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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철 민주노총 금속노조 충남지부 삼성SDI지회 지회장을 지난 11월 29일 저녁 층남 아산에서 퇴근 후 만났다.
 박성철 민주노총 금속노조 충남지부 삼성SDI지회 지회장을 지난 11월 29일 저녁 층남 아산에서 퇴근 후 만났다.
ⓒ 김성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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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회장에 취임한 지 40일 지났다. 이 회장은 지난 10월 27일 부회장에서 회장으로 승진했다. 61개 계열사를 둔 삼성그룹 전체의 수장이 된 것이다. 부회장이 된 지 10년 만이었다.

그 10년 사이 이 회장은 자신의 경영권 승계를 위해 박근혜 전 대통령 등에게 회삿돈 86억여 원을 뇌물로 줬다. 이 죄로 두 번(2017년 2월~2018년 2월, 2021년 1월~2021년 8월) 구속됐다. 국정농단 등으로 사회적 공분이 커지자 이 회장은 지난 2020년 5월 공식 사과했다. 이 자리에서 이 회장은 '무노조 경영' 종식을 선포했다. 이 회장은 2021년 8월 가석방됐고, 2022년 8월 사면됐다. 그 결과 지난 10월 회장에 취임, 경영에 복귀했다.

이 회장은 2020년 5월 6일 대국민 기자회견에서 "그동안 삼성의 노조 문제로 인해 상처를 입은 모든 분들에게 진심으로 사과 드린다. 이제 더 이상 삼성에서는 '무노조 경영'이라는 말이 나오지 않도록 하겠다"고 공언했다. 이 회장이 회장 자리에 오른 지금, 삼성은 달라졌을까. 삼성SDI 천안 공장에서 일하는 생산직 노동자들은 고개를 저었다. 

"무노조 경영 종식? 욕 나오죠"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1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회계부정·부당합병' 1심 속행 공판에 출석하다 누군가 계란을 던지자 놀라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1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회계부정·부당합병' 1심 속행 공판에 출석하다 누군가 계란을 던지자 놀라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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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철(43) : "완전 '뻥' 치는 거죠. 아니 노조 만들었어도 회사가 지금 사무실도 하나 안 내주는데. 현수막도 다 뜯어가고. 노조 하다가 인사상 불이익 받을 수 있다고 하고. 노조 조끼 입은 거 갖고 뭐라 하고. 제가 여기서만 17년 일했는데, 진짜 우린 밥도 못 먹고 일했거든요."

여환덕(41) : "무노조 경영 종식한다 어쩌고 하는 소리 들으면 욕 나오죠. 현장은 똑같은데. 제가 19년 차인데, 바른 말 했다고 관리자한테 한 번 찍히면 고과 D 받아서 월급도 동결되고 승진도 못하고. 한번은 제가 15~17kg 되는 무거운 트레이 들고 나르다 어깨를 다쳤거든요. 수술까지 했는데 회사에 인력이 부족하다고 나와서 일하라고 했어요. 그래서 나가서 그냥 일했습니다. 산재? 그런 게 있는지도 몰랐어요."

정기백(38) : "솔직히 이재용 회장이 감방 안 가고 싶어서 무노조 경영 없앤다고 한 거죠."
 

이들은 지난 6월 말, 노조를 세웠다. 삼성SDI 천안 공장에서 노조가 생긴 건 이번이 처음이다. 민주노총 금속노조 충남지부 삼성SDI 지회다. 현재 조합원은 약 200명. 지난 11월 29일 저녁 늦은 시각, 일을 끝마치고 퇴근한 이들을 충남 아산시 모처에서 만났다. 이들에겐 아직 노조 사무실이 없었다. 노조 전임자도 없어 주로 퇴근 이후 노조 회의를 하고, 주간에 일이 생기면 연차를 내가며 노조 활동을 하고 있었다.

노조 지회장을 맡은 박성철씨는 그 전날 오후 3시부터 밤 11시까지 공장에서 일한 뒤 이날 아침 7시에 다시 출근한 터라 몸이 피곤하다고 했다. 소위 '역근무'로, 인력이 부족해 야간 근무조가 뒤바뀌는 형태다. 삼성SDI 천안 공장에는 총 3500여 명의 노동자가 있다. 연구·관리직이 2000여 명, 생산직이 1500여 명이다. 생산직 노동자들은 전자 제품에 들어가는 배터리 등을 만든다.

  
삼성 SDI 천안 공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 왼쪽부터 여환덕(41), 박성철(43), 정기백(38)씨. 모두 20년 가까이 일했다.
 삼성 SDI 천안 공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 왼쪽부터 여환덕(41), 박성철(43), 정기백(38)씨. 모두 20년 가까이 일했다.
ⓒ 김성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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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조를 만든 이유는 뭔가요.

여환덕 부지회장(아래 여) : "계속 안 바뀌니까요. 삼성은 노사협의회를 둠으로써 노조를 누르는데, 사실상 노사협의회는 노동자들 말은 잘 안 들어주거든요. 결국은 회사 편인 거고. 도저히 안 되겠다, 이젠 노조를 만들어야겠다고 하는 분위기가 생기면 갑자기 노사협의회가 움직여요. 회사가 노사협의회에 실적을 주고. 예전에도 선배들이 노조 만들려는 시도들을 했었거든요. 그럼 어떻게 알았는지, 파트장이나 반장이 새벽 같이 나와서 그 선배들 붙잡으러 다니고, 못하게 막고. 그렇게 계속 와해됐죠."

정기백 사무장(아래 정) : "삼성은 철저하게 인사 고과를 통해서 노동자들을 관리하고 통제해요. 갈라치는 거죠. 알아서 기게 하고 서로 싸우게 하고. 지금 저희도 입사를 비슷하게 해서 20년 된 사람들인데, 서로 연봉 차이가 1000만 원씩 나고 그래요. 제가 올해로 20년 차인데 저보다 연차가 낮은 분들 월급이 저보다 100~200만 원씩 많은 경우도 있어요.

회사는 CCTV를 통해서 노동자를 통제하기도 합니다. 노동자들이 좁은 공간에서 정비를 하다 보면 안전모를 벗지 않고는 도저히 머리를 들이밀 수 없는 곳들이 있어요. 그런데 눈으로 확인하려고 잠깐 안전모를 벗었는데 그 장면을 줌으로 당겨서 얼굴이 다 드러나게 캡처를 하고, 이걸 사내 전체 메일로 뿌려요. 참 어이가 없는 게, 저희는 저 장소에서도 안전모 쓰고 일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몇 번이나 요구를 했었거든요. 이런 게 노조 없이는 제대로 진행이 안 되는 거죠."

박성철 지회장(아래 박) : "제가 노조 활동 하면서 가장 와닿았던 순간이 있어요. 조회 시간이었는데, '야 코팅, 라인 세우고 밥 먹어라' 하는 거예요. 그 소리 들었을 때 와… 참. 제가 17년 동안 코팅 라인에서만 일했거든요. 근데 저는 코팅 라인은 라인을 세우면 안 되는 공정인 줄 알았어요. 17년 동안 한 번도 라인이 서는 걸 본 적이 없으니까. 평생 '나는 원래 밥 못 먹고 일해야 되는 사람이구나' 했던 거예요. 그게 당연한 줄 알았는데, '어? 나도 밥 먹을 수 있어? 밥 먹어도 되는구나!' 한 거죠."

"한 달 600시간까지 일해봤다... 노동자 길들이는 고과제"
 
여환덕 민주노총 금속노조 충남지부 삼성SDI지회 부지회장. 지난 11월 29일 저녁 퇴근 후 만났다.
 여환덕 민주노총 금속노조 충남지부 삼성SDI지회 부지회장. 지난 11월 29일 저녁 퇴근 후 만났다.
ⓒ 김성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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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로가 심합니까.

: "교대 근무는 4조 3교대로 돌아가요. 6일 일하고 이틀 휴무에요. 전근조는 아침 7시부터 오후 3시, 후근조는 오후 3시부터 밤 11시, 야간조는 밤 11시부터 그 다음날 7시까지요. 근데 이것마저 인력이 부족해서 잘 안 지켜질 때가 많아요. 우리는 '역근무'라고 하는데, 제가 오늘도 아침 7시에 출근했거든요. 근데 어제 밤 11시에 퇴근했어요. 집에 가면 12시, 나오려면 5시엔 일어나야 되고. 잠도 잘 못 자고 나오는 거죠.

원래 교대 근무대로면 이렇게 되면 안 되죠. 근데 인력이 부족하니까 나오라면 나가야 되는 거예요. 회사는 항상 인력을 100%로 안 채워요. 한 80~90%만 채우죠. 그렇게 해도 다 돌아가니까. 노동자들만 죽어나는 거죠. 제가 입사 초기에 제일 많이 근무해 본 게 한 달 600시간이었어요. 집에 못 들어갔죠. 그땐 아예 회사에 자는 곳까지 있었어요. 밖에선 삼성 연봉 높다고 하는데, 그거 다 잔업의 대가예요."

: "저도 예전에 3주하고도 3일을 야간조로 일한 적 있어요. 저도 그때 한 달 600시간 조금 못 미쳤을 거예요."

: "저도 입사 초기, 그러니까 2000년대 초 얘기지만 한 달에 딱 하루 쉰 적 있어요."

: "건강이 안 좋을 수밖에 없죠. 올해에 우리 사업장에서도 노동자 1명이 죽었고, 해외 법인에서도 1명이 죽었어요."

: "배터리를 만드는 공정은 크게 극판(양극과 음극을 만듦), 조립(양극과 음극 극판을 조립), 화성(전기를 부여하고 활성화) 공정이 있어요. 제가 화성 공정에서 일할 때예요. 거기가 중량물 취급을 하는데 너무 많이 들다 보니까 어깨가 나간 거예요. 도저히 안 되겠어서 병원에 가보니까 파열됐대요. 수술 했어요. 싸매고 보호대 하고 있는데 갑자기 회사에서 전화가 왔어요. 일찍 복귀해주면 안 되겠냐고. 출장 인력이 있어서 지금 사람이 없다는 거예요. 와서 클릭만이라도 해달래요.

그럼 안 갈 수가 없잖아요. 보호대 맨 상태로 가서 일했어요. 근데 그 해 고과 D를 받았어요. 엄청 따졌죠. 아니 밖에서 놀다 다친 것도 아니고 일하다 다쳤는데, 그리고 일찍 복귀해서 일했는데, 왜 D냐고. 근무한 일수가 적대요. 이미 제가 찍혀있었거든요. 말 고분고분하게 안 듣고, 이건 무리라고 못하겠다고 하고.

회사는 부서별로 저평가자 숫자를 할당해줘요. 잘못한 게 없는데도 누군가는 고과 불이익을 받아야 하는 거죠. 그러니 관리자에 밉보인 사람들만 D 받는 거예요. 승진 안 되고, 월급 안 오르고."

"산재 물었더니, '앞으로 회사 생활 괜찮겠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 2020년 5월 6일 서울 서초동 삼성사옥에서 경영권 승계 및 노동조합 문제 등과 관련해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고 있다. 이 회장은 당시 무노조 경영 종식을 약속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 2020년 5월 6일 서울 서초동 삼성사옥에서 경영권 승계 및 노동조합 문제 등과 관련해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고 있다. 이 회장은 당시 무노조 경영 종식을 약속했다.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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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재는 받았나요.

: "산재가 뭔지도 몰랐어요. 그런 분위기 자체가 아닌 거죠. 병원비만 주고. 나중에 제가 노조도 알고 산재도 알게 되고 나서 슬쩍 물어봤어요. 관리자가 그랬어요. '산재 신청? 너 앞으로 회사 생활 20년은 더 해야 할 텐데 괜찮겠어?'"

: "여태껏 회사에서 산재 처리 된 건 딱 한 번 봤어요. 같이 일하는 동생이 새로운 설비를 만졌어요. 아래에 커터기가 있는 걸 모르고 셋업하다 손목이 잘렸어요. 원래 우리가 쓰던 설비랑 구조가 달랐던 거예요. 아무도 새로운 설비에 대해 공지를 안 해줬던 거죠. 극판 가루가 부상 부위 안으로 들어가서 손목을 잘라야 한다고 하더라고요. 그때 처음 봤어요. 산재 되는 건.

저도 설비 근처에서 일하다가 눈이 찢어진 적이 있거든요. 근데 병원 간다고 하면 고과 D를 받으니까, 반장이랑 같이 몰래 갔다 온 적도 있어요. 라인은 그대로 돌려놓고. 반장 입장에서도 제가 병원 간다고 하고 가면 어쩔 수 없이 고과 D 줘야 하니까, 같이 몰래 갔다 온 거죠.

고과가 그만큼 커요. 노동자 입장에서는. 임금이 결정되니까. 어떻게 보면 회사가 그걸로 길들여온 거죠. 알아서 싫은 소리 못하게 평가를 계속 하고, 저평가자를 만들고, 차이를 두고. 심지어 육아휴직 써도 고과 D예요. 그런 규정은 없지만, 다 알고 있죠. 암묵적으로 정해져 있다는 걸."

: "이런 식으로 노조도 없고 폐쇄적이다 보니까 괴롭힘도 심했어요. 지금은 많이 줄었지만. 예전에 회식하는데 게임에서 졌다고 다음날 출근해서 벽보고 서있으라고 했어요. 주는 술 안 먹는다고 왕따 시키고."

: "예전엔 얼차려도 있었으니까요. 실제로 고참한테 맞기도 했어요. 저는 군대라고 생각했어요. 일 터지면 중간 관리자들이 알아서 다 무마시켜요. 화해 종용하고 고과 잘 줄 테니 조용히 넘어가자고 하죠. 수면 위로 안 떠올랐을 뿐이에요. 그나마 지금은 좋아졌지만. 사실 저희가 할 일이 많아요."

"이게 무노조 경영 철폐입니까?"
  
삼성 SDI 천안 공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 왼쪽부터 여환덕(41), 박성철(43), 정기백(38)씨. 모두 20년 가까이 일했다. 이들이 지난 6월 노조를 세웠다. 삼성 SDI 천안 공장 최초다.
 삼성 SDI 천안 공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 왼쪽부터 여환덕(41), 박성철(43), 정기백(38)씨. 모두 20년 가까이 일했다. 이들이 지난 6월 노조를 세웠다. 삼성 SDI 천안 공장 최초다.
ⓒ 김성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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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재 노조가 회사에 요구하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요.

: "일단 노조를 대화 상대로 인정해달라는 거죠. 노조가 선전전을 하는데 회사에서 공문을 보냈어요. 불법으로 사유지를 점거했다고. 상급단체 노조 간부들이 회사로 들어오지도 못하게 해요. 이런데 무슨 대화를 하겠어요."

: "노조가 제대로 기능을 하려면 일단 사무실은 줘야 할 거 아니에요. 바로 옆에 삼성 디스플레이 공장엔 노조가 사내 사무실을 얻었어요. 근데 우린 사내 사무실은 못 주고 사외에 주겠대요. 아니 노조가 직원들 목소리 듣고 반영해서 일하려면 당연히 사내에 사무실이 있어야 하잖아요. 그래야 우리가 장시간 근로나 인사 고과 제도 개선도 요구할 수 있는 거잖아요. 밖에 있으면 어떡해요? 그거부터 막고 있는 거죠."

: "저희 전임자도 없어서 지금 휴가 쓰면서 노조 해요. 저 이제 연차 며칠 남지도 않았어요. 진짜 한 번 묻고 싶어요. 이게 이재용 회장이 말한 '무노조 경영' 철폐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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