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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강국 네덜란드를 가다. 네덜란드의 시설원예산업의 앵커 약할을 수행하고 있는 월드호티센터를 방문했다.
 농업강국 네덜란드를 가다. 네덜란드의 시설원예산업의 앵커 약할을 수행하고 있는 월드호티센터를 방문했다.
ⓒ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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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월 24일부터 12월 2일까지 7박 9일간 국무총리비서실 주최 시민사회단체 정책연수단의 일원으로 독일과 네덜란드를 다녀왔다. 이번 정책연수의 주제는 '저출산 고령사회 대응 좋은 일자리 창출을 위한 정부와 시민사회 역할 모색'이다.

저출산 고령사회를 빠르게 맞이하고 있는 대한민국이기에 이 문제를 일찍 경험한 선진사회는 이 문제를 어떻게 극복하고 좋은 일자리를 안정적으로 만들고 있는지, 서유럽 독일과 네덜란드 사례를 중심으로 배워보고자 길을 나선 것이다.

세계 최강 원예산업의 앵커, 월드호티센터

11월 25일 독일의 프랑크푸르트 코트라와 BIBB(독일 연방직업교육연구소) 방문(관련 기사 : 출산율 나아지고 있는 독일... 사회 속 '믿을 수 있는 장치')에 이어 네덜란드에 갔다. 농업강국 네덜란드 하면 원예산업이 떠오르고 그 네덜란드 원예산업의 앵커 역할을 하는 곳이 바로 월드호티센터다. 28일 오전 월드호티센터(세계원예센터)를 방문했다.
 
월드호티센터에서 네덜란드 시설농업의 현실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월드호티센터에서 네덜란드 시설농업의 현실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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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일행을 안내한 월드호티센터 케뮤니케이션 담당자 아드(Aad verdyijn)씨에 의하면 월드호티센터는 지금으로부터 약 4년 전 개관했고 1년에 2만~2만5000명의 방문객이 찾는다고 한다. 월드호티센터는 세 가지 주요 기능을 가지고 있다.

첫째가 교육 기능이다. 이곳에서 1200명이 교육하고 있다. 시설원예 중심이다. 두 번째가 연구 기능으로 38개 연구온실(동)이 있어 다양한 실험을 하고 있다. 세 번째가 협업 기능으로, 교육과 연구가 연계된 협업문화가 잘 발달되어 있다.

네덜란드의 시설원예농업은 세계 최강이다. 전국 유리온실 1만 헥타르에 50% 채소, 50% 꽃과 화분이 자라고 있고, 이것들은 주로 독일과 영국으로 수출된다고 한다. 네덜란드는 99%가 유리온실이다. 반면 전세계에서는 9%만 유리온실이고 대부분이 비닐온실(하우스)이다.

유리온실의 장점은 첫째 투광성이 높다. 1%의 빛이 더 들어오면 1%의 식물이 더 생산된다. 그만큼 농업에 있어 빛이 아주 중요하다. 둘째, 유리가 오래 가고, 셋째 세척에 용이하다. 

네덜란드는 시설원예 최강의 자부심이 있다. 인구 1700~1800만의 농업 강국이다. 정부가 보조금 등을 통해서 돕고 있다. 협력하는 것이 네덜란드의 오래된 전통이다. 소프트웨어 기반 3개 회사가 협력한다. 서로 경쟁하면서도 협력해서 연구한다.
 
월드호테센터 연구동의 댜양한 실험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월드호테센터 연구동의 댜양한 실험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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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그의 설명을 들으면서 이런 문제의식도 떠올랐다. 유리온실 중심의 시설농업의 미래는 밝지만 여전히 전통농업도 중요하다. 특히 에너지 투입 면에서는 유리온실은 전통농업과 아주 큰 차이가 있다. 그래서 시설농업과 전통농업이 적절한 비율로 유지되어야 할 것 같고, 지속가능성 측면에서 시설농업의 에너지 고투입 문제는 시급히 극복해야 할 과제인 것 같다.

그리고 아울러 지구의 지속가능성 측면에서 농업의 가치는 대단히 크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대한민국에서는 아직 그 가치가 크게 인식되고 있지 못하다. 네덜란드에서는 농업의 가치에 대해서 시민들이 어떻게 인식하고 있고, 시민인식 증진을 위해서 구체적으로 어떤 프로그램과 활동을 진행하는지 궁금해졌다.

네덜란드의 독창적 농업 활용법 '케어팜'

이어 29일엔 네덜란드의 독창적인 농업 활용의 현장인 '케어팜'을 방문했다. 케어팜은 말 그대로 아픈 이들을 농업으로 치유하는 농업 활용법이다.
 
유럽 정책연수단 일행이 파라다이스 케어팜을 방문 농장에서 설명을 듣고 있다.
 유럽 정책연수단 일행이 파라다이스 케어팜을 방문 농장에서 설명을 듣고 있다.
ⓒ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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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엔 '파라다이스 케어팜'을 방문했고 오후엔 '드 마르센 케어팜'을 방문했다. 파라다이스 케어팜의 농장주 줄리언에 따르면 파라다이스 케어팜은 노인과 장애인 어린 친구들을 케어하고 있다고 한다. 양계장(1일 9000개 알 생산)과 상점도 운영하고 승마장도 운영하면서 그린 하우스(농장)을 통해서 제철 농작물을 키워 판매하고 있다고 했다.

고용인이 25명이고, 50명의 자원봉사자와 150명의 참가자(participants)들로 아이들과 노인들이 섞여서 생활하고 있다고 한다. 케어받는 자와 케어하는 자를 구분짓지 않고 함께 생활하면서 치유 활동하고 있다고 했다.

케어팜에는 데이형과 기숙형이 있고, 동물케어, 농작물케어 등 스펙트럼이 다양하고, 운영 경비의 60%를 국가가 지원하고 40%는 농작물 등을 판매해서 충당한다고 한다.
 
파라다이스 케어팜으로 들어가는 길이 예사롭지 않다. 포장도 안 하고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보이고 있어 방분객은 초입에서부터 이 치유 공동체를 달리 보게 된다.
 파라다이스 케어팜으로 들어가는 길이 예사롭지 않다. 포장도 안 하고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보이고 있어 방분객은 초입에서부터 이 치유 공동체를 달리 보게 된다.
ⓒ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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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엔 드 마르센 케어팜을 방문했다. 이곳은 장애 청소년들의 생활 공동체적 성격을 가진 케어팜이다. 이 농장을 관리하고 있는 바우터 욥(Wouter joop) 대표에 따르면 이곳에선 45명의 노동자와 봉사자가 함께 생활하면서 아이들을 돌보고 있다고 한다.

6헥타르의 농장을 운영 중에 있고, 돌봄 그 자체보다는 함께 일하는 공유 공간 개념의 성격이 강하다고 했다. 동물들은 10월부터 4월까지는 우리에서 사육하지만 나머지 기간은 방목한다. 이곳 아이들은 오전 9시 출근해서 오후 3시에 퇴근한다.

주로 16세 정도 나이의 친구들이 각자의 역할을 통해서 자존감을 키우면서 치유하고 있다고 한다. 스스로 깨달아 가는 과정으로 내면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통해서 의사소통의 어려움 겪는 친구들이 치유된다고 한다.
 
드 마르센 케어팜에선 동물들과의 교감을 통해서 치유를 경험한다. 동물들이 대단히 중요한 파트너다.
 드 마르센 케어팜에선 동물들과의 교감을 통해서 치유를 경험한다. 동물들이 대단히 중요한 파트너다.
ⓒ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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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곳의 케어팜을 방문하면서 바로 든 생각은 선진국은 기본적으로 농업 강국이란 점이다. 농업을 중요시하고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케어팜이 그 대표 격이다. 이를 통해 치유와 복지 그리고 고용 문제까지 해결해가는 지혜가 놀라웠다.
 
장애를 가진 아동들이 동물들과 함께 교감하면서 스스로를 치유해가는 드 마르센 케어팜.
 장애를 가진 아동들이 동물들과 함께 교감하면서 스스로를 치유해가는 드 마르센 케어팜.
ⓒ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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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없이 펼쳐진 초록의 물결과 이를 활용한 새로운 일자리 창출, 거기에 치료까지 담당하는 일석삼조의 케어팜 정책은 우리나라가 그대로 흡수해서 받아들여도 좋을 선진모델이라 생각된다.

농업강국 네덜란드의 현실과 과제

끝으로 지난 30일엔 암스테르담 바헤닝언대학 푸드밸리를 방문했다. 이곳에서 교포인 농촌농업개발전문가 오홍근씨(바헤닝언대학 박사 과정)로부터 네덜란드의 농업에 대해서 소상히 들을 수 있었다.
 
세계적인 농업대학인 바에닝언대학 전경. 자전거 강국 네덜란드답게 도열된 자전거가 인상적이다.
 세계적인 농업대학인 바에닝언대학 전경. 자전거 강국 네덜란드답게 도열된 자전거가 인상적이다.
ⓒ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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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홍근씨의 설명을 종합하면 네덜란드는 해양성기후로, 초지 발달에 도움이 되는 기후다. 목축업이 발달할 수밖에 없는 배경이다. 네덜란드 국토 면적은 한국의 약 40% 정도다. 네덜란드는 국토의 50% 땅이 낮다. 그래서 간척사업 꾸준히 했고 그로 인해 물 관리에는 세계적 기술을 가지고 있다. 암스테르담은 100년 전에 32킬로미터의 방조제 쌓아 만들어졌다. 대한민국의 새만금 이전에 세계 최장 방조제였다. 물 퍼올리기 위해서 풍차가 발달했다.

네덜란드는 2차 세계대전 직후인 1944년에서 1945년 사이, 대 기근이 있었다. 극심한 굶주림은 식량 자급의 절박성으로 나타됐다. 소농을 규모화한 대농 중심으로 발전시켰다. 시코 만솔트 전후 초대 농림부장관은 "Never hunger again!"(네버 헝거 어게인)을 기치를 내걸고 농업생산 규모화, 효율화, 단일작물 정책을 단행했다. 소농들의 반대 시위가 확산됐지만 규모화는 대세로 자리잡았고 현재 농가당 평균 경작 면적 무려 41헥타르나 된다. 대부분 대농들인 것이다. 
 
비헤닝언대학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오홍근 씨로부터 네덜란드 농업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비헤닝언대학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오홍근 씨로부터 네덜란드 농업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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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드 밸리(Seed Valley)라는 경쟁과 협력의 종사산업으로 발전했다. 네덜란드는 종자 주권이 센 나라다. 바헤닝언대학은 100년이라는 비교적 짧은 역사를 가지고 있지만, 농업에 관해선 세계적 연구기관이다. 대학과 연구소가 합쳐져 만들어졌다. 혁신과 협력의 문화가 꽃을 피웠다.

푸드 밸리(Food Valley)는 2004년 재단이 설립됐다. 8개 도시가 합쳐졌다. 농식품기업의 협력 생태계다. 네트워킹, 커뮤니티, 퍼실러테이터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고 한다.

네덜란드는 농지 규모는 한국과 비슷하지만 생산성에서는 압도적 우위를 차지한다. 그러나 축산업 위주 농업의 한계에 부딪혔다. 항생제, 비료, 농약 고투입에 대한 반성으로 가축 수를 제한하자는 움직임이 일었다. 지금의 1/3 수준으로 가축 수를 줄이려 하자 농민들의 대규모 시위가 발생했다.
 
끝없이 펼쳐진 초지에 가축을 방목하고 있다. 목축업 중심의 네덜란드 농업의 특징이다.
 끝없이 펼쳐진 초지에 가축을 방목하고 있다. 목축업 중심의 네덜란드 농업의 특징이다.
ⓒ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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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는 농지의 질소산화물 축적량이 대단히 높다. 따라서 농업의 전환이 시급히 이루어져야 한단다. 이에 순환농업이 비전으로 제시되고 있다. 항생제와 비료, 농약을 줄이고 사료는 음식물 쓰레기로 만들고, 가축의 똥으로 퇴비를 만들어 뿌리는 것 등이다.

네덜란드가 지금과 같이 선진국이 된 이유는 복지국가이기 때문에 가능했다. 직업에 귀천이 없다. 봉급도 비슷하다. 그 바탕에는 협력사회와 신뢰사회가 있다. 역사 속에서 숱한 침공과 자연재해(홍수) 앞에서 간척지를 조성하면서 자연스럽게 협력의 문화가 발전한 것이 배경이다.

전 지구적 지속가능성의 측면에서 농업의 가치 제고해야

이렇게 교포 유학생 오홍근씨로부터 농업강국 네덜란드 농업에 대해서 소상히 들을 수 있는 시간을 가졌다. 전 세계적인 농업 구조가 축산업 위주로 흘러왔고, 거기서 파생되는 많은 문제점들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나라 또한 곧 닥칠 문제라 걱정이 앞서는 것도 사실이다.

식량 생산 위주의 전통 농업은 단순한 하나의 산업이 아니라 지구별의 생태계와 기후위기의 관점에서 대단히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그렇기에, 앞으로도 지속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때문에 국가 차원에서 농업에 대한 관리와 지원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농업의 가치와 미래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제고되고, 그 바탕 위에서 젊은 친구들이 농업에 도전할 수 있길 바란다. 
  
전지구적 관점에서 축산 위주의 농업 구조는 하루빨리 시정되어야 한다. 곡류 생산 위주의 전통농업으로 전환해야 한다.
 전지구적 관점에서 축산 위주의 농업 구조는 하루빨리 시정되어야 한다. 곡류 생산 위주의 전통농업으로 전환해야 한다.
ⓒ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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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희망의 단초를 네덜란드에서 조금은 맛본 것 같아 반갑다. 그렇지만 농업강국인 이 나라도 한계가 있는 것 같아 전망이 그리 밝지만은 않아 보였다. 그렇지만 그 방향성에 대해서는 깊이 공감하게 됐다.
 
정책연수단이 베헤닝언대학 푸드밸리를 방문해 기념 촬영했다.
 정책연수단이 베헤닝언대학 푸드밸리를 방문해 기념 촬영했다.
ⓒ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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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의미에서 이번 네덜란드 연수는 우리사회에 중요한 시사점을 던져줬다. 척박한 환경에서도 농업강국을 이룬 네덜란드의 저력을 새삼 확인하고 선진사회가 농업을 대하는 방식에 대해 배우게 됐다. 대한민국도 농업이 기본으로 자리잡는 구조로 바뀔 필요가 있다. 대통령의 비롯한 국가 지도자들의 폭넓은 각성과 혜안이 필요하다. 

덧붙이는 글 | 기자는 대구환경운동연합 활동가로 이번 유렵 정책연수단에 참여했다.


태그:#네덜란드, #케어팜, #푸드밸리, #바헤닝언대학, #기후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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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 깎이지 않아야 하고, 강은 흘러야 합니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의 공존의 모색합니다. 생태주의 인문교양 잡지 녹색평론을 거쳐 '앞산꼭지'와 '낙동강을 생각하는 대구 사람들'을 거쳐 현재는 대구환경운동연합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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