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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월 30일 오전 그랜드 하얏트 서울에서 열린 2022 글로벌보건안보구상(GHSA) 장관급 회의 개회식에서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환영사를 하고 있다.
▲ 이주호 사회부총리 환영사 지난 11월 30일 오전 그랜드 하얏트 서울에서 열린 2022 글로벌보건안보구상(GHSA) 장관급 회의 개회식에서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환영사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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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장관 한 명 바뀌었을 뿐인데, 학교 교육이 수십 년은 더 뒷걸음질 친 느낌이다. 얼마 전 AI 기술을 활용해 교육격차를 해소하겠다는 황당한 정책을 내놓는가 하면, 교과서에서 민주주의를 '자유민주주의'로 바꾸겠다며 벌집을 쑤셔놨다. 그러더니 이젠 '교육의 사법화'에 발 벗고 나선 모양새다.

얼마 전 교육부는 학생이 교사의 교육활동을 중대하게 침해해 징계를 받은 경우, 그 내용을 학교생활기록부(학생부)에 기록하도록 의무화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여론의 다수가 지지한다는 점을 근거로 삼았다. 학생부의 '힘'을 활용해 교권 침해를 막아보겠다는 취지다.

거칠게 말해 '함부로 교사에게 대들었다간 대학에 못 간다'는 엄포다. 학생부에 기재된 내용이 대학 진학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는 현실에서 나름의 고육지책인 셈이다. 그렇게 하면 교사의 교육활동을 대놓고 방해하는 아이들이 줄어들까. 선뜻 그렇다고 대답하긴 힘들 것 같다. 그런 엄포에 주눅이 들 아이들은 분명 있다. 문제는 그들 대부분은 '법 없이도 살아갈' 수더분한 아이들이라는 점이다.

'함부로 대들었다간 대학 못 간다'는 엄포
 
지난 11월 21일 오전 서울 노원구 서울과학기술대학교에서 2023학년도 수시 공과대학·기술경영융합대학 논술고사를 마친 수험생들이 학교를 빠져나오고 있다.
▲ 수시 논술고사 마치고 지난 11월 21일 오전 서울 노원구 서울과학기술대학교에서 2023학년도 수시 공과대학·기술경영융합대학 논술고사를 마친 수험생들이 학교를 빠져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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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년 차 교사로서 단언하건대, 대부분의 교권 침해 행위는 우발적으로 일어난다. 이른바 '욱' 하는 마음에 거친 욕설과 행동이 튀어나오는 것이다. 학생부에 기록될 게 두려워 '욱' 하는 마음을 통제할 수 있다면 그는 이미 아이가 아니다. 따지고 보면, 어른이라고 딱히 다를 것도 없다.

학교에서 벌어지는 우발적인 사안에 일일이 법과 규정을 들이미는 건 비교육적일뿐더러 실효성도 없다. 학교마다 설치 운영되는 '생활교육 선도위원회(선도위)'가 그 실례다. 이는 아이들끼리의 사소한 다툼이나 절도, 기물 파손, 무단 지각과 결과 등의 교칙 위반 사례를 처벌하고 교정하기 위한 실무 기구다.

선도위는 교내외 봉사부터 특별 교육 이수, 출석 정지, 나아가 강제 전학까지 시킬 수 있는 막강한 법적 권한을 갖고 있다. 하지만 이를 통해 아이들이 '개과천선'했다는 이야기는 들어보지 못했다. 말이 좋아 생활교육이고 선도지, 실상 처벌을 위한 처벌로 끝나는 게 보통이다. 학교에서 지역 교육청으로 이관된 학교폭력심의위원회의 역할도 별반 다르지 않다.

처벌이 강화될수록 항생제의 내성과 같은 악순환을 반복하게 될 뿐이다. 교권 침해의 경우, 관련 규정이 미비하거나 처벌이 약해서 나날이 늘어나는 게 아니다. 학교마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지금도 아이들 사이에 벌어지는 학교폭력 사안보다 심각하게 간주되고 처벌 수위도 훨씬 높다.

결국 하다 하다 안 되니 이제 학생부를 끌어온 것이다. 고등학교의 경우, 대학 진학에 불이익을 주는 것만큼 실효적인 처벌은 없다는 생각인 듯하다. 교육부가 학벌 구조를 혁파하기는커녕 되레 그것에 기댄 셈이다. 학교 교육을 쥐고 흔드는 학벌 구조가 교권 침해의 근본적인 원인 중의 하나인데, 그것을 통해 교권 침해를 막겠다는 건 모순이다.

지금도 학생부를 볼모로 아이들을 통제하는 교사가 아예 없진 않다. 심지어 "까불면 학생부에 국물도 없다"며 노골적으로 을러대는 이도 있다. 아이들 각자의 학교생활을 관찰해 교사가 학생부에 반영하는 건 당연하지만, 그것을 당근과 채찍 삼아 생활지도를 하려는 건 교육적이지 않을뿐더러 학생부에 대한 신뢰를 허무는 일이다.

학생부에 대한 신뢰는 이미 허상인데도

그러지 않아도 학생부에 대한 신뢰는 이미 금이 간 상태다. 당장 아이들조차 '소설책'이나 '판타지'라고 조롱할 지경이다. 한 아이로부터 "무에서 유를 창조해주셔서 고맙다"고 감사의 인사를 받아 얼굴이 화끈거렸다는 동료 교사의 경험담을 들은 적도 있다. 영구 보존해야 할 장부인 학생부는 대입만 끝나면 버려지는 수험서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3년 동안 애지중지하던 교과서와 문제집의 유효기간은 수능날까지다. 수능이 끝나자마자 폐지함에 통째로 버려지고, 고3 교실은 널브러진 책들로 쓰레기장을 방불케 한다. 오죽하면 고등학교는 수능 날이 졸업식이라는 말까지 있겠는가. 지금 학생부도 수능 날 버려지는 교과서나 문제집과 하등 다를 바 없는 신세다.

더욱이 학생부의 대입 반영 기준일이 고3 1학기까지여서, 9월이면 학생부 기록에 신경 쓰는 아이도 교사도 없다. 곧, 고3 2학기의 학생부는 죄다 '복붙'과 같은 의미 없는 기록으로 채워진다.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고3 2학기의 교실은 담임교사가 어찌 손써 볼 수 없을 만큼 어수선하다. 학생부의 '유효기간'이 수험서보다도 짧다는 이야기다.

오죽하면 교사들 사이에서 이럴 바에야 학생부를 대입 전형 자료에서 빼자는 주장까지 나오겠는가. 그들은 이구동성 상호 간의 신뢰가 밑바탕 되지 않으면 교육이 이뤄질 수 없는데, 학생부가 되레 우리 교육에 대한 불신을 조장하고 있다며 비판한다. 학생부만 보면 아이들 모두가 '성인군자'인데, 왜 우리 교육은 이 모양이냐며 자조하는 목소리가 높다.

학교를 법적 분쟁의 장으로?
 
교실 속 책상.
 교실 속 책상.
ⓒ pexel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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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행 학생부 기재 지침에 보면, 부정적인 내용은 적지 못하게 돼 있다. 예컨대, 지각을 밥 먹듯 하는 아이에게도 '게으르다'거나 '준법성이 부족하다'고 기록해서는 안 된다. 부정적인 점엔 눈 감아주고, 대신 각자의 고유한 재능과 특기 등 다른 긍정적인 부분을 찾아 적어야 한다. 이는 학생부의 '마사지'와 '인플레'가 불가피하다는 뜻이다.

하물며 '태생적으로' 긍정적일 수밖에 없는 학생부에 버젓이 교사에게 대들었다는 내용을 기록하는 건 엄청난 후폭풍을 몰고 올 수밖에 없다. 학교 내 교권보호위원회의 징계 결정이 났다고 해도 거기서 끝날 리 만무하다. 대입에 치명상을 입게 될 아이와 학부모는 십중팔구 소송에 나설 것이고, 그때마다 학교는 법적 분쟁에 휘말리게 된다.

결국 사사건건 사법적 판단에 따라 교육이 좌지우지되는 최악의 상황을 맞게 될 수도 있다. 법의 잣대로 가해 학생과 피해 교사의 책임 소재를 따지다 보면, 사제 관계의 파탄은 물론이고, 교실은 서로 소 닭 보듯 하는 냉랭한 분위기에 휩싸이게 될 것이다. 주상 같은 법 앞에 교사와 아이들이 서로 '몸을 사리는' 분위기 속에 교육이라는 상호작용을 기대하긴 힘들다.

'최소한의 도덕'이라는 법과 '최대한의 도덕'을 가르쳐야 하는 교육은 애초 상극일 수밖에 없다. 교육이 사법의 영역에서 치도곤당하게 되면, 학교에 도덕이 설 자리가 없어진다. '최소한의 도덕'만 지키면 된다는 사고가 팽배한 곳이라면, 그곳을 더는 학교라고 부를 수 없다. 아이들로부터 "법대로 하자"는 말을 교사가 듣는다고 상상해보라.

애초 이번 사달은 정부가 교권과 학생 인권을 대립각으로 인식하는 잘못에서 비롯된 것일지도 모른다. 자신과 타인의 인권이 거울상이듯, 교사와 학생의 인권도 마찬가지다. 단언하건대 나의 권리가 보호받아야 하듯, 타인의 권리 역시 존중돼야 한다는 점을 가르치는 것이야말로 학교 교육의 본령이다. '사법 만능주의'를 경계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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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미뤄지고 있지만, 여전히 내 꿈은 두 발로 세계일주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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