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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값 하락에 가속도가 붙고 있다. 수억원씩 하락하는 아파트 단지가 속출한다는 기사가 줄을 잇는다.

"영끌"한 주택매수자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집값 하락이 경제에 미칠 악영향을 우려하는 언론 기사도 늘고 있다. 고분양가 아파트의 미분양이 증가하자 건설사 줄부도를 우려하며 정부의 집값 부양책을 재촉하는 기사들도 눈에 띈다.

이런 언론 기사에 호응하여 정부는 집값 부양책을 적극 내놓고 있다. 종부세 등 보유세를 인하하여 주택 보유 비용을 줄여주고, 15억원이 넘는 고가 주택 매입자에게도 대출을 허용하고 LTV(주택을 담보로 돈을 빌릴 때 인정되는 자산가치의 비율)를 완화함으로써 주택 매수를 부추기고 있다. 급기야 '등록임대사업자 세제혜택 확대' 카드마저 꺼내려 한다. '규제 완화'라는 명분을 내세우지만, 집값 하락을 막으려는 부양책임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수도권 가구의 약 절반이 무주택이고 서울은 52%가 무주택이다. 이들은 집값이 폭등하는 동안 가슴을 졸이며 밤잠을 이루지 못했다. 작년 말부터 집값이 하락하자 비로소 가슴을 쓸어내리고 있다.

이들에게 정부의 부양책은 집 가진 사람들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무주택자들의 희생을 강요하는 편파적인 정책이다.

더욱이 지난 수 년여의 집값 폭등이 투기에 의한 폭등이었음은 전문가가 아니라도 알고 있다. 투기가 끝나면 폭등한 자산가격이 급락하는 것이 시장원리다. 이런 시장원리를 거스르면서 집값 하락을 막으려는 정부의 행태를 무주택 국민은 분노의 눈길로 지켜보고 있다.
한국부동산원 R-ONE 공동주택 실거래가격지수(아파트, 서울)
 한국부동산원 R-ONE 공동주택 실거래가격지수(아파트, 서울)
ⓒ 한국부동산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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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주택자들의 희생을 강요하는 집값 부양책   
   
한국부동산원이 매달 공표하는 아파트실거래가지수 통계를 그래프로 그려보면, 서울 아파트 가격이 본격 상승을 시작한 지점이 눈에 들어온다. 2009년 10월 이후 줄곧 하락하던 서울 아파트 가격이 2014년 8월부터 본격 상승으로 전환했다.

그해 5월 박근혜 정부의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취임한 직후 소위 '빚내서 집사라' 정책을 밀어붙인 시기와 일치한다. 이 정책에 호응하듯 금융통화위원회는 기준금리를 5회 인하했고, 은행은 가계대출 창구를 활짝 열어젖혔다. 2013년 55조원 증가했던 가계대출이 2015년과 2016년에는 각각 113조원과 132조원이나 급증했다. 말 그대로 돈을 풀어서 집값을 부양한 것이다.

이러한 '돈 풀기'보다 더 극단적인 정책도 시행했는데, 다주택자들이 임대사업자로 등록하면 세금을 거의 안 내게 해주는 정책이 그것이다. 재산세와 종부세를 전액 감면해주고, 양도소득세도 100% 감면해주겠다고 했다. 집값 부양을 위해서라면 국가경제의 근간도 기꺼이 흔들겠다는 '막가파식 부양책'이었다.

이런 막가파식 집값 부양책으로 2014년 8월부터 2016년 말까지 서울 아파트 가격은 20%나 상승했다.
 
2014년 7월 당시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재정기획부 장관(왼쪽)과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 조찬회동 가지는 최경환 장관-이주열 한은 총재 2014년 7월 당시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재정기획부 장관(왼쪽)과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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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행하게도 이런 집값 부양책은 문재인 정부에서도 폐지되지 않았다. 무려 27번의 집값 안정 대책이 발표되었으나 핵심 부양책은 그대로 유지되었다.

최경환의 '빚내서 집사라' 정책을 뒷받침했던 이주열 한국은행총재의 연임이 대표적인 사례다. 그는 2018년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기준금리를 4회 인상하는 동안 단 2회 기준금리를 인상했다. 사상 초유의 한미간 금리 역전이 발생했고, 비정상적인 저금리는 집값 상승에 기름을 부었다.

설상가상으로 문재인 정부는 2017년 12월 등록임대사업자 세금특혜를 더욱 확대하는 내용의 '임대주택등록 활성화방안'을 발표했다. 다주택자들은 보유 주택을 매도하지 않고 추가로 매수하여 임대주택으로 등록했고, 집값은 무섭게 폭등했다.

집값 폭등으로 무주택 국민의 분노가 하늘을 찌를 듯하자 문재인정부는 2020년 '7.10대책'에서 '등록임대사업제 보완'을 발표했다. 그러나 무주택 국민의 기대와 달리 "아파트 임대주택의 신규 등록 중단"만 발표했을 뿐, 기등록한 임대주택 160만호에 대해서는 만기까지 모든 세금특혜를 유지하겠다고 발표했다. 당연한 결과로 다주택자의 주택이 매물로 나오지 않았고 집값은 고공행진을 지속했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서울 강남구 자곡동 더스마티움에서 신혼부부 희망타운 견본주택을 둘러보고 있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서울 강남구 자곡동 더스마티움에서 신혼부부 희망타운 견본주택을 둘러보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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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희룡, "12월 중 '등록임대사업제 개편' 발표"

박근혜 정부가 도입하고 문재인 정부가 이어받은 등록임대사업자 세금특혜를 윤석열 정부는 더 확대하려 하고 있다. 원희룡 국토부장관은 등록임대사업제 개편 방안을 12월 중 발표하겠다고 했다.

만약 문재인정부가 중단한 '아파트 임대주택 신규 등록'을 허용한다면, 집값 하락의 속도가 둔화될 것이고 무주택자들의 내집 마련은 더 늦어질 것이다. 더욱이 이미 세계 최고 수준인 다주택자에 대한 세금 특혜는 더욱 확대될 것이다.

아파트실거래가지수로 계산한 서울 아파트값은 작년 10월 최고치를 기록한 후 올해 9월까지 11% 하락했다. 2014년 8월부터 작년 10월까지 148% 급등한 것의 10분의 1에도 못 미치는 하락률이다.

더욱이 2014년 8월 이후의 집값 폭등은 정부의 부양책에 의해 주택투기가 기승을 부린 결과다. 투기가 끝나고 시장원리에 의해 제자리로 돌아오려는 집값을 떠받치려는 정부의 의도는 성공하지 못할 것이다. 단지 집값이 폭등하는 동안 쌓였던 무주택 국민의 분노에 불을 당기는 불씨가 될 뿐이다.

윤석열 정부 초기에 원희룡 국토부장관은 지난 9월 복수의 언론 인터뷰에서 '젊은세대의 내집 마련을 위해서 집값이 더 하락해야 한다'는 취지로 말했다. 원장관의 발언에 무주택자들은 내심 기대를 했다. 그러나 연이은 집값부양책에 기대는 곧 실망으로 변했다. 만약 박근혜정부의 "막가파식 집값부양책"인 '등록임대사업자 세금특혜 정책'을 부활시킨다면 무주택자들의 분노의 불길은 거세게 타오를 것이다.
 
원희룡 국토교통부장관이 23일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공시가격 현실화 수정 계획 및 2023년 보유 부담 완화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2022.11.23
 원희룡 국토교통부장관이 23일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공시가격 현실화 수정 계획 및 2023년 보유 부담 완화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2022.11.23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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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등록임대사업제, #집값부양책, #집값폭등, #집값 하락, #부동산 민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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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기균경제연구소 소장으로 집없는 사람과 청년들에게 극심한 고통을 안기는 집값 폭등을 해결하기 위한 글쓰기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네이버 카페 <집값정상화 시민행동>에서 무주택 국민과 함께 집값하락 정책의 시행을 위한 운동을 실천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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