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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파업 중인 화물연대에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한 29일 오후 경기도 의왕 내륙컨테이너기지(ICD)에서 열린 ‘총파업 투쟁 승리 화물연대 결의대회’에서 이봉주 화물연대본부 위원장이 노동기본권 보장과 안전운임제 전면실시 등을 요구하며 삭발한 뒤 머리띠를 두르고 있다.
 정부가 파업 중인 화물연대에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한 29일 오후 경기도 의왕 내륙컨테이너기지(ICD)에서 열린 ‘총파업 투쟁 승리 화물연대 결의대회’에서 이봉주 화물연대본부 위원장이 노동기본권 보장과 안전운임제 전면실시 등을 요구하며 삭발한 뒤 머리띠를 두르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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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이하 화물연대) 총파업에 대응하기 위해 주로 '사장님'들의 문제를 다루는 공정거래위원회까지 나섰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9일 오후 예정에 없던 1장짜리 보도참고자료를 냈다. 화물연대를 노동조합이 아닌 사업자 또는 사업자단체로 본다는 전제로, 화물연대가 부당하게 경쟁을 제한하는 행위를 했는지 여부를 살펴보겠다는 내용이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은 24일부터 진행 중인 화물연대 총파업을 두고 "노동조합의 불법파업"이라는 표현을 쓴 바 있다. 정부가 필요에 따라 화물연대를 노동조합 또는 사업자단체로 보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노동자들의 불법 파업이라고 비난하면서 동시에 사장님들이 부당하게 경쟁 제한을 하는 걸 처벌하겠다는 것이다.  

화물연대 조합원은 노동자인가 사업자인가

정부는 화물연대 소속 조합원들을 헌법상 노동3권이 보장되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하 노조법)상 근로자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사용자와 근로계약을 맺지 않았다는 이유다. 화물기사들의 경우 노동 조건은 노동자에 가까운데 그 형식은 개인사업자인 탓에, 특수고용노동자(특수형태근로종사자)로 분류된다.

법원에서는 특수고용노동자를 노동3권이 보장되는 '노조법상 근로자'로 인정하는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 학습지 교사는 대법원 판례에 의해 노조법상 근로자로 인정받고 있다.
 
화물연대 파업 엿새째인 29일 오전 경기도 화성시의 한 레미콘 업체에 레미콘 차량이 멈춰 서있다.
▲ 멈춰 선 레미콘 차량 화물연대 파업 엿새째인 29일 오전 경기도 화성시의 한 레미콘 업체에 레미콘 차량이 멈춰 서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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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화물연대 파업 때마다 노조 혐오 인식에 기대 '불법 파업' 딱지를 붙이는 전략을 사용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도 마찬가지다.

윤 대통령은 28일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화물연대 파업을 두고 "국민경제를 볼모로 한 노조의 불법과 폭력"이라고 규정했다. 29일 국무회의에서는 "제 임기 중에 노사 법치주의를 확고하게 세울 것", "법과 원칙을 바로 세우고 불법 파업의 악순환을 끊어..." 등의 표현을 사용했다.

하지만 공정거래위원회는 같은 날 화물연대가 사업자 또는 사업자단체에 해당한다는 전제로, 부당한 경쟁 제한 행위를 했는지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제40조는 사업자가 다른 사업자와 공동으로 부당한 경쟁 제한 행위를 하기로 합의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같은 법률 제51조는 사업자단체의 부당한 경쟁 제한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사업자에 대한 운송거부 강요행위, 다른 사업자의 운송을 방해하는 행위 등 공정거래법을 위반하는 행위가 발견될 경우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은 법치주의를 확고하게 세우겠다며 화물연대를 노동조합이라 지칭했는데, 뒤이어 나선 공정거래위원회는 화물연대가 사업자단체라고 전제한 것이다. 화물연대를 압박할 수만 있다면 노동자냐 사업자냐 따지지 않고 모든 법령을 총동원하겠다는 태도다. 

화물연대는 이 같은 정부의 고무줄 잣대를 비판하고 있다. 화물연대는 29일 '업무개시명령 즉각 철회하라'는 성명서에서 "백 번 양보해 화물노동자가 '노동자'가 아닌 '개인사업자'라 하더라도 업무개시명령은 헌법 제15조의 '직업 선택의 자유'를 침해한다"면서 "윤석열 정부는 '법과 원칙의 잣대를 일관되게 적용하라"라고 비판했다.

태그:#화물연대 파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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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법조팀 기자입니다. 제가 쓰는 한 문장 한 문장이 우리 사회를 행복하게 만드는 데에 필요한 소중한 밑거름이 되기를 바랍니다. 댓글이나 페이스북 등으로 소통하고자 합니다. 언제든지 연락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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