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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전채 발행한도 상향 법안 부결 등을 놓고 논란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 글은 한국전력 출신인 민주당 김주영 의원이 페이스북에 올린 것으로, 김 의원의 동의를 얻어 게재합니다. [편집자말]
8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한국전력공사법 일부개정법률안(대안)이 재석 203인, 찬성 89인, 반대 61인, 기권 53인으로 부결되고 있다.
 8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한국전력공사법 일부개정법률안(대안)이 재석 203인, 찬성 89인, 반대 61인, 기권 53인으로 부결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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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력 회사채(한전채) 발행한도 상향 법안 국회 본회의 부결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한전이 전력구입비를 결제하지 못할 것이란 우려에서부터 눈덩이처럼 커지는 적자로 한전이 파산에 이르게 될 것이란 위기조장까지, '불안 정치'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엊그제 저는 국회 본회의장에서 한전의 채권 발행한도 상향 법안에 반대표를 던졌습니다. 

올해 30조원 이상의 적자가 예상되는 한전이 결국은 그 부담을 감당하지 못한 채 진짜 파산하길 바라서 일까요? 

아닙니다. 

이번 채권 발행한도 상향 추진은 언 발의 오줌 누기식 미봉책이기 때문입니다. 한전의 신용등급은 AAA를 유지하고 있지만 시장 분위기는 좀 다른 듯합니다. 

대량으로 풀린 한전채로 인해 전체 회사채 시장이 흔들리는 조짐이 보이고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한전채가 문제가 될 수도 있다"는 취지의 발언도 했지요. 한전채가 워낙 낮은 가격에 나오다보니 AA급은 물론 A급 회사채는 발행자체가 어려워졌기 때문입니다.

국제 연료비 상승에 따른 전력도매가격 상승과 원가 이하의 전기요금 등으로 적자가 불어나는 상황에서, 정부는 그 짐을 오롯이 한전에 지웠습니다. 그 결과 한전은 막대한 부채를 떠안았고, 그 부채가 다시 부메랑이 돼 방만경영 공공기관 혁신이란 칼날로 돌아왔습니다. 

당장은 채권 발행을 늘려 긴급수혈을 할 순 있을 것 입니다. 그러나 이는 곧 엄청난 이자부담과 지속되는 적자로 한전의 부실을 초래할 것이며, 유보된 청구서는 결국 미래세대의 몫이 될 것입니다. 

캘리포니아 정전사태가 준 교훈

캘리포니아 정전사태를 기억하시나요.
  
2001년 1월 17일, 세계 1위의 경제규모를 가진 미국의 캘리포니아주 북부에서 대규모 정전사태가 발생했습니다. 실리콘밸리의 컴퓨터가 멈추고 공장과 학교도 문을 닫았습니다. 

당시 캘리포니아 정전사태의 원인에는 1990년대 중반부터 시작된 규제완화가 있었습니다. 전력산업 개편으로 전력시장 도매가격이 100배 이상 급상승했고, 민영발전사들은 전략적인 가동 중단을 통해 생산량을 감축시켰습니다. 

그러나 생산에 대한 규제를 한없이 풀던 정부가 전력판매회사들이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전기요금에 대해서는 규제를 하고 있었기에, 전력판매회사들은 경영난에 허덕이고 파산할 수밖에 없습니다. 

결국 그레이 데이비스 주지사는 전력공급을 안정화를 위하여 100억 달러 이상의 채권을 발행했습니다. 캘리포니아 주정부는 즉각 민영화 중단과 재규제를 시행하며 전력산업의 공공성을 회복시켜 갔습니다. 하지만 점점 더 커진 주정부의 재정파탄으로 인한 주민 소환투표가 가결되어 우리가 잘 아는 영화 <터미네이터>의 주연 배우였던 아놀드 슈워제네거가 주지사로 당선되게 됩니다. 

한전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는 사이 민자발전사들은 엄청난 흑자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발전 사업에 뛰어든 제철회사를 포함한 일부 재벌기업들은 값싼 산업용 전기를 한전으로부터 공급받고, 대신 자신들이 소유한 발전소에서 생산한 전기는 한전에 비싸게 팔며 역대급 흑자를 내고 있습니다. 이건 모럴 해저드(moral hazard, 도덕적 해이)에 해당하는 일이지요.

전력산업에 대해 무지하고 비겁했던 역대 정부들
 
더불어민주당 김주영(김포시갑) 의원
 더불어민주당 김주영(김포시갑) 의원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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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요금이 원가 이하로 공급되고 있는 건 어제 오늘 일이 아닙니다. 

에너지 과소비뿐만 아니라 가장 고급 에너지인 전기쪽으로 수요가 급증하고 있습니다. 이는 탄소중립 목표와도 배치됩니다. 추가로 발전소를 포함한 전력설비를 건설해야 되기 때문에 오히려 탄소배출은 늘어나게 되지요.

또한 ICT기술의 발달로 전기먹는 하마인 데이터 센터 건립 신청이 급증하고 있습니다. 특히 우리나라는 값싸고 질 좋은 전기가 안정적으로 공급되고 있기에 세계 유수의 플랫폼기업들의 데이터 센터를 우리 땅에 설치하기 위한 노력들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들이 지속된다면 한전의 부실화는 가속화 될 것이고, 기후변화에 따른 우리나라의 탄소중립 목표는 점점 멀어지게 될 것입니다.

지금 필요한 것은 근본적인 대책 마련입니다. 

범정부 차원의 위기극복 방안이 마련돼야 합니다. 그리고 정부는 물론 사회·경제·산업계의 책임 있는 주체들을 모아 머리를 맞대야 합니다. 

1996년 한전 경영진단 이후, 네트워크 산업의 중요성을 이해한 참여정부를 제외 한 역대 정부들은 전력산업에 대하여 무지하고 비겁했습니다.

대한민국은 현재를 살고있는 우리들 것이 아닙니다. 오늘날을 미래 세대들에게 빌려쓰고 있는 우리들은 지금의 위기를 미래 세대에 떠넘기는 나쁜 결정을 하지 말아야 합니다.

이것이 제가 한전법 개정안에 반대한 이유입니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더불어민주당 김포시갑 국회의원입니다.


태그:#한국전력, #한전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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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더불어민주당 김포시갑 국회의원 김주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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