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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수정] 2022년 11월 29일 오후 3시 46분 

[이전 기사] 기자 그만두고 전업 소설가 된 계기는 '교통사고' http://omn.kr/21sq2
 
현재 입주하는 글을낳는집의 장점을 들려달라고 하자 "여기는 전국에서 가장 음식이 맛있기로 유명한 곳"이라고 말했다.
 현재 입주하는 글을낳는집의 장점을 들려달라고 하자 "여기는 전국에서 가장 음식이 맛있기로 유명한 곳"이라고 말했다.
ⓒ 필립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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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는 저에게 제1의 독자입니다."

정 작가의 아내는 배우다. 박준면이라는, 이름은 낯설지만 얼굴을 보면 무릎을 탁 칠 정도로 우리에게 익숙하다. 스테이지와 스크린을 오가면서 탄탄한 연기력을 자랑하는 배우와 같이 살고 있으니 분명 그의 작품세계에도 도움을 받을 것이라 짐작했다.   

"엄청나게 많이 도움을 받아요. 와이프가 배우라서 도움이 된다기보다는 평생 대본을 봤잖아요. 그러니까는 이미 어떻게 해야 이게 돈이 되는 이야기인지, 어떻게 해야 흥미로운 이야기가 되는지 알아요. 그래서 그 지점을 지적해 줍니다. 읽고 나서 이 부분은 너무 지루하거나, 이 부분 이렇게 해보는 게 좋지 않겠어라는 말과 함께요." 

와이프에게 꽉 잡혀사는 여느 가장의 모습을 보는 것 같지만 냉정하게 살펴보면 틀린 말은 아니다. 산전수전 다 겪은 베테랑 배우가 들려주는 경험은 작가로서 입문한지 몇 년 되지 않은 신참내기 작가에겐 달콤한 조언이다 그의 아내가 던지는 조언을 여과없이 받아들이고 있다. 

그에게 와이프는 제1의 독자다. 와이프가 하라는 것은 약간 미심쩍어도 하라는대로 따른다. 조금의 의심도 할만하지만 단 한 번도 틀린 적이 없이 쪽집게처럼 모든 것을 맞춘다고 신기해했다. 

"<침묵주의보>도 처음에는 주목도 못 받았는데, 준면씨는 원고를 읽자마자 드라마로 만들어지겠다고 예언하더라고요. <젠가>도 초고를 읽자마자 바로 드라마 제작을 예언했는데, 출간 직후 바로 판권이 팔렸어요. 지금 집필하는 작품도 초고를 읽더니 작품성은 별로인데 드라마 제작은 되겠다고 예언하더라고요. 실제로 그 작품은 출간하기도 전에 드라마 판권이 팔렸어요."

현재 그가 집필 중인 작품의 주제는 정치인이다. 이번에는 직접 각본 집필까지 맡았다. 그는 아내를 전적으로 믿는다고 힘줘 말했다. 조금 미심쩍어도 무조건 믿어야한다는 것이다. 그도 그럴것이 평생 봤던 온갖 대본을 봤던 노하우가 있으니 (그가 지금 하고 있는) 각색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신랄한 평가에 속이 쓰릴 때도 많지만, 연기 경력 30년을 앞둔 전문가의 안목을 믿는단다. 

집을 나와 레지던시에 입주하다
 
정진영 작가의 아내는 배우 박준면이다. 그는 아내가 자신의 제1독자라고 말했다.
 정진영 작가의 아내는 배우 박준면이다. 그는 아내가 자신의 제1독자라고 말했다.
ⓒ 정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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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현재 거주하고 있는 아파트에서 나와 전라도의 한적한 마을에 위치한 레지던시에 두 달간 머물 계획이다. 지난 11월에 입주했으니 필자가 그를 만나던 시점은 전체 입주기간 2개월에서 3분의 1이 지났을 때다.

이곳은 '글을낳는집'이라는 곳인데 2010년부터 김규성 시인이 사재를 털어서 만든 레지던시이다. 현재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로 부터 일정 금액을 지원받지만 문학인들 사이에서는 입소문이 자자하다.

치열한 경쟁을 뚫고 입주에 성공한 그를 이곳에서 만나 작품과 창작활동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었다. 장편소설을 써야하는 그에게 입주기간으로 배정받은 2개월이 다소 짧지 않냐는 질문에 이렇게 대답했다. 

"저는 그 기간이 딱 좋아요. 2개월 넘어가면 조금 루즈해요. 3개월 넘어가면 패턴에 익숙해져서 거의 화석이 되어 갑니다. 작년에 서울이 명동에 위치한 모 호텔 레지던시에서 5주 있었는데, 그만큼의 기간이 제겐 딱 적당하더라고요. 낯선 공간은 작가가 작품을 쓸 때, 상당히 도움이 됩니다. 익숙해지면 쉽게 드러눕거든요." 

그는 경기도 김포시 양촌읍에 있는 아파트에 살고 있다. 집에 있으면 집필활동에 어려움이 있지 않을까 궁금했다. 그리고 하루에도 버스가 다섯 번밖에 다니지 않는 외딴 곳에 들어와서 집필하는 기분이 어떨까.

"집에 있으면 당연히 일이 안되죠. 집에서 한 달 동안 썼던 적도 있었는데, 너무 게으르게 지내더라고요. <도화촌기행>과 <침묵주의보>를 절간에서 쓴 이유입니다. 집에서 작업이 되는 분도 있을 테고, 카페를 활용하는 작가도 많죠. 그런데 저는 카페는 시끄러워서 집중이 잘 안되더라고요." 

지금 준비하고 있는 차기작에 관한 것들

지금 쓰고 있는 작품의 내용에 관해 살짝 물어봤다. 정치인이라는 이름을 가진 주인공이 정말 정치인이 되어 국회에 들어가서 판을 뒤집는 이야기란다. 

"주인공이 비례대표 의원인데, 그것도 순번이 있잖아요. 원래는 당연히 가능성이 없는 사람인데 원래는 분식집 주인인데 학벌뿐 아니라 아무것도 없어요. 가계도 뺐기고 지금도 젠트리피케이션 때문에 뺏는 경우가 많잖아요. 그것 때문에 임대차 운동하면서 영입은 됐는데, 윗 사람들이 자꾸 나가서 자기에게 순서가 되어 임기가 1년밖에 안남았어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사람이잖아요? 그런데 그런 사람이 국회에 들어가서 '깽판' 치는 이야기입니다." 

이번 소설도 기자 당시의 정치부에서 소스를 얻었는지 궁금했다. 하지만 정작 모든 부서를 다 거쳤지만 유독 정치부에만 없었단다. 대신 기자 생활을 하며 맺은 인연과 여기저기서 들은 정보에서 많은 도움을 받았다. 다소 무거운 톤이었던 <침묵주의보>와 민감한 주제를 담은 <젠가>와 달리 이번 작품은 다소 가벼운 활극이란다.

철저하게 영상을 의도하고 쓴 소설이고, 내년 상반기에 출간될 예정이라고 전했다. 이번에는 직접 각색까지 맡았다. 각색까지 직접 맡아 진행하는 일은 어렵지 않을까. 소설과 달리 드라마는 시각과 청각만으로 시청자를 설득하고 사로잡아야 하니 말이다. 역시나 직접 뛰어들어 보니 쉽지 않다는 하소연이 돌아왔다.

"주변에서도 많이 말렸어요. 준면씨도 처음에는 말렸고요. 소설과 작업 방식이 완전히 다르다고요. 제 작품을 제가 각색하는 게 뭐 그리 어렵겠느냐고 생각했는데, 직접 경험해보니 정말 어려운 작업니다. 매순간 헤매고 있어요. 달라도 완전히 달라요. 제작사가 뭘 믿고 제게 각색을 맡겼는지 궁금해지더라고요(하하) 이제 와서 어쩌겠습니까. 이왕 시작한 일이니 끝을 봐야죠." 

정 작가는 이 시장이 무궁무진하다고 말했다. 어떻게 보면 소설은 요즘 사람들이 많이 읽지는 않는 부분이지만 드라마는 자신의 소설을 보여줄 수가 있는 것이란다. 그런 점에서 소설 쓰는 사람에게 현재 늘어나는 OTT 시장이 기회라는 것이다. 출판시장은 점점 줄어들지 몰라도 스토리텔링 시장은 점점 커지고 있다며, 그 스토리텔링의 원천인 소설의 가치는 점점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드라마는 초반에 어떻게든 시청자를 끌어와야 성공할 수 있기 때문에 1~2회 대본이 가장 중요하다는 게 그의 의견이다. 그는 초반부 대본을 쓰기 위해 '여기'(글을낳는집)에 들어온 것이라 말했다.

"드라마는 첫화부터 마지막화까지 기승전결이 확실해야 하지만, 각 화에도 기승전결이 확실해야 시청자를 사로잡을 수 있어서 방송 초반에 운명이 결정됩니다. 20부작이 기본이었던 과거와 달리, 요즘에는 넷플릭스를 보면 10부작도 안 되는 드라마가 많아요.

그만큼 시청자의 호흡이 빨라진 겁니다. 그 호흡을 익히려고 노력 중입니다. 제 소설을 다양한 경로로 많은 독자에게 전달하고 싶습니다. 드라마가 더 많은 독자를 확보하는 좋은 계기가 될 거라고 믿습니다."

 
필자가 방문한 지난 27일 일요일 오전에 글을낳는집의 집주인인 김규성 촌장(가운데), 공직자 생활을 마치고 25년 동안 아동문학 작가로 활동 중인 홍종의(사진 왼쪽) 작가, 내놓는 작품마다 연이어 화제를 모으고 있는 정진영(사진 오른쪽) 작가가 함께 포즈를 취했다.
 필자가 방문한 지난 27일 일요일 오전에 글을낳는집의 집주인인 김규성 촌장(가운데), 공직자 생활을 마치고 25년 동안 아동문학 작가로 활동 중인 홍종의(사진 왼쪽) 작가, 내놓는 작품마다 연이어 화제를 모으고 있는 정진영(사진 오른쪽) 작가가 함께 포즈를 취했다.
ⓒ 필립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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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를 통해 집필에 몰두 중인데도 시간을 내서 인터뷰에 응해주신 정진영 작가와 만나진 못했지만 많은 얘기의 주인공이 되어주신 박준면 배우에게 다시 한번 감사의 말씀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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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는 빼고 문화만 씁니다." 매주 금요일마다 한겨레신문에 예술가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는 '사람in예술' 코너에 글을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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