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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승헌 전 감사원장
 한승헌 전 감사원장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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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그의 나이 85살이다.

그는 이 해 5월 <그분을 생각한다>(문학동네)는 인물평집을 출간하였다. 한국 근현대사 인물집이다. 전봉준으로부터 문재인까지 27명이 소환되었다. 

전봉준을 제외하고 모두 그가 직간접으로 교감한 인물들이다. 저자의 머리말에 책의 의미가 담긴다.

참으로 감사하게도, 내가 접한 인물 중에는 메마르고 야속한 이 세상과 이웃을 위해서 '사서 고생 하는' 분들이 많았기에, 그들의 삶을 널리 알려서 독자 여러분의 인생역정에 아름다운 도반(道伴)으로 삼도록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머리를 들었다.

그렇다고 해서 이 책이 유명인사들의 평전이나 일대기는 아니다. 다만 내가 직간접으로 교감한 인물과의 접점과 경험을 사실대로 전하고 싶었을 뿐이다. 그러기에 인물이나 행적에 어떤 미화나 윤색을 할 필요는 없었다. 그들의 삶의 민낯 그대로가 우리에게 티 없는 깨달음을 주는 터여서 인공적 성향은 오히려 진실과 시계(視界)만 흐려놓을 뿐이기 때문이다.  

다만, 대상 인물에 대한 전방위적인 이해를 돕기 위하여, 먼저 한 인물이 처했던 시대상황과 삶의 행보를 원경(遠景)으로 넓게 잡고, 이어서 저자가 직접 교감하고 확인했던 인간적 측면을 근경(近景)으로 잡아 써나감으로써 전인적 평가가 이루어지도록 힘썼다.

그가 생각하고 소환한 '그분'들은 누구일까. 발부한 '소환장' 제목에 그분들의 평가가 담긴듯하다.

갑오년의 농민 봉기, 서당 훈장이 장군이 되어
             전봉준 장군

겨레의 스승이신 사상가이자 민주투사
             함석헌 선생

진보적 신학자의 '범용(凡庸)'을 우러르며
             김재준 목사

간첩죄로 끌려온 예술가의 부정(父情)
             이응노 화백

'슬픈 목가'의 서정에 담긴 저항
             신석정 시인

필화사건 법정에서의 변호와 증언까지
          소설가 안수길 선생

재야 법조의 대부, 불굴의 민주화투쟁, 대한변협회장
              이병린 변호사

역사의 한복판을 지킨 겨레의 대모
     시민운동가 조아라 선생

한국 최초의 여성 변호사, 양성평등운동의 선구자
              이태영 변호사

'범인 은닉'의 '대역 조작'에 성공한 각본 재판
              이돈명 변호사

기독교의 반유신 본산 '종로5가'를 지킨 성직자
                김관석 목사 

어리석을 만큼 곧게 살다 가신 의인
           이우정 교수

인간 디제이의 추억
  김대중 대통령

변호인의 '관대한 처분' 변론에 불복 항소한 신학 교수
                   김찬국 목사

청빈과 지조로 일관한 한국 언론의 초상
              송건호 선생

우상에 도전한 이성의 역정
         리영희 교수

껍데기와 쇠붙이를 거부한 시인의 조국 사랑
              신동엽 시인

동백림 사건의 파편 맞은 문단의 기인
              천상병 시인

만수대창작사에서 만난 고교 선배
    인민예술가 정창모 화백

법정에 선 '반미 용공' 소설 <분지>
       소설가 남정현 선생

공안검사와 맞선 증언으로 문학을 옹호
             이어령 교수

한 법관의 '판사실에서 법정까지'
       박우동 전 대법관

'지리산 전력' 민족경제론자와 '개판'
            박현채 교수

거둘 것이 많은 그의 비범한 삶
          김상현 의원

박정희 정권의 '사법살인'과 분노의 미루나무
          인혁당 사형수 여정남 군

일본 귀화 거부한 재일 한국인 변호사 1호
              김경득 변호사

감방에서 시작된 우리의 '동행'
        문재인 대통령

전봉준에 대한 마지막 부분이다.

아! 전봉준, 서당 훈장의 몸으로 농민군의 선봉에 섰을 때, 그 눈빛은 얼마나 형형했을까? 옛 동지의 배신으로 체포되어 서울로 압송될 때의 찢어지는 마음은 오죽했을까? 일본 관헌에게 야만적인 고문을 당하면서도 "나를 죽일진대, 종로 네거리에서 목을 베어 오가는 사람들에게 내 피를 뿌려주는 것이 옳거늘, 어찌 컴컴한 도둑의 소굴에서 죽이려 하느냐"고 호통을 치며 죽음 앞에서도 의연했던 전봉준 장군.

그가 손화중 등 동지들과 함께 순국한 지 123주년이 되는 날(2018년 4월 24일), 숨을 거둔 바로 그 자리, 서울 종로 네거리에 장군의 동상을 건립했다. 그는 여전히 눈을 부릅뜨고 있었다.

 백성 사랑 올바른 길 무슨 허물이더냐.
 나라 위한 일편단심 그 누가 알리.

 이런 유언을 남기고 이승을 떠나시던 그날, 마흔한 살의 녹두 장군은 얼마나 외롭고 통탄스러웠을까? (주석 11)


주석
11> 한승헌, <그분을 생각한다>, 25쪽, 문학동네, 2019.

 

덧붙이는 글 | [김삼웅의 인물열전 - 시대의 양심 한승헌 변호사 평전]은 매일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태그:#한승헌, #시대의양심_한승헌평전, #한승헌변호사평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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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독재 정권 시대에 사상계, 씨알의 소리, 민주전선, 평민신문 등에서 반독재 언론투쟁을 해오며 친일문제를 연구하고 대한매일주필로서 언론개혁에 앞장서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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