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 한승헌 변호사 
ⓒ 자료사진

관련사진보기

 
김금지(연극인)의 <이 시대의 마지막 의인>의 한 대목이다. 

더욱 놀라운 것은 그때 야당 전국구(그러니까 돈 내는 전국구가 아니라 재야인사 모셔오는 전국구)로 거론되셨는데도 딱 잘라 거절하시는 게 아닌가? 자격미달이면서도 어떻게든 금배지 달려고 아우성들을 치는 판에, 당에서 정말 필요하여 모셔가겠다는데도 거절하는 그 용기에 얼마나 신선한 충격을 받았는지……. 그 당시에는 한승헌 변호사 같은 분이 현실정치에 참여해서 소금 역할을 해주셨으면 했는데, 지금 와서 보니 정말 현명하신 분이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이세종(변호사, 대한변호사협회 회장)의 <그의 불굴의 정의감>의 한 대목이다. 

그는 비록 경제적으로 넉넉하지 못한 환경에서 어려운 생활을 유지하면서도 부정한 유혹에 결코 휩쓸리지 않는 꼿꼿한 자세를 지녀왔다. 그는 한사코 부정과 불의에 타협하거나 이를 모른 척하기를 거부하였다. 그 무렵에도 현실과 적당히 타협하는 동료 검사들은 생활의 어려움을 겪지 않고 지냈으나 그는 항상 어려운 생활에서 벗어나지 못하였던 것도 바로 대쪽 같은 그의 성격 탓이라고 본다. 때문에 그는 청빈한 검사 생활을 오랫동안 지속하기가 벅차 스스로 검사직을 사직하고 남보다 일찍 변호사 개업을 한 것이다. 

최일남(소설가)의 <법과 서정(抒情)의 사이>의 한 대목이다.

꺼무스름한 얼굴 위의 두 눈은 노상 웃음기를 머금고 있다. 입에서는 만나는 사람의 가슴을 더불어 열어주는 푸근한 해학이 뛰어난 유머 감각과 함께 순발력있게 튀어나와 친화력을 보탠다. 눈앞의 누군가가 성에 안 차는 사람일 때, 농담에 가시를 싸서 던지는 촌철살인의 멋 또한 그의 것이다. 

한승헌의 한승헌다움을 바로 이 점에서 발견한다. 인권변호사이면서 시인인 한승헌, 시인이면서 수필가인 한승헌은, 법리(法理)를 매섭게 따지되 그 속에 모듬살이의 순수한 서정성을 담기 때문에 그의 변론은 마침내 인간적이다. 남들이 갖추기 힘든 조건을 체질적으로 갖추었다고 할 수 있다. 무주구천동이 그리 멀지 않은 전라도 첩첩산중의 작은 마을에서 태어나, 1975년에서 80년 봄 사이에 두 번 옥살이를 한 그는 필경 법이 무엇을 위해 있어야 하는가를 양날의 논리로 더욱 키웠을까. 한승헌의 부지런한 저작 활동을 통해 보면 그런 흔적이 두드러진다.

다이웬바오(戴文保), 중국(인민출판사 특급편집인)의 <세 번의 국제출판학술모임>의 한 대목이다. 

우리가 만나고 왕래가 많아진 이후에야 비로소 나는 그를 자세히 관찰하게 되었다. 그의 손에는 아무런 방망이도 없었으며, 그의 마음속에는 근본적으로 예리한 검 같은 것은 들어 있지 않았다. 서울에서, 베이징에서, 회의장에서, 식당에서, 만날 때마다 그는 온화하고 친절한 모습이었다. 때로는 웃음만 띄우고 말이 없었으며, 때로는 이론이 풍성하였다. 

특히 함께 술자리에 있을 때에 오가는 정담 중에서 마치 하늘에서 떨어지는 것 같은 그의 해학이 사람을 놀라게 하고 좌중을 기쁘게 한다. 그의 언변은 종횡무진하며 그의 말솜씨는 주옥과 같으며 유머가 무궁무진하여서 종종 사람을 웃겨 입을 다물 기회를 주지 않는다. 아, 알고 보니 그의 언변이 곧 방망이였으며, 지혜가 곧 그의 날카로운 검이었던 것이다. 

고토 후미오(後藤文夫) 일본(교도통신사 서울지국장)의 <재일한국인 정치범을 위한 변호>의 한 대목이다. 

지문 날인제의 철폐가 국익이라고 호소하는 변호사 한승헌 씨. 

"지금 날인의 강요는 외국인은 물론 일본에게도 아무런 이익도 실효도 없다. 일본정부가 지문날인제도를 계속하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재일 한국인ㆍ조선인의 인권과 지문날인 문제를 놓고 이야기를 나누는 기독교협의회의 일한(日韓)합동심포지엄에 참가하기 위하여 이번에 일본을 내방, 때마침 가와사키(川崎)시의 재일한국인 보육원 주사가 지문날인을 거부한 용의로 체포된 데 이어 '엿과 채찍'의 법무성 통달이 나오는 등 '인지 손가락의 인권'이 갑자기 클로즈업되고 있다. 

"선진국 일본으로서도 불명예이다. 외국인의 '손가락끝 문제'로 자국민으로부터 '손가락질 받지'  않도록 하기 바란다"라고 농담을 섞으면서 지문날인제의 철폐가 일본의 국익에 부합한다고 호소한다. 

성실한 인품 그대로의 부드러운 말씨, 안경 저쪽의 눈망울이 이따금 청년처럼 반짝인다.  

덧붙이는 글 | [김삼웅의 인물열전 - 시대의 양심 한승헌 변호사 평전]은 매일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태그:#한승헌, #시대의양심_한승헌평전, #한승헌변호사평전
댓글1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군사독재 정권 시대에 사상계, 씨알의 소리, 민주전선, 평민신문 등에서 반독재 언론투쟁을 해오며 친일문제를 연구하고 대한매일주필로서 언론개혁에 앞장서왔다. ---------------------------------------------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