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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어준 뉴스공장 유투브 갈무리
 김어준 뉴스공장 유투브 갈무리
ⓒ T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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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 넘게 진행된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아래 뉴스공장)이 폐지된다. 김어준씨가 12일 공식하차를 선언하면서다.

"오늘은 2016년 9월 26일 뉴스공장 첫 방송 이후 6년 2개월 15일이 되는 날이다. 전 앞으로 3주 더 뉴스공장을 진행한다." (12일 <김어준의 뉴스공장> 오프닝 멘트) 

지난 2016년 9월 첫 방송한 <뉴스공장>은 그동안 라디오 청취율 1위를 기록하면서 TBS의 대표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았다.

정치적 이슈에 대한 김어준씨의 거침없는 발언은 정치적 편향성 논란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국민의힘 측에선 정치적 편향성을 문제삼아 지속적으로 공세를 펼쳤고, 서울시의회 국민의힘 측은 지난달 'TBS 폐지 조례'를 통과시키면서 '김어준 하차'를 노골적으로 압박했다.

TV나 라디오 프로그램들이 시청률이나 청취율의 하락으로 폐지 수순을 밟는 경우가 많은 것을 감안하면, <뉴스공장>은 사실상 타의에 의해 사라지는 셈이다. <오마이뉴스>는 박지원 전 국정원장과 김재원 전 국민의힘 최고위원 등 과거 이 프로그램에 출연했던 인사들에게 <뉴스공장>이 남긴 공과를 물어봤다. 

"진행방식이나 소재 잡는 과정이 파격적"

<뉴스공장>은 라디오 시사 프로그램의 신기원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방송 초기부터 <나는 꼼수다>로 이명박 정부시절 주목을 받았던 '김어준'이라는 인물을 전면에 내세우면서 충성도 높은 청취자들을 확보했다. 시사 이슈를 다루는 김어준씨의 독특한 화법과 프로그램 구성 등으로 수년간 여느 예능프로그램 못지않은 인기를 누렸다. 

라디오 청취율은 이를 증명한다. 한국리서치 수도권 라디오 청취율 조사에 따르면 2022년 4라운드 '김어준의 뉴스공장'의 청취율은 13.1%로 전체 프로그램 1위를 기록했다. 예능, 음악, 시사, 교양 등 모든 라디오 프로그램을 통틀어 1위였다. 이로써 <뉴스공장>은 2018년 1라운드 이후 20분기 연속 1위라는 대업을 달성했다. TBS 앱에도 청취자들이 몰리면서, 앱이 수시로 다운되기도 했다.

<뉴스공장>에 고정 출연하고 있는 우상호 민주당 의원은 "형식상으로만 보면, 그동안 시사 프로그램은 여야 정치인들이 나와 매끄럽게 정리된 얘기만 했는데, <뉴스공장>은 진행방식이나 소재 잡는 과정이 파격적이었다"라며 "논란의 당사자가 직접 출연해 이야기하고, 진행자의 생생한 어법 등은 기존 방송에서 볼 수 없었던 부분"이라고 밝혔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방송 시작과 동시에 여느 예능 프로그램 못지않게 대규모 청취자를 확보하면서, 시사 프로그램의 대중화를 선도한 라디오 프로그램"이라면서 "TBS의 인지도 향상과 경영적 측면에도 크게 공헌하면서 라디오 프로그램의 신기원을 열었다"고 평가했다.

TBS 구성원들도 <뉴스공장> 기여도는 인정하고 있다. TBS 한 관계자는 "TBS가 교통방송이라는 인지도를 넘어서, 다양한 방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는 것을 알리는데 큰 기여를 했다"면서 "프로그램 색깔에 대해 내부적인 논란도 있지만, <뉴스공장>이 TBS 경영적 측면에도 큰 도움을 준 것은 인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뉴스공장>을 즐겨듣는 청취자들은 방송의 '재미'와 실험정신을 인기의 비결로 꼽기도 한다. 시사 라디오 방송에 수요일 고정 코너로 패션을 소개한다든가, 클래식부터 국악까지 다양한 뮤지션들을 출연시켜 히트를 친 금요 음악회는 재미와 대중성을 함께 잡은 코너로 평가 받는다. 

김재원 "털면피 방송에 왜 나가냐고 문자 세례 받기도" 

하지만 '정치적 편향성' 논란은 <뉴스공장>에 그림자처럼 따라다녔다. 여러 정치적 이슈를 다루면서 김어준씨가 해왔던 거친 발언들은 매번 여당의 공격 대상이었다. 조국 전 장관 아내에 대해 법원이 실형을 선고하자 "법조 쿠데타"라고 직격한 발언 등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제재를 받기도 했는데, 국민의힘은 이를 집요하게 문제삼아왔다. 서울시의회 국민의힘 측이 TBS 지원 폐지 조례를 통과시켰던 것도, 사실은 김어준의 <뉴스공장>을 향해 던진 칼날이었다.  

이종환 서울시의회 문화체육관광위원장(국민의힘)은 "정치적으로 완전히 편향적이었던 프로그램이었는데, 더 이상 이야기할 것이 뭐가 있느냐"면서 "우리 보수 쪽에서 대표(사장)가 나온다고 해도 그렇게 방송해서는 안 된다. 세금이 들어가는 만큼 공정성을 갖고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뉴스공장>에 출연하면서 김어준씨의 하차를 직접 요구하기도 했던 김재원 전 국민의힘 의원은 총평을 요청하자 "이미 여러 가지 (정치적) 논란이 있었다"고 언급했다. 그는 지난 8일 목요일 고정 게스트로 출연해 "공식 하차 선언 언제 하느냐"고 대놓고 질문을 던지는가 하면 방송이 끝나고 나면 "철면피가 아니라 '털면피' 방송에 왜 나가냐는 문자를 엄청나게 받는다"면서 뉴스공장의 영향력을 우회적으로 인정하기도 했다.  

미투 등에 편향적.... "판단은 국민이, 외부적 요인 하차는 언론탄압" 
 
김어준의 뉴스공장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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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스공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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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투 등 예민한 사회적 이슈를 다루면서 편향적이었다는 지적도 있다.  

권순택 언론개혁시민연대 처장은 "미투 운동, 이용수 운동가의 기자회견 등을 정치적으로 풀어내면서 젠더 감수성이 부족한 부분을 여실히 드러냈다"며 "프로그램은 높은 청취율을 기록했지만, 신뢰도 측면에서 높은 점수를 받을 수는 없을 것 같다"고 지적했다. 

금태섭 전 의원은 "미투 국면에서 진영논리에 휩쓸려서 피해자들을 공격하고, 왜 진보 쪽에서만 이런 문제가 터지냐며 음모론을 제기한 것은 정말 큰 잘못"이라며 "기계적 중립을 지킬 필요는 없겠지만 정치적 편향성으로 인해 약자를 공격한 것은 문제였다"고 했다.
 
이처럼 편향성 논란이 계속됐지만, 시사프로그램의 진행자가 외부적인 요인으로 물러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시사 프로그램에 대한 판단은 국민들에게 맡겨야 한다는 반론도 있다.

박지원 전 국정원장은 "방송 내용은 국민이 판단할 몫이고, 국민이 좋다고 듣겠다고 하면 필요한 것 아니냐"면서 "프로그램이 이념이 맞지 않는다고 지원을 끊는 것은 언론 탄압 아니냐"라고 말했다. 

우상호 의원도 "시사프로그램은 기본적으로 색깔이 있어야 하고, 편향성 논란은 오히려 다른 종편 채널들이 더 많다"며 "정부 비판적인 보도를 하는 진행자 중에 (뉴스공장) 영향력이 워낙 크니까 그 영향력을 감소시켜야 한다는 정략적 목적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권순택 처장은 "프로그램에 대한 자체적인 평가에 따른 것이 아니라, 정치적으로 떠밀려서 김어준씨가 그만두게 된 것은 문제"라면서 "지방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이 뉴스공장을 지켜야 한다며 선거운동을 하는 등 프로그램이 과도하게 정치 쟁점화되면서 이런 결과로 나타난 측면도 있다"고 평했다. 

아래는 뉴스공장에 대한 각계 인사들의 한줄 평이다.

박지원 전 국정원장
"가장 청취율이 높고, 인기가 높았던 라디오 프로그램, (편향성 판단은) 국민의 몫"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

"시사프로그램의 대중화 선도하면서 라디오 프로그램의 신기원 열었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
"뉴스공장처럼 색깔있는 시사 프로그램도 없었다."

김재원 국민의힘 전 최고위원
"여러 논란이 있었다. 수고하셨다."

최호정 국민의힘 서울시의회 원내대표
"노코멘트"

권순택 언론개혁시민연대 처장
"부족했던 젠더감수성, 인기에 비해 유익성 높은 점수 못받아."

이종환 서울시의회 국민의힘 의원(문화체육관광위원장)
"공영방송과는 안맞았다. 김어준씨는 진작에 그만뒀어야."

금태섭 전 의원
"진영논리에 휩쓸려 미투 피해자까지 공격한 것은 큰 잘못."

태그:#김어준, #뉴스공장, #T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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