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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경원 대통령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
 나경원 대통령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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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흉보는 거는 아니지만 <나 혼자 산다> 이런 프로그램이 있다고 들었다. 그러면 혼자 사는 것이 더 행복한 걸로 너무 인식이 되는 것 같다." - 2022년 11월 16일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 인터뷰 중에서

"<고딩엄빠> <슈퍼맨이 돌아왔다> 같은 게 좋은 프로그램이다. 저출산 정책은 좀 그런 쪽으로 가야 된다." - 2022년 11월 24일 '혁신24 새로운미래' 조찬 세미나 강연 중에서


나경원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의 프로그램 품평을 두고 수많은 기사가 쏟아졌다. 저출생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인식의 변화가 중요하다는 취지였으나, 본의 아니게 여러 논란을 일으켰다.

28일 오전, 정부서울청사 8층 저출산고령사회위 사무실에서 <오마이뉴스>와 만난 나경원 부위원장은 "'미성년자에게 아이를 낳으라'고 내가 장려했다고 자꾸 이렇게 몰아가는 기사를 쓰더라"라며 "아이가 어떤 형태로 태어나든 차별받지 말아야 한다는 취지라고 분명히 얘기를 했는데 언론이 왜곡을 하더라"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그는 "우리가 일단은 가족을 이루는 것을 장려해야 한다. 그러나 그렇지 않은 선택도 존중해야 한다"라며 "나는 처음부터 끝까지 일관되게 이야기를 했다. 그런데 하나만 똑 떼어서 자꾸 그렇게 (기사를) 만든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가 출범한 이후 이토록 존재감이 강렬한 부위원장이 있었던가 싶다. 집권여당 소속의 전직 4선 국회의원인 그에게 처음 이 장관급 비상근직 자리가 주어졌을 때, 세간의 관심은 그가 국민의힘 당권 경쟁에서 빠지느냐 마느냐에 쏠렸다.

그러나 이날 인터뷰에 나선 그의 태도는 저출산고령사회위의 책무를 막중하게 느끼는 듯 보였다. 이른 아침부터 전문가 회의를 하고 왔다는 그는, 본격적인 인터뷰를 시작하기도 전부터 기자에게 "지금이 대한민국에게 주어진 마지막 골든타임"이라며 저출생 문제 해결의 필요성에 대해 공들여 설명했다. 최근의 광폭행보도 어떻게든 저출생 문제를 사회의 주요 의제로 띄우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그가 언론 보도에 불만을 표하는 이유 역시, 이런 식으로 언론이 논란을 키우는 게 저출생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탓이다.

아래는 그와 나눈 대화를 일문일답 형태로 정리한 내용이다. 

"저출산고령사회위, 더 과감한 정책 필요... 이름 변경도 고민 중"
 
나경원 대통령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
 나경원 대통령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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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위원장 자리를 맡은 지 이제 한 달 반 정도 지났다. 업무에는 익숙해졌는지, 그래서 처음에 맡을 때 기대했던 것과 비슷하거나 다른 점이 좀 있을까?

"국회에서 2016년에 저출산고령화대책특별위원회 위원장을 했었다. 그래서 이 업무에 대해서는 국회에서도 한 번 들여다봤었다. 대한민국의 정치인만이 아니라 국민 누구라도 저출산 문제에 대해서는 관심들이 많으신 것 같다. 그래서 이번에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이 되면서 다시 한 번 이 위원회에서 하는 일에 대해서 좀 더 구체적으로 들여다보게 되었다.

예산 추계에 따르면, 저출산고령사회위가 지난 15년 동안 340조 원 가까이 썼다. 올해 한 해에만 40조 원 가량 예산이 투입된다. 저출산 정책이 사실은 일자리부터 주택, 보육, 교육, 그리고 노인의 건강 돌봄까지 생애 주기 전반을 관할하는 정책이 되어야 하다 보니 그렇다. 그런데 OECD 평균 가족 지원 예산보다는 우리의 가족 지원 예산이 굉장히 적다. OECD 평균이 2.4%고, 우리는 GDP 대비 1.4%를 쓴다. 간접 지원까지 하면 정말 많은 예산을 투입했지만, 가족 지원이나 난임 문제 해결 같은 직접 지출 예산을 보면 아직도 OECD 평균에 못 미친다.

우리가 많이 부족하지만, 그래도 지난 15년 동안 아이 키우기 좋은 환경으로 지속적으로 발전해온 건 맞다. 다만, 우리의 출산율을 자극할 정도의 환경이 아직 되지 않은 부분에 있어서, 우리의 정책에 무엇이 비효율적이었는지, 또 어떤 사각지대가 있었는지 보는 것이 먼저라고 생각을 한다. 그래서 보완이 필요하다. 그동안의 정책은 굉장히 백화점식인데 조금 더 과감한 정책이 필요한 부분이 있지 않을까?"

-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활동에 대해 회의적인 의견도 많다. 단순히 출산율을 끌어올리는 게 아니라, 현실을 인정하고 고령사회에 적응하는 방향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는데.

"많은 분들이 '이거 한다고 되겠어?'하는 그런 패배주의적인 생각도 갖고 있다. 이미 우리 사회에 있어서 그런 인식이 많이 깔려 있다. 사실 이제 대한민국이 아무리 노력을 해도, 출산율이 감소하며 인구 구조가 바뀌는 건 예정되어 있다. 전 세계의 추세가 그렇다. 다만 그 피라미드가 좀 더 날씬한 피라미드이냐 두터운 역 피라미드가 되느냐 이런 차이가 있다. 그렇다면 이 역피라미드화 되는 인구 구조에 맞는 우리의 대응은 무엇일까? 초고령사회로 가는 속도가 너무 빠른데, 이것을 좀 완화시키는 방법은 무엇일까? 이제 고민을 해야 되고 거기에 따른 우리가 전략을 짜야 한다. 그게 우리가 미래 사회를 대비하는 방법이다.

그래서 사실은 굉장히 어렵지만, 우리가 주도해서 해야 될 핵심적인 어젠다(의제)를 정해야 된다. 역시 국민들의 인식의 변화 같은 것이 필요하지 않겠느냐, 예컨대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라는 이 위원회의 이름이 어떻게 보면 자꾸 '아이 낳으라'는 강요만 하는 것 같은 그런 이름으로 비쳐진다. 그것이 또 여성에 대한 차별이냐 아니냐는 논란도 있지 않은가. 그래서 이 위원회의 이름을 이제는 좀 바꿀 때가 되지 않았을까?

사실 나도 '저출산이라는 용어가 차별적이고 여성에게 출산만 강요하는 것 같은 의미가 돼서 이 이름을 바꾸는 것도 좋겠다. 나도 저출생이라는 용어를 써야 되겠다'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자세히 알아보니 학문적으로 그리고 통계적으로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하더라. 국제적으로 저출생이라는 용어는 저출산과는 다른 개념으로 쓰이고 있어서, 혼란이 올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그래서 계속 고민 중이다."

-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나름 지원도 많이 받는 편이었고, 활동도 오랫동안 해왔는데도 불구하고 가시적인 성과는 잘 보이지 않는다. 어떻게 하면 국민들이 저출산고령사회위 활동의 효과를 체감할 수 있을까?

"그래서 내가 자꾸 인식의 변화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한 축에서는 정책적으로 더 완결적이어야 하고 정말 효과적인 정책을 써야 되는 게 당연히 필요하다. 그러나 우리가 일단은 결혼하고 아이를 낳는 삶이 행복할 수 있다는 것을 좀 보여주고, 그러한 공감대를 넓혀가는 것이 첫 번째라고 생각을 한다.

두 번째는, 또 그렇지 않은 선택을 하는 분들이 많이 있으시다. 전통적인 가정에서 태어난 아이들이 많으니까, 그런 쪽으로 갈 수 있도록 우리가 행복한 삶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건 기본이다. 그러나 또 그렇지 않은 선택에 대해서는 당연히 존중해 줘야 된다. 지금 예컨대 비혼율이 상당히 높아지고 있다. 그렇다면 다양한 형태의 삶에서 다양한 형태로 태어나는 아이들이 있을 수 있다.

예컨대 동거 사이에서 태어나는 아이들도 있고, 미혼모에서 태어난 아이들도 있다. 그래서 아이들이 어떠한 형태의 가족에서 태어나든 아이들이 차별받지 않게 하고, 그 부모로서의 역할을 하는 데 차별받지 않게 하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지금도 사실혼 관계에 있는 부모가 육아휴직을 다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아직 활성화가 되어 있지 못하다. 세제나 수당, 혜택에 있어서도 차별이 없는지 이런 부분을 점검해서, 어떠한 형태로 태어난 아이들이든 잘 키워질 수 있도록 하는 환경을 만드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그런 걸 강조하는 과정에서 <고딩 엄빠>를 이야기했던 것이다."

"<고딩 엄빠>, 미혼모 문제를 음지에서 양지로 꺼냈다"
 
나경원 대통령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
 나경원 대통령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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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활동반자법 요구 운동처럼 다양한 가족 형태를 인정하자는 목소리가 우리나라에서도 나오고 있다. 꼭 혼인 신고를 해서 태어난 아이가 아니라고 하더라도 충분히 국가에서 다 제도적으로 케어가 가능하도록 설계가 필요하다고 보나? 

"국회 특위 위원장을 할 때 프랑스를 방문했었다. 프랑스는 1890년대부터 저출산 사회로 들어갔다. 출산율을 제고하는 데 대한 많은 논의를 했었는데 프랑스에서 뭐가 제일 효과적이었느냐? 등록혼(시민연대계약-결혼하지 않은 동거 가구의 권리 보장) 제도였다. 그런 부분도 우리가 열어줘야 된다. 근데 우리도 사실혼 관계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제도의 보호가 있기는 하지만, 그럼에도 분명히 맹점이 있을 테니, 등록혼인제 같은 프랑스의 제도에 대해서도 좀 더 검토하고 적극적으로 수용해야 된다.

내가 2016년에 이거 해야 되는 거 아니냐고 주장을 했더니, 그때 우리 당 경북 출신의 어떤 국회의원이 '앞으로 국회의원으로 정치하기 싫으면 그런 거 하라'라고 하더라. (웃음) 그런데 사람들의 생각이 이제는 바뀌었다. 최근에 영남권에서 강연을 할 일이 있었는데, 청중 중에 어떤 분이 손을 들고 '사유리 같은 경우(결혼하지 않고 기증받은 정자를 정자 은행으로부터 제공받아 출산)도 우리가 인정을 해야 되는 거 아니냐' 이런 말씀을 하시더라. 전통적인 가족 관계에 대해서도 행복하다는 인식을 공유하는 게 중요하지만, 다른 형태로 태어나는 분들에 대해서도 존중해야 된다. <고딩 엄빠>도 어쨌든 미혼모의 문제를 음지에서 양지로 꺼냈다는 점에서 평가를 해야 한다."

- 다양한 형태의 가족을 인정하는 것에 대해서는 오히려 여당 내에서 불편해 하는 기류가 많지 않나? 당의 입장도 부정적인 뉘앙스가 더 강한 것 같은데?

"당내 의원들과 이 문제에 대해 자세하게 이야기를 나눠보지는 않았다. 그러나 이건 보수-진보의 문제가 아니고, 여야의 문제가 아니다. 내가 2016년 국회 특위 위원장을 할 때 여성가족부 장관이 진선미 의원이었다. 진선미 장관과 '이렇게 가야 되는 거 아니냐'라고 이야기하면서 '한 번 앞장서 주면, 우리 당 쪽의 의견은 내가 좀 모아주겠다' 이런 얘기도 하고 그랬다."

- 한국 사회의 성적 불평등이 결국 저출산 문제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지적들이 나온다. 반대로 일각에서는 그러한 지적이 성 갈등을 조장한다며 반발하기도 한다.

"(갈등이 유발되는) 그런 부분이 있다는 걸 부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우리 사회가 아직 부족하지만, 이제 많이 변하고 있다는 것이다. 불평등에는 사회적 불평등과 가족 내 불평등이 있다. 여성이 고학력이 되고 사회 진출을 활발히 하면서 사회적 불평등이 줄어들고, 때문에 출산율이 감소하는 건 전 세계의 일반적인 현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출산율이 다시 올라가는 경우는 '가족 내의 불평등이 해소될 때'이다. 사회적 불평등은 우리가 제도적으로 해소해 줄 수 있지만, 가족 내의 불평등은 제도적으로 해소하기 굉장히 어렵다. 그거는 역시 또 인식과 문화의 변화가 있을 때 가능하다.

대한민국은 아직도 그런 면에서 부족하다. 내가 계속 인식과 문화 이야기를 하는 것이, 제도로서 뿐만 아니라 전체적인 불평등의 문제가 해소돼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나도 내 삶 자체가 그런 불평등과 계속 부딪히면서 살고 있다. 보수 여당 최초의 여성 원내대표도 그렇게 했다. 나는 임명직을 받은 게 없다. 임명직은 초반에 (한나라당) 정책조정위원장 한 게 다이다. (웃음) 왜 그럴까?"  

[인터뷰②] 나경원 "윤석열 대통령과 당권의 '디귿'도 얘기 안 했다" (http://omn.kr/21t86)

태그:#나경원,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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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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