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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자치에 본격적으로 관심을 갖게 된 건 경기도 공모사업으로 마을자치를 준비하는 주민 모임을 통해서다. 일명 (경기 용인) '동천동주민자치준비단'에 합류해 함께 공부하고 활동했다.

스위스 같은 나라에서는 마을 주민들이 직접 민주주의 형태로 주민총회를 열고, 주민 투표에 의해 마을 사업 우선순위를 정하고 예산 배분 후 사업을 실행해 나가는 마을 자치가 자리 잡은 지 오래였다.

수많은 시민이 광장에 모여 자신들이 사는 마을을 위해 중요한 결정을 직접 거수로 투표하는 모습은 매우 인상적이고 감동적이기까지 했다.

반면 우리나라는 독재에 맞선 시민들은 민주항쟁을 통해 직접선거라는 형식적 민주주의를 어느 정도 성취했지만, 투표 외에 일상에서 주도적으로 참여해 끌어내는 지역사회의 민주적 변화를 피부로 느끼기 어렵다. 

또 지방자치제가 실시된 지 20여 년이 되었지만 사실 시의원들이 무슨 일을 하는지, 아니 누가 시의원인지도 잘 모르는 이들도 많다.

마을을 내 집처럼
 
주민제안 포스터
 주민제안 포스터
ⓒ 용인시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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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낸 세금(주민세)을 어디에 얼마나 쓰는 게 좋을지, 사업 방식과 주체는 어떻게 할지를 결정하고, 사업이 진행되는 과정을 감독하고, 그 결과를 함께 책임지고 지켜나가는 것이 일상이 된다면 우리 삶은 얼마나 달라질까?

그렇게 되면 동네를 산책할 때도 어디 손 볼 데 없는지 마치 내 집수리할 곳을 살피듯 마을의 형편을 관심 있게 보게 될 것이다. 또 내가 원하는 마을을 만들기 위해 보다 적극적으로 이웃들과 의견을 나누게 될 것이다. 먼 중앙의 정치가 이러니저러니 하기보다 내가 사는 마을의 작은 변화에 더 집중하게 될 것이다.

물론 주민 모두가 모든 과정을 함께 진행하기 어렵다. 그래서 주민들의 대표를 공개 모집하고 공개 추첨하는 민주적인 절차를 거쳐 '주민자치회'를 만들고, 이들을 중심으로 관심 있는 주민들이 다양한 분과를 구성해 참여하고, 해마다 총회를 열어 전체 주민들의 승인을 받아 마을의 이모저모를 바꿔나가는 형태로 마을자치를 실현해 나가자는 것이 주민자치회 표준 조례의 요체라 할 수 있다.

안산 일동의 경우 학교 주변의 낡고 우중충한 공원을 주민들이 의견을 모아 자연 친화적이고 어린이들이 안심하고 찾을 수 있는 안전한 공원으로 탈바꿈시켰다. 체육관을 지을 때도 주민들의 의견을 적극 반영해 공간을 구성하고 디자인했다. 경상도 어느 마을은 주민들이 직접 동장을 공모해 모셔오기도 하고, 마을의 골칫거리인 쓰레기 문제를 어떻게 처리하는 게 좋을지 서로 모여 머리를 맞댔다.

동천동은 대단지 아파트와 단독주택 단지들이 섞여 있는데, 이런 작은 마을을 대표하는 분들이 모여 마을 이곳저곳을 다니며 각 마을 상황을 공유하고, 해결하고 싶은 문제를 함께 고민했다. 그러면서 주민자치회를 만들면 무엇을 할 것인지 기대감이 커졌다.

그 해 연말에 줌으로 모여 모의 주민총회를 열었다. 각 마을 의제들을 전체 주민들에게 설명하기 위해 꼼꼼히 자료를 준비하고 열심히 발표했다. 코로나 시기에 온라인으로 진행했던 행사였는데도 70여 명이 했고, 지금 생각해도 상상했던 것보다 더 설레고 뿌듯했던 시간이었다.

마을 자치로 가는 길이 쉽지만 않을 것이다. 때로는 잠재되어 있던 갈등 요소들이 수면 위로 떠 오르기도 하고, 서로 언성을 높이며 자기주장을 일삼거나 타협점을 찾기 어려워 난감할 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러면 어떤가, 훈련의 과정이라 생각하면 되지 않을까? 갈등을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어떻게 그 갈등을 바라보고 해결해 나갈지 마음을 모아가면 된다. '적절한 능력과 도덕적 성품을 가진 개인들이 충분히 있다'면 마을 자치는 우리 삶의 질을 향상해줄 것이 틀림없다.

시작이 반이고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 모두 필자가 좋아하는 속담이다. 살면 살수록 진짜 맞는 말이다 싶다.

경기 용인시는 애석하게도 아직까지 주민자치회가 시행되지 않고 있는데, 내년에는 적극적으로 주민자치회로 전환을 모색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일괄 시행하기보다 마을자치 기반이 갖추어진 마을부터 하나하나 늘려가는 방식으로. 조금 느리더라도 한발 한발 걸어 나간다면 머지않아 우리도 스위스 못지않게 마을자치를 해내는 날이 올 거라고 확신한다.

마을 스와라지(자치) 운동을 주창한 마하트마 간디는 말했다. "마을이 세상을 구한다."
 
정현주(동천마을네트워크 운영위원)
 정현주(동천마을네트워크 운영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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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정현주 동천마을네트워크 운영위원입니다. 이 기사는 용인시민신문에도 실렸습니다.


태그:#용인시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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