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강 토너먼트 앞 4게임 14골이 찍힌 배치도

16강 토너먼트 앞 4게임 14골이 찍힌 배치도 ⓒ 심재철

 
월드컵 16강 토너먼트 여덟 게임 중 절반이 벌써 끝났다. 모두 14골, 게임 당 3.5골이나 터지고 있으니 매 순간 눈을 뗄 수가 없다. 그런데 그 아름다운 골들이 조별리그보다 더 좁은 공간에 몰려들고 있다. 자책골로 들어간 호주의 유일한 골을 빼고 모두 페널티 에어리어 안쪽에서 나온 것들이다. 당연한 것처럼 보이지만 현대 축구의 주요 공격 루트는 역시 측면이라는 사실도 확인할 수 있다.

네덜란드의 윙백 활용법

오렌지색 골 잔치부터 16강 문이 활짝 열렸다. 미국과 만난 네덜란드는 게임 시작 9분 31초 만에 멤피스 데파이가 오른발로 가볍게 골을 터뜨리며 완승의 시작을 알렸다. 오른쪽 윙백 덴젤 둠프리스의 측면 컷 백 크로스가 원하는 각도로 깔려온 덕분이었다. 그리고 전반전 추가 시간에 복사 후 붙여넣기처럼 비슷한 모양의 추가골이 이어졌다. 역시 어시스트는 오른쪽 윙백 덴젤 둠프리스였다. 45분이 지나고 35초 만에 낮게 깔린 오른쪽 컷 백 크로스를 향해 달려든 왼쪽 윙백 달레이 블린트가 11미터 페널티킥 마크 바로 뒤에서 오른발로 차 넣은 것이다.

미국 입장에서 같은 패턴으로 전반전에 두 골을 내준 것이 패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나마 미국은 75분 20초에 에이스 크리스천 풀리식의 우측면 돌파 후 횡 패스로 하지 라이트가 1골을 따라붙었다. 골문 바로 앞이었지만 하지 라이트의 감각적인 오른발 힐킥이 절묘하게 넘어들어간 것이다.

미국의 따라붙는 골에 정신을 바짝 차린 네덜란드는 정확하게 5분 7초 뒤에 쐐기골을 넣으며 가장 먼저 8강 토너먼트에 올라섰다. 달레이 블린트의 왼쪽 측면 로빙 크로스를 반대쪽에서 달려온 덴젤 둠프리스가 왼발 인사이드 발리슛으로 성공시킨 것이다. 측면 윙백의 역할과 크로스에 의한 득점이 현대 축구의 중요한 승리 공식으로 자리잡았음을 잘 알려준 셈이다. 네덜란드의 두 번째 골과 세 번째 골은 양쪽 윙백이 서로 사이좋게 골과 어시스트 역할을 주고받은 것이다. 네덜란드의 3골을 종합하면 오른쪽 윙백 둠프리스가 1골 2도움을, 왼쪽 윙백 블린트가 1골 1도움을 기록한 것이니 현대 축구에서 윙백들이 얼마나 결정적인 역할을 해낼 수 있는가를 잘 알려준 것이다.

5골 득점 선두, '음바페'의 놀라운 결정력

그리고 이어진 16강 두 번째 게임에서는 아르헨티나 축구의 신 리오넬 메시가 먼저 미소지었다. 역시 메시는 상대 팀 페널티 에어리어 안쪽을 파고드는 안목이 탁월했다. 오른쪽 코너킥 세트 피스 1차 기회가 무산된 것을 다른 방식의 패스 플레이로 풀어나가는 흐름이 인상적이었다. 수비수 니콜라스 오타멘디를 피벗 플레이어처럼 활용하여 메시가 왼발 인사이드 킥을 반대쪽으로 정확하게 굴려넣은 것이다. 두 차례의 패스와 메시의 마무리 슛까지 힘이 들어가지 않는 부드러움을 확인할 수 있었다.

아르헨티나의 56분 41초 추가골은 현대 축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전방 압박 요법이 주효한 것이다. 호주의 매튜 라이언에게 빠르게 달려든 데 파울의 압박 덕분에 훌리안 알바레스가 공을 가로챈 직후에 오른발 돌려차기를 빈 골문에 밀어넣은 것이다. 체력적인 부담이 있더라도 비교적 높은 위치부터 조직적으로 압박하는 현대 축구의 흐름이 또 한 번 입증된 순간이었다.

후반전에 나온 호주의 만회골은 먼저 열린 16강 네 게임 중 유일하게 페널티 에어리어 밖에서 날린 중거리슛에 의한 골이었다. 사실 크레이그 굿윈의 왼발 중거리슛은 골문으로 직접 날아가는 궤적이 아니었고 그 앞을 가로막으려는 아르헨티나 미드필더 엔조 페르난데스 몸에 맞고 방향이 바뀌어 들어간 자책골이다.

이어진 월요일 게임에서 디펜딩 챔피언 프랑스는 폴란드를 상대로 완벽한 승리를 거뒀다. 에이스 킬리안 음바페의 2골 1도움 공격 포인트가 말해주듯 그의 축구 능력은 최근 두 번의 월드컵을 흔들고도 남는다. 43분 28초에 프랑스의 첫 골이 음바페의 스루패스로 나왔다. 이 패스 타이밍을 읽고 폴란드 수비 라인을 허물고 달려들어간 올리비에 지루는 가볍게 왼발 슛을 차 넣었다. 

후반전에도 음바페의 활약은 멈추지 않았다. 73분 56초에 만든 역습 기회에서 우스만 뎀벨레가 반대쪽 공간을 열어놓은 음바페에게 빠른 패스를 찔러줬고 페널티 에어리어 안으로 공을 밀어놓은 음바페는 오른쪽 발목을 틀어 때려 크로스바 아래로 꽂아넣었다. 후반전 추가 시간으로 넘어가자마자 음바페의 쐐기골이 비슷한 자리에서 이어졌다. 90분 5초에 왼쪽 측면에서 마르퀴스 튀랑의 짧은 패스를 받은 음바페는 골문 오른쪽 톱 코너로 오른발 감아차기를 성공시켰다.

이 골로 대회 다섯 번째 골 기록을 찍은 킬리안 음바페가 이번 대회 강력한 득점왕 후보로 떠오른 것이다. 폴란드의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는 이어진 추가 시간 3분 36초에 오른발 페널티킥 골로 이번 월드컵 작별 인사를 나눴다.

헤더 골 없고 낮게 깔린 측면 연결로 '9골' 뽑아내

이어진 16강 토너먼트 네 번째 게임에서 잉글랜드도 흔들림 없이 골 잔치를 보여주었다. 이번 월드컵을 통해 예고된 10대 돌풍의 주역 주드 벨링엄이 역시 결정적인 역할을 해줬다. 38분 00초에 벨링엄이 왼쪽 측면에서 컷 백 크로스로 밀어준 공을 조던 헨더슨이 왼발로 차 넣었다. 상대 팀 측면을 빠르게 흔든 뒤 공을 가운데 쪽으로 보내어 골로 마무리하는 이 패턴이 거짓말처럼 두 차례나 더 이어졌다. 

잉글랜드이 추가골은 전반전 추가 시간 2분 16초에 나왔다. 역시 벨링엄이 빠른 역습 드리블 과정에서 빼앗기지 않았고 왼쪽 측면의 필 포든을 거쳐 반대쪽 공간으로 빠져나가는 해리 케인에게 패스가 이어졌다. 역습 패스의 타이밍과 속도를 어떻게 펼치는 것이 상대 팀을 주저앉힐 수 있는가를 잘 가르쳐준 명장면이었다. 손흥민의 소속 팀 동료 골잡이 해리 케인은 시원한 오른발 슛으로 벨링엄과 포든의 역습 패스 줄기를 빛내주었다.

잉글랜드는 56분 43초에 또 하나의 빠른 측면 연결로 쐐기골을 뽑아냈다. 이번에도 왼쪽 측면을 지배한 필 포든이 골문 정면으로 빠져들어가는 부카요 사카에게 정확하게 밀어준 횡 패스 타이밍이 좋았고 부카요 사카는 감각적인 왼발 찍어차기로 8강 진출을 자축했다.

이렇게 16강 토너먼트 앞 4게임에서 나온 14골 중 무려 9골(64.3%)이 측면 크로스 또는 측면 횡 패스에 의한 골이라는 사실을 분명히 확인할 수 있다. 큰 궤적을 그리는 로빙 크로스에 의한 헤더 골 하나도 없이 잘 관리된 매끄러운 잔디 위를 낮게 깔려 지나가는 크로스 형태가 압도적이라는 사실도 놀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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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월드컵 16강 크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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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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