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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전북 익산시의원 선거에서 파란의 주인공이 탄생했다. 바로 손진영 익산시의원이다. 그는 민주당 현역 의원을 물리치고 지역구 의원에 당당히 당선되었다. 현재 손 의원은 익산시 유일의 진보정당(진보당) 소속 지방의원이다.

여전히 익산은 25명의 시의원 중 20명이 민주당 소속일 정도의 민주당 강세 지역이다. 이런 익산 내에서 손 의원은 거대정당을 견제할 수 있는 실력 있는 정치인으로 주목받고 있다. 지난 11월 30일, 전주에 위치한 진보당 전북도당을 찾아 손진영 의원을 만나보았다.
  
초선의원이지만 자신감을 보여준 손진영 의원
 초선의원이지만 자신감을 보여준 손진영 의원
ⓒ 진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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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스팩 재사용 운동, 새 바람을 일으키다

손진영 의원을 상징하는 것이 아이스팩 재사용 운동이다. 2021년 초 익산에서 아이스팩 재사용 운동이 시작되었다. 손 의원은 코로나19 여파로 아이스팩 사용이 급증한 후 일부 지역에서 이것을 다시 사용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평소 환경문제에 관심이 있던 차에 손 의원은 바로 행동에 나선다.

"누구나 생각은 있지 이것을 실천으로 옮기는 것을 가장 어려워해요. 저는 무엇을 할지, 어떻게 할지 고민에 그치지 않고 바로 움직였습니다."

손 의원은 바로 일면식도 없었던 지역 상인회와 아파트 관리사무소를 찾아갔다. 아파트 단지에 12개의 아이스팩 수거함을 설치하고 주민들의 참여를 기다렸다. 모아진 아이스팩을 수거하여 세척, 건조하여 전통시장에 전달했다. 결과는 그야말로 '대성공'이었다. 몇 차례 진행하자 기대 이상의 큰 관심과 호응을 받았다. 지역케이블 방송을 시작으로 JTV, MBC 등으로 보도가 이어졌다.  

"지역 사회에 엄청난 반향을 일으켰습니다. 시작하고 얼마되지 않아 익산시청에서 민관협력 제안으로 학교, 종교시설 등 시 전체로 확산되었고, 지금은 전북 전역으로 이 사업이 커져나갔습니다."
   
손진영 의원이 수거한 아이스팩을 지역 상인에게 전달하고 있다.
 손진영 의원이 수거한 아이스팩을 지역 상인에게 전달하고 있다.
ⓒ 손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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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 의원이 아이스팩 재사용운동에 뛰어든 지 불과 1년 만에 거둔 성과였다. 그렇게 아이스팩 운동은 손진영을 얘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상징이 되었다. 손 의원은 "주민이 먼저 정책을 만들고 익산시 예산으로 반영시켰던 경험을 하며 시의원에 도전해야겠다는 마음을 먹는 계기가 되었다"고 말했다.

아이스팩 재사용 운동은 지역을 움직였고, 손진영의 삶도 바꿨다. 익산에서 손진영 이름 세글자가 유명세를 탄 직접적인 계기가 된 것이다.

15년 동안 일한 직장 그만두고 '정치 바꾸겠다' 결심

손 의원은 대학 졸업 후 15년 동안 학습지 회사에서 일하며 정치를 애써 피하는 삶을 살았다. 하지만 외면하고 싶어도 결국 정치를 바꾸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직장을 그만두고 정치를 바꿔야겠다고 마음 먹었어요. 그래서 도당(전북도당)에서 총무국장으로 일하게 되었죠. 전북도당에서 일한 4년이 정치인이 되기 위한 준비 과정이었다고 생각해요."
 
손 의원은 정치인이 되겠다는 결심을 하고, 2020년 초 도당 총무국장 임기를 마치고 전북 익산에서 본격적인 정치활동을 시작했다. 남편의 고향이었던 익산에 자리를 잡은 것이어서 학연과 지연 등 기댈만한 연고는 아예 없었다. 지역 토박이도, 현역 의원도 아니었지만 아이스팩 운동을 비롯한 다양한 활동으로 가시적인 성과와 변화를 만들었기에 불과 2년 만에 시의원으로 당선될 수 있었던 것이다.

지난 5개월 동안의 의정활동의 소회를 물었다. 잠시 생각하던 그는 "정말 하루 하루 최선을 다한 거 같다. 진심을 다해서 하루라도 헛되이 보내지 않기 위해 의정활동을 했다"며 "5분 발언, 행정사무감사, 시정질문 등 모든 것이 처음이기에 하나를 준비할 때도 최선을 다했다"고 소회를 밝혔다.

손 의원은 의회 개회 직후인 7월 13일 본회의에서 초선으로는 처음으로 5분 자유발언을 했다. 익산시의회 원구성 문제에 대한 문제를 직접 거론했다.
 
손진영 의원은 초선의원이지만 5분발언과 시정질의등을 빼놓지 않고 적극적으로하고 있다
 손진영 의원은 초선의원이지만 5분발언과 시정질의등을 빼놓지 않고 적극적으로하고 있다
ⓒ 익산시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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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진영 의원은 이날 5분 자유발언을 통해 제9대 익산시의회 원구성 문제와 익산시의 임시회 일정 변경 요청에 따른 문제를 거론했다.

"저와 같은 소수정당과 무소속 의원들은 동료 의원임에도 의장단 구성과정에서 정보도 알 수 없었으며, 본회의는 형식적인 절차가 됐다"며 익산시의회의 관행에 정면으로 맞섰다. 또한, 시의회 해외연수 예산 명목으로 4500만원이 제출되자, 손 의원은 의회 내에서 다방면으로 문제제기를 시작했다.

의회 밖에서도 소속 지역위원회 중심으로 기자회견이 열리는 등 비판이 거세지자 결국 예산은 전액 삭감되었다.

손 의원은 "초선의원의 용기있는 행보에 대해 주민들의 호응이 컸다"며" 심지어 민주당 당원인 주민들께서도 속 시원하다는 말씀을 많이 해주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거대 독점정치에 대한 혐오 속에서 주민들이 진보당 손진영을 통해 기대를 보여주신 것 같다"고 부연했다.

손진영 의원은 익산시장과의 시정질문에도 나섰다. 의회 경험이 적은 초선의원이 시정질문를 한 것 자체가 익산시의회에서는 매우 낯선 풍경이었다. 웬만큼 준비하지 않고서는 지역 현안에 능통한 시장과 공무원을 상대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손 의원은 경험 부족을 책상에서 찾지 않았다. 손 의원은 시정질문을 준비하며 두 가지 원칙을 정했다. 주민들의 목소리를 반영하자는 것과 현장에서 답을 찾자는 것이었다.

대표적인 사례는 금강 야적장 쓰레기 문제였다. 손 의원은 시정 질문를 통해 이 문제를 집중적으로 제기하며 관련 예산을 확보하였다. 또한 관내 근로청소년임대아파트의 노후 문제도 많은 관심을 이끌어냈다.

"시설 이야기를 듣고 직접 현장을 방문했어요. 사진을 찍고 문제점과 개선방안도 함께 찾을 수 있었어요. 익산시장도 한 번도 방문하지 않았다고 하시더라고요."

그 결과 2023년 시설개선 예산안에 2억 가까이 반영되었다. 모두 주민과 현장으로부터 배운 손 의원의 원칙이 가져온 결과였다. 손 의원은 "그런 변화들을 보며 5분 발언과 시정질문의 힘을 느꼈다"며 "제가 하는 발언은 정치에서 소외되었던 시민의 뜻이라는 생각을 항상 갖고 무거운 책임감으로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94주째 한 주도 거르지 않은 동네청소

손진영의 성실함을 보여주는 또 하나의 상징이 있다. 바로 '동네 청소하는 의원'이다. 손 의원은 2021년 2월 13일 동네 쓰레기를 보고 빗자루를 처음 들었다.

"환경과 기후위기에 관심이 많다보니 개인이 뭘 할 수 있을지 고민을 항상 했어요. 평소 산책하던 거리에 마구 버려진 쓰레기가 불편했어요. 남편과 산책하다가 자연스럽게 동네 청소를 시작하게 된 것이죠."

손 의원은 동네 청소를 시작한 이후 한 번도 거르지 않았고 매주 이어오고 있다. 벌써 94번째 동네청소이다(11월 30일 기준). 가끔 당원들과 함께 청소를 하지만 주로 혼자 청소를 한다. 달라진 것이 있다면 주위의 평가이다.

손 의원은" 주민들의 평가가 변했습니다. 처음에는 선거에 나오려고 하나보다... 이런 시선이 있었어요. 선거 기간은 물론이고 당선된 이후에도 꾸준히 이어오고 있어요. 초심을 잃지 않고 지켜가고 있는 모습에 감동을 준 것 같습니다"라며 2년 동안의 변화를 말했다.
    
동네 청소 손진영 의원
 동네 청소 손진영 의원
ⓒ 손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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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 의원은 다음과 같이 덧붙였다.

"동네도 변했죠. (사람들이 쓰레기) 무단투기를 했던 곳에 해바라기꽃을 심어 변신시켰어요. 동네 80대, 90대 어르신들까지 나오셔서 다 같이 쓰레기를 걷어내고 흙을 덮어 토종 해바라기 꽃밭으로 변신시켰죠. 정말 깨끗해졌습니다.

제 SNS(페이스북)에는 (청소에) 함께 하겠다는 댓글이 종종 달리고 있어요. 저는 그렇게 하고 싶지는 않았어요. 누군가를 부르면 그것이 일이 되잖아요. 저는 청소를 일이나 숙제처럼 하고 싶지는 않아요. 저는 그분들에게 살고 계신 집 앞을 깨끗하게 해주셨으면 하고 당부드립니다."

 
민원이 바로 의정활동... 초선의원의 용기와 포부

주민들 항상 만나고 현장으로부터 배우는 손 의원을 주민들이 신뢰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처럼 보인다. 민원도 폭주하고 있다. 손 의원은 전달된 민원을 엑셀로 정리하고 있는데, 벌써 200개 이상 모였다고 한다. 힘든 일은 아닐까? 손 의원은 다음과 같이 말을 이어갔다.

"주민들은 민원을 처리하는 의원의 모습을 보며 의정활동을 평가하고, 이는 판단의 기준이 되고 있다고 봐요. 그래서 민원을 대하는 자세와 태도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저는 소중하게 민원을 듣고 해결 과정을 바로 바로 결과를 공유해 줍니다. 어떻게 처리되고 있는지 바로 소통되기에 주민들은 결과보다 과정에서 신뢰를 보여주고 계십니다."

손 의원은 시의원이 되기 전에 시의 남는 예산(순세계잉여금) 주민요구안 운동을 벌였다. 손 의원은 "의회에 들어가니 세부적 정보가 부족했을 뿐이지 당시 주장이 정당했다는 믿음을 얻게 되었다"며 "적극적인 행정을 하지 않는 안일한 익산시의 모습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그래서 "이익단체 의지가 반영되는 예산이 아니라 주민참여 예산이 실질화 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손 의원은 주민이 요구하는 예산안이 모두 반영되어 사용될 수 있어야 피부로 변화를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현재 손 의원이 집중하는 현안은 ▲ 돌봄노동자 처우개선 ▲ 장애인 이동수단 편의 제공 ▲ 토종농업과 도시민과 교류 ▲ 쓰레기 정책 등이다.

끝으로 4년 후 어떤 의원으로 남고 싶은지, 이후 포부까지 물었다.

"내 얘기를 잘 들어주는 사람, 그 의견을 잘 반영해 주는 사람으로 남고 싶어요. 저를 뽑으라고 주위에 추천했던 분들이 본인 판단이 옳았다고 말해주실 때 정말 기쁩니다. 손진영을 권했던 분들에게 그런 평가를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그렇게 남은 의정활동을 하며 4년 후에는 '지역구에서 압도적으로 당선될 것'이라며 당찬 포부를 밝혔다.

오늘의 손진영이 있기까지 많은 이들의 수고가 있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한 사람의 꾸준한 실천과 진심이 얼마나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는지 새삼 느꼈다. 뿌리 깊은 관행에 맞선 한 초선의원의 용기 있는 도전의 결과가 궁금해졌다. 단단한 벽에 맞선 작은 돌멩이가 가진 희망을 그가 증명해 주길 기대해 본다.

덧붙이는 글 | 진보당은 지방자치위원회(위원장 장진숙)를 두고, 지역정치 활성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상한 나라의 지방의원> 연재기획은 지방자치위원회 편집팀에서 공동 취재해 기고한 글입니다.


태그:#진보당, #지방자치, #지방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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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 서민의 정당 진보당 공동대표, 지방자치위원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진보당 지방자치위원회에서는 지역정치, 지방자치 활성화를 위해 노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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