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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서울시교육청이 서울시의회에 보낸 2023 예산안.
 최근 서울시교육청이 서울시의회에 보낸 2023 예산안.
ⓒ 윤근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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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교육청은 회계연도(2023년) 개시 이후 추가경정 예산안을 신속하게 편성해주십시오."

서울시의회 이성배 예산결산특별위원장(국민의힘)이 지난 7일 서울시교육청 예산안 5688억 원을 삭감한 뒤 곧바로 내놓은 말이다.

예산안 통과시킨 뒤 "추경하라"는 위원장, 왜? 

이 위원장의 이같은 '추경편성 제안' 발언에 대해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오마이뉴스>에 "이처럼 사상초유의 규모로 교육예산을 깎으면, 내년도에 서울교육이 돌아가지 않으리라는 사실을 국민의힘 시의원들도 잘 알고 있음을 보여주는 발언"이라고 말했다.

이번에 예결산위가 삭감한 예산 5688억은, 당초 서울시교육청이 요청한 예산 총 규모 12조8915억 대비 4.4%다. 그러나 교육예산의 특성상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인건비 등 고정적으로 들어가는 경상경비를 빼고 교육사업비와 학교기본운영비만 놓고보면 적지 않은 예산이다. 

서울시교육청이 신청한 예산안에서 교육사업비는 2조 6747억이었다. 이 가운데 3255억을 삭감했다. 약 12.2%를 삭감한 것이다. 공립학교 기본운영비도 당초 서울시교육청은 7557억을 신청했지만, 예결산위는 1829억을 깎았다. 24.2%를 깎은 셈이다. 

초대형 '칼질'에 대해 서울시의회 국민의힘은 지난 8일 성명에서 이를 '살리는 칼질'이라며 "서울교육을 살리는 칼질, 국민의힘은 100번도 하겠다. 썩은 환부를 도려내듯 치료해야 한다"고 알려 삭감 이유를 밝혔다.

하지만 서울시교육청 측은 "이번 국민의힘 의원들이 주도한 예산 삭감은 진보교육감인 조희연 교육감을 공격하기 위한 것이었지만, 당장 학부모들이 수요자부담경비를 더 많이 부담해야 하고 생명·안전과 관련된 학생 활동조차 막아놓는 등 (궁극적으로는) 학교와 학부모를 공격한 것"이라고 보고 있다.

[문제1] 지원받던 예산 전액 삭감돼 학부모들 부담 

우선, 학부모의 부담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그 동안 서울 학교의 경우 현장·체험학습이나 특별 프로그램의 경우 무료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았다. 학교와 마을이 함께하는 혁신교육지구 사업비를 통해 지원을 받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에 예결산위는 혁신학교만이 아니라 전체 유초중고가 똑같이 지원받는 혁신교육지구 사업 예산 165억을 전액 삭감해 0원으로 만들었다.

이 사업 예산에는 서울지역 대부분의 공사립 학교에서 체험학습과 창체(창의적 체험)활동을 자율 선택해 교육하도록 지원하기 위한 돈 153억이 들어가 있다. 학교마다 1000~2000만원씩을 지원한 것이다. 그런데 이 예산이 모두 깎였기 때문에, 그 동안 자녀를 무료로 학교 프로그램에 참여시켰던 학부모 중 상당수는 내년부터 여기에 돈을 내야 할 상황으로 내몰리게 됐다.

이와 관련,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그 동안 학교는 학부모부담경비의 상당금액을 혁신교육지구 사업에서 지원해왔는데 그 규모는 내년 예산 165억의 50~60% 이상이 될 것"이라면서 "해당 예산이 전액 삭감됨에 따라 학생 대상 체험활동비, 문예체교육활동비, 창체특별활동 학습자료구입비, 마을탐방 프로그램비 등을 학부모들이 부담할 수밖에 없게 됐다"고 설명했다.
 
서울시의회가 서울 학생의 안전과 생명 예산 등을 삭감하려고 시도하자, 지난 5일 서울지역 교육단체 대표와 학부모들이 서울시의회 앞에서 항의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서울시의회가 서울 학생의 안전과 생명 예산 등을 삭감하려고 시도하자, 지난 5일 서울지역 교육단체 대표와 학부모들이 서울시의회 앞에서 항의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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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결산위는 학교자율운영체제지원 예산 88억 원도 삭감했다. 이 예산은 학교가 자율적으로 서울 전체 학교에 초등영어 희망교실, 세계시민교육 실천학교, 영어독서동아리 지원, 진로진학설명회, 노동인권 증진 협력학교, 생태전환학급 운영 등을 선택해서 운영하도록 예산을 지원하기 위한 것이었다.

[문제2] 자살 예방·무석면 검증 등 학생 생명·안전 예산도 삭감

예결산위는 학생 생명 안전과 직결된 예산도 칼질했다. 서울시교육청은 전체 학교 대상 '학생자살예방과 생명존중 교육' 등을 위해 2억의 예산을 편성했지만, 모두 사라졌다. 서울지역 자살시도 학생은 2021년 344명에서 올해 725명(올해는 10월 31일 기준)으로 급증했지만, 학교별 교육사업을 제대로 할 수 없게 된 것이다. (관련기사: [단독] 교육청 '생명·안전' 예산 10억 삭감한 서울시의회 http://omn.kr/21u6p )

이뿐만이 아니다. 예결산위는 코로나 위기 속에서 서울시교육청이 신청한 생태전환교육역량강화 사업 예산 10억1700만원도 절반인 5억850만원을 깎아 반 토막 냈다.

학생과 교직원 건강을 위한 '무석면학교 검증'(5억7992만 원), '석면관리컨설팅'(1억2970만4000원) 사업 예산도 사라졌고 '내진보강사업 홍보물 제작비' 1억 원도 없어졌다.

예결산위는 학내 불법촬영예방 사업 증가분 2억7200만원도 전액 삭감했다. 서울시교육청은 "전체 1360개 학교를 대상으로 불법 카메라 점검을 기존 한 해 1회에서 2회로 늘리려고 했던 것인데, 예산 삭감과 점검 단가 인상으로 1회도 어렵게 됐다"고 밝히고 있다.

[문제3] 저소득층과 학교밖 청소년 등 교육약자 예산도 삭감 

교육 약자를 위한 학생과 청소년 지원 예산도 사라졌다. 학교밖 청소년이 교육청 교육에 참여하면 지원금을 주기 위한 예산 8억 5000만원과 저소득층 학생을 돕기 위한 교육후견인 예산 4억 원이 모두 없어진 것이다.

이에 대해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혁신교육지구와 교육약자에 대한 예산삭감은 서울지역 학생과 청소년들이 지금까지 누리던 공교육의 혜택이 줄어드는 것이고 학부모의 주머니 사정을 어렵게 하는 것"이라면서 "이번 예결산위의 앞뒤 가리지 않은 뭉텅이 삭감조치는, 교육복지 강화라는 시대 흐름에 역행하는 것"이라고 반발했다.

국민의힘 반박 "이념 편향교육에 혈세 낭비 막아야"

이에 대해 국민의힘은 예산 삭감은 정당했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은 지난 8일 성명에서 "혁신교육지구 운영사업은 '혁신'은 없고 '방만'만 남았다는 평가로 인해 대전환이 불가피한 사업이며 이념 편향적 교육의 공교육 침투, 방과후 강사의 노노 갈등 등의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혈세를 낭비할 수 없다"면서 "이번 예산심사는 교육의 올바른 방향을 제시한 이정표이며, 아이들의 교육복지를 최우선으로 한 결과물"이라고 반박했다. 
 
서울시의회가 서울 학생의 안전과 생명 예산 등을 삭감하려고 시도하자, 5일 서울지역 교육단체 대표와 학부모들이 서울시의회 앞에서 항의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서울시의회가 서울 학생의 안전과 생명 예산 등을 삭감하려고 시도하자, 5일 서울지역 교육단체 대표와 학부모들이 서울시의회 앞에서 항의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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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서울교육청 예산 삭감, #학부모 부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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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에서 교육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살아움직이며실천하는진짜기자'가 꿈입니다. 제보는 bulg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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