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과 미국의 2022 카타르 월드컵 경기를 전망하는 AP통신 갈무리

이란과 미국의 2022 카타르 월드컵 경기를 전망하는 AP통신 갈무리 ⓒ AP

 
'앙숙' 이란과 미국이 월드컵에서 격돌한다.

이란과 미국은 30일 오전 4시(한국시각) 카타르 수도 도하의 앗수마마 스타디움에서 2022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B조 3차전을 치른다.

이란이 1승 1패(승점 3)로 조 2위, 미국이 2무(승점 2)로 3위를 달리며 1위 잉글랜드(1승 1무), 4위 웨일스(1무 1패)와 경쟁하고 있다.

이란과 미국 모두 이번 경기에서 승리하면 자력으로 16강에 진출하고, 반면에 패하면 탈락하기 때문에 한 치의 양보 없는 접전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란 '국기 훼손' 논란... 미국 감독 "사과한다"

특히 두 나라는 1980년부터 단교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국제사회의 대표적인 적대 관계라서 이번 경기가 '성전'(聖戰) 혹은 '총성 없는 전쟁' 등으로 불리며 각별한 주목을 받고 있다. 

AP통신은 "미국의 임무는 분명하다"라며 "정치화된 이번 월드컵에서 이란을 꺾거나, 패하고 귀국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과 이란은 지금까지 두 차례 만나 이란이 1승 1무로 우위를 보이고 있다.

1998년 프랑스 월드컵 조별리그에서 이란이 미국에 2-1로 이겼으나 두 나라 모두 탈락했고, 2000년 친선 경기에서는 비긴 바 있다.

두 나라는 벌써 경기 전부터 한바탕 홍역을 치렀다. 미국 대표팀이 최근 이란에서 벌어지고 있는 반정부 시위를 지지하는 의미로 공식 소셜미디어 계정에 올린 이란 국기에서 가운데 있는 이슬람 공화국 엠블럼을 삭제한 것이다(관련 기사 : "이란 여성 지지"... 미 축구대표팀, '이슬람 엠블럼' 삭제).

이란에서는 지난 9월 수도 테헤란 도심에서 한 20대 여성이 히잡(이슬람 여성이 머리와 목 등을 가리기 위해서 쓰는 전통 의상)을 제대로 착용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경찰에 체포됐다가 의문사를 당한 사건을 계기로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두 달 넘게 이어지고 있다.

미국 축구협회는 성명을 내고 "인권을 위해 싸우고 있는 이란 여성들에 대한 지지를 보여주기 위해 하루 동안 이란의 공식 국기를 사용하지 않기로 결정했다"라며 "누구의 압박도 아닌 우리의 결정"이라고 밝혔다.

이란, 국가제창 거부한 선수들 "가족 고문할 것" 위협?
 
 이란 정부의 축구 대표팀 선수단 위협 의혹을 보도하는 미 CNN 방송 갈무리

이란 정부의 축구 대표팀 선수단 위협 의혹을 보도하는 미 CNN 방송 갈무리 ⓒ CNN

 
이란은 '국기 훼손'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이란 축구협회는 국제축구연맹(FIFA) 윤리위원회에 제소할 것이며, 미국을 이번 월드컵에서 퇴출할 것을 촉구했다.

논란이 커지자 미국 대표팀의 그렉 버홀터 감독은 29일 이란과의 경기에 관한 기자회견에서 "때로는 통제할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하고, 대표팀 선수들과 스태프들을 대신해 사과한다"라며 "모든 대표팀 구성원이 참여한 것은 아니다"라고 한 발 물러섰다.

이란은 내부 문제로도 골치가 아프다. 이란 대표팀 선수들마저 지난 21일 잉글랜드와의 조별리그 1차전에서 반정부 시위를 지지하는 의미로 경기 전 국가 제창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이란 당국은 그 경기 이후 선수들을 불러 강하게 압박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때문인지 웨일스와의 2차전에서는 선수들이 국가를 불렀다. 

미 CNN 방송은 이날 소식통을 인용해 "이란 당국이 선수들에게 국가를 부르지 않거나, 정치적 시위에 동참할 경우 그들의 가족이 투옥되거나 고문을 받게 될 것이라고 위협했다"라고 보도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그러면서 "이란이 보안 기관을 동원해 선수들이 외부에서 사람을 만나지 못 하도록 감시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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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이란 카타르월드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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