지 3-3으로 프랑스에 맞선 뒤 승부차기에서 4-2로 이겨 우승을 차지했다. ⓒ AFP / 연합뉴스

 
축구 황제 리오넬 메시가 망사 형태의 금색 테두리로 덮혀진 '비슈트(Bisht)'를 입고 피파컵을 번쩍 들어올렸다. 그토록 바라던 아르헨티나 국민들과 메시의 꿈이 실현되는 순간이었다. 1986 멕시코 대회 이후 무려 36년 만의 월드컵 우승으로 한을 풀었다. 

메시, 5수 만에 월드컵 황제 대관식

메시는 축구 역사상 최고의 선수로 평가받는다. 하지만 그조차 유일하게 정복하지 못한 것은 월드컵이었다. 메시에게 월드컵은 실망과 좌절로 덮여진 대회였다. 

10대의 나이로 2006 독일 월드컵에 출전한 메시는 주로 교체 자원으로 활약했다. 아르헨티나는 8강전에서 개최국 독일에 승부차기로 패하며 4년 뒤를 기약했다. 2010 남아공 월드컵에서는 아르헨티나 레전드 디에고 마라도나 감독과 함께 우승을 노렸지만 독일과의 8강 리턴 매치에서 0-4 대패를 당했다. 

독일과의 지긋지긋한 악연은 2014 브라질 월드컵에서도 이어졌다. 메시는 독보적인 활약으로 아르헨티나를 결승전으로 이끌며, 우승에 한 걸음 다가섰다. 하지만 연장전에서 괴체에게 결승골을 내주고 준우승에 머물렀다. 메시에게 수여된 골든볼(대회 MVP)는 결코 위안이 되지 못했다.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서는 최악의 팀이라는 평가 속에 16강에서 프랑스를 맞아 3-4로 패하며 일찍 짐을 싸야했다. 전성기의 끝자락이라 할 수 있는 31살의 나이를 감안할 때 사실상 메시의 도전은 끝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메시는 4년 뒤 다시 한 번 월드컵 무대에 등장했다. 4살을 먹고 35살이 된 메시의 라스트 댄스가 카타르에서 화려하게 펼쳐졌다. 7경기 7골 3도움. 조별리그 폴란드와의 3차전을 제외한 6경기에서 공격포인트를 기록했다. 우승을 이끈 메시는 8년 전에 이어 골든볼을 수상했다. 2회 골든볼은 사상 최초다.

뿐만 아니라 각종 월드컵 기록을 대거 갈아치웠다. 월드컵 통산 13골 8도움으로 총 21개의 공격포인트를 올린 메시는 미로슬라프 클로제(독일·16골 3도움), 호나우두(브라질·15골 4도움), 게르트 뮐러(독일·14골 5도움)를 넘고 역대 1위로 등극했다. 또, 26경기에 출전해 로타어 마테우스(독일·25경기)의 기록을 경신했다. 

'축구 황제 대관식'을 이뤄낸 메시는 발롱도르 7개, 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컵 4개, 라 리가 우승컵 10개, 리그앙 우승컵 1개, 올림픽 금메달 1개, 코파 아메리카 우승컵 1개에 이어 자신의 진열장에 피파컵을 추가하게 됐다. 

우승에 대한 열망과 강한 동기부여

아르헨티나는 1986 멕시코 월드컵 이후 우승과 인연이 없었다. 남미의 최강을 가리는 코파 아메리카에서는 1993년을 마지막으로 오랫동안 무관에 머물렀다. 우승을 위해 숱하게 도전장을 던졌지만 언제나 결승 무턱에서 좌절했다. 

메시도 마찬가지였다. 2014 브라질 월드컵과 2015, 2016 코파 아메리카에서 준우승에 그쳤다. 아르헨티나는 포기하지 않았다. 1년 전 2021 코파 아메리카에서 브라질을 물리치고 우승을 차지했다. 1993년 이후 28년 만에 메이저대회 트로피였다. 메시는 지긋지긋한 메이저대회 무관 징크스를 깨뜨리며 마음의 부담을 조금이나마 덜었다. 

다음 미션은 월드컵이었다. 아르헨티나는 이번 대회를 앞두고 우승후보 중 한 팀으로 분류됐다. 하지만 브라질, 프랑스, 잉글랜드 등과 비교해 스쿼드에서 밀린다는 지적이었다. 메시에 대한 의존증도 큰 약점이었다. 

그러나 동기부여와 단합력에서 아르헨티나를 따라올 팀이 없었다. 메시는 이번 대회를 앞두고 마지막 월드컵이 될 것이라고 선언했다. 로드리고 데 폴은 "메시를 위해 목숨도 바칠수 있다"며 충성심을 보였다. 모든 선수들이 최고의 레전드 메시에게 월드컵 우승컵을 안기려는 열망이 강했다. 

36경기 연속 A매치 무패를 내달린 아르헨티나의 첫 경기 사우디 아라비아 패배는 자극제가 됐다. 이후 한 차례도 패하지 않고, 결승에 안착했다. 사실상의 끝판왕이었던 '디펜딩 챔피언' 프랑스와의 결승전에서는 상대를 완전히 압도하는 경기력을 선보였다. 선수 전원이 구심점인 메시를 똘똘 뭉치며 매 경기 모든 힘을 쏟아부었다. 아르헨티나의 꺾이지 않는 마음은 결국 해피엔딩으로 끝났다.

'초보 감독' 스칼로니, 유연한 전술 운용으로 명장 대열 오르다
 
 우승 트로피 쓰다듬는 스칼로니 감독

우승 트로피 쓰다듬는 스칼로니 감독 ⓒ AFP/연합뉴스

 
아르헨티나는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서 최악의 졸전 끝에 16강에서 탈락했다. 이후 아르헨티나는 정식 감독 부임없이 수석코치였던 스칼로니 대행 체제로 2019 코파 아메리카에 출전, 3위로 대회를 마감했다. 

아르헨티나 축구협회는 잠재력을 보여준 스칼로니에게 정식 감독직을 맡기며, 2022 카타르 월드컵 본선까지 지휘하도록 했다. 스칼로니의 첫 번째 감독 커리어였다. 

사실상 초보 감독인 스칼로니에 대한 의구심은 여전히 남아있었다. 2020년 10월부터 시작한 2022 카타르 월드컵 남미예선 초반만 하더라도 아르헨티나의 경기력은 크게 실망스러웠다. 창의성 부재, 속도감 없는 공격 전개, 메시 의존증을 고스란히 노출하며 잡아야 할 약팀을 상대로 무승부에 그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스칼로니 감독은 서서히 아르헨티나의 조직력을 끌어올렸고, 마침내 2021 코파 아메리카에서 우승으로 지도력을 입증했다. 1년 뒤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는 팀에 가장 잘 맞는 실리축구 컨셉으로 정점에 섰다.

이번 대회에 출전한 32개국 감독 중 가장 나이가 젊지만 매 경기 상대팀에 맞는 유연한 전술 운용과 변화 무쌍한 전략으로 노련함을 보여줬다. 

사우디 아라비아와의 1차전에서 충격패 이후 스칼로니 감독은 한 가지 전술에만 고집하지 않았다. 또, 선수 기용이 실패라고 느끼면 즉각적으로 변화를 꾀했다. 주전 공격수였던 라우타로 마르티네스를 3차전부터 벤치로 내리고, 그동안 중용하지 않았던 훌리안 알바레스를 선발로 내세운 것은 대단한 파격수였다. 이러한 과감성은 적중했다. 알바레스는 이번 대회에서 4골을 터뜨리며, 메시와 함께 최고의 파트너십을 형성했다. 

조별리그 3경기에서 4-4-2 포메이션을 가동한 스칼로니 감독은 토너먼트에서 각기 다른 맞춤형 전술을 들고나왔다. 16강 호주전에서는 4-3-3을 내세웠다면, 8강 네덜란드전에서는 상대의 투톱 전술에 맞춰 센터백 리산드로 마르티네스를 추가한 스리백의 3-5-2로 응수했다. 4강 크로아티아전에서는 다시 센터백 리산드로 마르티네스를 빼고, 중앙 미드필더인 레안드로 파레데스를 투입하며 4-4-2로 회귀했다. 아르헨티나는 돌풍의 크로아티아를 3-0으로 요리했다. 

결승에서도 스칼로니 감독의 전략이 빛났다. 토너먼트에서 거의 출전하지 못한 디 마리아를 왼쪽 측면에 포진시키는 변칙 4-3-3 포메이션을 가동한 것이 주효했다. 

왼쪽 풀백 탈리아피코를 중앙으로 좁히면서 프랑스의 오른쪽 윙어 우스만 뎀벨레를 끌어냈다. 그리고 메시, 알바레스로 하여금 프랑스 수비진 4명 가운데 3명을 중앙으로 유도했다. 아르헨티나는 비어진 왼쪽 공간으로 빠르게 전환 패스를 보냈다. 이때 디 마리아가 프랑스의 오른쪽 풀백 줄 쿤데와 일대일 상황을 만들도록 했다. 디 마리아는 전반 23분 페널티킥을 유도하며 선제골에 기여했으며, 전반 36분에는 역습 기회에서 두 번째 추가골을 터뜨렸다. 

연장전에서는 몬티엘, 디발라를 교체 투입해 승부차기에 대비하는 모습을 보였다. 두 선수는 승부차기에서 모두 성공시키며 감독의 기대에 부응했다. 

마지막으로 스칼로니는 역대 아르헨티나 대표팀에서 메시를 가장 잘 활용한 감독이었다. 메시에게 수비 부담을 덜어주고 프리롤을 맡겼다. 1명이 부족한 수비 상황에서의 숫자 부족은 나머지 9명의 필드 플레이어들이 많은 활동량과 일사분란한 수비 조직력으로 상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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