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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추워진 날씨에 몸이 움츠러드는 가운데 어제(11월 30일) 오후 4시 무렵, 용인에서 뜻밖에 훈훈한 소식이 들려왔다. 영문중학교(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포곡읍 소재, 교장 김영신) 학생들이 유일한 생존 여성독립운동가 오희옥 지사의 집(용인시 처인구 소재)에 한 아름의 선물을 들고 방문한 것이다.

사실 이 집의 주인인 오희옥 지사는 병환으로 서울 중앙보훈병원에 입원 중이며, 입원환자 면회 금지로 인해 직접 병원으로 가지는 못하고 이 집을 찾아 아드님인 김흥태씨를 대신 만났다.   
 
영문중학교 소목반 학생들이 만들어 선물한 서안은 오희옥 지사의 방에 놓여있다.(오희옥 지사는 서울 보훈중앙병원에 입원 중)
▲ 영문중학교 소목반 학생들의 서안 2 영문중학교 소목반 학생들이 만들어 선물한 서안은 오희옥 지사의 방에 놓여있다.(오희옥 지사는 서울 보훈중앙병원에 입원 중)
ⓒ 김흥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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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찾아온 학생들은 영문중학교 장현명(1학년), 함승원(2학년), 정민지(1학년) 학생들로, 인솔교사 강연수 선생님과 함께였다. 이들이 들고 온 선물은 손편지 10여 통과 자신들이 손수 만든 전통목공예품 서안(書案, 예전에 선비들이 글을 읽거나 글씨를 쓰거나 간단한 편지를 쓸 때 사용하는 낮은 책상)이었다.
 
"수업시간에 역사 선생님을 통해 오희옥 선생님을 알게 되었어요. 우리나라의 독립을 위해 가족분들이 모두 노력하셨다는 사실이 놀라웠어요. 특히 지금 제 나이보다 어린 14살에 독립군에 지원하여 힘쓰신 선생님이 정말 대단하게 느껴져요. "
                                   -3학년 권세아 손편지 글 가운데-
 
"저의 주변에 독립운동가분께서 살고 계신다는 말을 듣고 놀랐습니다. 평소 독립운동가는 3.1절 때만 관련이 있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생각하니 제대로 알지 못하고 지낸 제가 너무 부끄럽습니다. 지금부터라도 더욱 자세히 독립운동가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오희옥 지사님께서 빨리 건강을 회복하셔서 (건강하게) 뵈었으면 좋겠습니다."
                                   -1학년 정민지 손편지 글 가운데-
 
"저희가 지금처럼 행복하고 안전한 삶을 살게 해주신 오희옥 선생님께 감사드립니다. 오희옥 선생님보다는 부족하겠지만, 열심히 공부해 나라에 도움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 3학년 윤지홍 손편지 글 가운데-


학생들이 또박또박 써 내려간 편지글에서, 오희옥 지사에 대한 '깊은 애정'이 느껴졌다.
 
유일한 생존 여성독립운동가 오희옥 지사께 드리는 손편지, 경기도 용인시 소재 영문중학교 학생들이 손수 썼다.
▲ 오희옥 지사께 드리는 손편지 유일한 생존 여성독립운동가 오희옥 지사께 드리는 손편지, 경기도 용인시 소재 영문중학교 학생들이 손수 썼다.
ⓒ 김흥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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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라운 것은 학생들의 편지글 실력뿐만이 아니었다. 학생들은 질 좋은 목재를 이용하여 6달에 걸쳐서 손수 만든 서안(書案), 좌식 책상을 직접 들고 왔다. 오희옥 지사님께서 학생들이 정성껏 만든 정갈한 이 서안을 직접 받으셨다면 얼마나 기뻐하셨을까? 무척 감동하셨을 것이다.
  
"영문중학교는 예술드림 거점학교입니다. 학생들에게 방과 후 문화예술관련 프로그램으로 무엇이 좋을까 생각하다가 지난해부터 '소목 공예'를 선택하여 작품을 만들고 있습니다. '소목'은 집 안의 세간살이를 만드는 전통 목공예인데, 마침 영문중학교 근처에 사시는 국가무형문화재 55호 소목장인 박명배 선생님께서 흔쾌히 지도를 허락하셔서 '소목반' 학생들이 그간 갈고닦은 전통 목공예 실력을 발휘하여 만든 서안을 이번에 선물로 가지고 온 것입니다."
 
강연수 선생님(영문중학교, 역사 전공)은 기자와의 전화 통화에서 이렇게 말했다. 강연수 선생님은 용인지역근현대사연구회 모임에 소속되어 지역의 독립운동가에 관해 깊은 연구를 하고 있으며 제자들에게 이를 잘 전수하고 있다고 했다.
 
 영문중학교 소목반 학생들이 직접 만든 서안(書案), 서안 옆에는 '오희옥 지사님의 쾌유를 빈다'는 글이 적혀있다
▲ 영문중학교 소목반 학생들의 서안 1  영문중학교 소목반 학생들이 직접 만든 서안(書案), 서안 옆에는 '오희옥 지사님의 쾌유를 빈다'는 글이 적혀있다
ⓒ 김흥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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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운동가·후손들에 작품 전달... "독립운동가 삶 이해하고, 관계 지속하는 데 유익"

'소목반'에서는 이번 오희옥 지사께 선물한 서안(書案) 말고도, 지난번에는 사방탁자(四方卓子, 책, 가벼운 꽃병 따위를 올려놓는 네모반듯한 탁자)를 만들어 용인의 독립운동가 홍종욱(洪鍾煜, 1892-1968, 1990년 애족장) 지사의 후손께 전달하는 등 여러 차례 학생들이 만든 작품을 독립운동가 후손에게 전달하는 선행을 실천하고 있다고 한다.
 
"학생들이 교과서를 떠나 방과후 프로그램 시간을 이용하여 전통 목공예를 배우고, 그 결과물을 지역사회에 환원한다는 뜻에서 독립운동가 후손들에게 선물함으로써 스스로 보람을 느끼고 있습니다. 또한 우리 지역 독립운동가의 삶을 이해하고 후손분들과의 유대 관계를 이어간다는 측면에서 아주 유익하다는 생각입니다."

전화 통화에서 강연수 선생님의 '제자 사랑 마음'이 뜨겁게 느껴졌다. 독립운동가분들께서 지하에서 이 모습을 지켜보신다면 흐뭇한 미소를 짓고 계실 것만 같다.
 
6달 동안 작업한 전통목공예품 서안(書案)과 손편지글을 어머니(오희옥 지사) 대신 받아든 아들 김흥태 씨와 학생들.
영문중학교 장현명, 함승원,  정민지 학생(왼쪽부터) , 오른쪽 첫번째가 김흥태 씨
▲ 영문중학교 소목반 학생들 6달 동안 작업한 전통목공예품 서안(書案)과 손편지글을 어머니(오희옥 지사) 대신 받아든 아들 김흥태 씨와 학생들. 영문중학교 장현명, 함승원, 정민지 학생(왼쪽부터) , 오른쪽 첫번째가 김흥태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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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희옥 지사의 아들 김흥태씨는 이를 어떻게 받았을까. 그는 전화 통화에서 "갑자기 추워진 날씨에, 학생들이 6달 동안 정성을 쏟아 만든 서안(書案)과 사랑이 듬뿍 담긴 손편지 엽서를 받아들고 눈시울이 뜨거워졌습니다. 비록 어머니(오희옥 지사)는 병원에 계시지만 학생들의 선물인 서안은 어머니방에 잘 놓아두었습니다. 손편지와 서안 모습은 사진을 찍어 내일(1일) 어머니 면회 때 보여드리고 학생들의 손편지도 읽어드릴 생각입니다. 인솔해주신 강연수 선생님과 영문중학교 '소목반' 학생들에게 이 자리를 빌려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말씀을 전하고 싶습니다"라고 말했다.
 
2022년도 달력 한 장 남긴 채 저물어 가고 있다. 앙상한 나뭇가지들이 더욱 추위를 느끼게 해주는 요즈음, 자기 지역 독립운동가의 삶을 찾아 공부하고 자신들이 손수 만든 목공예품과 손편지를 써서 독립운동가 후손들을 찾아 전달하는 모습이 한 장의 아름다운 명화(名畫)같다. 이 추운 계절에 우리의 삭막한 마음을 훈훈하게 해준 영문중학교 강연수 선생님과 제자들께 크게 손뼉을 쳐주고 싶다.
 
생존 여성독립운동가 오희옥 지사는...
 
오희옥 지사는 할아버지대(代)부터 '3대가 독립운동을 한 일가'에서 태어나 1939년 4월 중국 유주에서 결성된 한국광복진선청년공작대(韓國光復陣線靑年工作隊), 1941년 1월 1일 광복군 제5지대(第5支隊)에서 광복군으로 활약했으며 1944년에는 한국독립당(韓國獨立黨)의 당원으로 활동하였다. (1990년 건국훈장 애족장) 오희옥 지사 집안은 명포수 출신인 할아버지 오인수 의병장(1867~1935), 중국 서로군정서에서 활약한 아버지 오광선 장군(1896~1967), 만주에서 독립군을 도우며 비밀 연락 임무 맡았던 어머니 정현숙(1900~1992) , 광복군 출신 언니 오희영(1924~1969)과 한국광복군 총사령부 참령(參領)을 지낸 형부 신송식(1914~1973)등 온 가족이 독립운동에 투신한 것으로 알려져있다. 오 지사는 현재는 서울중앙보훈병원에 입원 중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우리문화신문에도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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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박사. 시인. 한일문화어울림연구소장, 한국외대 외국어연수평가원 교수, 일본 와세다대학 객원연구원, 국립국어원 국어순화위원, 민족문제연구소 운영위원회 부위원장을 지냄 저서 《사쿠라 훈민정음》, 《오염된국어사전》, 여성독립운동가를 기리는 시집《서간도에 들꽃 피다 》전 10권, 《인물로 보는 여성독립운동사》외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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