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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산1동장이 부착한 통장 모집 공고문. 만 30세 이상 주민을 통장 임명 기준으로 명시하고 있다.
 성산1동장이 부착한 통장 모집 공고문. 만 30세 이상 주민을 통장 임명 기준으로 명시하고 있다.
ⓒ 오승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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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열흘 전 있었던 일입니다. 제가 사는 마포구 성산1동에서 통장을 모집한다는 공고문을 우연히 보게 됐습니다. 기존 통장의 임기가 만료돼 새 통장을 모집한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상한 문장 하나가 시선을 끌었습니다. 만 30세 이상 주민이어야 통장으로 임명될 수 있다는 대목이었습니다.

이해하기 어려웠습니다. 공직선거법 개정으로 만 18세 이상의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대통령을 제외한 모든 공직 선거에 출마할 수 있게 된 시점이니 말입니다. 실제로 저는 지난 지방선거에서 서울시의원 비례대표로 후보로 출마했고 선거운동을 하며 지역 주민을 만났습니다. 나이는 그 어떠한 장벽도 되지 못했습니다. 

대체, 왜, '만 30세 이상'이어야 하는가 

그렇다면 어떠한 기준을 토대로 만 30세 이상이라는 기준이 정해진 걸까요. 확인해보니 행정규칙을 통해 '만 30세'라는 나이 제한 기준을 설정해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서울시장부터 서울시의원, 마포구청장, 마포구의원까지 모두 맡을 자격이 있는 주민이 정작 통장은 할 수 없다는 사실에 놀라움을 금할 수 없었습니다. 

다른 자치구도 마찬가지인가 확인해보니 놀라움은 배가 됐습니다. 서울특별시 자치구 25개를 전수조사한 결과, 통장 임명에 대해 만 30세 이상의 나이 제한 기준을 설정한 자치구는 마포구를 포함해 4개에 불과했습니다(동대문구, 동작구, 서초구). 과반인 15개 자치구에서는 나이 제한 기준을 일체 두고 있지 않았으며, 성동구와 영등포구는 만 18세, 송파구는 만 19세, 관악구와 용산구는 만 25세 이상을 나이 제한 기준으로 두고 있었습니다. 

다들 아시다피시 통장은 동의 하부 조직인 통을 관리하고 운영하는 직책을 뜻합니다. 행정과 주민을 연결하는 역할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주민사실 확인조사부터 민원 청취, 관할 지역 복지 사각지대 발굴 및 지원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역할을 수행합니다. 주민과 가장 가까운 행정의 주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때문에 주민과 가장 가까운 행정의 주체로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보장하는 일은 자치구의 책무입니다. 불합리한 나이 제한 기준으로 인해 참여권을 보장받지 못하는 일이 없어야 한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마포구청이 스스로 책무를 이행하기를 바라는 마음이 컸습니다. 국민신문고를 통해 행정규칙의 개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출한 까닭입니다. 그런데 마포구청은 다소 실망스러운 답변을 보내왔습니다. "통장이 통의 민방위 대장을 겸임하기 때문에 관련 법령이나 규정, 여론을 종합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사실상 규칙을 개정할 계획이나 의지가 없다는 입장을 밝힌 것입니다.

역시 이해하기 어렵기는 마찬가지입니다. 민방위기본법에 따르면 법령에서 정한 경우를 제외하고 20세가 되는 해의 1월 1일부터 40세가 되는 해의 12월 31일까지의 대한민국 국민인 남성은 모두 민방위대 구성원이 됩니다. 저 또한 아직 만 30세는 아니지만 성산1동 민방위대 구성원으로서 민방위 교육을 받은 바 있습니다. 그러므로 마포구청의 입장을 문장으로 옮기면 "민방위대 대원으로 활동할 수는 있지만, 민방위대 대장은 할 수 없다"는 말이 됩니다. 어불성설 그 자체입니다.

상위법령을 살펴봐도 마포구청의 입장은 설득력이 없습니다. 서울특별시 마포구 통·반 설치 조례에 따르면 지방자치법 제7조 제5항에 따라 행정시책을 주민에게 원활하게 전달하고 동 행정 및 지역 방위를 효율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소속 동의 하부 조직으로서 통과 반을 설치한다고 정하고 있을 뿐입니다. 상위법령인 지방자치법이나 조례를 살펴보더라도 통장 임명 기준으로서 나이 제한을 둬야 할 이유는 없다는 것입니다.  

모순은 모순을 초래합니다. 모순의 반복을 멈출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모순을 없애는 것입니다. 박강수 마포구청장의 결단을 촉구하는 이유입니다. 행정규칙은 마포구청장이 결단만 내리면 바꿀 수 있습니다. 나이를 이유로 한 차별의 소지가 다분한 통장 임명 나이 제한 기준은 즉시 없어져야 합니다.

인권위 진정서 제출, 끝까지 해볼 생각입니다 
 
마포구청 청사 전경.
 마포구청 청사 전경.
ⓒ 마포구청 포토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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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꾸지 못할 이유가 없습니다. 최근 마포구 곳곳에서는 통장을 제때에 모집하지 못해 재공고를 내는 풍경을 여러 차례 볼 수 있었습니다. 다른 자치구도 상황은 엇비슷할 것입니다. 한쪽에서는 나이를 기준으로 임명을 제한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통장 모집 공고에 응해달라며 공고문과 현수막을 내걸고 있으니, 웃지 못할 촌극이 아닙니까.

이와 관련해 저는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서를 제출했습니다. 나이를 이유로 불합리한 차별을 하고 있으니 시정을 권고해달라는 내용입니다. 품이 많이 드는 일이지만 마포구를 시작으로 다른 자치구까지 주민의 참여권이 보장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끝까지 최선을 다할 예정입니다.

누군가는 질문할 수도 있습니다. '겨우 통장 자리 하나 가지고 그 난리법석을 피우느냐'고 말입니다. 저는 주저함 없이 답변할 수 있습니다. '시민의 권리에 관한 문제에는 크고 작음이 없다'고 말입니다. 

권리에 관한 문제를 작다고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면 큰 문제 역시 대수롭지 않아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투명하고 공정한 행정을 위해서는 시민의 참여권 확대가 필수입니다. 권력의 크고 작음을 떠나 주민을 대표해 일하는 자리인 만큼, 모든 주민이 참여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합니다. 모든 시민이 모든 시민을 대표할 수 있는 체제. 그것이 우리가 지키고 가꿔온 민주주의라고 믿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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