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12.04 18:35최종 업데이트 22.12.04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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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시대정신이자 미래의 침로인 'ESG'가 거대한 전환을 만들고 있다. ESG는 환경(E), 사회(S), 거버넌스(G)의 앞자를 딴 말로, 더 나은 세상을 향한 세계 시민의 분투를 대표하는 가치 담론이다. 삶에서, 현장에서 변화를 만들어내고 실천하는 사람과 조직을 만나 그들이 여는 미래를 탐방한다. [편집자말]

전세계 커피 총 생산량 추이 ⓒ 국제커피기구


"음료가 아니라 생명수." 커피를 두고 우스갯소리로 흔히 하는 말이다. 오늘날 현대인에게 커피는 기호 식품을 넘어서 일상에 없어서는 안 되는 필수품이다. 국제커피기구(ICO)에 따르면 한국의 1인당 연간 커피 소비량은 2.91kg으로서, 노르웨이(10kg), 스위스(7.44kg), 캐나다(6.37kg), 미국(4.89kg), 호주(4.61kg), 유럽연합(4.57kg), 일본(3.5kg)에 이어 세계 8위다.[1]

2020년 10월부터 2021년 9월(10월~이듬해 9월이 커피해)까지 세계 커피소비량은 998만 760톤으로 지난 4년간 평균 연 1%씩 성장한 가운데 한국은 같은 기간에 연 2%씩 성장하여 연간 소비량이 15만 톤을 넘어섰다.[2] 한국의 연간 원두 소비량(15만 톤)은 유럽연합(EU, 264만 톤), 미국(157만 톤), 일본(47만 톤), 러시아(26만 톤), 캐나다(23만 톤)에 이어 세계 6위 규모이다.[3]


아메리카노 커피 한 잔을 만들기 위해 사용한 커피콩 중 실제로 우리가 마시는 추출물의 무게는 사용한 커피콩 무게의 0.2%에 불과하다. 아메리카노 한 잔을 만드는 데 통상 약 15g의 커피 원두가 사용되는데, 이 중 14.97g 즉 99.8%의 원두는 커피박이 되어 버려진다.[4] 커피박은 커피를 만들고 남은 부산물로, 보통 '커피 찌꺼기'라고 불린다.

커피를 만드는 데 기여한 커피박은 버려진다. 폐기물관리법에 따라 생활 폐기물로 분류된 커피박은 대부분 매립 또는 소각 처리되고 있다. 커피박을 땅에 매립하면 온실가스의 일종인 메탄(CH4)이 배출된다. 메탄의 지구온난화지수는 21이다.[5]

지구온난화지수(GWP)란 이산화탄소가 지구온난화에 미치는 영향을 기준으로 각각의 온실가스가 지구온난화에 기여하는 정도를 수치로 표현한 것이다.[6] 커피애호의 그늘에 이산화탄소의 21배 온실효과가 도사리고 있는 셈이다.

커피박 매립 비용도 만만치 않다. 지금까지 커피박은 폐기물관리법에 따라 종량제 봉투에 담아 배출하면 생활 폐기물의 관리자인 지방단체가 보관했다가 매립 또는 소각하였다. 1일 300kg 이상이 발생하는 사업장의 커피박만 사업장 폐기물로 관리된다.

대부분의 카페에서 생기는 커피박은 생활 폐기물로 버려진다. 1년치 커피박을 종량제 봉투에 넣어 배출한다고 했을 때 종량제 봉투 값만 41억 원가량이 든다.[7] 사실 봉툿값은 약과다. 커피박을 매립하거나 소각하는 직접 비용과 환경에 미치는 간접비용까지 포함하면 커피애호가 반지구적 취향이란 비난에 직면할 수도 있다.

커피박의 재탄생
 

커피를 만들고 남은 커피박 ⓒ 김가연

 
그러한 비난은 사실 커피 자체에서 비롯하지 않고 커피를 마시는 인간에게서 비롯한다. 폐기물 쓰레기로 분류된 커피박은 실제로는 재활용 가치가 높은 유기성 자원이다. 환경부는 생활 폐기물로 배출되는 커피박이 순환 자원으로 쉽게 인정되어 폐기물에서 제외될 수 있도록 관련 요건과 절차를 대폭 간소화한다는 계획을 지난 3월에 발표하고, 곧바로 적용하기로 했다.[8]

지역 차원에서는 커피박의 재활용 노력이 이미 등장했다. 대표적으로 서울 성동구는 2020년부터 커피박 재활용을 위한 민관협력 모델을 만들고, 구내 카페들에서 나오는 커피박을 수거하는 시스템을 서울시 최초로 구축하는 등 '성동형 커피찌꺼기 재활용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9]
 

성동구 커피박 재활용 사업 절차 ⓒ 성동구청

 
현재 대림창고, 블루보틀, 어니언 등을 비롯해 성동구에 위치한 150여 개 카페가 동참하고 있다. 성동구 내 커피전문점의 3분의 1을 상회하는 숫자다.[10] 성동구의 카페가 구글폼 또는 이메일 접수를 통해 커피박 재활용 사업 참여 신청을 하면 수거업체 직원이 지정된 요일, 시간에 점포를 방문하여 커피박을 수거한다.[11]

수거한 커피박은 화분 연필 등 다양한 제품으로 재탄생한다. 나아가 성동구는 커피박에 혁신기술을 적용한 합성 목재를 만드는 데 주력하고 있다. 최근 성동구청 책마루에 놓인 테이블과 의자, 내부 자재 등에 이 합성 목재가 사용되었다.[12]

정원오 성동구청장은 트위터에 "성동구는 커피박을 재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연구하고, 특히 바이오에너지 등 고부가가치 재활용품 생산을 통해 지속가능한 커피박 자원순환모델을 만들고자 한다. 실제 많은 분이 관심을 갖고, 커피박 분리배출에 참여해 주신다면 좋겠다"고 썼다.[13]
 

커피박으로 만든 테이블과 의자 ⓒ 정원오 성동구청장 트위터

 
환경재단, 현대제철, 한국생산성본부가 함께 진행하는 사회공헌 프로젝트인 '커피박 재자원화 프로젝트'도 커피박을 이용하여 자원선순환을 모색 중이다. 2019년에 인천광역시 중구, 미추홀구, 남동구, 부평구, 서구와 커피박 재자원화 사업 추진을 위한 다자간 공동업무협약을 체결하여 커피박 수거 협력체계를 구축했다. 2018년 11월부터 인천시내 179개 커피전문점이 참여하여 월 평균 11톤의 커피박이 수거되어 자원화하고 있다.[14]

'프로젝트'는 '커피박 재자원화 지원기업 공모'를 통해 선정된 기업과 협력하여 커피박 활용 제품 개발 및 상품화를 지원하고 있다. 시민 참여형 이벤트, 캠페인, 커피박 체험교육 등으로 커피박의 재사용 가능성을 알리는 시민 인식 제고 활동을 병행했다. 

'프로젝트'를 통해 연필 화분 도로포장재 목재데크 등의 제품이 만들어졌으며, 퇴비나 비료로 쓰이는 건조한 커피박의 판매도 예정돼 있다.[15]
 

커피박 재자원화 프로젝트로 만들어진 화분, 벽돌, 양초, 연필 ⓒ 커피박 재자원화 프로젝트

  
지속가능한 에너지원으로


현재 커피박 재활용 방법으로 가장 많이 사용되는 생활용품 제작은 폐기기간을 연장할 뿐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비판이 있다. 대안으로 커피박을 재생에너지원으로 활용하자는 의견이 있다. 국회입법조사처가 2020년 9월에 발간한 '커피찌꺼기 수거 체계 확립을 통한 바이오 에너지 연료자원화 방안'에 따르면 커피박은 발열량이 높아 재생에너지원으로 바이오 에너지 생산이 가능하다.[16]

단위 당 커피찌꺼기 발열량(5648.71kcal/kg)이 나무껍질 발열량(2827.94kcal/kg)의 두 배 정도이며, 셀룰로오스 리그닌 등 목질계 성분이 풍부하고 일산화탄소와 분진 배출량이 적어 친환경적이다.[17] 다양한 고체・액체 바이오 연료 형태로 가공이 가능해 수거체계만 갖추어진다면, 수입 비용 등 별도 비용 없이 계절의 영향을 받지 않고 '원료'를 공급할 수 있다.

보고서는 국내 발생 커피찌꺼기를 바이오에너지 원료로 활용하면 상당한 규모의 폐기물 처리비용 절감 및 에너지 발생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전망했다. 연간 발생량 약 15만 톤을 소각하지 않고 전량 바이오에너지 원료로 재활용하면 약 180억 원에 해당하는 비용절감 효과가 예상된다.[18]

해외에서는 일찌감치 커피박을 에너지원으로 활용하고 있다. 특히 커피박 수거 시스템이 잘 구축됐다는 평가를 받는 영국은 커피박을 연료로 활용하여 상용화하기까지 했다. 영국의 스타트업 '바이오빈'은 영국 정부와 글로벌 석유 기업 '로열 더치쉘'과 함께 커피박을 이용한 친환경 연료를 개발했다.

바이오빈은 '코스타 커피' 등 영국의 커피전문점들과 제휴해 커피박을 수거하고 압착하고 기름을 추출하여 디젤과 혼합해 바이오디젤을 만들었다. 이렇게 만들어진 바이오 연료는 2017년 11월에 런던의 이층 버스 일부의 연료로 사용되었다.[19]
 

커피로 버스를 움직이게 만들 수 있다는 내용의 바이오빈의 광고 ⓒ 로열 더치쉘 유튜브

 
스위스에 본사를 둔 커피 업체 네슬레는 커피박의 매립량을 줄이기 위해 커피박을 바이오 에너지로 활용하고 있다. 스위스 정부는 커피박 수거시스템을 주도적으로 운영하고 있으며, 2600개 이상의 커피박을 모으는 거점을 마련했다. 스위스에는 커피박 바이오매스 네트워크가 구축돼 있다.

수거기관인 'recycling@Home네스프레소'를 통해 커피소비자가 배출하는 커피박을 수거하여 에너지 생산기관에서 커피박 에너지를 생산한다. 네슬레는 회사 내에 에너지 생산공장, 원료 공급을 위한 수거부서, 에너지 기술을 연구하는 연구부서를 별도로 두어 '제로 에너지 공장'을 목표로 커피박을 재활용하고 있다.[20]

실제 네슬레의 공장 중 호주 퀸즐랜드 짐피에 위치한 네스카페 공장은 사용하는 에너지의 60% 이상을 커피박을 포함한 재생에너지로 조달한다. 톱밥과 함께 커피박은 제조 공정에 필요한 증기를 생성하는 보일러에 연료로 사용된다. 이 과정에서 2020년에 11만 3274기가줄(GJ)[21]이상의 에너지를 생성했으며, 이는 짐피의 모든 가정에 전력을 공급하기 충분한 양이다.[22] 이외에 현재 커피박을 바이오 에너지원으로 이용 중인 나라는 미국 독일 프랑스 일본 등이 있다.[23]

우리나라는 커피 소비량이 많음에도 커피박의 재활용 수준이 낮은 편이다. 재활용 기술과 아이디어는 물론 분리, 배출, 수거 체계가 갖춰져 있지 않다. 최근 스타트업 '포이엔'이 커피박을 수거해 바이오 플라스틱과 고형연료(숯), 비료로 만드는 등 우리나라에서도 커피박 재활용을 통해 온실가스를 줄이려는 움직임이 보인다.[24]

그러나 여전히 많은 커피박이 폐기물 쓰레기로 버려지고 있다. 커피박을 소각 또는 매립하지 않고 바이오 에너지로 전환할 수 있도록 사회적 여건을 만드는 논의가 필요하다. 당연히 다른 자원화 방안 또한 적극 검토돼야 한다.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먼저 나서는 것도 좋은 방법이겠다.

글: 안치용 ESG코리아 철학대표, 김가연·안신우 바람저널리스트, 이윤진 ESG연구소 연구위원
덧붙이는 글 [1] [신혜경의 커피톡] ㊺커피에서 바디(Body)의 중요성 (2022). https://it.chosun.com/site/data/html_dir/2022/03/24/2022032402219.html

[2] (International Coffee Organization >resaerch>Trade Statistics Tables,), World coffee consumption . (2021). https://www.ico.org/trade_statistics.asp?section=Statistics.

[3] 박용정 외 (2019), 커피산업의 5가지 트렌드 변화와 전망, 한국경제주평  848권 0호, 현대경제연구원, 1p

[4]김경민, 박연수. (2020). 커피찌꺼기 수거체계 확립을 통한 바이오에너지 연료자원화 방안. p.7참조 국회입법조사처.

[5] (외교부>뉴스, 공지>보도자료, 2021) , 지구촌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메탄 감축 노력에 동참, https://www.mofa.go.kr/www/brd/m_4080/view.do?seq=371687.

[6] (외교부>뉴스,공지>보도자료, 2021) , 지구촌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메탄 감축 노력에 동참, https://www.mofa.go.kr/www/brd/m_4080/view.do?seq=371687.

[7] 김경민, 박연수. (2020). 커피찌꺼기 수거체계 확립을 통한 바이오에너지 연료자원화 방안. p.7참조 국회입법조사처.

[8] 환경부 > 알림·홍보 > 뉴스·공지, 커피찌꺼기, 허가 없이도 재활용 가능해진다. (2022).http://www.me.go.kr/home/web/board/read.do?boardMasterId=1&boardId=1513530&menuId=10525.

[9] 성동저널, ‘ESG’ 경영 모범... 성동구, 카페 3곳 중 1곳 커피박 재활용 . (2022). http://www.seongdong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26649.

[10] 성동저널, ‘ESG’ 경영 모범... 성동구, 카페 3곳 중 1곳 커피박 재활용 . (2022). http://www.seongdong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26649.

[11] (성동구>교통행정과>부서소식, 2021), 성동형 커피박 재활용사업 참여 안내, https://www.sd.go.kr/main/selectBbsNttView.do?key=3739&bbsNo=183&nttNo=309347

[12] 정원오 성동구청장 블로그(2022), 수능 국어에 등장한 커피박 재활용 사업, 반갑고 고맙습니다,https://blog.naver.com/PostList.naver?blogId=cwonoh&from=postList&categoryNo=92

[13] 정원오 성동구청장 트위터 (2022), https://twitter.com/kindchong/status/1593169467626098688

[14] 커피박 재자원화 프로젝트, 커피박 수거처 안내 가이드북, 3p 참조. http://coffeebak.kr/collection/.

[15] 커피박 재자원화 프로젝트, 커피박 수거처 안내 가이드북, 8p 참조. http://coffeebak.kr/collection/

[16] 김경민, 박연수. (2020). 커피찌꺼기 수거체계 확립을 통한 바이오에너지 연료자원화 방안. p.6 참조 국회입법조사처.

[17] 김경민, 박연수. (2020). 커피찌꺼기 수거체계 확립을 통한 바이오에너지 연료자원화 방안. p.6참조 국회입법조사처.

[18] 김경민, 박연수. (2020). 커피찌꺼기 수거체계 확립을 통한 바이오에너지 연료자원화 방안. p.7참조 국회입법조사처.

[19] BBC, London buses to be powered by coffee . (2017). https://www.bbc.com/news/uk-england-london-42044852.
[20] 김경민, 박연수. (2020). 커피찌꺼기 수거체계 확립을 통한 바이오에너지 연료자원화 방안. p.10-11 참조 국회입법조사처.

[21] 줄(joule)은 에너지 및 일의 국제표준 단위이다.

[22] (Nestle>Home>Our stories, 2021), Our Nescafé factory runs on coffee too (Spent coffee grounds help power Queensland factory) , https://www.nestle.co.nz/stories/recycled-coffee

[23] 김경민, 박연수. (2020). 커피찌꺼기 수거체계 확립을 통한 바이오에너지 연료자원화 방안. p.10-11 참조 국회입법조사처.

[24] 주간경향, [지구를 살리는 스타트업](12) “건강과 환경, 커피 찌꺼기로 지키세요”(2022). http://weekly.khan.co.kr/khnm.html?www&mode=view&art_id=202207151430451&dept=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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